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21. 고블린과 전투를 하다.
*고블린과 전투를 하다.*
앵무 카파바라에게 죽임을 당한 고블린을 포식하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오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니, 이에 만족하고 로그아웃을 해야 할지, 조금 전 앵무 카파바라를 사냥한 고블린들을 따라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과욕을 부리다가 아까처럼 죽을 뻔한 상황을 맞이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런 일은 하루에 한번으로 충분했다.10여 마리의 나무창을 든 고블린은 위험했다.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맞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았다. 오늘 얻은 것만으로성과는 충분했다.
하지만 고블린이 들고 간 앵무 카파바라의 살코기와 고블린들이 탐이 났다. 그 정도의 고기의 양이면 다음번의 진화도 가능할 것 같았다.
아직 슬라임의 진화 기전은 잘 모르지만, 중형 동굴 슬라임으로 진화한 경험에 비춰보면, 먹이를 많이 포식할수록 진화에 유리한 것 같았다.
먹이를 많이 먹어서 슬라임의 덩치를 키워야 진화할 수 있다면, 이번 기회는 놓치기 아까웠다. 지금 상황은 고블린들과 앵무 카파바라의 살코기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좋은 찬스였다.
고블린들은 마침 앵무 카파바라의 사냥에 성공하여, 긴장이 풀어진 상태이다. 아마 그들은 기분 좋게, 자신들의 소굴로 사냥감을 들고 돌아가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등에는 앵무 카파바라의 고기를 잔뜩 짊어지고 있었다. 뒤에서 살며시 다가가 덮치면, 등에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앵무 카파바라의 고기 때문에, 습격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이것이 잘되면 고블린과 앵무 카파바라의 고기를 먹고, 단숨에 다음 단계로 진화를 할 수 있다. 만일 습격에 실패하여 도망을 가게 되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버리고 이익이 없는 추격은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여러 가지를 상황을 고려해 보아도, 손해보다는 득이 많은 계획으로 느껴졌다.
사실 오늘 충분한 소득이 있었으니,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게 현재로서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단번에 진화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욕심에 고블린 무리를 추격하는 것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
결국 신중한 마음은 욕심에 졌다.
빠르게 고블린들을 뒤를 쫒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이 떠난 지 좀 시간이 흘렀기에, 그 뒤를 쫒는데 는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이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걷고 있기에 이동속도가 느렸다. 결국 이들이 지하수로를 벗어나기 전에 겨우 따라 잡을 수 있었다.
이들이 시야에 보이자, 이들 눈을 피해 천장에 붙어 가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은 마침 무거운 앵무 카파바라의 고기와 창을 옆에 내려두고 쉬고 있었다. 습격하기에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천장에서 툭 떨어지며, 고블린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키키킥." "킥킥." 키킥."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불구하고, 고블린 무리는 당황하지 않고, 바닥에 놓아두었던 나무창을 들고 찌르기 시작했다. 슬라임의 촉수와 같은 손으로 창을 쳐내고 있지만, 한꺼번에찔러 들어오는 10개가 넘는 창을 쳐내기에는 무리였다.
몸통과 촉수들에 나무창들이 박히고, 몰캉몰캉한 육체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중형 동굴 슬라임의 생명력이 감소하였습니다.-
-중형 동굴 슬라임의 생명력이 감소하였습니다.-
생명력이 감소한다는 경고 메시지가 빠르게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창으로 찌르는 고블린을 잡아죽이기 위해 촉수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하지만, 느린 슬라임의 촉수로 녀석들을 잡기에는, 고블린들은 너무 빠른 녀석들이었다.
슬라임의 몸을 찌른 나무창은 산성 체액에 부식되기 시작하였지만, 이들은 그에 구애받지 않고 쉼 없이 나무창을 찌르고 있었다.
계속 싸운다면 산성 용액으로 나무창을 다 녹여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이미 슬라임의 몸도 갈기갈기 찢겨 걸레가 되어 있을 터였다.
굳이 더 이상 위험을 안고 싸울 이유는 없었다. 여기에서 죽으면 아까운 기회만 한번 버리는 것이다. 결국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을 갔다.
몸을 가볍게 하기고 빠르게 도망가기 위해, 위속에서 반쯤 소화된 고블린을 뱉었다. 아까웠지만 목숨이 먼저였다. 이대로 한 번의 생을 낭비 할 수는 없었다. 결정을 내리고 즉시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 녀석들도 슬라임을 잡으려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이미 사냥한 고기를 나두고 슬라임을 추격하기가 아까웠는지, 뒤따라오지는 않았다.
이쪽을 경계하며, 허장허세로 소리만 크게 지르고 있었다.
슬라임의 몸에는 창에 찔린 상처가 상당히 많았기에,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안전한장소를 찾았다. 지하수로에생긴 틈을 찾아, 몸을 숨기고 상처를 치료 했다.
얼마지 나지 않아,
-중형동굴 슬라임의 생명력이 감소하였습니다.-
라는 메시지는 멈추고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굴 슬라임이 상처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재생(소)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동굴 슬라임이상처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재생(소)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재생 관련 스킬 메시지가 뜨면서, 나무창에 찔린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괜히 고블린에게 덤볐다가 심한 상처를 입고 고통을 느꼈지만 나름 이득은 있었다. 재생 스킬이 다소 올랐고, 재생 스킬을 올리는 방법을 알았다.
어느 정도 상처가 치료되고, 생명력이 높아졌다. 이제는 슬라임에게 맞기고, 로그아웃을 해도 슬라임이 잘 알아서 활동을 할 것이었다. 슬라임의 본능 상 일부러 고블린을 찾아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슬라임은 그다지 공격적인 몬스터는 아니었다. 자신이 공격 받는 것이 아니면, 웬만하면 싸움을 회피했다. 그리고 식량 때문에 쫒아오지 않았던 고블린이 이제야 슬라임을 추적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돌아가서 오늘의 수확을 즐길 것이었다.
슬라임의 안전함을 확인하고, 판타지월드를 로그아웃을 하고 캡슐을 나왔다.
오랫동안 접속해 있었는지, 아침에 접속 했었는데,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한밤중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오래 캡슐에 접속해 있었다.
배가 고파 식당으로 가니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지은이가 남긴 쪽지가 놓여 있었다.
-석균씨 오늘 고생하셨지요. 제가 간단하게 먹을 것을 준비 했어요. 간단하게 식사하시고 주무세요. 저는 먼저 잘게요. 그럼 내일봐요.-
일부러 식사를챙겨준 지은이가 고마웠다.
간단하게 식사하고 씻은 후 잠이 들었다
*
아침은 지은이와 같이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은이는 어제 있었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앵무 카파바라의 내장을 먹었을 때에는, 이제는 정말 죽는구나 하고, 눈앞이 깜깜했어요. 하하"
"석균씨.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슬라임으로 오래 살아남으면, 여러 가지 특성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천천히 가더라도 오래 살아남는 게, 더 이득이에요."
"저도 욕심에 너무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앵무 카파바라 덕분에, 독저 항에 관련된 특성을 얻어서 다행입니다."
"음. 석균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투토리얼에서는 석균씨가 사용하는 아바타의 스킬이 올라가면, 그것이 유저에게 특성으로 부여되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슬라임의 스킬을 올리는 위주로 플레이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에요. 슬라임이 가진 스킬 중에서 가장 탐이 나는 스킬이 재생인데, 재생을 스킬을 올리려면 상처가 나야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상처가 날려면 전투를 해야 하니까요. 결국 고블린들과 다시 전투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전투를 하지 않고, 몸에 상처를 낼 방법은 없을까요?"
"날카로운 무기가 있으면 그게 가능 할 것도 같은데, 지하수로에는 무기로 삼을 만한 것이 없더군요. 무기가 있다고 해도 산성 용액에 닿으면 금방 삭아서, 어차피 오래 사용도 하지도 못할 거예요. 아쉽지만 그런 방법으로 재생스킬을 올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음. 그럼 결국 고블린과 전투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다른 방법은 진화를 하는 건데, 문제는 진화를 하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동굴 쥐를 잡아서는,더 이상 슬라임의 덩치를 키우는 것은 힘들어요. 진화를 할 수 있을 만큼 슬라임의 덩치를 키우려면, 결론적으로 고블린이나 앵무 카파바라를 사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
"어떻게든 고블린과의 전투는 피할 수가 없어요. 결국 고블린이나, 앵무 카파바라를 잡을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런데 느린 슬라임으로는 민첩한 고블린이나, 덩치가 큰 앵무 카파바라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게 문제죠. 가까이 접근하면 고블린이 가진 긴 창에 찔리거나, 앵무 카파바라에 밟혀 죽을 수도 있으니 가까이 다가 갈 수가 없죠."
"........"
"제가 플레이하는 슬라임이라는 몬스터는 먹이를 삼키는 것 말고는, 근접해서 공격 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히 없어요. 고블린들은 단체로 몰려 다녀서 한마리만 떨어져서 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앵무 카파바라는 중형 슬라임으로 포식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요."
"음……. 그럼 포식 말고, 슬라임에게 다른 공격수단이 필요 하다는 거군요. 그리고 근접 전투는 불리하니, 이왕이면 원거리 공격수단이 좋겠네요.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RPG게임에서 슬라임이 사용하는 공격 중 하나인데요……."
"어떤 공격인가요?"
"그게 산성 용액을 적에게 품어내는 거예요."
"적에게 산성 용액을 품어 낸 다라……."
"슬라임은 포식하면, 뱃속에 있는 산성용액으로 먹이를 녹여서 소화하잖아요."
"그렇죠."
"그 산성용액을 멀리 쏘아 보낼 수 있다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슬라임의 뱃속에는 소화를 위해 산성용액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품어 낼 수 있다면, 고블린에게는 충분한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형 동굴 슬라임의 위장에 있는 위액이 중산이므로, 고블린의 피부를 녹일 정도의 위력은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위액을 뒤집어쓴다면 고블린들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한번 시도를 해볼 가치는 있어 보였다.
판타지 월드에 접속하면, 동굴 쥐를 상대로 산성용액을 쏘아 보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고블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공격 기술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