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44. 꿈속에서 떠오른 멋진 아이디어.
*꿈속에서 떠오른 멋진 아이디어. *
고블린 부락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내가 플레이하는 아바타인 머크의 입지를 고블린 사회에서 올려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블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그들을 사냥감이나 적으로만 상대를 했지, 사실 그들에 대한 이해도는 낮았다.
나에게 고블린은 판타지월드 게임에 나오는, 허약한 몬스터의 하나 일뿐이었다. 그래서 고블린 사회와 부락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 판타지 월드의 설정을 고쳤다. 그리고 재 로그인을 했다.
이번에는 아바타에서 플레이어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대기시간을, 10초에서 4시간으로 늘렸다. 그 4시간 동안 가만히 애송히 고블린인 머크가 부락에서 하는 행동과 생각을 지켜볼 계획이었다. 본격적인 플레이는 고블린 사회를 파악하고, 난 후에 시작 될 것이다.
로그아웃을 하고 바로 재 로그인을 하자, 머크는 자신이 왜 부락 밖에 혼자 있는지 몰라 당황해했다. 내가 플레이한 동안의 기억이, 아직 머크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기억 전달에 오류가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인간형 몬스터를 플레이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엉뚱한 곳에서 정신이 깨어나서 혼란해 하던 머크는 곧 고블린 부락 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애송이 고블린이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고블린 부락 안에서 머크는 다양안 일을 했다. 어른 고블린들에게 불려 다니면서, 온갖 잡일을 거들어야 했다.
부락안에서는 냄새나는 고블린의 배설물을 동굴 밖으로 치우거나, 새끼 고블린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 그리고 부락 밖으로 나가서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를 구해오거나, 간단한 약초나 산열매를 채집해 등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어른 고블린들은 애송이 고블린들에게 온갖 잡일을 시켰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사소한 잘못이라도 하면, 어김없이 어른 고블린들의 구타가 날아왔다. 이건 군대의 이등병 생활보다도, 더한 힘든 생활이었다.
새끼 고블린은 많이 태어났다. 그래서 애송이 고블린 같은 일손들은 많았다. 애송이 고블린은 사라져도 별다른 손실이 없엇다. 그 자리를 금방 새로운 애송이 고블린들이 채워주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음식을 안주고, 어른 고블린들이 먹고 남은 상한 음식들이 그들에게 주어졌다. 왜 질병저항(소) 스킬을 애송이 고블린이 가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성인 고블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고된 노동만 하다가 죽을 것이었다.
몇 시간을 지켜보자, 고블린 부락의 녀석들의 이름과 지위 그리고, 상하 관계를 알 수 있었다. 나를 구타를 하던 매트는 어른 고블린으로 인정은 받았지만, 전사가 되지는 못한 녀석이었다. 대신에 애송이 고블린들을 거느리고, 고블린 부락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매트를 지켜보다보니 매트가 어떤 녀석인지 알 수 있었다. 고블린 전사가 되고 싶은 열망과 고블린 전사가 되지 못한 열등감이 공존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열등감을 애송이 고블린들에게 퍼부었는데, 애송이 고블린을 다루는 데에 가차가 없었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온몸을 몽둥이로 구타를 했다. 얼마 전에 매트가 머크에게 가한, 구타는 가벼운 것이었다.
머크는 애송이 고블린 중에 덩치가 크고 힘도 좋은 편이었다. 나중에 전사 고블린이 될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번에 매트가 전사장에게 한소리 들었을 때, 죽도록 때려 팼을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애송이 고블린일 때 가장 위험한 녀석이 매트였다.
4시간 동안 지켜보았는데, 애송이 고블린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잘못하다가는 애송이 고블린으로 아무 특성을 받지 못하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었다.
죽음의 위험은 도처에 있었다. 굶주려 죽던가, 매를 맞아 죽던가, 상한 음식을 먹고 죽던가…….
우선 머크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스킬-
손재주(소)
번식력(소)
질병저항(소)
스킬-손재주(소)
다양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스킬이다. 스킬이 올라 갈수록 만들 수 있는 물건이 늘어난다.(종족에 따라 만들 수 있는 물건이 달라진다.)
현재 만들 수 있는 물건: 고블린 나무창, 고블린나무방패, 고블린 저급방어구, 잡동사니.
말 그대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스킬이나, 별 대단한 것이 없었다. 이것을 특성으로 가진다면, 가질 수있는 특성의 한자리를 낭비하는 셈이었다.
스킬-번식력(소)
이성과 교미 할 수 있는 횟수가 증가한다. 하루에 여러 마리와 교미 할 수 있다.
번식력(중)
이성과 교미 할수 있는 횟수가 증가한다. 다른 종족과 교미 시 상위 종족의 자손을 가질, 확률이 증가한다.
번식력(상)
이성과 교미 할 수 있는 횟수가 증가한다. 다른 종족과 교미 시 자손을 가질 확률이 올라간다. 이때 자손은 두 종족의 특징을 가진다.(고블린 오크, 고블린 인간. 등)
재미있는 스킬이었다. 왜 고블린들이 많은 자손을 가질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고블린 오크나 고블린 인간들을 판타지월드에서 자주보지 못한 것으로 보아, 번식력을(상)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재미있는 스킬이지만, 이 스킬을 특성으로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스킬을 올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블린들과 교미를 해야 할지 짐작도 안 되었다. 고블린과의 교미는 원하지 않았다. 굳이 그런 이상 성욕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머크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면, 다른 고블린과의 교미는 가급적으로 피하게 할 생각이었다.
스킬-질병저항(소)
상한 음식이나 물을 먹고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스킬-질병저항(중)
전염병 발생 시 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스킬- 질병저항(상)
대부분의 질병에 면역이 생긴다. 질병저항의 효과로 수명이 늘어남.
생각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스킬이었다. 하지만, 애송이 고블린에게는 필요한 스킬이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에게는, 꼭 필요한 스킬이었다. 만일 제대로 진화도 못하고, 이대로 질병에 걸려 죽는다면 아까운 일이다. 특성의 한자리를 낭비하더라도, 스킬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스킬 외에도 머크의 진화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진화에 따라 새로운 스킬이 부여되기 때문이었다. 우선 머크는 상대적으로 덩치도 크고 힘이 있어, 고블린 전사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좋은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나는 이미 전투와 관련된 유용한 특성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고블린 전사로 진화 한다고 해도, 쓸만한 전투관련 특성을 얻을 것이라고는, 기대되지 않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워낙 좋았다.
그리고 아직은 투토리얼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애송이 고블린으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생에서 어떤 특성을 얻어 낼 수 있는 가도 중요했다.
머크가 여기에서 얻게 되는 특성을, 이 이후에 사용하는 아바타 몬스터에서도,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이다. 고블린의 전사로의 진화는, 지금의 나에게는 메리트가 없어 보였다. 차라리 전투 이외의 특성을, 추가로 가지는 것이 나아보였다.
고블린에게는 그러한 특성을가진 직군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고블린 주술사였다. 고블린 주술사가 되면, 슬라임과 거미를 통해 얻지 못했던, 유용한 특성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스킬과 진화에 관련해서, 머크에게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아 주어야 했다. 이대로 머크를 나둔다면, 애송이 고블린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잘되면 고블린 전사가 될 것이다.
머크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 할 방법이 필요했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인간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겪을 것이다.
나는 아직 인간형 몬스터를 플레이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유저에게 플레이 방법을 가르치는 지은이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로그아웃을 하면 지은이에게 물어봐야겠다.
4시간 동안 머크의 행동을 지켜본 후 로그아웃을 했다. 내가 로그아웃을 하고 캡슐을 나오자, 곧 지은이도 일을 마치고 캡슐을 나왔다.
"오빠. 오늘은 일찍 나왔네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시작한 몬스터는 뭐에요?"
그녀도 이번에 내가 하게 된 몬스터에 대해 궁금해 했다. 최근에는 지은이도 나의 플레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녀가 돈을 밝히는 세속적인 여자는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집도 바뀌고 차도 바뀌니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고블린이야."
"고블린요?"
"응 그래. 그것도 애송이 고블린. 이 녀석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이 녀석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가만 나두면 얼마 못가 죽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 같거든……."
"저도 고블린은 잘 몰라서,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요."
"아니야. 지은이가 알아봐 줄게 있어."
"그게 뭔데요?"
"지은이가 유저들을 교육 할 때, 유저와 아바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설명을 해줘?"
"네. 당연히 해드려요. 그게 판타지 월드를 플레이하는데 얼마나 중요한데요."
"그럼 유저와 아바타 사이에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
"아……. 그거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딜레이 타임 때 유저가 아바타에게 말을 걸 수 있어요. 우선 머릿속에 메뉴를 떠올리고, 아바타와 대화하기를 선택하면 되요. 그런데, 고블린과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요?"
"응. 고블린도 언어를 가지고 있고, 사회를 이루고있더군."
"고블린 부락이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 녀석을 잘 가르쳐서, 쓸 만하게 만들어야지."
지은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머크에게 어떻게 나의 의사를 전달할지 고민하였다. 내가 가진 특성을 머크에게 가르쳐줄 방법과, 순조롭게 고블린 주술사로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였다.
지금 내가 가진 특성은,
특성-
중산생성
산 저항(중)
독 저항(중)
재생(중)
독 생성(중)
독 주입(중)
급가속(중)
은신(중)
실 만들기(소)
순각적인 기지(소)이다.
이 중 몇 가지만 잘 사용해도, 머크는 고블린 사회에서 성공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우선은 녀석에게 말을 거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 다음은 녀석이 나를 따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지시에 따라 성장하는 것이었다.
집에까지 돌아와서 잠이 들기 전까지, 계속 이것들을 위한 좋은 방법을 궁리하였다. 결국 마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자는 꿈속에서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생각해도 꿈속의 이것은 괜찮은 아이디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