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6.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
공원의 중앙에 있는 광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 중 마임맨이 인기가 많았다. 마임맨의 주위에는 마임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공연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임맨은 동물이나 사물의 특징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명인의 특징을 마임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마임맨이 앞전에 본 서커스단이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와 같이 안드로이드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움직임이나 표정이 인공지능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안드로이드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인간적인 표현력이었다.
마임맨이 마임을 하다가 실수를 하여 당황하는 표정까지, 이 마임맨을 만든 AFTER LIFE 사의 기술에 감탄을 하였다. 감탄을 연발하는 중에 지은씨가 이야기 한, 구직공고의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지은씨! 지금 마임을 하시는 분은 내세의 분이시죠?"
"역시 석균씨는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헤헤."
"그리고 그 내세의 분이 홀로그램이 아닌, 안드로이드의 몸속에 들어가서 마임공연을 하시는 거죠? 그게 홀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마임맨의 움직임이 약간 어색하고, 인공지능으로 안드로이드를 움직인다고 보기에는 너무 인간적이에요."
"아! 그것까지 맞추시다니, 석균씨는 정말 대단하시네요. 정말 기자 분은 눈썰미가 다르신 것 같아요. 헤헤."
그러고는 지은씨는 '이것까진 설마 못 맞추겠지' 하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하였다.
"하지만 저분이 누구인지를 못 맞출 실거예요. 저분은 현세에서 계실 때 유명인이었답니다. 현재 여기에서도 마임 공연으로 인기가 있으시죠. 한번 누구신지 맞추어 보세요. 맞추시면 제가 나중에 선물을 드릴게요!"
선물이라는 말에 마임을 공연하는 마임맨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의도된 과장된 표현과 과장된 액션, 마임맨의 특유의 표현 속에서,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약간 사악한 느낌의 장난기 있는 표정과 액션, 예전에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설, 설마. 짐 캐리는 아니겠지요?"
"어, 어떻게 맞추셨어요?"
지은씨는 너무 쉽게 맞추자 오히려 놀라워했다.
"그게 지은씨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때 TV로 방영한 마스크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그때의 마스크의 표정과 비슷한 표정을, 이 마임맨의 마임 속에서 봤어요. 짐캐리의 경우는 트루먼 쇼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짐캐리의 경우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얼마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자들 사이에 나돌던 찌라시에 따르면, 교통사고는 표면적인 사망원인이고, 인기 하락에 따른 우울증과 약물중독이, 실질적인 사망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었다.
대스타의 경우 인기가 하락하고 작품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을 경우, 그 상실감으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짐캐리는 영화 속에는 웃지만, 실제의 삶은……. 많은 아픔을 간직한 배우였다.
그러한 대배우를 여기서 마임맨으로 보게 될 줄이야…….
"짐 캐리 아저씨는 사후세계에서 굉장히 인기 있어요. 여기 마임 공연으로도 유명하지만, 사후세계에서도 매우 인기가 있고 친절한 분이세요. 별 볼일 없는 저를 볼 때도, 언제나 반갑게 인사도 해주시고요."
"........"
"홀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것도, 다시 기회가 된다면 바깥세상에서 공연하기 원해서 그러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짐캐리는 현세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을 내세에서 찾은 듯 했다.
공연을 하다가 우리를 알아보고, 지은 씨와 나를 보더니, 마술로 장미 꽃 두송 이를 만들어 하나씩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그의 특유의 웃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덕분에 마임 공연을 재미있게 보았네요. 하하. 예전에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다시 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제 선물을 받을 차례인가요?"
나는 빙긋이 웃으며 장난스럽게 지은씨에게 선물을 요구 했다. 지은씨는 얼굴이 빨개져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제, 제가 어떤 선물을, 언제 드린다고는 말을 안했어요. 음……. 이번 선물은 제가 생각해보고, 적당한 때에 드릴게요."
지은씨가 부끄러워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나에게는 충분한 선물이었다. 그래도, 다음에 어떤 선물을 줄지는 기대가 되었다.
마임맨 공연을 보고난 후, 우리는 광장 옆에 있는 테라스가 딸린 카페로 갔다.
카페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테라스에 앉아 광장의 공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테라스 쪽에 자리가 나서 테라스에 있는 좌석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는데, 지은양은 파르페를 시키고 나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시켰다.
잠시 이 웨이터가 안드로이드일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생각에서 지웠다.
그냥 이 순간은 지은씨와 같이 테라스 카페에 앉아, 거리의 공연을 즐기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었다.
거리에는 서커스 어릿광대의 공연, 마임맨의 공연, 가수의 버스킹, 마술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광장 주위의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는 많은 커플들이 우리처럼 거리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영생교를 취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지은씨와 데이트를 하기 위한 날 인 것 같았다. 거리의 구경을 하면서 지은씨에게 워런 버핏과의 대화에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다.
"워런 버핏이 알파 테스트에 대해서 언급 하셨는데, 그 알파 테스트가 뭔가요?"
"잠깐만요……. 저도 잘 모르는 이야기라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음……. 동물실험이 끝나고, 인간의 정신을 가상세계로 옮기기 위해, 100명 정도의 AFTER LIFE 임원진과 과학자들이 알파 테스트에 참가하였다고 되어 있네요. 그런데……."
"그런데?"
"응? 이 실험은 특이하네요. 알파테스트는 클로즈 베타테스트나 오픈테스트와 다르게 실험이 진행이 되었네요."
"........"
"클로즈 베타테스트와 오픈 베타 테스트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이 사망 하였을 때, 실험자의 정신이 가상세계로 업로드가 되게 되어 있어요. 그전에는 참여자의 정신은 휴면상태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만 되어 있는 상태지요."
"........"
"반면에 알파테스트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정신을 복제해서 가상세계에 업로드를 했다고 해요. 즉, 현실과 가상세계에 동시에 두 명의 영혼이 존재 하였다고 하네요."
"......."
"이 실험의 목적은 현실에 존재하는 실험자와 가상세계에서 존재하는 실험자, 상호간의 행동과 반응을 관찰하면서, 서로간의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군요."
"........"
"현실에 존재하는 자아와 가상현실 속의 자아 사이의, 싱크로 율을 높이기 위해서 그렇게 디자인 했다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것은 애프터 라이프 사의 기밀 같은데, 이렇게 말을 해도 되나요?"
"괜찮으니까. 저에게 자료를 보낸 것이 아닐까요?"
이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현실에 있는 실험자가 살아있는 동안에, 가상세계에 그 사람의 영혼, 또는 정신,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뭐라고 부르든 실험자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복제한 또 다른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은, 예전의 인간을 대상으로 복제실험을 한 경우처럼,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 되었다.
지은씨는 그 부분은 생각은 못했는지, 계속 알파테스트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잠시 만요……. 실험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 쯤, AFTER LIFE사가 가상현실 서비스를, 전 세계적으로 시작한 초기라고 되어 있네요. 그럼 상당히 오랜 전 이야기이네요."
"......."
"그들 중에서 그동안 사망한 사람이 90명이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10명이나 된데요! 어머! 그럼 현세와 내세를 동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현재 10명이나 된다는 거잖아요."
……음. 솔직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애프터 라이프사가 오래전부터 이러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와~ 동시에 두 명이 다른 세상에 살아간다니, 진짜 판타지 같아요. 헤헤."
지은씨도 이 사실은 정말 몰랐는지, 매우 놀라워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사실을 저에게 알려주어도 되는 거예요? 이건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료들인데……. "
"이 내용이 문제가 된다면, 처음부터 저에게 자료를 안 보내주지 않았을까요?"
"그건 그렇군요. 그래도……. 이 내용을 다른 종교들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큰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그만큼 AFTER LIFE사가 당당하고 자신이 있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지은씨는 자신이 AFTER LIFE사의 직원이 된 듯,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였다. 자랑스러워하는 지은씨를 보면서 나의 의견을 덧붙였다.
"음……. 생각해보면 -영생을 팝니다.-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 같군요. 재산의 소유권이나 상속, 현세의 권리를 내세에서 누릴 수 있는지…….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논쟁거리가 생기겠군요.…"
"그리고 가상세계를 사후세계로 인정 할 수 있는지도 논의가 되어야 될 것입니다. 그것에 비하면 이 문제는 AFTER LIFE 사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군요."
기자로서 생각해보면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많은 이슈와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AFTER LIFE 사가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도 궁금해졌다. 지금도 많은 테러가 시도되고 있는 애프터 라이프 사였다.
애프터 라이프 사에 대한 테러 시도는 더욱 늘어 날 것이었다. 애프터 라이프 사의 창업자의 부인은 그러한 테러로 사망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기사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이러한 이슈들을 먼저 선점하여 기사화 한다면, 한동안 기사 거리에 굶주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번 취재는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나의 생각과는 별도로, 이 사실이 놀라운지 지은양은 계속 흥분한 상태로 이야기 했다.
"이 사실은 저도 놀랬어요. 두 세계에 자아가 동시에 존재한다니, 그럴 경우 어느 쪽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까요? 혹시 현세에 저도 살아 있을까요? 이 생활에 만족하지만, 현세에 저도 살아 있으면 좋겠어요. 헤헤 "
'정말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좋아하게 될까? 이 여자일까? 아님 그 여인일까?'
"다음에 혹시 설립자분을 인터뷰 할 경우가 생긴다면 한번 물어 봐줄게요. 누가 주도권을 가지는지, 그리고 지은양이 현세에 아직 살아있는지."
갑자기 지은양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슬프게 이야기했다.
"괜찮아요. 석균씨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저는 암 현세에는 없을 거예요. 제가 현세에서 죽기 전에 정말 아팠거든요. 죽고 싶을 정도로 아파서,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해요. 제가 아직 현세에 살아 있을 가능성은 없어요."
지은양은 다운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깐만요. 아 새로운 자료가 왔어요. 음……."
"현재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에 참여한 사람의 숫자가 나와 있네요. 클로즈베타의 경우 참가자가 5000여명, 오픈베타의 경우 1만 명이라고 되어있어요. 그중에서 내세로 온 사람이 현재 클로즈베타에서 2000명, 오픈베타에서 1000명이라고 되어 있네요."
"......."
"그럼 현재 3000명이 사후세계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는 거네요. 저 같은 사람이 3000명이나 된다니 놀랐어요."
"어? 그게 많은 인원인 건가요?"
"네. 클로즈베타와 오픈베타는, 현세의 본인이 죽은 다음에 내세로 오는 것이니, 이 숫자가 많은 것이죠."
"......."
저는 제가 사는 도시 주민의 대부분은,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 사람들이 3000명이나 있었다니, 짐 캐리 아저씨 말고도 친구가 많이 생길 것 같네요. 헤헤."
나는 오픈베타에 지원한 사람들이 대충 어떤 사람들일지 짐작이 갔다. 갑부와 권력자, 종교계의 지도자, 그리고 나의 회사의 사주와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사람을 속이는데 능하고,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과 순수한 지은씨가 친구가 된다니, 상상도 하기 싫다. 그렇다고 사실을 말하는 것도, 기대하는 지은씨에게 잔인한 일이었다.
"저도 지은씨에게 좋은 친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하하."
"네. 말씀 감사해요. 그런데, 이번 오픈베타 서비스에 추가로 1만 명을 모집하여, 서비스 부하 테스트를 한다고 하네요. 석균씨도 한번 신청해 보세요. 아아~ 석균씨가 저희 집에 놀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헤헤."
좋아하는 아가씨의 집으로의 초대는 '자기 오늘 라면 먹고 가~' 라는 말처럼 고마운 말이지만, 진짜로 그렇게 된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었다. 그곳은 죽어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 말을 듣고 기뻐해야 할지, 기뻐하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의 표정의 의미를 알아챈, 지은씨는 당황해서 사과를 했다.
"석균씨.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좋은 의미로 하신 건데요. 괜찮습니다. 하하."
이 애매한 상황에서, 우리의 앞에 갑자기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홀로그램이 사람의 형상이 된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 앞에 나타난 그는 바로 얼음과 불의 노래의 저자이자, 미드 왕자의 게임의 원작자인, 조지 R.R.마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