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32. 헌팅 하는 자와 헌팅 당하는 자. (32/211)



〈 32화 〉32. 헌팅 하는 자와 헌팅 당하는 자.

*헌팅 하는 자와 헌팅 당하는 자.*

얼룩무늬 독거미로 진화하고 드디어, 오랫동안 지냈던 은신처를 떠났다. 한동안 지낸 던 곳이지만 떠나서 섭섭하다는 느낌보다는, 드디어 감옥 같은 곳에서 탈출 했다는 해방감이 더 컸다. 이제는 마음껏 사냥을  것이다.

얼굴무늬 독거미의 독니와 급가속, 은신이면 이 숲속에서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화를 했어도, 아직 크기가 30cm 밖에 안 되었다. 우선 먹이를 대량 섭취하여 덩치를 먼저 키우기로 했다. 최대 크기인 80cm까지는 무조건 키워야 한다.

우선 덩치를 키우기 위한 주 타깃을 들쥐로 삼았다. 들쥐들이 살고 있는 토굴의 근처에 은신처를 마련했다. 들쥐들은 토굴을 파고 집단으로 생활을 했다. 자리만 잘 잡으면, 손쉽게 들쥐들을 많이 잡을 수 있었다.

들쥐들이 먹이를 찾아 자주 다니는 길옆에, 나뭇잎과 풀로 위장을 하고, 은신 스킬로 몸을 숨겼다. 주먹 두 개 크기의  들쥐가 먹이를 찾아서 토굴을 나왔다.  녀석은 킁킁거리며 조심스럽게, 자신들이 만든 길을따라 왔다.

마침내 내가 숨어 있는 풀숲 근처까지 다가왔다. 급가속 스킬을 사용해서 빠르게 다가가, 들쥐의 등을 덮치고 독니로 몸을 물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들쥐는 급하게 놀라 도망을 쳤다. 하지만 얼룩무니 독거미의 독은  생성(중)으로 강력한 독이다. 결국 몇 미터도 가지 못하고 중독되어 쓰러졌다.

이 녀석을 거미줄로 감싸서 풀숲으로 끌고 왔다. 식사를 하려면 독으로 들쥐의 신체가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웠다.

입안에서 산성용액을 만들어 내어, 들쥐의 몸에 밀어 넣었다. 산성용액과 독은 서로 들쥐의 몸에 작용하여 보다 빠르게 들쥐의 몸을 녹일 것이었다. 산성 용액은 들쥐를 보다 빠르게 먹기 좋게 만들어 주었다.  생성 스킬의 쓸 곳을 찾았다.

사냥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들쥐의 굴은 수십 마리 이상의 들쥐가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새끼들도 많고 무리의 숫자가 많아, 그들을 먹이기 위해 쉼 없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토굴을 나선 녀석들은 얼룩무늬 독거미의 손쉬운 먹이였다.

 녀석들은 토굴을 빠져 나오자마자, 거미줄에 감겨 식량이 되었다. 사냥이 끝나면 그동안 먹기 좋게 녹아내린 들쥐를 섭취했다. 얼룩무니 거미는 빠르게 성장을 했다.

탈피를 하고 그 껍질이 단단해질 때쯤  탈피를 시작했다. 은신, 급가속, 독니는 들쥐에게는최강의 스킬 콤보였다.

들쥐의 굴에 생존자가 거의 없어질  쯤 다른 토굴로 또 이동했다. 들쥐의 사냥은 손쉬웠다. 그렇게 판타지 월드 시간으로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얼룩무니 거미는 7번의 탈피를 거치고 덩치가 80cm까지 자라났다.

이제는 슬슬 숲을 탐색 해볼 시간이었다.

기존의 은신처와 들쥐의 토굴을 벗어나, 숲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얼룩무늬 거미는 얼룩무늬 덕분에 숲속에서 움직여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몸에 있는 얼룩무늬가 마치 군인들이 입는 위장복 같았다.

걸을 때도 발바닥에 나있는 푹신푹신한 털 때문에 걷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거기에다 은신 스킬까지 있으니, 사냥감이 독거미를 눈치 채기가 어려웠다. 숲속의 사냥꾼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숲속을 탐험하다가 조심스럽게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노루를 발견했다. 은밀하게 노루 곁으로 다가갔다.

노루는 조심성이 많아서 풀을 뜯어 먹으면서도 연신 주위를 살폈다. 단번에 습격 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 있는 풀숲을 발견했다. 노루가 풀을 뜯어 먹는 덤불  이었다. 그곳에 은신 스킬을 사용해서 몸을 숨겼다.

다행이 이러한 움직임이 노루에게 발견이 되지 않았는지, 계속 풀을 뜯고 있었다. 마침 이쪽을 처다 보던 노루의 고개가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이때를 노려 급가속 스킬을 사용하였다.

갑작스럽게 대형거미가 풀숲에서 뛰어나오자, 놀란 노루는 껑충거리는 발걸음으로 재빨리 달아났다. 하지만 노루가 도망가는 속도는, 급가속을 하고 달려온 독거미의 속도보다는 빠르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노루의 뒷다리를 물었다.

뒷다리를 물린 노루는 수십 미터 거리를 달리더니, 풀숲으로 가로 쓰러졌다. 상당히 덩치가큰 사냥감의 사냥에 성공 한 것이다. 한동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기분 좋게 사냥감에 다가가는데, 시끄럽게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 "키킥." "키키키." "킥킥."

예상치 못한 고블린 무리가 나타났다.

10여 마리의 고블린들은 나무창과 나무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잡은 노루를 발견한 것이었다. 노루가 달아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쫒아 왔을 것이었다. 노루가 독에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노루의 주변을 둘러싸고 경계를 취했다.

녀석들도 나의 존재를 눈치 채고 있었다.

과거의 대형 동굴 슬라임이었으면,  녀석들을 바로 공격하여 박살내 버렸을 것이다. 남의 먹이를 가로채려하다니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싸워서 저 녀석들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을   없었다.

얼룩무늬 거미의 사냥술이 훌륭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굳이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없었다. 먹이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냥  수 있었다. 아직은 몸을 사려야  때였다.

대신에 고블린들의뒤를 쫒기로 했다. 근처에 고블린 부락이 있다면 알아두면 유리할 것이었다. 언젠가  고블린들도 사냥을 해야 할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고블린 무리의 뒤를 쫓았다. 얼룩무니 독거미의 신체는 이런 미행에는 최적의 몸이었다.
고블린 무리들이 조심스럽게 숲을 살피면서 이동하는데, 그들에게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

멀리서 고블린 부락이 보이기 시작할 때 쯤, 고블린 마을로 가는 풀숲에 큰 동물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들이 나름 자신들의 위장을 믿고 있어 그런지, 아니면 고블린들이 부락에 가까워져서 안심을 해서 그런지, 고블린들은 그런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고블린 무리가 풀숲 근처를 지나갈 때,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 "와아아아." "우악."

고함 소리와 함께 녹색 몬스터들이 풀숲에서 뛰어나왔다. 그것은 오크였다. 6마리의 오크가 고블린들을 습격했다.

오크들은 나무로 만든 클럽과 금속 날이 달린 창, 도끼 같은 것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몬스터 사이에전투가 일어나고, 오크들은 도끼로 고블린들을 도륙내기 시작하였다. 고블린들의 빈약한 무기와 작은 덩치로는, 덩치가 큰 오크들을 상대하지 못했다.

고블린 6마리가 죽자 고블린들은 부락으로 급하게 도망갔다. 오크들은 고블린 부락이 근처에 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기에, 미련 없이 사냥감을 들고 떠났다.

오크들은 노루 한 마리와 더불어 사냥한 고블린들을 한 마리씩 등에 들쳐 메고, 자신들의 마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따라온 거 고블린 마을뿐만 아니라, 오크의 마을도 위치를 파악해 두기로 마음먹었다. 오크들은 사냥의 성공에 신이 났는지, 떠들썩하게 떠들며 자신의 마을로 돌아갔다.

오크들은 이 숲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존재였다. 그들은 고블린들처럼 조심스럽게 이동을 하지 않았다. 사실 웬만한 맹수가아니라면, 숲속에서 오크 무리를 공격하는 녀석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을 날을 잘못 만났다. 이들의 소란스러운 움직임은, 숲의 제왕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우오오오오오."

산을 울리는 거대한 하울링 소리와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쿵쾅.- -쿵쾅.- -우지근.- -우지근.-

거치적거리는 나무들을 부러뜨리며, 오우거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키가 무려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몬스터가, 나무둥치를 몽둥이처럼 휘두르며, 오크들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오크들은 혼비백산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일부는 오줌을 지리는 것 같았다. 오크들의 입장에서는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난 셈이었다. 숲에서는 오우거가 몬스터들의 왕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의 사냥감을 모두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키가 5미터나 되는 오우거는 걸음이 매우 빨랐다. 오우거는 눈 깜박할 사이에 오크 무리를 따라 잡았다.

오크들은 도망가는 게 불가능해지자, 최후의 발악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나 도끼를 휘두른 오크는 오우거의 나무둥치에 맞아 멀리 날아갔다. 주변에 나무에 부딪혀 떨어진 오크의 머리는 나무둥치에 맞아 부서져있었다.

동료의 죽는 모습에 멈칫한 오크들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망가던 오크  한마리가, 추가로 오우거의 나무둥치에 맞아 날아갔다. 녀석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이미 죽어 있었다.

오우거는  마리의 오크를 죽이고는,  이상 오크를 뒤쫓지는 않았다. 그저 한쪽 어깨에 한 마리씩 오크를 둘러매고,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모습을 가만히 풀숲에서 쳐다보고 있던 나는, 옛날의 중국의 고사를 표현한 그림이 생각났다.

나뭇가지에 벌레가 한 마리 있는데, 그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사마귀가 그 벌레의 뒤를 노려보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벌레를 노리는 사마귀 뒤에는, 사마귀를 잡아먹으려는 새가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새 뒤에는 그 새를 노리는 독사가 동아리를 틀고 있는 그림이었다. 마치 그 그림이  상황이 생각나게 했다.

노루에서 시작하여 고블린, 오크, 오우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 잘못 끼어들었다면, 아마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었다.

사냥에 몰두 하느라, 자신이 사냥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있고 있었다. 숲은 역시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알량한 특성과 스킬만 믿고 날뛴다면, 얼룩무늬 독거미는 어느 순간 숲에서 사라질 것이다. 헌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헌팅을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오크들이 버리고 간 사냥감을 한참을 두고 지켜보았다. 한동안 주변에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주변에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노루를 풀숲으로 끌고 들어갔다. 안전한 은신처를만든 후 노루를 거미줄로 칭칭 감았다.

노루의 몸에 독을 추가로 주입하고, 빨리 먹기 좋게 액체로 녹이기 위해서, 산성용액도 흘러 넣었다.

이제야 얼룩무늬 거미의 식사시간이  것이다.

숲에서는 헌팅 하는 자와 헌팅 당하는 자가 언제나 뒤바뀔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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