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24. 거대 동굴지네와의 사투. (24/211)



〈 24화 〉24. 거대 동굴지네와의 사투.

*거대 동굴지네와의 사투.*


오랜만에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후, 근처에 호수가 보이는 카페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후세계에 와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지은이와 제대로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고급 레스토랑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이제 애인이라 부를 수 있는 남자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기분 좋은 듯했다. 그동안 게임에 빠져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지은씨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 동안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해요."


"아니에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을 이해해요. 저는 그것보다 석균씨가 여기 생활에 빨리 적응해서 기뻐요. 누구라도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굉장히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다 지은씨 덕분입니다."


"석균씨가 빠르게 여기 생활에 적응하고, 이렇게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질  있어서 행복해요. 그동안 사실 외로웠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은씨가 없었다면 쉽게 여기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이곳에서 함께 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게  것은 아쉽지만, 여기의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살아감에 있어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사는지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가끔 이것을 잊고 산다. 그리고 헤어지게 된  후회하는 것이었다.

호수에 비치는 황금 빛 석양이, 골든아워의 진한 코발트색으로 변해 갔다. 이제는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 갈 때가 되었다.

나의 룸 안에 있는 킹사이즈 침대는 아직  다른 주인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은이와 한집에서 같이 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죽음을 맞이한 후, 이곳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런 감정을 가지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했다. 지은이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
지은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다시 판타지 월드에 접속을 했다.

대형 동굴 슬라임으로 진화되면서 몬스터로서 상당히 강해졌다. 지하수로 안에서는 위협이 될 만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이번 기회에 지하수로의 내부를 자세히 탐험을 해보기로 했다.

이제까지 슬라임으로 활동한 반경을 생각해보면, 그동안 상당히 좁은 구역에 한정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그 동안은 굳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않기 위해, 아는 지역만 다녔지만 이제 강해진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하수로의 맵을 만들며 지하수로를 조사하였다. 지하수로에 물이 흐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거주민이 사라진 고대 도시의 지하수로 같았다. 지상의 고대 도시의 유적이 규모가 큰지 수로 안이 대단히 넓었다.


지하수로의 중심으로 들어가자, 지하수로는 여러 길로 갈라지고 미로처럼 복잡해졌다. 그리고 새로운 몬스터들도 만날  있었다.


종족- 동굴 전갈

동굴과 지하수로에 사는 전갈로 크기는 50~60cm정도로 크지 않으나, 상당히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다. 주 먹이는 동굴 쥐나 슬라임  작은 동물들로, 꼬리에 달린 독침으로 중독 시킨  잡아먹는다.

초보 모험가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녀석으로, 던전 탐사 시 해독 포션을 지참하는 것을 권장 한다.


동굴 전갈은 슬라임의 상위 포식자였다. 아직까지 이 녀석을 만나지 않은 것이 행운이었다. 검은 색의 단단한 갑각을 지녀, 일반 동굴 슬라임으로서는 상대하기 까다로워 보였다. 하지만 대형 동굴 슬라임으로 진화한 나에게는 손쉬운 상대였다.

우선  거리에서 산성용액을 쏘아 보냈다. 녀석의 갑각은 산 저항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쏘아 보낸 산성 용액에 저항을 했다. 그러나 대형 동굴 슬라임이 만들어내는 산은 강산이었다.

처음 한두 번은 버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원거리에서 산성용액을 몇  맞으면, 다가오는 사이에 동굴전갈의 갑각이 녹아, 탐스러운 속살을 드러내었다. 그럼 한입에 꿀꺽 삼켰다.


녀석이 자랑하는 무기인 독이 있는 꼬리를 사용할 기회도 없었다. 껍질을 녹여내고 속살을 맛보면, 동굴 전갈은 바다 가재와 비슷한 맛이 났다.

슬라임의 포식자였던 동굴 전갈이 지하수로에서 가끔씩 맛볼 수 있는 별미가 되었다. 먹이사슬의 파괴자가   같아 기분이 좋았다.


동굴 전갈은 맛있는 별미 외에도 또 다른 쓰임이 있었는데, 독 저항(중) 스킬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어느 정도 동굴 전갈을 다루는데 자신감이 생기자 죽이지 않고, 독 저항을 올리는데 이용을 하였다.


촉수로 동굴 전갈을 잡고 있으면 동굴 전갈은 몸을 버둥거리며, 꼬리에 있는 독침으로 슬라임의 몸에 독침을 박아 넣었다.


-대형 동굴 슬라임이 동굴 전갈의 독에 저항합니다.-

-독 저항(중) 스킬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대형 동굴 슬라임이 동굴 전갈의 독에 저항합니다.-

-독저항(중) 스킬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동굴 전갈은 독낭에 저장된 독을 다 사용  때까지 열심히 독침을 찔러 주었고, 독낭의 독을 다 사용한 녀석은 맛있는 간식이 되어 주었다.


이러한 동굴 전갈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하수로에서 만나기 쉽지 않을 정도로 개체수가 적다는 점이었다. 지하수로에서 가끔씩 맛보는 별미가 되었다.


이렇게 동굴 전갈로 독 저항을 올리며, 넓은 지하수로를 탐험 하였다. 고대 도시의 지하수로라는 말이 어울리게, 다양한 고대의 유물을 발견  수 있었다. 메뉴의 설명대로 플레이어들이 가끔씩 모험가가 되어 이곳으로 들어오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템- 고대 병사의 한손검


이미 멸망한 도시의 병사가 사용하던 한손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칼집과 손잡이는 부식되다. 하지만,  칼날은 고대의 제련기술로 제련되어, 쉽게 부식되지 않는다. 아직도 그 칼날에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다.


칼집과 손잡이만 수리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한손검의 상태가 좋다. 직접 사용해도 좋고, 대장장이에게 좋은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다.


내구도- 중. 위력-중.

상당히 괜찮아 보이는 검이었다. 지금은 슬라임의 몸이라 사용 할 수는 없지만, 내가 검사나 전사가 된다면 상당히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었다. 여기에 지내는 동안에  이런 괜찮은 아이템들을 모아두기로 결정을 했다.

나중에 인간형 몬스터의 몸을 가지게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아오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세상은 모르는 일이었다. 이 고대 도시의 근처에서 몬스터로 플레이를 하게 될지, 근처에 고블린들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아이템- 고대 도시의 어느 귀족 부인의 목걸이

폐허만 남은 도시의 지하수로에서 발견된 목걸이. 어떻게 지하수로에 있게 되었는지는  수 없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도시의 귀부인이 착용하던 목걸이이다.


오랫동안 지하수로에 파묻혀 있었지만, 아직도 그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고대의 뛰어난 세공기술로 세공되어 있어 상품가치가 높다.


내구도-하. 가치-상. 부가기능- 없음.

지하수로에는 많지는 않지만, 고대 도시의 유물들이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지하수로를 돌아다니면서, 이러한 보물들을 모아 나만의 보물 창고를 만들었다.


슬라임의 덩치도  이상 커지지 않고, 독 저항 외에는 따로 올리는 스킬이 없었다, 슬라임으로서는 이것이 한계인 것 같았다 이렇게 .소소하게 발견되는 보물이 지하수로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되었다.


이 대형 동굴 슬라임은 드래곤은 아니지만, 드래곤처럼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곳에 보물을 쌓아 두니, 나름 지하수로를 수색하여 보물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지하수로에 보물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모아가다 보니 상당량이 모였다. 그중에는 마법이 걸린 보물도 있었다. 투토리얼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게 된다면 여기를 찾아오고 싶었다. 다시 이곳을 찾으면 대박일 것이다.

이렇게 보물들을 찾으며 지하수로를 다니다, 예상치 못한 강적을 만났다.

종족- 거대 동굴 지네


중형 동굴 지네가 오랜 세월을 거쳐 탈피를 하면, 대형 동굴 지네로 진화 할 수 있다. 거대 동굴 지네는 지네 종족 중에서, 소수만 진화할 수 있는 희귀한 개체이다. 모험가가 실제 동굴이나 지하수로에서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강한 독을 가지고 있어, 중견 모험가도 위험 할  있다. ※주의 요망※


많은 다리를 가지고 빠르게 이동하므로 회피도 쉽지 않다. 머리에 극독을 가진 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히 머리에 주의하여야 한다. 두꺼운 갑각으로 몸을 보호 하고 있어, 도검류로는 타격을 주기 힘들다. 철퇴와 같은 타격무기 추천. 불 마법에 약하니 토벌 시에는 마법사 동반이 필수.

거대 동굴지네도 슬라임을 발견하였는지,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먼저 이족에서 산액용액을  방 날려주었다. 껍질에 산성용액이 묻어 타는 냄새가 나지만, 두꺼운 갑각을 가지고 있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모양이었다.

거대 동굴지네는 빠르게 다가와서 슬라임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독이 있는 거대한 턱으로 슬라임의 몸통을 물었다.


-대형 동굴 슬라임이 거대 동굴지네의 극독에 중독 되었습니다.-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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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이 감소한다는 메시지가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순간 거대 동굴 지네로부터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으나, 금방 머리에서 지워 버렸다.

메뉴에 나온 설명대로라면 거대 동굴지네는 슬라임보다 이동속도가 빠르다. 거대 동굴지네로 부터는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망은 포기하고 공격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거대 동굴 지네와 대형 동굴 슬라임은 몬스터로 본다면 동급이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대어봐야 했다.


슬라임의 강점은 산성용액이다.  산성용액에 거대 동굴지네를 담가서 통째로 녹여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이었다. 우선 슬라임의 몸에 독액을 품어내는 지네의 꼬리에서부터 삼켰다.

거의 2미터에 달하는 지네의 몸통을 집어 삼키자, 슬라임의 몸은 거의 두 배로 커졌다. 거대 동굴지네는 슬라임의 뱃속에서 몸부림을 치며, 뱃속을 계속 물어뜯었다.

-대형 동굴 슬라임이 거대 동굴지네의 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대형 동굴지네의 격렬한 저항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생명력이 빠르게 감소합니다.-


이렇게 생명력이 감소한다는 메시지 사이에 가끔씩,

-동굴 슬라임이 상처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재생(중)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생명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재생 스킬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빠르게 감소하는 와중에도 조금씩 생명력을 올려주었다. 가뭄의 단비와 같앗다.

이제부터는 동굴 지네와 슬라임이 누가 먼저 죽는가를 겨루는, 버티기 싸움에 들어가게 되었다.

슬라임이 지네의 갑각과 살을 녹이는  먼저가 될지, 지네의 극독에 슬라임의 생명력이 바닥나는 게 먼저가 될지, 한쪽이 죽어야 끝이 나는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지네와 나는 고통 속에 서몸부림쳤다. ‘차라리 죽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도망가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슬라임의 강산 용액과 재생(중)스킬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요란한 경고 메시지가 계속 흘러가고 ‘이제 마지막인가? 그래 오래 버텼어.’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동굴 슬라임이 거대 동굴 지네의 독에 저항합니다.-


-독 저항(중) 스킬이 대폭 상승합니다.-

-독 저항(중) 스킬이 독 저항(대)로 변화 하였습니다-.

-특성:  저항(소)가 독 저항(중)으로 변화 하였습니다.-


붉은 경고 메시지가 사라지고, 스킬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거대 동굴 지네와의 싸움은, 이것으로 결과가 정해져 버렸다.


거대 동굴지네의 독의 더 이상 피해를 주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려갔던 생력명은 재생스킬에 의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철옹성 같던 거대 동굴지네의 갑각도 조금씩 녹기 시작하여, 결국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꺼운 갑각이 사라지자, 거대 동굴지네는 빠르게 소화되기 시작하였다. 살았다는 기쁨과 거대 동굴지네를 물리쳤다는 승리감에, 슬라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슬라임에게 성대가 있었다면, 승리의 함성이 지하수로에 크게 울려 퍼졌을 것이다.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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