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59. 신을 따르는 성스러운 군대.
*신을 따르는 성스러운 군대.*
오크 마을을 봉쇄한지 한 달이 지나자, 오크 마을에 변화가 생겼다. 오크들이 마을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할 준비를 시작한 것이었다.
오크의 마을 안은 오크들이 천막을 철거하고, 그것을 가축이 끄는 수레에 실을 수 있게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레들의 숫자가 적었고, 오크들이 가져가야 할 짐들은 많았다.
서로 수레를 차지하려는 오크들이 이곳저곳에서 싸움을 벌이고, 마을 안은 혼란스러워졌다. 이와 중에 가져가기 위한 짐과, 새끼들을 챙기는 암 오크들의 소리는, 이러한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러한 소란에 오크의 마을을 감시하던, 고블린 전사들이 바빠졌다.오크 마을의 변화를 고블린 마을에 전달하고, 고블린 마을의 족장인 마크와 제사장 머크도 고블린 마을을 떠나 오크 마을로 왔다.
오크들이 어느 정도 이사를 위한 준비가 끝나자, 이들의 무리는 마을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하였다. 먼저 전사들을이 문을 통과하여, 나오기 시작하였고, 그 뒤를 따라, 새끼들과 암컷 오크, 늙은 오크들이 뒤따라 나왔다.
이들 사이에 오크 전사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그 동안 고블린들이 행한 오크 사냥의 영향으로 총 300마리의 무리 중 오크전사는 50마리도 안되어 보였다.
하지만 이들 오크전사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마을을 떠나 왔는지, 그 표정에서 비장미가 넘쳤다.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새끼들과 암컷오크들은 살리기 위한 의지가 보였다.
그들은 브레이브 하트의 스코틀랜드 전사처럼 얼굴에 얼룩덜룩한 색칠을 하였다. 그 위에 자신의 피로 덧칠한 모습은 마치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우오오오! 나는 오크의 족장이다."
고블린의 족장과 이야기 하고 싶다."
오크의 족장이 고함을 치면서, 고블린의 족장을 불렀다.
마침 오크의 마을 주위를 순찰하던, 족장 마크가 나섰다.
"내가 고블린의 족장 마크다. 오크의 족장이여, 할 말이 있으면 해보 거라!"
"우리는 더 이상 고블린들과 전쟁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안전하게 떠날 수 있게 해준다면, 마을을 남기고 떠나가겠다."
오크의 족장은 더 이상의 싸움을 피하고 싶어 했다. 마치 고양이가 쥐에게 자신의 거처를 내어 줄 테니, 공격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과 같았다.
이제 이 고블린들은 보통 쥐가 아니었다. 고양이마저 잡아먹는 괴물쥐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족장이 고민을 하더니, 제사장 머크에게 의견을 물어 왔다.
"제사장의 생각은 어떤가, 저들을 저리 보내줘도 상관없겠는가?"
"저는 보내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꼬리를 내린개는, 물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서식지를 버린 녀석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는 못 할 것입니다. 그들에 대해서는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음"
"혹시, 족장님. 저들을 습격해서 식량으로 삼을 생각이십니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네만,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물어뜯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녀석들이 물러나면, 이 일대가 다 우리 것인데, 굳이 큰 피해를 각오하고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
"그러면 그냥 보내시죠. 아직은 우리의 힘을 더 키워야 합니다. 불필요한 싸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은 불필요한 전투는 피하는 게 좋았다. 암컷과새끼, 늙은 오크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300이 넘는 숫자이다. 그들과 전면전을 하게 되면, 우리도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고블린들이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저들이 가면 우리는 여기의 땅을, 확고히 자신의 영토로 만들 것이다. 그들이 돌아오려고 할 때쯤이면, 고블린들은 여기서 더욱 강한 세력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서식지를 잃어 버린 부족의 말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세상에 비어 있는 땅은 없었다.
패배하여 도망친 자에게 땅을 쉽게 내어줄 정도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저들은 1년이 지나기 전에 사라지거나 다른 무리에 흡수가 될 것이었다. 그들이 세력을 키워 다시 돌아 올 가능성은 낮았다.
협상이 이루어지고, 오크들은 마을을 비우고 떠나갔다. 본격적으로 고블린들이 마을을 차지하고 살기 전에, 몇 명의 전사들과 머크의 무리가 오크의 마을 탐색에 나섰다.
오크의 마을은, 한때 오크가 500마리 이상 살았을 만큼 규모가 컸다. 고블린 마을에는서는 대부분 아직 천막과 동굴에서 대부분 살았다. 천막 만해도 장로급이나 선임 전사급이 되어야 가질 수 있었다.
오크 마을의 주요 건물들은 목재였고, 마을 안에는 천막을 칠 수 있는 자리도 많았다. 덩치가 작은 고블린들이라면 1000마리 이상 살 수 있을 규모였다.
목책의 경우도 고블린의 마을과 같이 급하게 만든 목책이 아니라, 오랜 세대를 거쳐 오면서 보수와 보강으로 튼튼하게 지어진 목책이었다. 여기에 사는 오크들은 나름 오랜 세월 이 지역을 지배했던 오크였다.
수세대에 걸쳐 건설해 온 마을을 고블린에게 내어주고, 떠나는 오크들은 원통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의 중앙의 광장에 들어가니, 고블린들을 위한 선물이 준비 되어있었다.
마을 중앙에는 희생 제물로 바쳐진, 수십 마리의 새끼 오크들의 시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오크 주술사들의 주술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오크들은 고블린보다 문화가 발전한 만큼, 주술도 더 발달되어 있었다.
그들의 도구들에서 강한 원한과 원념이 느껴졌다.
머크와 제자들이 마을 중앙에 들어서자, 오크 주술사들이 설치해 놓은 주술들이 발동을 했다.
갑자기 주위의 마나의 흐름이 급변하더니, 사악한 주술로 변환된 마나의 힘이 머크의 몸 안으로 밀려들었다.
-오크 주술사의 저주 주술에 의해, 고블린 제사장의 몸에 저주가 걸립니다.-
-오크 주술사의 고통 주술에 의해, 고블린 제사장의 몸이 고통을 느낍니다.-
-오크 주술사의 공포 주술에 의해, 고블린 제사장이 공포를 느낍니다.-
-오크 주술사의 혼란 주술에 의해, 고블린 제사장이 혼란에 빠집니다.-
-고블린 주술사는 상태이상으로 인해, 잠시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갑자기 몰아친 마나의 폭풍과 그에 따른 주술의 발동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무런 상처가 없는데도, 극심한 고통과 함께 생명력이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스킬을 사용 하려 해도 공포와 혼란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같이 따라 온 제자들은 이미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이러한 주술에 대항 할 수 있는 스킬이 있었다. 그것은 신성력(상) 스킬이었다. 신성력은 믿음에 비래해서 그 힘이 달라졌다. 신에 대한 강한 머크의 믿음이 효과를 발휘했다.
-신성력(상) 스킬과 신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고블린 제사장은 상태이상을 극복합니다.-
-고블린 제사장은 저주, 고통, 공포, 혼란 상태에서 벗어납니다.-
-고블린 제사장은 마비 상태에서 벗어나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 오크 주술사들의 주술에 대항하여, 마나 친화력(중) 스킬이 대폭 상승합니다.-
- 오크 주술사들의 주술에 대항하여, 신성력(상)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
빠르게 메시지가 흘러갔다. 상태이상에서 벗어났다는 메시지와 함께 스킬이 상승한다는 떠올랐다. 나에 대한 강한 믿음이, 머크를 오크 주술사들의 주술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올리기 힘든 마나 친화력 스킬을 대폭으로 올렸다.
상태 이상에서 벗어난 머크는 쓰러져 있는 제자들에게 신성력을 사용하였다.
"광역 힐!" "광역 힐!"
다 죽어가던 제자들의 생명력이 회복되었다. 한동안 광역 힐로 제자들의 생명력을 회복시키자, 제자들도 주술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스승님. 대단하십니다."
"역시 스승님입니다."
제자들의 칭송이 이어졌다.
"스승님. 어떻게 주술에서 벗어나실 수 있으셨습니까?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흠, 흠, 그것은 너희들의 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오늘부터 참교육을 다시 실시해야겠구나!"
"괜, 괜찮습니다. 스승님. 더욱 믿음이 정진 하겠습니다! 제발 참교육만은……."
"믿습니다!"
"믿습니다!"
제자들이 신에게 드리는 예배 소리가, 오크 마을 광장에 울려 퍼졌다. 이번 일로 머크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달라졌다.
매번 둔재라고 머크를 뭐라고 했지만, 나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오크 주술사의 주술을 이겨낸 머크가 자랑스러웠다.
둔재라도 노력하는 자가, 천재를 이길 때가 있는 법이다. 머크가 그런 경우였다.
슬라임에이어 거미. 그리고 고블린 머크까지.
처음에는 투토리얼에서 특성을 얻기 위한 도구였던 몬스터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애착이 갔다.
일회용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이들에게 너무 정을 주고 있었다. 판타지 월드라는 게임은 묘했다. 플레이어와 아바타가 서로 교감을 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아바타가 단순히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판타지 월드라는 게임에 빠졌다. 이래서 판타지월드가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판타지 월드를 움직이는 수많은 법칙 중, 한 가닥 편린을 본 것 같았다. 판타지월드에는 마나라는 힘이 존재했다.
이 마나는 마법과 주술, 신성력의 모태가 되는 힘이다.
이제는 마나라는 힘을 다루는 방법을 알 것 같았다. 마나를 다루는 각각의 방식은 달랐지만, 그것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정신력이었던 것이다.
오크 주술사의 주술에 담긴 원한이라는 감정의 힘보다, 나를 믿는 머크의 믿음의 힘이 더 강했다. 그래서 오크 주술사의 주술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판타지월드의 마법과 주술, 신성력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마법은 마나를 다루어, 생명과 사물의 현상을 바꾸는 의지였다
주술은 마나를 다루어, 생명과 사물의 현상을 바꾸는 감정이었다.
신성력은 마나를 다루어, 생명과 사물의 현상을 바꾸는 믿음이었다.
마법사와 주술사, 성직자가 각자의 힘으로 싸우게 되었을 때, 마법과, 주술, 신성력의 승부는 무엇에 의해 판가름 나는지 명확해졌다.
각각의 의지와 감정, 믿음에 의해 형성된 정신력의 강함으로, 싸움의 승패가 엇갈리게 될 것이었다.
둔재인 머크가, 나에게 판타지 월드의 힘 중 강력한 힘인, 마나를 움직이는 원리를 깨달게 해준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게 해준 머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번 일로 머크에 대한 제자들의 존경심이 높아졌다. 신에 대한 그들의 믿음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들이 신에 대해 더 강한 믿음을 갖게 된다면, 그들은 더 강한 신성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강력한 신성력을 지닌,
신을 따르는 성스러운 군대가 판타지 월드에 만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