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11. 트럭에 치이다.
*트럭에 치이다.*
뉴저지에서 하루 밤을 보낸 후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젯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낸 탓인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 힘들었다. 서지은도 헤어짐이 아쉬운지, 갈 때와 달리 비행기 내에서 말수가 적어졌다.
나와의 헤어짐이 아쉬운 건지, 새로 얻게 된 몸과의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건지, 그녀의 표정을 보아서는 알 수 없었다. 전자이길 바라지만 그래도 아마 후자가 더 클 것이었다. 나는 아직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가상현실인 사후세계가 잘 만들어져 있더라도, 자신의 육체를 가지고 현세를 여행하는 것은,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그녀는 모습에서 그러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묵묵히 창밖을 바라보던, 지은씨가 한마디를 던졌다.
" 석균씨 오늘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장거리 취재라 많이 힘드셨죠."
마음은 '서지은씨 당신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남자 체면에 그렇게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아닙니다. 시차적응 때문인지 어제 잠을 잘 이루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저도 그래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방에서 같이 잘걸 그랬어요."
"네?, 정, 정말이에요?"
서지은의 돌직구에 피곤으로 몽롱했던 정신이, 찬물 싸워한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들었다.
"네. 저도 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괜한 심술 때문에 일을 망쳐서 조금 속상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옆 좌석에 있는 서지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손을 빼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서지은의 손은 살아있는 인간의 신체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석균씨라면 첫 경험 상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심술부려서 미안해요. 석균씨."
세상의 때를 타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미 죽어서 그런 건지, 그녀는 지나치게 솔직했다. 아니면 우연히 얻게 된 안드로이드의 육체를 통해, 생전에 겪지 못한 첫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원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남자로서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의외의 상황에서 던져오는 돌직구가 내가 그녀에게 빠진 이유인 것 같다.
섹시한 얼굴과 몸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반칙이었다.
마음은 한국에 도착하면, 잠시 아나티 코브를 들렸다 가자고 말하고 싶지만, 이상하게 10대의 아이가 된 것처럼, 심장이 뛰어서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아닙니다. 제가 잘못한거죠. 이번에 좋은 기회를 놓쳤네요. 하하. 그런데, 취재를 마치고도 지은씨를 계속 볼 수 있을까요?"
그 말을 들은 지은씨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네. 석균씨가 영생교로 오시면, 바로 만나러 나올게요. 그때는 기.대.해. 주.세.요!"
나는 행복한 마음이 가슴 가득히 차올라, 가볍게 서지은의 몸을 안아주었다. 품속에서 떨리는 서지은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서로의 몸을 기대었다. 비행기 속에서 전날의 필로를 풀려는 듯, 함께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달콤한 꿈을 꾸다가 비행기가 착륙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각자의 짐을 챙겨서 나리타 공항에 내렸다. 우리는 나리타 공항에서 마치 신혼부부처럼 다정하게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앉았다. 손으로 서로가 이어져 있음을 확인 하였다.
나리타에서 영생교로 돌아가는 길은 눈 깜작 할 사이에 지나갔다. 돌아올 때는 갈 때 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영생교 정문에서 서지은과 헤어지기로 했다.
"지은씨. 이번 기획기사만 마무리되면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네 저도 기쁜 마음으로 석균씨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렇게 기분 좋게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때 갑자기 서지은이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석균씨. 죄송한데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애프터 라이프 사의 중요한 분으로부터 요청이 들어 왔어요. 다시 가상현실 룸에 들렸다 가시라고 말씀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갑작스런 서지은의 요청에 의아했다.
‘사주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인가?’
‘ 설사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안 될 건데. 왜 그런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서지은의 요청에 따라 가상현실 룸으로 들어갔다. 가상현실 룸 안의 등받이 의자에 앉자, 갑자기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코를 스치는 달콤한 향기와 은은한 붉은 조명이 비치는 킹사이즈의 침대에, 서지은과 단둘이 누워있었다.
서지은의 몸은 트루컴패니언사의 최신형 안드로이드 같은, 금발에 벽안을 가진 풍만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가상 세계 속의 그녀는 안드로이드 육체보다 더욱 리얼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녀는 트루컴패니언사의 전시실 유리상 자에 있는 하얀색 속옷을 입고, 온몸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진 채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소리와 거친 숨소리는 그녀가 나보다 더 흥분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녀 못지않게 흥분하였지만, 이런 일이 처음인 그녀를 위해서 천천히 리드하기로 했다. 우선 긴장한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볍게 안아 주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나의 포옹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떨고 있는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해 좀 더 강하게 안아주자, 그녀의 떨림은 천천히 가라않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말없이 가만히 안고 있자, 그녀의 몸은 떨림이 멈추고, 서서히 나의 손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나는 우선 그녀의 뺨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나의 가벼운 손길 하나에도 그녀는 민감하게 반응 하였지만, 손길을 멈추지 앉고, 뺨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머리카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착한 아이에게 칭찬 하듯이, 그녀가 나의 손길을 참고 견디는 것을 칭찬해 주듯이, 가볍게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그녀가 나의 손길에 익숙해 질 때 쯤, 그녀의 뺨을 쓰다듬던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나의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흠칫하였지만 순순히 나의 손길에 따라 고개를 나에게 향했다.
나는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달콤한 숨결을 느끼며, 입술을 살며시 그녀의 입술에 맞추었다. 1초도 안 되는 가벼운 입맞춤이었지만, 그녀는 몸은 크게 떨면서 숨소리가 매우 거칠어졌다.
그녀의 거칠어진 숨결을 따라 나의 숨결도 거칠어지고, 그녀의 입술에 좀 더 강하게 입술을 포갰다. 부드러운 입술이 나의 입술 아래서 바르르 떨리는 감촉은, 오랫동안 진정한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느낌을 좀 더 느끼기 위해 입술을 포갠 채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이렇게 입술을 포갠 채, 그녀가 자신의 첫 키스를 음미할 시간을 주었다.
서서히 그녀의 떨림이 멈춰 갈 때쯤, 혀로 그녀의 입술을 열어 그녀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혀와 혀가 서로 엉켜들어가자 서지은은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혀와 혀가 입안에서 서로의 쾌감을 찾아 부드럽게 애무 할 때, 나는 그녀가 이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알았다. 서로 엉킨 혀를 풀고 입술을 떼어낸 후 나는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그녀의 속옷을 벗길 준비를 하였다.
나의 몸이 그녀의 몸과 엉키자, 나의 성난 부분이 그녀의 허벅지에 닿았는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핫, 하아……."
그녀 등 뒤로 손을 밀어 넣어 브라의 걸쇠를 풀자, 자그마한 하얀 천은 나의 손에 의해 벗겨졌고, 그녀는 부끄러움에 몸을 비틀었다.
그녀의 비트는 몸의 동작에 따라, 거대한 가슴은 부드럽게 출렁이었는데, 그 출렁임의 파도의 꼭지는 폭풍 치는 바다의 마스트 돛처럼 우뚝 솟아, 파도의 흐름에 맞추어 좌우로 흔들렸다.
나의 손은 마스트 돛을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꼭지를 가볍게 휘감아 돌아가고, 그녀의 몸은 격렬하게 위아래로 떨기 시작했다.
그녀에 반응에 흥분한 나의 손은 그녀의 팬티로 내려갔고, 팬티를 묶는 리본이 풀어지자, 나의 손에는 자그마한 하얀 헝겊이 쥐어졌다. 헝겊은 그녀의 체액으로 흥건히 젖어 있어 촉촉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의 몸을 탐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풍경이 바뀌더니 가상현실 룸으로 바뀌었고, 나의 옆에는 크게 숨을 헐떡이는 그녀가 서있었다. 그녀는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였다. 그녀의 다리는 풀려 있어서 서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마치 지금 바로 바닥으로 쓰러질 듯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하아, 하아, 석균씨 이제 작업이 끝났어요. 하아. 이제 가셔야 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아아~ 아쉽네요. 이렇게 가야 한다니……."
"아마.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이 말을 하는 서지은의 얼굴은,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묘한 표정이 되었다.
"기사만 정리 되면 곧 다시 올게요. 그때는 오늘 마무리 못한 것 부탁드려요."
그 말을 듣고 서지은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이상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그녀에게 미안하다.
"그럼 다시 봐요~"
이 말과 함께 불러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서울로 올라갔다. 회사에 들려 취재 결과에 대해 편집장에게 보고하고 바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기사는 'AFTER LIFE 사의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가 사후세계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제목으로 6편짜리 기획기사로 제작되었다.
기사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으며, 동시에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올라갔다.
시리즈 기사의 마지막을 작성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편집장이 불렀다. 편집장은 자신의 편집실의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자네도 담배 한대 피우겠는가?"
"네. 감사합니다."
나도 담배를 꺼내 같이 피우기 시작했다.
"자네 이번 취재는 정말 잘해 주었네. 사주님도 엄청 기뻐하신다네."
"네. 감사합니다. 이것이 다 편집장님과 사주님 덕분입니다."
"아마 다음 인사 발표 때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야. 그런데, 잠시 나의 심부름을 해줄 수 있는가?"
"네. 말씀만 해주십시오."
"자네 청담동에 있는 내 오피스텔 알지?"
청담동에는 편집장의 세컨드가 사는 오피스텔이 있었다. 그녀를 위한 심부름을 시킬 것 같았다. 평상시에는 취재가 있다고 빠져 나갈 것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편집장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거기에 이것 좀 전달해주게."
상자의 크기로 보아 자신의 세컨드에게 주는 선물이 담긴 것 같았다. 순간 내가 이런 일도 해야 되는가 싶어 화가 났지만, 중요한 시기에 이런 사소한 것으로 편집장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연락 해둘 테니 바로 가보게."
작은 상자를 품에 넣고 편집장의 방을 나왔다. 방을 나오자마자 차를 몰고 청담동으로 향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을 늦은 시간에 방문하기는 꺼려졌지만, 빨리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번 특집기사로 쌓인, 며칠간의 피로를 풀고 자축하고 싶었다.
편집장 세컨드의 오피스텔은 방문자가 주차를 할 공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 근처에 있는 유일한 사설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다. 거기에서 지름길로 걸어서 오피스텔로 갔다.
초저녁의 밤길은 달도 없고, 아직 가로등도 켜지지 않아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오피스텔 주위 골목길은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오피스텔에 거의 다와 갈 쯤, 갑자기 대형차의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속에서 거대한 물체가 속도를 올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트럭의 돌진에 몸을 날려 피하려고 했지만, 조금 늦어 팔과 다리의 일부분이 트럭에 받혀 몸이 튕겨 나갔다.
트럭에 받힌 충격에 몸이 날아가 주변의 담벼락에 부딪힌 후,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나는 아픈 몸을 일으키며, 119를 부르기 위해 떨어진 핸드폰을 찾았다.
"X발, 어떤 X끼가 골목길에서……."
-끽.- - 부르르릉.......-
트럭은 내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았는지, 급정거를 한 후 급가속으로 후진하며 돌진해왔다. 트럭을 피하려고 하였지만, 아까의 충격으로 몸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트럭에 깔리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으아, 으아아악!! 으아아악!!!"
고통으로 가물거리는 정신에도 살기위해, 길옆으로 몸을 끌고 기어갔다. 후진하면서 한 번 나를 밟고 지나간 트럭이 이번에는 전진을 하였다. 트럭은 다시 한 번 더 몸을 밟고 지나갔다.
-빠지직.- -빠직.- -퍼억.-
뼈가 부서지고, 내장이 터지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