소설리스트

〈 3화 〉3. 월드 퓨젼. (3/211)



〈 3화 〉3. 월드 퓨젼.

*월드 퓨젼.*


영생교의 내부는 아름다운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었다.

중앙의 호수를 주변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정원들이 꾸며져 있는데, 한국식 정원, 일본식 정원, 중국식 정원 등 정적인 동양적 스타일의 정원 양식뿐만 아니라, 화려한 서양의 다양한 정원 스타일까지 적용되어 있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거부감 없이, 이곳을 즐기며 산책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던 지은씨가 말을 걸어왔다.

"석균씨. 공원은 마음에 드시는 가요?"

"네. 정말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영생교에서 이것을 건설하는데, 공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정원을 조화롭게 배치한 것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식물들만 있으니 길이 좀 밋밋하시죠? 제가 분위기를 좀 바꾸어 볼까요?"

그 말과 동시에 길옆으로 홀로그램이 나타나더니, 토끼와 사슴, 새끼 양이 풀밭에 나타났다. 그들은 길옆에 난 풀을 뜯으면서, 우리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지은씨이 그중 새끼 양을 부르자 그 양은 지은씨의 부름에 따라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지은씨는 양털을 고르며 양과 장난을 쳤다.

새끼양은 그런 지은씨가 좋은 듯, 지은씨에게 몸을 더욱 기대어왔다. 양음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ㅌ처럼 털을 고르는 지은씨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메에." "메에."

지은씨의 털 고르기에 양이 기분 더욱 기분이 좋아진 듯 '메에' 하고 연신 소리를 내었다.


성숙한 외모를 가진 지은씨가 귀여운 새끼 양과 장난치는 모습은 소녀 같아서,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캡 모에라는 감정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은씨. 그건 인공지능인가요? AI라고 보기에는새끼양의 움직임이나 반응이 정말 살아있는 것 같네요."


동물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모습이나 풀을 뜯는 모습, 지은씨하고 노는 새끼양의 모습 등은, 인공지능이라 보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 애들은 모두 저와 같이 살아있는 녀석들이에요. AFTER LIFE사에서 사후 세계 서비스를 준비하기 전에 동물에 대한 실험을 먼저 했어요.  아이들은 그때 실험체로 선정된 애들이에요. 원래 동물원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던 애들이라, 사람들에게 친근하죠. 저희 집에서도 이런 녀석들 하나 키우고 싶은데, 집이 좁아서 아쉽네요."

"에? 그럼 이 녀석들이 동물실험을 당했다는 건데……. 그런 것 치고는,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너무  따르는데요?"

"아! 동물실험이라는 말이 석균씨를 오해를 하게 만들었군요. 호호. 이것을 설명 할 다른 적당한 말이 생각 안 나네요. 그런데 AFTER LIFE 사에서 한 동물 실험은 석균씨가 상상하시는 그런 실험이 아니에요."

"AFTER LIFE사에서는 캡슐과 동일한 기능이 있는 동물 우리에, 동물들을 넣고 그 동물의 정신을 스캐닝해요. 이렇게 스캐닝을 마친 동물들은 다시 동물원으로 돌려보내지요."

-타닥, 탁. 타탁.-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지은씨의 설명을 핸드폰에 기록해 두었다, 그것을 녹음을 해도 되지만,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웠다. 나는 아직 초년생 시절의 타이핑하던 습관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는, 가상현실에서 부활시킨 동물과, 다시 동물원에 돌아간 동물 사이의, 행동과 반응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실험이었어요."

-타닥, 탁. 타탁.-

"가상현실과 현실에 나누어져 있는  개체간의 행동이나 반응을 관찰하여, 두 개체간의 싱크로 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죠."

-타닥, 탁. 타탁.-


"일반적으로 석균시가 생각하는 동물실험과는 달라요. 제가 알기로는 동물실험을 통해 싱크로 율이 99%에 도달한 후에 동물 실험을 마치고, 사람을 대상으로 알파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해요."

-타닥, 탁. 타탁.-


"아. 제가 착각을 했네요. 하하. 동물실험이라기에 약물을 주사하고, 약물을 반응을 보기위해 신체를 해부하는, 그런 실험을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제약회사의 약물 테스트에 동원된 동물들이, 그렇게 실험을 당했다고 저도 들었어요.
하지만 AFTER LIFE사의 실험은 정신의 싱크로 율을 알아보는 실험이라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네요."


-타닥, 탁. 타탁.-

최근에는 -영생을 팝니다-서비스에 참여하는 분들이 늘어, 그들이 키우는 애완동물도 저희 세계로 오고 있어요.

-타닥, 탁. 타탁.-

"그분들이 키우는 애완동물들 외에도 AFTER LIFE사는 보다 다양한 서비스 위해 여러 종류의 애완용 동물들도 들여오고 있다고 해요."


"우, 우. 저도 빨리 돈을 벌어 큰집으로 이사하고 싶어요. 그러면, 이런 새끼양이나 토끼도 키울 수 있을 건데……."


지은양은 병실에만 있어서인지, 토끼나 양 같은 동물들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도 여기로 데리고 올 수 있는가요?"


"네. 돈 많은 분들은 자기가 키우던 애완동물까지 함께 서비스를 신청하세요. 어떤 분들은 비서나 자기를 돌볼 사람까지 같이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더라고요. 그들도 죽고 나면 사후세계로 오게 되지요."

-타닥, 탁. 타탁.-

"마치 예전에 피라미드나 무덤에 하인이나 애완동물을 같이 묻는 것 비슷해요. 죽어서도 그런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네요. 오히려 함께 오래 살은 부부끼리 같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가  적다고 해요."


-타닥, 탁. 타탁.-

그건 그랬다. 평생을 같이 살았는데, 내세에서까지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은씨가 이야기한, 돈을 벌어 큰집으로 이사한다는 이야기에 신경이 쓰였다.


"지은씨. 아까 돈을 벌어 큰집으로 이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 음……. 영생교? 아니 사후세계라는 말이 적당하겠네요. 사후세계에도 돈이 필요한가요?"

"네. 슬프게도 그래요. 사후세계 (AFTER LIFE)는 실제 세계와 동일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여기는 천국도 지옥도 아니에요. 현세의 삶의 연장일 뿐이에요.

"......."


"저희들도 먹고 마시고, 자고, 현세와 같이 모든 걸 현실과  같이 해야 해요. 밥을 먹지 않으면 배고프고, 잠을 자지 않으면 피곤하고, 옷을 입지 않으면 부끄러워요. 오늘 같이 멋진 분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요. 호호."

"하하. 고맙습니다. 칭찬해 주셔서……. 지은씨도 정말 멋진 여성 입니다."


나름 잘생긴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이런 솔직하고 직접적인 표현은 처음이라 기분이 좋았다. 지은씨는 천성적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성격 같았다. 도저히 평생을 병원에서, 병으로 고통 받던 사람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럼 돈을 어떻게 벌죠?"


"다양한 일자리가 있어요. 거기에도 빈부의 격차가 있거든요."

"........"


"부자들은 많은 돈을 사후세계로 가져올  있어요. 그들을 자신의 재산을 사후세계의 가상화폐로 환전  수 있어요, 그 가상화폐는 바깥세계와 안쪽 세계 모두에서 사용이 가능해요. 그들은  돈으로 큰집을 사고, 사람들을 고용하여 편하게 여생을 누리지요."


-타닥, 탁. 타탁.-

"저희와 같이 가진 돈 없이  사람들은 그들에 고용되어 일을 하거나, 바깥세상의 일을 해야 하죠.갑부들에게 고용 되서 일하는 것은, 보수는 좋지만 일이 힘들어요."


그런 사람은 흔했다. 내가 다니는 언론사의 사주가 그랬다. 그의 행동은 도를 넘는 안하무인일 때가 많았다. 더러워도 그가 가진 권력에 참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사후세계로 많이 넘어 왔을 것이다.


그들은 부와 권력을 가졌다. 그것을 사용해서, 우선적으로 사후세계에서 넘어 올  있는 권리를 얻었을 것이었다. 정식 오픈을 하기전인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사후세계에 많을 것 이었다.

나의 언론사의 사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를 여기로 취재를 보낸 것이기도 하고…….


"그들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죠. 자신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을 몰라요. 현세에서 하던 행동을 여기서도 그대로 하죠. 그들이 현생에서 누렸던 모든 것을 그대로, 내세에서도 누리려고 하죠. 그래서 저는 그런 일은 안하고, 주로 바깥일을 주로 해요"

AFTER LIFE사의 사후세계는 천국은 아닌 것 같았다.

"그 바깥세상의 일이라는 것을 뭘 말하는 거죠?"


"음. 여러 가지가 있어요. 예를 들면 오늘 이렇게 석균씨를 안내하는 일 같은 것이죠. 이 일이 생각보다 보수가 좋아요. 구직 공고에 떠서 지원했는데,  좋게 제가 당첨 되었어요.

"........"


"보수도 좋고, 일도 그렇게 힘들지 않죠. 게다가 나이 많은 할아버지를 생각했는데, 젊고 잘생긴 분을 안내하게 되어 땡잡았죠. 헤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안내일이 많은가요?"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있어요. 서비스에 가입하기 전에, 실제 확인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시니까요. 그런 분들의 대부분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갑부들이라, 상대하기가  까다로워요. 신경질적이시기도 하고요. 그래도 보수가 좋아서 인기 있어요!"

"제가 신경질적인 할아버지가 아니라서 다행이군요. 하하."


"꼭, 그래서만은 아니에요. 헤헤."


지은양은 남자를 기분 좋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안내에 뽑힌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것 말고 다른 바깥세상 일거리는,  뭐가 있는가요?"

"대부분은 AFTER LIFE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콘텐츠를 보조하는 일이에요. 예를 들면 판타지 게임의 NPC 역할이라던가, 게임속의 콘텐츠의 일부로 들어가는 일이죠."


"AFTER LIFE사의 인공지능은 우수하지만, 자신들의 세계가 게임이라는 것에 대해 자각이 없어요. 그리고 플레이어 역할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서 잘 몰라요. 그래서 초보 분들을 돕는 일은 저희가 하고 있어요."

"음. 흥미롭기는 한데. 재미는 없어 보이는 일이네요. 게임속의 일은 초보를 안내하는 일이 다인가요?"

"다른 일도 있긴 있어요. 드물기는 한데요. 어떤 분은 게임속의 몬스터로 활약하기도 해요. 다른 네임드 몬스터인데……. 상당히 인기 있어요. 아무래도 사람이 몬스터 역할을 하면, 인공지능 몬스터보다 패턴이 다양해져서 유저들도 좋아해요. 플레이어들의 패턴을 잘 알고 있으니 더 상대하기가 까다롭죠. 그분은 나름 인기인이라 보수도 괜찮은 편이에요."

사람이 게임속의 몬스터 역할을 한다니 의외였다.
아마 유저들은 그 몬스터에 의해 상당히 고생할 것이다. 그런 점이 AFTER LIFE사의 게임을 더 인기 있게 만들어주는 것 일수도 있다.

"저는 피가 튀기고 싸우는 것은 싫어해서, 주로 NPC 역할을 하는데 보수는 형편없어요. 그리고 AFTER LIFE사는 다양한 가상현실 서비스가 있어서, 그 속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아 볼 수 있어요. 다만 대부분은 그리 보수가 높지 않은 편이에요.".

".... 그렇군요"


"몬스터 역할하시는  분이 워낙 인기가 있어서, 그나마 보수가 좋은 편이에요. 또 다른 보수가 좋은 일이 있긴 있는데,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좀 부끄럽네요."


"내세에 가서도 일해야 한다니, 조금은 서글퍼지네요. 하하."

"그래도 이번 안내 건은 보수도 좋고, 좋은 분이시라 너무 좋아요. 헤헤."


"아닙니다. 제가 좋지요. 사실 영생교를 취재해야 한다는 것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애프터 라이프사가 만든 사이비 종교를 취재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그것은 저 같은 기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지은씨에게 안내를 받으며, 시설을 구경하는 것은 마치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느낌입니다.

"........"

"괜히 이름 때문에 오해를 했네요. 첨단 과학기업이 왜 이름을 종교단체로 하였는지, 모르겠네요."

이 말을 듣고 방긋이 웃던 지은씨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 석균씨. 영생교는 진짜 종교단체가 맞아요. 인간에게 사후세계를 제공하거든요. 현세보다 더 현세 같은 사후세계를 제공하죠. 모든 것을  말씀 못 드리는 게 아쉽네요. 언젠가 석균씨가 여기로 오시면  말씀드릴게요."


지은씨는 다시 표정을 바꾸어 방긋 웃으며 말을 하였다.

"석균씨! 이제 AFTER LIFE사에서 가장 자랑하는 시설에 거의 도착하였어요."

앞을 바라보자 화산처럼 생긴 커다란 돔의 입구가 보였다.


"여기는 현재와 내세, 두 세계가 만나는 곳이에요. 두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곳이죠. 월드 퓨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은씨가 활기차게 말하며, 나를 돔의 입구로 이끌었다.

이곳에는 AFTER LIFE사의 어떤 신기술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