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9. 영원한 삶에서 아깝지 않은 것. (29/211)



〈 29화 〉29. 영원한 삶에서 아깝지 않은 것.

*영원한 삶에서 아깝지 않은 것.*

게임에서 강제종료를 당해 캡슐로 나왔다. 마지막 순간에 기사의 검에 몸이 두쪽으로 갈라지는 감각은, 너무나 생생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았다. 한동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게임이 강제 종료된 후에도 오랫동안 죽은 것처럼 캡슐 안에 누워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내가 아닌 대형 동굴 슬라임이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슬라임과 연결이 동기화 되어서 슬라임의 죽음이 마치나의 죽음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현재 내가 사후세계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나는 죽음을 겪고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다.

영생교 취재 마지  지은이와 함께 가상 세계 룸에 접속 했을 때, 백업되어 있던 정신이 사후세계로 업로드  것이었다. 나의 영혼은 실제로 죽음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나의 정신은 트럭에 치여 죽은 이석균의 영혼이 아니었다.

실제로 죽어서 사후세계로 온 것이 아니기에, 죽음을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다.

슬라임으로 겪은 죽음의 느낌은 너무나도 리얼하여 실제 죽음을 겪은 것만 같았다. 이것이 게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죽음에 대한 충격은 예상외로 컸다, 다시 이러한 상황을 겪는 것이 두려워졌다. 판타지 월드 게임에 접속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이미 죽은 사람이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끼다니, 참 아이러니  일이었다. 다음번에 다른 몬스터의 몸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번처럼 강제로 로그아웃을 당할 때까지 과감하게 플레이는 하지 못할 것 같다.

다음번에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강제 종료가 아닌, 스스로 로그아웃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고통과 충격이 컸다.

그곳에서 겪은 고통과 충격이 컸던 만큼 그를 통해 얻은 것은 많았다. 올리기 어려웠던 재생스킬을 이번 전투로 올린 것이다. 덕분에 재생 특성도 같이 올랐다.

이번처럼 과격한 전투는, 고블린들의 목책을 공격하면서 경험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블린과의 전투는 빠져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하는 전투였다.

그래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전투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한 재생스킬에 의해 회복되었지만 재생스킬 자체는 잘 오르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거의 빈사 상태가 되어 죽음의 목전까지 같았다. 죽음의 목전에서 되살아 날  재생 스킬의 상승이 있었다.

대형 동굴 슬라임 토벌단과 벌린 생사가 오고가는 전투가, 재생스킬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영향을 주었음에 틀림이 없다.

살기위한 몸부림.

그것이 재생스킬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극한의 고통을 맛보면서 얻은 특성-재생(중)은 그래서 남달랐다. 이 특성은 앞으로 겪게 될 생사가 오고가는 전투에서  도움을 줄 것이었다.

그리고 50,000달러.

아바타의 가격이 비싼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법사를 죽인 보상이 50,000달러라는 것은 놀라웠다.

내가 죽인 마법사 아바타의 가격이 100,000달러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억이 넘는 돈이었다.

판타지 월드 게임에서 아바타에게 유저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 한다는 것은 잭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고가의 아바타를 죽이고 벌어들인 돈은 보니 느낌이  달랐다. 유저가 아바타에게 특수한 직업이나, 스킬, 그리고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슬라임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특성인 중산 생성, 산 저항(중), 독 저항(중), 재생(중)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었다. 수십억의 가치가 있을 수도 , 아니 수백억대의 가치를 지닌 특성들일 수도 있었다.

특히 특성 중 재생(중)의 경우는, 그 희귀성과 유용성을 생각한다면, 가치를 매길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아직 투토리얼로 이러한 특성을 얻을 수 있는 목숨이 두개나 남았다. 안유진 부회장이 나에게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준 것이었다. 안유진 부회장은 별 의미 없이 지시한 것이겠지만, 그것을 따라야하는  관리자인 잭의 입장은 달랐다.

판타지 월드의 직원들이 내가 여신님의 총애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강력해진 몬스터로 유저들을 사냥한다면, 그 수익이 엄청날 것이다. 그러면 지은씨에게 이야기 한대로 보다 큰집, 세계적인 갑부들이이 사는 고급 주택지에, 저택을 사서 이사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 죽음의 고통과 충격을 잊을 만큼,  보상도 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지은이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소파에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 했다.

"석균씨? 오늘 무슨일이 있었어요? 오늘 따라 평상시와 다르게 힘이 없어 보여요."

"하하. 오늘 그동안 플레이 했던 슬라임이 죽었습니다."

"어쩌다가요?  동안은 별일 없었잖아요. 지하수로에 슬라임에게 위협이 될 만한 몬스터들도 없지 않아요?"

"슬라임을 처리하기 위한 토벌단이 왔어요. 그동안 제가 그곳에서 너무 설치긴 설쳤죠."

"근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요? 그동안 그 슬라임에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네요."

"그것도 있지만, 마지막에 죽임을 당할 때의 충격이 너무 컸어요. 마치 진짜 죽는 것 같은 느낌이라, 아직도 그 충격에서 못 벗어나고 있네요."

"그 정도로 충격이 큰가요?"

"네. 죽어서 강제 종료  때까지 싸웠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충격이 크다면, 한번 죽임을 당한 유저가 다시 게임을 시작하기 쉽지 않겠는데요? 판타지 월드를 계속하는 사람들이 신기하네요. 하하."

"아. 유저에게 일정 이상의 고통이 주어지면, 고통이 경감되는 기능이 있어요. 석균씨의 경우는 몬스터의 몸을 아바타의 몸으로 사용하기에, 그 기능이 적용이 안 된 모양이네요."

"그 기능은 적용되어 있었어요. 그래도충격이 크네요."

"보통 유저들은 죽기 전에 고통을 참지 못하고 로그아웃을 해버려요. 아니면 관찰자 모드로 전환을 해버리지요. 석균씨처럼 강제종료 될 때까지직접 아바타의 몸으로 사우는 유저는 거의 없어요."

"그런가요? 그때는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화가 나더군요. 받은 만큼 돌려주고, 뭐라도 얻기 위해서 무리를 했어요."

"그나저나 몸은 괜찮아요? 제가 안마라도 해드릴까요?"

나를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그래서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성격과 상냥한 성품을 가진 그녀는 나에게는 과분한 여자였다.

"아. 고마워요. 그렇게 해주면 고맙죠."

지은이가 손으로 몸을 꾹꾹 눌러 주었다. 그녀가 제대로 안마를배워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만져주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안마가 끝나자 그녀를 소파로 끌어 당겨, 나의 옆에 앉게 했다. 그녀가 해준 안마에 대한 보답으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머리를 만져주는 손길이 좋은지, 가만히 그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이러한 반응에 나도 모르게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한 손놀림은 그녀의 귀밑을 지나, 그녀의 머리 결을 따라 어깨로 내려갔다.

그렇게 머리 결을 따라 등으로 내려간 손은, 그녀의 척추 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지 시작했다. 나의 부드러운 손길에 그녀가 몸을 움찔 거리기 시작했다.

손은 부드럽게 등의 굴곡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고, 등에 머물던 손은 허리에, 그리고 허리에서 꼬리뼈까지 내려갔다.

꼬리뼈 주위를 손으로 쓰담으며, 부드럽게 앙증맞게 솟아나와 있는 둔부를 살짝 스치듯 지나갔다. 그녀의 움찔거림은 이제 격렬한 떨림으로 바뀌었고, 달뜬 신음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하아, 하."

장난은 이제 그만 두어야겠다. 만일 손이 꼬리뼈에서  아래로 내려간다면, 여성의 그 부분이 나왔다. 그때는 나도 그녀도 더 이상 참지 못할 것이다.

그녀를 가볍게 떼어 놓으며, 그녀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오늘 안마해 준거에 대한 보답이에요."

싱긋 윙크를 하면 말하자, 지은이는 그제야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 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위해 판타지 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은 힘든 하루였지만, 그래도 얻은 게 많아서 힘들진 않아요. 우선 재생 특성이 (중)으로 올랐습니다. 한동안 재생스킬이 오르지 않아서, 슬라임의 생에서는  이상 재생 특성을 올리지 못할 줄 알았어요."

"어머!  되었네요. 축하해요."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어요. 플레이어의 아바타를 처치한거에 대한 정산금액으로 50,0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하하."

"오. 오만 달러요. 와……. 엄청난데요."

"그러게요. 마지막에 마법사를 한명 처치했는데, 정산 금액이 그 정도가 나왔네요. 저도 마법사가 그렇게 비싼 아바타인지는 몰랐어요."

"저도 판타지 월드의 아바타가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비싼 아바타는 처음 들어봤어요. 초보들 중에는 그 정도로 투자하는 분들은 드물거든요."

"뭔가 특수한 스킬이나, 특별한 점이 있는 아바타였겠지요. 그때 마법사를 처치 할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어요. 이렇게만 벌면 지은씨를 위한 저택도 금방 사겠는데요. 저택에 수영장도 만들어 매일 같이 수영하죠. 그때를 위해서 오늘은, 저번 몰디브에서 입었던 땡땡이 수영복이나 사러 갈까요. 하하."

지은이는 말없이 얼굴만 붉혔다. 그녀를 그만 놀리고 저번에 가보기로  타이 레스토랑으로 예약을 했다. 돈은 쓰려고 버는 것이다. 사후 세계에서는 굳이 저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영원한 삶은 영원한 젊음을 의미했다. 말년의 비참한 죽음은 없었다.

그리고 애프터 라이프사에서 제공하는 기본소득은 이곳에서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게 했다. 여기에서 버는 돈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였다.

영원한 젊음이 계속되는 사후세계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