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5. 가치 투자. (5/211)



〈 5화 〉5. 가치 투자.

*가치투자.*




인터뷰 대상자가 올 때까지 지은씨와 이야기를 하며 공원을 걸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상쾌한 나무의 향기가 코끝을 감돌다 사라졌다. 따사로운 봄볕이 나무 잎 사이를 뚫고 내려오고, 나뭇잎은 선명한 초록색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숲속에는 사슴으로 보이는 동물의 자취가, 잔 나무 가지 사이의 빈틈으로 스쳐지나갔다. 이러한 풍경을 보면서 지은씨와 함께 이야기하며 걷는 산책은, 이제까지 삶 중에서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은씨는 이제까지 만난 여성과 다른 순수함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그녀의 매력은, 나를 당황하게 하였지만 그런 당황스러운 감각이 나에게는 신선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많은 여성을 만나왔지만, 지은씨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사람처럼…….


애프터 라이프 사에서 나를 성향을 알고 일부로 지은씨 같은 여성을 안내원으로 붙인 거라면, 나에게 제대로 먹혔다.

이렇게 즐겁게 대화하며 걷는 우리의 주위에도, 수많은 커플들이 우리처럼 대화하며 산책하고 있었다. 지은씨는 내세의 사람과 현세의 사람을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하였지만, 그것을 구별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커플이 나란히 길을 걷고 있다면, 젊은 사람은 내세의 사람이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걷고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현세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더 인간 같은지를 ,굳이 구별할 필요도 없었다.


내세의 사람은 굳이 불편했던, 과거의 몸을 고집 할 필요가 없었다. 한창 때의 모습, 아니 한창 때보다  나은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꾸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손쉽게 내세와 현세의 사람을 맞추었고, 지은씨는 그 상으로 나의 뺨에 키스를 해주었다.


뺨에 입술이 닿는 느낌은 느낄 수 없었지만, 지은씨의 입술이 나의 뺨에 닿았을 때, 짜릿한 전기가 머리 꼭대기에서 등줄기를 타고, 발가락 끝마디까지 퍼지듯이 지나갔다.


이제까지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한 번도 느낄  없었던 사랑의 감정을, 홀로그램의 여인에게 느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육체적 관계만 찾던 기존의 나에게, 아마 이러한 정신적인 사랑의 감각이 굉장히 신선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된다. 아니면 돔 안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에게 그러한 감정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AFTER LIFE사의 새로운 기술 덕분일지도……. 애프터 라이프사의 기술은 외계인이 만든 기술이라고 불리  정도로  시대의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애프터 라이프 사에 인간의 정신을 조정하는 기술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이러한 감정과 자극에, 지은 씨를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었다. 눈앞에서 빛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여신이 한명 서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즐겁고 두근거리는 감정을 가지고 광장 쪽으로 나아갔다.


광장에는 서너 명이 서커스 공연을 하고 있었다. 어릿광대가 저글링을 하거나 외발 자전거를 타는 공연을 하고 있었고,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치며, 동전을 그들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지은씨와 함께 한동안 어릿광대의 공연을 본 후, 주변의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하나는 진짜 아이스크림이었고, 하나는 가상 세계의 아이스크림이었다.  가계에 두 세계의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아마 이렇게 사먹는 커플이 많은 것 같았다.

벤치에 앉아서 지은씨를 바라보니, 지은씨는 홀로그램 아이스크림을 진짜처럼 맛있게 먹고 있었다.

홀로그램 아이스크림을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지은씨에게는 그것이 홀로그램이 아닌, 진짜 아이스크림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아이스크림 맛이 있나요?"

"네. 최근에 맛본 아이스크림 중에서 제일 맛나네요. 헤헤. 사주셔서 감사해요."


"뭘요. 이 정도 가지고요. 그런데 이곳에서 현실의 돈도 사용 할  있네요."


"네. 현실의 돈, 가상의 화폐 모두 사용이 가능해요. 요새 좋은 집으로 옮기려고 돈을 모으는 중이라, 이런 맛있는 아이스크림 오랜만에 먹어보네요. 고마워요. 석균씨"


작은 선물에도 고마워하는 지은 씨가 보기 좋았다.


그래도 지나치게 너무 고마워해서 민망했다. 이야기를 다른 데로 돌릴 겸, 저번에 지은씨가 낸 문제에 답을 하였다.


"지은씨. 안드로이드들이 누구인지 알아냈어요. 하하."

"석균씨가 보기에는 누가 안드로이드들 같던가요?"


"어릿광대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  두 사람이 안드로이드 맞죠!"

"헤에.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석균씨는 잘 알아맞히시네요. 눈썰미가 되게 좋으신데요. 그런데 그렇게 표가 나던가요?"


"그들의 모습이 달라서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스크림 아저씨의 경우 바로 앞에서 봤는데, 진짜 사람 같더군요."


"그럼 어떻게 구별하신 거예요?"

"제가 기자 생활을 그냥 한 것은 아닙니다. 하하. 내세나 현세의 사람들 모두는 여기에서 어릿광대를 하거나, 아이스크림을 팔는지 않을 것이니까요."

"역시 기자여서 그런지 머리가 좋으시네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제가 보는 구직공고에 가끔 여기서 일을 하는 공고가 나온 답니다. 헤헤. 그래도 정답을 맞혔으니 선물을 드려야겠네요."

"이번의 선물은 뭔가요. 기대가 되는군요."

제 뺨에 키스를 하는 것을 허락해 드릴게요."


지은양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심장이 꿍꽝거렸다. 조심스럽게 붉어진 지은 양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지은양이 홀로그램이기 때문에 입술에는 아무런 감촉을 느낄  없었지만, 그 두근거리는 심장만은 어떤 아름다운 여인의 뺨에 키스하는 것보다 떨려왔다.

지은양의 뺨이 더욱 붉어지고, 부끄러워 몸을 비비꼬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없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지은양이 취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석균씨. 지금 인터뷰를 하기로 하실 분이, 곧 이곳으로 오신다고 하시네요. 누굴까요? 한번 맞춰보세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지은양이 물어왔다.

"간단하게 힌트라도 주세요."
"경제계의 거목이세요. 아주 유명한 분이시죠."

"ㅇㅇ그룹의 이건희 회장님이 아닌가요?"


"땡! 그분보다 유명한 분이세요."

 말과 동시에 홀로그램이 눈앞에 나타났다.

홀로그램은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고, 그 사람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많이 보아서, 정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었다.

워런 버핏은 나오자 오자마자 툴툴거렸다.


"자네가 나를 취재하겠다고 한 기자인가? 유진양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거네."

"아, 안녕하십니까. ㅇㅇ일보의 이석균 기자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사치례는 되었고, 자네가 나를 보자고  이유가 뭔가?"

"사실 인터뷰를 할 저명인사를 부탁드렸습니다만, 따로 워런 버핏님을 지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유진양이 나를 지명했다는 말이군. 그건 그대로 나쁘지 않군. 흠흠. 좋아. 자네에게 인터뷰를 할 시간을 내어주지. 자네도 알겠지만, 나와의 시간은 엄청 비싸다네."


"네. 그런데, 어떻게 워런 버핏님이 여기에 계신 거죠? 돌아 가신지는, 좀 되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옛날에 부고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길어지는데, 사실 내가 예전부터 AFTER LIFE사에 중요 주주 중 한명이라네. 그래서 예전에 알파 테스트에 참가하였지."

"알파테스트란 뭡니까?"


"그걸 설명하려면 길어지니, 나중에 여기 이 아가씨에게 물어 보게나."


"그럼. 다시 여쭤 보겠습니다.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에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셨습니까?


"애프터 라이프 사에서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를 준비하기 전에, 알파 테스트라는 것이 있었네. 그 알파테스트에 참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중간에 죽고 말았거든. 참 아슬아슬 했어. 나의 운이 좋다고 봐야겠지 하하."

"......."

"자네도 알겠지만 내가 투자 하나는 잘하지. 그때 애프터 라이프 사에 투자를 안했다면, 이렇게 여기에 있지도 못하였겠지."


"그럼. 애프터 라이프사에 일찍 투자하신 계기가 있으십니까? 예전부터 가상현실 사업의 미래를 보신 것인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네. 애프터 라이프 사가 세계 최고의 가상현실 제공 회사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애프터 라이프 사의 전부는 아니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AFTER LIFE사는 우수한 안드로이드 기술을 가지고 있지."

"......."

"그런데, 나를 이렇게 인터뷰 대상으로 삼은 것을 보면, 이제 외부 활동을 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군. 이제야 전용 안드로이드를 사용해   있겠군."

그는 의미를 알  없는 혼자 말을 계속하였다. 그의 말을 중간에 끊는 것은 실례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경제부 기자인 내가 함부로 대하기에는 그 명성이 너무 높았다.


"드디어 유진양이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고 결정한 모양이야.  나 정도면 ,서비스 홍보 목적으로는 나쁘진 않겠지. 흠흠"


워런 버핏은 자신이 유진양의 선택에 의해 인터뷰 대상이 된 것이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오늘 기분이 좋군. 특별히 자네에게 투자에 관해 개인적인 질문을 받아주겠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 드리겠습니다. 지금과 같이 투자하기 마땅치 않은 시기에, 무엇에 투자하면 될까요?"

"기부를 하게."


"네? 워런 버핏님이 기부를 많이 하시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투자에 대해 여쭈어 보았는데요?"

"그럼 내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지, 영생교에 기부하게. 기부는 가장 좋은 절세의 방법중 하나라네. 그리고 영생교에 기부하면, 그 돈은 사후세계의 가상화폐로도 적립이 된다네. 얼마나 좋은가? 세금도 아끼고, 돈도 환전 할 수도 있고, 이미지도 좋아지고, 일석 삼조라네.

"......."

"지금  세계적인 갑부들 사이에 영생교에 기부하는 게 유행이라네. 그것이 가장 절세가 된다는 것을 아는 거지. 애프터 라이프 사에서 그걸 노리고 영생교를 만든 것이네. 애프터 라이프 사의 창업주는 똑똑한 사람이네. 그런 사람이 사이비 종교를 만들 리가 없지."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기부도 돈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부를 하기전에 돈을  투자처로는 어디가 좋을까요?"


"주식을 살 거라면 AFTER LIFE사의 주식을 사게. AFTER LIFE사의 주식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네. 자네는 내가 가치투자를 강조 한 것을 알 것이네."

"네. 워런 버핏님은 장기간 가치가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투자가로 유명 하시죠."


"미래에는 현실의 부동산이나 금, 은, 보석 등의 실물의 가치가 지금처럼 높지 않을 것이네. 다가올 세상에서 가치가 내려가지 않고 계속 오를 수 있는 것은, 현재 AFTER LIFE사 주식 밖에 없네."


"꾸준히  회사의 주식을 모아간다면, 결국에는 큰 부자가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으로 영생교에 기부하게나. 이것이 내가   있는 최상의 조언이네."


 이후에도 워런 버핏과의 인터뷰는 이어졌다. 질문  것이 많이 있었으나, 워런 버핏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제 인터뷰는 그만 하겠네. 자네 오늘 만해도 나를 만나 조언을 듣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나는 바쁜 사람이네. 이제 가보겠네."

그리고는 지은씨를 쳐다보고 한마디를 했다.


"안내원 아가씨. 혹시 유진양을 보게 되면, 내가 인터뷰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게."

이 말과 함께 워런 버핏은 사라졌다.

정신없이 메모하던 것을 내려놓고 지은씨를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저 워런 버핏이 AFTER LIFE사에서 만든 가짜는 아니겠지요? 영생교에 기부하고, AFTER LIFE사에 투자하라니. 하하. 워런 버핏이 AFTER LIFE사를 세일즈 하다니. 의외로군요."

지은양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답을 주었다.

"저에게  메시지로는 저분이 진짜 워런 버핏이 맞는다고 해요. 그리고 제 생각에도 AFTER LIFE 설립자께서 그런 것을 거짓말 할리는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자료를 살펴보니 워런 버핏이 AFTER LIFE사의 중요 주주 중 한명이 맞군요. 전체 주식의 3%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요."

AFTER LIFE사의 시가총액을 생각하면, 워런 버핏이 소유하고 있는 3%의 주식은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의 대부분을 AFTER LIFE사에 투자를 한 것이었다.

갑자기 AFTER LIFE사의 주식을 사는데 관심이 갔다. 취재가 끝난다면  주식을 좀 사두어야겠다. 주식의 가격이 워낙 비싸서, 몇 주도 사지 못하겠지만……. 몇 십 번의 액면 분할을 거치고도 한주의 가격이 1만 달러를 넘었다.


이때 지은씨가 제안을 해왔다.

"두 번째 인터뷰 할 분이 오시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우리 그동안 광장 구경을 같이 할까요?"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이 워낙 충격적이라 두 번째 인터뷰를 할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했지만, 지은씨와의 데이트는 언제나 환영이다.


다음 인터뷰 대상이 누굴까 궁금해 하면서, 지은씨를 따라 광장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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