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30. 거미로 다시 시작 하다.
*거미로 다시 시작 하다.*
슬라임이 죽은 후 그 후유증으로 며칠 동안 판타지월드 게임에 접속 하지 않았다. 정신적인 충격에는 휴식이 필요했다. 마침 지은이도 판타지월드에 휴가를 얻어함께 사후세계에 있는 도시를 구경 했다.
사후세계에 세워진 첫 도시의 이름은 New Heaven이었다. 로스엔젤리스나 뉴욕, 뉴햄프셔, 뉴올리언스 같은 비슷한 한 작명이었다. 이곳에 새로운 천국을 건설해 놓았다는 의미였다.
아직은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주민의 숫자까지 합하여 20~30만 인구의 소도시였지만, 조금씩 인구가 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새로운 건물도 새로 생기고, 유명한 맛집 및 쇼핑센터도 들어섰다.
우리가 여기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오픈 베타 서비스에 참가한 사람 중 사망자가 계속 생기고 있었다. 그중에는 각종 분야의 유명인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사후 세계에 오는 티켓을 먼저 끊기를 원했고, 그런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선택이 되었다.
현재 New Heaven에 이주해오는 사람들은 세 가지 종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계적인 갑부이거나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사람, 아니면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었다. 이들로 인해 도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으며,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더 풍요롭고 번화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변화하는 도시를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아직 도시에는 주민이 많지 않아,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보다 공원이나 호수 등의 녹지가 많았다. 연인들이 함께 피크닉을 갈만한 장소들이 많았다.
아침이 되면 지은이가 준비 한 도시락을 들고 공원으로 갔다. 따사로운 봄볕을 맞으며, 아름답게 피어 있는 꽃들을 보았다. New Heaven에는 꽃들이 많았다. 언제나 봄과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도시였다.
추가적으로 가을이나 겨울, 여름 계속되는 도시도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럼 가볼 곳이 더 늘어 날 것이었다. 주민들이 늘어나는 속도로 보아 그날들이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여기는 현재 늘 봄과 같은 날씨라서, 언제나 피어나는 꽃들로 공원은 아름다웠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서 호수를 보며, 지은이의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을 먹었다. 이 10만 헥타르에 이르는 넓은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이 넓은 공원을 둘이서 전세를 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아름다운 곳에서, 여유롭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이곳 생활의 매력적이었다.
New Heaven이라는 도시는 이럴 때에는, 그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공원에서 피크닉은 한 후 여느 때와 같이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 하였다. 저번에 마법사를 잡은 돈도 있었고, 그 동안 사냥한 모험가들을 통해 번 돈도 상당했다.
그래도 지은이는 이렇게 매번 고급식당에 가는 것에 미안해했다. 하지만 그녀가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는 말이 이 때 잘 어울렸다. 이곳에서 그녀에게 돈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병원에 있어서, 야외에 피크닉을 가는 것도, 이렇게 멋진 레스토랑에 오는 것도 처음이었다. 나도 고급 레스토랑에 갔던 것은 업무의 목적이나 접대를 받기 위해 간 것이라, 사실 그곳이 그리 즐거운 자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사귀었던 여자들은, 이런 곳에 자신을 데리고 오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자신은 당연히 이러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그것을 못한다면 자신과 사귈 자격이 없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여자들만 만나다가, 지은이처럼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사주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겼다.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다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보다는,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고 고마워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즐거운 법이다.
매번 둘만의 저녁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손님과 같이 왔다. 지은이가 사후세계에서 처음 사귄 친구로, 오늘의 식사자리는 나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주기 위한 자리였다. 레스토랑의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들어 왔다.
키는 170이 넘는 것 같은 키에, 하이힐 신고 있어 모델같이 키가 커보였다. 말라 보이는 슬림 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큰 가슴과 힙은 매우 육감적인 느낌을 주었다.
힙 정도만 가리는 짧은 치마와 미스매치 되는 깔끔한 정장 차림은, 그녀의 섹시함을 더욱 배가 시켰다.
웨이브 진 금발이 어깨 밑으로 내려와 있었고, 하얀 피부는 백설보다 깨끗했다. 눈은에메랄드빛에 큰 눈망울은 꽃사슴처럼 순진해 보였다. 흠잡을 곳 없는 오뚝한 코가 사랑스러웠다. 조금 큰 입술은 도드라지게 나와 있어, 순진함과 사랑스러운 얼굴에 섹시함을 더했다.
예전에 지은이가 사용하였던 트루컴퍼니언사의 안드로이드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의 욕망을 자극시키는 외모였다.
잠시 그녀의 모습에 멍하니 쳐다보다, 옆에 지은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고 바로 눈을 돌렸다.
"석균씨는 엉큼해요! 여자 친구의 친구에게 한눈을 팔다니. 우우. 석균씨는 역시저런 스타일 좋아하는군요. 나도 돈을 많이 벌면 멋진 모습으로 변신 할 거예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지은이가 진짜로 화가 나서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친구의 예쁜 모습에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여자들의 친구 관계라는 게 원래 이런 것이었나, 하고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빨리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수습했다.
"지은씨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굳이 외모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지은씨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나는 무난한 답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럼 석균씨는 아직 덜 자란 몸을 좋아하시는 거군요. 석균씨가 로리타 스타일을 좋아 할 줄은 몰랐어요. 우우."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다. 그녀가 뭔가 장난을 치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곁으로 다가온 아름다운 여인이 말을 걸었다.
"지은아. 이제 그만 장난치고 남자친구 소개 시켜줘야지. 남자친구가 계속 당황하잖아."
"헤헤. 석균씨 이쪽은 제 친구인 안젤라예요. 제 친구 예쁘죠?"
예쁘다고 하면 지은씨에게 또 놀림을 당할 것 같고, 본인이 있는 앞에서 안 예쁘다고 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이때는 먼저 키고 나가야 한다. 계속 말려들면 나만 손해였다. 그래서 재빠르게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은씨의 애인인 이석균이라고 합니다."
이 말이 정답이었다. 애인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지은이는 몸을 배배꼬고 있었다.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지은이가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직접 만나보니 지은이가 자랑할 만하네요. 호호."
"내가 언제 그렇게 자랑을 했다고 그래~ 애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늘의 자리는 지은이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친구에게 자랑하기 위한 자리 같았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기분이 좋아졌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녀가 그만큼 나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는 말이었다.
"석균씨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기자 생활을 하셨다면서요."
"하하. 부끄럽습니다.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그 시절에 좀 더 올바르게 살았으면 하고 후회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후회하는 일은 너무 늦게, 지은씨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지만요. 지은씨를 미리 알게 되었다면, 저의 전생이 보다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기자로서의 임기응변으로 지은이의 얼굴에 금칠을 해 주었다.
"헤헤."
지은이는 이 말에 기분이 좋은 듯했다.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이거 정말 질투 나는데요. 지은이 너 이러려고 나를 불렀지. 이러면 내가 석균씨를 진짜 빼앗아가 버린다."
"너, 너, 너……."
지은이는 갑자기 말을 더듬었다. 지은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었다. 안제라가 나를 대신해서 계속 장난을 치는 지은이에게 한방을 먹였다.
그래도 그녀는 나의 애인이다. 대화의 주제를 다른 것으로 전환을 하였다.
"안젤라씨의 경우는 굉장한 미인이신데요. 전생에서 배우나 모델을 하셨나요?"
전생에 유명했던, 배우나 모델을 떠올려 보았다. 이곳에서 과거의 나이는 의미가 없었기에, 꽤 오래전의 인물까지 떠올려 보았다. 이 정도의 미인이었으면 전생에서도 상당히 유명했을 건데, 떠오르는 배우나 모델이 없었다.
안젤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저는 과거에 트렌스젠더였어요. 여자가 되길 희망하여 성전환 수술을 하였지만, 진정한 여자는 되지 못했죠. 고통스러운 성전환 수술을 하여 자신은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였지만, 저쪽 세상에서는 트렌스젠더라는 딱지가 언제나 따라 다녔어요."
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몹쓸 에이즈에 걸렸어요. 병이 심해져서 중환자실에 있을 때, AFTER LIFE사의 게임을 접하고, 그 게임 속에서 지은이를 만났어요. 그때 서로 친구가 되었죠."
"........"
"그러던 중, 지은이가 AFTER LIFE사의 클로즈 베타서비스에 참여하고, 저에게도 권유 했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에 있는 거예요."
"아……."
그녀에게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어설픈 위로는 독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녀의 표정은 밝았고,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트렌스젠더로 살면서 다양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잘 알고 있었다. 태양처럼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즐거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저는 지은이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곳을 알게 해주어서요. 그리고 AFTER LIFE사에 감사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제가 바라던 진정한 삶을 살게 해 주었으니까요."
그녀는 이곳의 삶에 진정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식사를 하며, 이곳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석균씨도 판타지 월드에서 지은이하고 같이 일한다면서요. 남자친구와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니 부러워요."
"같은 직장이라고 해도 하는 일이 달라서, 게임에서는 서로 얼굴 볼일은 없어요. 지은씨는 NPC, 저는 몬스터로 일하고 있으니까요."
"몬스터를 플레이 한다니,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네. 재미있습니다. 전생에서는 게임으로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만, 돈도 되고요. 의외로 이일이 저에게 맞더군요. 하하."
"그런데, 안젤라씨는 여기서 무엇 일을 하시는가요."
"갑부 고객들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요."
"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는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서 저는 인기인이에요. 돈도 많이 벌고 인정을 받고 있어요. 여기서는 제가 트랜스젠더였다는 과거를 아무도 개의치 않아요. 오히려 더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아마 그녀의 말이 맞을 것이다. 트렌스젠더들이 오히려 진짜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다. 그리고 남성의 성적욕구를 만족 시키는데 더욱 적극적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남자의 욕구를 알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만족시켜주는, 그녀가 인기가 없을 리가 없었다.
지은씨는 서양에서 유행하는 게이 남자친구를 생각하고, 나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시켜주었지만, 그녀는 나의 마음을 충분히 흔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물론 안젤라도 지은이의 마음을 아프게 할 마음이 없었고,나도 그럴 맘이 없었다. 그녀를 대하는 것은 애인의 친구로서만 대할 것이다.
이야기는 화기애애하게 진행이 되었고, 새롭게 AFTER LIFE사에서 시작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에 지은이가 트루컴퍼니언사의 안드로이드를 입고, 바깥세상을 구경하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는데요."
안젤라가 이 말을 하자 지은이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대체 지은이가 안젤라에게 어디까지 이야기를 하였는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번에 AFTER LIFE사와 트루컴퍼니언사가 합작을 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시행할 모양이에요. 아직은 테스트 해보는 수준이인데, 제가 거기에 참여 할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서비스인가요?"
"트루컴퍼니언사의 최신 안드로이드들로 부자들의 전용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서 인공지능이 아닌 저 같은 사후세계의 사람이 들어가는 거예요.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바깥세상 구경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그녀는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매우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트랜스젠더로 험난한 삶을 살아왔던 곳에,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몸으로 그곳에 가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아마 이 서비스는 성공을 거둘 것이다. 안젤라 같은 이들이, 트루컴퍼니언사의 안드로이드의 몸에 들어가서 서비스 한다면, 만족하지 않을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순수하게 그녀의 새로운 계획에 축하를 해주었다.
식사가 끝나고 안젤라는 지은이에게 짓궂게 이야기를 꺼냈다.
"지은아 석균씨하고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저번에 키스이야기 이후로는 못 들었는데?"
"어, 어, 어……."
"아직 그대로인거야?"
"아니 좀 더 진도가 나갔어! 석균씨가 오늘 엉덩이를 쓰담아 주었어! 앗……."
자신이 이야기하고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 하. 하……. 하하"
오랜만에 기분 좋게 웃었다.
이 모습을 보고 안젤라가 조금 질투를 하였다.
"지은이는 좋겠네. 이렇게 자신을 아껴주는 남자 친구도 있고, 나도 빨리 석균씨 만큼 좋은 남자를 만나야겠어."
"석균씨 만큼 좋은 남자를 만나기는 힘들걸."
"하. 하. 하……. 하하."
오랜만에 즐겁게 웃었다. 안젤라는 좋은 친구였고, 즐거운 식사 자리였다.
이제 슬라임이 죽을 때 받은 충격을 극복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 할 마음이 생겼다. 집에 돌아가서 캡슐에 들어가 판타지 월드에 접속을 했다.
로그인을 하자 슬라임이 있던 지하수로가 아닌, 흙속에 얕게 파여 있는 조그마한 토굴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주위의 소리를 들어 보았다.
숲으로 여겨지는 다양한 소음이 들려왔다. 새의 지저귐, 작은 동물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소리, 큰 동물이 이동하며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그리고 비가 내린지 얼마 안 되었는지 숲의 짙은 향기가 확 밀려왔다.
여기가 숲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주변을 눈으로 살펴보았다.
이번 몬스터는 눈이 많은지 전방뿐만 아니라, 머리위의 천장까지 자세히 보였다. 다리는 8개로 거친 털이 다리에 두껍게 덥혀있었다.
갑각과 마디가 있는 8개의 다리,
이번에 아바타로 선정된 몬스터는 거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