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 뉴저지. (8/211)



〈 8화 〉8. 뉴저지.

*뉴저지*

아난티 코브에서 바다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테라스 너머로 보이는 아침 해는 거대한 불덩이처럼,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어제 밤늦게 잠이 들었다. 이지은이 떠올라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넓은 리조트의 룸이 이렇게 아쉬운 것도 처음이었다.


잠이 덜 깨어 정신을 차리기 위해 테라스로 나갔다.


테라스에는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자그마한 개인 수영장이 딸려 있었다.수영장 옆의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웠다. 아나티 코브에서는 금연이지만, 발견된다 해도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내가 여기에 묵고 간 것조차 여기의 기록에는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불법이었지만, 암암리 호텔업계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비밀을 유지해야 할 일들이, 호텔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것을 거부하면 호텔은 불이익을 받았다.


담배를  모금 피우며, 냉장고에 있는 맥주와 안주를 꺼내 한 모금을 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피우는 담배 맛과 맥주는 더  나위 없이 훌륭했다. 테이블 앞에 설치되어 있는 미니 수영장을 보니, 서지은의 수영복 입은 모습이 생각났다.

서지은은 멋진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어제 밤에 여기에 같이 올 수 있었으면 정말 행복 했을 것이다. 그것이 오늘따라 너무나도 아쉬웠다. 여자에게 무덤덤해진 나에게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런 감정은 내가 아직 한창때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30대 후반은 아직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나이였다. 오늘까지 한동안 그걸 잊고 지냈다. 직장 생활은 은근히 그러한 열정을 좀 먹고 있었다.


간단하게 룸서비스를 시켜 식사를 하고, 욕조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서지은이와 함께 욕조 안에 들어와서, 와인을 시켜 놓고 해가 뜨는 바다를 보았다면 정말 낭만적이었을 건데, 이 넓은 욕조가 너무나 아까웠다.


리조트에서 빠르게 출발 준비를 마치고, 영생교의 정문으로 갔다. 오늘은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기에 서둘러야 한다.

약속시간 10분전에 미리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약속장소로 가고 있는데, 그곳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173의 훤칠한 키에,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금발 벽안의 웨이브 진 머리칼을  여성으로, 차갑지만 지적인 인상과 대비되는 강렬한 섹시함으로, 뭔가 비현실적인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은, 마치 스칼렛 요한슨과 샤를리즈 테론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였다. 어젯밤 꿈속에 나온 서지은의 땡땡이 수영복과 손을 흔드는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나도 모르게 외쳤다.

"설, 설마 지은씨?"

"네. 석균씨 깜짝 놀라셨죠. 헤헤."


"그 몸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제가 영생교 외부로 나가야 되니까. AFTER LIFE 사에서 외부에서 활동   있게,  몸을 잠시 빌려 주셨어요. 트루컴패니언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최신모델인데, 아직 일반에게 공개가 안 된 최고급형이라고 하더라고요. 헤헤."

트루컴패니언사의 최신의 최고급 모델이라니, 나도 모르게 궁금증이 생겨 외모를 자세히 바라 보았다. 핑크색 도톰한 입술은 마치 여성의 그곳을 상징하듯이, 도톰하니 도드라져 있는데, 눈매와 이어지는 코선은 날카로워, 지적인 느낌과 섹시한 느낌이 동시에 있었다.

최근의 트렌드가 적용되어 있어 외모는 섹시하지만, 천박한 느낌이 나지 않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진 얼굴이었다. 얼굴만 처다 보아도 이 안드로이드가 남성의 욕망을 일깨우는데 얼마나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는지, 나의 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에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지은씨가 부끄러운지 한마디를 했다.


"아이. 석균씨 아까부터 얼굴만 처다 보시는데,  얼굴에 뭔가 묻었나요?"


진짜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은 줄 알고, 얼굴을 거울로 살펴본 후 천사처럼 웃으며 물어보는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려  이상 지은씨 얼굴을 처다 볼 수가 없었다.

"아니요. 지은씨의 얼굴이 너무 예뻐서, 저도 모르게 계속 처다 보았네요. 죄송합니다."

"호호호. 석균씨도 참……. 부끄럽네요."

얼굴에서 눈길을 돌려 오늘 입고 온 옷을 바라보았는데, 소녀 취향의 꽃 무늬가 들어간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원피스 사이로 비치는 거대한 가슴의 굴곡과, 허리에서 내려오는 힙 라인을 본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지은씨는 새로 받은 몸이 마음에 드는지,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몸을 한 바퀴 회전 하였다.


회전하는 원피스 안의 거대한 가슴이 출렁이는 모습은, 아찔하다 못해, 온몸의 피가 아래쪽으로 쏠려 서 있기가 힘들었다. 오늘은 그나마 품이 넓은 바지를 입고 와서 다행이지, 지은씨에게 못난 꼴을 보일  했다.


"이 몸 정말 신기해요. 움직임이 마치 살아 있는 인간 같아요. 아니 진짜 인간보다  자연스러워요. 어릴 때부터 아파서 몸이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런 자유로움은 처음이에요. 달리기도 할  있을 것 같아요."

'오. 여신이여. 제발 나의 소원을 들어 주소서.'

나의 바램은 이우러졌다. 지은씨는 근처에 있는 나무로 뛰어가, 그 나무를 돌아 다시 왔다. 슬로모션으로 출렁이는  모습은 남성의 판타지  자체였다.  트루컴패니언 사의 안드로이드가  분야의 최고라고 하는지 이 순간 알 것 같았다.


"아~ 이 기분 최고에요. 헤헤"


나는 지은씨의 몸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아! 정말~ 지은씨의 몸은 정말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네요. 오늘 그 몸을 만든 회사를 인터뷰 한다니, 저까지 흥분되네요. 하하."

지은씨도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몸에 대해 품평했다.

"네. 저도  몸을 받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민감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놀라워요. 오늘 아침에 사워를 하다가 이 몸을 만져보고  민감함에 당황했어요."

"......."

사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뿐만이 아니라, 피부의 결을 따라 흐르는 물방울까지 느껴졌어요. 그리고 여성의 그런 부분까지 아주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어, 너무 부끄러웠어요. 헤헤."

나도 모르게 사워 하는 모습과 그녀의 부분을 상상해 버렸다.  여자는 위험한 여자였다. 나의 심장이 조금만 더 약했다면, 터져 버렸을 것이었다.


서지은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사용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는 듯, 순진하게 웃고 있었다.


그 순진한 얼굴로 사워를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뜨거운 물줄기가 아름다운 몸의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고, 바닥에 떨어진 물은 수증기를 피워 올렸다.  수증기가 서지은의 육감적인 몸을 은밀하게 감싸고 올라오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그녀는 물에 젖은 머리까락을 어깨위로 늘어뜨리고, 도톰하고 섹시한 입술을 내밀며, 나를 보며 순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자마자, 나도 모르게 다리 힘이 풀렸다. 나도 모르게 빈혈이 걸린 사람처럼 풀밭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은씨가 깜작 놀라 다가왔다.

"석균씨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신 것은 아니시죠?"


"아니. 괜찮습니다. 오늘 아침에 욕조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피가 아래로 쏠려 현기증이 난  같습니다."

아름다운 얼굴로 다가와서 걱정하는 모습은, 오늘 인터뷰고 뭐고  그만두고 서지은을 이끌고, 아난티 코브로 돌아가고 싶게 했다. 억지로 이성으로 욕망을 잠재우며, 가까스로 일어나 지은씨에게 말했다.


"지은씨.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너무 늦으면 비행기를 놓치겠습니다. 이제 출발 하시죠. 제가 택시를 부르겠습니다."

"아니 괜찮아요. AFTER LIFE 사에서 공항까지 태워 주시기로 했어요. 잠깐만요."


서지은의 말과 함께 검은색 리무진 승용차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우리가 차 앞에 서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운전석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지은씨를 뒷좌석에 에스코트를 하고 운전석 쪽으로 가서 문을 열려고 했다.

"석균씨. 이리오세요. 운전은 제가 하면 되요. 같이 뒷자리에 앉아서 가요. 헤헤."

갑자기 자신이 바보 같았다. 오늘 지은씨의 모습에 정신을  데 두고만 온 것 같다. 실수 연발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여기까지 나타났으면 당연히 자율주행차인데, 운전석에 앉으려고 하다니……. 그런데 이 자동차는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자율 주행차는,운전자가 타고나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알아서 가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차는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여기가지 오고 문도 열어주었다. 아직 발매가 안  최신식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인 것 같았다.

나는 뒷좌석으로 가서 서지은의 옆자리에 앉았다. 뒷자리는 리무진답게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좌석은 적당한 푹신함을 가져 편안하였다. 내가 지은씨 옆에 자리를 잡자, 차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공항을 향해 달려갔다.


"석균씨 음료 한잔 드실래요?"

"네. 뭐가 있는가요?"

"잠깐만요. 앗! 오랜지 같은 주스부터, 다양한 칵테일, 위스키까지 다양하네요. 뭐로 드시겠어요?"


"아침부터 위스키는 그래서, 저는 칵테일로 할게요. 지은씨는 뭐로 하실 건가요?"

"저는 사실 오렌지 밖에 못 먹어봐서, 칵테일은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석균씨가 하나 추천 해주세요."

"지은씨에게는 핑크레이디를 추천하겠습니다. 저는 바카티로 부탁드립니다."


나도 모르게 여성들에게 작업하는, 작업주를 그녀에게 권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좌석 앞부분에서 테이블이 나오며, 그녀의 자리 앞에는 핑크색이 아름다운 핑크레이디가 나타났고, 나의 앞에는 잘 익은 사과 빛깔의 바카티가 나왔다.


어떻게 자동차 안에서 칵테일을 만들어지는지 신기했다. 차안에 3D 프린트기기와 같은 종류의 음료 제조기계가 있는듯했다.


두 사람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칵테일을 마시며, 분위기에 취했다.

"핑크레이디가 달콤하니 맛있는데요. 한잔 더 먹고 싶어요."


여성이 핑크레이디의 달콤한 맛에 반해, 한잔 두잔 마시다보면 취해서, 결국 남자의 사냥감이 되어 버린다. 나도 모르게 옛날 버릇이 나와 버렸다.

"아무리 안드로이드 몸이 인간하고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알코올에 어떻게 반응 할지 모르니 오늘은 한잔만 마시죠. 곧 비행기도 타야 하니까요."

만일 이 안드로이드 몸이 남자들의 욕망을 위해, 술에 약하게 설정되어 있다면 곤란했다. 취한 지은씨를 데리고 비행기를 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함께 칵테일을 즐기는 것은 한국에 돌아오고 하는 것이 안전하다.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지은씨에게, 차안에서 노래를 틀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무슨 노래가 듣고 싶으신가요?"

"Whiskey And Morphine 라는 노래는 가능한가요?"

그 말을 하자 말자, 노래가 마법처럼 흘러나왔다.


"방금 칵테일도 그렇고 이 노래도 그렇고 신기하네요. 바로 생각만하면 실행이 되는 느낌인데요."

"네 맞아요. 차의 인공지능이 저와 연결이 되어있어, 제가 생각하면 바로 실행이 되네요. 마치  같은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차 같아요. 헤헤."


진짜 사후세계의 사람이 현세에서 활동하기 위해 만든 차일 수도 있었다. AFTER LIFE 사라면 충분히 만들고 남는다.

'AFTER LIFE 사는 내세의 사람이 현세에서도 활동을 하는 것을 꿈꾸는가?'


칵테일과 노래에 취해 우리는 공항으로 나아갔다.

공항에 도착하여 차에 내려 공항 로비로 갔다. 지은씨가 공항 로비로 들어가자, 비행기를 기다리는 많은 남자들의 고개가 서지은이 몸을 향하는 방향에 따라 움직였다. 남자들이 눈알을 돌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그녀의 몸은 남자들의 욕망의 정수였다.

칵테일이 들어가 약간 붉어진 서지은의 얼굴은 더욱 섹시하여, 남자라면 눈을 떼기 어려웠다.

칵테일을 한잔만 먹게 하길 잘했다. 예상대로 지은씨의 안드로이드 몸은 술에 약하게 설정된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에 써먹을  있는 좋은 사실을 알았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는 하네다로 출발했다. 거기서 두 시간을 기다려,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로 환승을 하였다. 비행기는 퍼스트 클래스로 예약되어 있어 좌석이 편안했다.


뉴욕까지 가는 긴 시간은 지은씨의 가족이나 지난 이야기를 하였다.

서지은의 집은 다정하고 지적인 부모님과 가족들, 부자는 아니지만 중상류층의 가정으로, 서지은의 병에도 불구하고 화목한 가정이었다.


지은씨가 아프지 않았으면 아마 현세에서 행복한 삶을 누렸을 것이다. 서지은이라는 여인이 평생을 병원에서만 지냈는데도, 일그러지지 않고 순수하고 바른 마음을 가진 이유를  수 있었다. 더욱 서지은에게 끌렸다.


잠시 외모에 팔려, 성적인 대상으로만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비행기는 뉴욕에 도착하였고, 뉴욕 공항에는 트루컴패니언사의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직원은 서지은의 얼굴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커진 눈에서 눈알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마치 짐 캐리를 여기서 다시 보는 것 같았다.

그는 곳 정신을 차리고, 우리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뉴저지로 향했다. 뉴저지에는 거대한 트루컴패니언의 공장과 본사가 있었다.

하루를 걸려 드디어 트루컴패니언의 본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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