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63. 그린 고블린의 도시를 건설하다.
*그린 고블린의 도시를 건설하다.*
그린 고블린 회의가 있기 며칠 전, 고블린 마을의 발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고블린은 번식이 빨라서, 주변의 환경이 좋아지자 급격히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100~200마리 단위의 고블린 부락이었던 부족이, 이제는 벌써 수천이 넘어가는 단위로 성장을 한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그 숫자가 만 단위로 증가하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한 고블린들을 다스리는 제도는, 부락의 단위의 소부족의 개념에 머물러 있었다.
마을이 발전하고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사회는 국가의 단위까지 커지고 있는데 반하여 정치적인 제도는 계속 부족의 단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것은 문제였다. 규모에 맞게 정치 제도가 바뀌어야 했다.
인간의 사회도 부족 단위의 사회에서 부족이 연합한 부족국가의 형태로 제도가 발전을 했다. 한반도의 경우도 삼한시대에는 이러한 부족국가가 다수가 존재했다. 고블린 사회도 이제는 부족의 단위에서 더 발전된 개념인 부족국가 단위로 발전을 시킬 필요가 있었다.
인간의 왕국과 같은 강력한 왕국을 가진 형태가 아니라도, 족장인 마크를 중심으로 권력을 집중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지 효과적으로, 대규모의 고블린 집단을 운영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태초마을과 시작마을, 초록마을, 언덕마을과 같이, 각 부족의 연합체와 같은 형태에서는 규모가 더 커지면 운영이 힘들어진다. 언제든지 각 마을이 독자적으로 행동하거나, 독립을 할 수도 있었다.
현재와 같은 마을 연합의 형태에서, 마크가 로드가 되어 각 마을로 부하를 보내는, 중앙집권의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각 마을들을 통제 할 수가 있고, 규모가 더 커지더라도 효과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하여, 이러한 정치 제도를 발전 시켜왔다. 고블린인 머크는 그것을 모르지만, 인간인 나는 그 과정을 알고 있었다.
인간인 내가 개입하여, 고블린의 정치제도를 개선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시작마을에서 새로운 곳으로 세력의 중심을 이전해야 했다.
이러한 대규모 이동에 앞서서, 미리 정치제도를 손보고 싶었다. 기존의 고블린들의 부족회의의 방식은, 대규모 고블린 집단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세속적인 권력은 로드인 마크가, 종교적인 권력은 제사장인 머크가 가지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마크가 각 마을에 마을의 대표를 파견하여, 세속적인 권력을 장악하고, 머크가 사제를 파견하여, 종교적인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부족회의라는 번거로운 과정이 없이, 마크와 머크의 협상에 의해 신속하게 큰일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대규모의 집단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이렇게 결정을 하고 고블린들이 이전 할 후보지를 찾아보았다. 우선 북쪽은 산으로 막혀 있었고, 동쪽과 서쪽은 언덕 지역이었다. 반면에 남쪽으로는 넓은 숲이 펼쳐져 있었다.
이 지형을 바탕으로 판타지 월드 인벤에서 이곳에 해당하는 지도를 찾아보았다. 비슷한 지역이 몇 군데 보였지만, 정확하게 일치하는 지역은 단 하나였다.
남부 왕국들의 북부지역과 중부지역을 나누는 아크론 산맥의 아래에 있는 숲이었다. 숲은 산맥의 아래로 펼쳐져 있었는데,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사신거미가 태어났던 프라우나 대수림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중간 규모의 숲이었다.
거기에다가 지금 시작마을의 위치가 산맥 바로 밑의 분지 지역이었다. 여기는 아르론 산맥의 초입으로 숲은 남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시작 마을의 위치가 고블린 무리들이 대규모로 성장하기에는, 좋지 않은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코볼트들이 사는 북쪽지역이 아크론 산맥이었다. 그들 덕분에 철을 구하기는 좋았지만, 근처에 코볼트가 산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산에 가깝고 척박하다는 것이었다.
고블린으로 나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리 크지 않은 숲에서 그것도 그 숲의 일부 지역만 손에 넣고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빠른 시일 내에 숲을 완전히 차지하고, 인간들의 영역으로 진군해야 했다.
남쪽으로 풍요로운 숲과 그보다 더 풍요로운 인간들의 영역이 있었다.
숲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남부로의 신속한 중심 마을의 이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효과적인 통치체재를 도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부족회의 전에 족장인 마크를 만났다.
"족장님. 잠시 시간이 되시는지요?"
"제사장님께서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신가요?
"부족회의 전에,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표정을 보아하니, 중요한 일인 모양이군요.나의 건물에 조용한 방이 있습니다. 그리 가시죠."
"좋습니다."
부족장의 건물에는 나름 집무실 같은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그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제사장님. 간단하게 과실주라도 드시겠습니까?"
"좋습니다. 같이 한잔하시죠."
족장은 찬장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술병과 잔을 꺼내 술을 따랐다.
"자. 제사장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족장님께서는 현재의 마을제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의 마을제도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요?"
"시작마을이 전체적으로 다른 마을을 지배하지만, 각 마을은 각자의 통치권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상태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제사장님께서는 이 제도가,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의 제도로서는 마을의 규모가 더 커지고, 숫자가 많아지면 관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각자의 마을이 시작마을에 반기를 들고, 독자적으로 움직일 위험이 있습니다."
"제사장님과 제가 있는데, 그런 일이 발생 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틈을 보인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지요."
"....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습니까?
"각 마을에 족장님의 부하를 파견하여, 각 마을을 그들이 통치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 마을들을 장악하고 있는, 장로들의 반발이 심할 건데요."
"저를 따르는 장로들은 이일에 찬성을 하였습니다. 족장님은 당신을 따르는 장로들을 설득하면 됩니다. 그러면 나머지 장로들은 어쩔 수없이 따라오게 됩니다."
"...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군요. 하지만 그럼 제사장님에게는 무슨 득이 되는지요? 제사장님이 얻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너무나 호의적인 제안에 족장은 의문을 표했다. 현재 고블린 무리는 알게 모르게, 족장파와 제사장파로 나뉘어 있었다. 이번 제안은 족장파에 너무 유리한 제안이었다.
"저희가 일을 처리하는데 보다 편해지겠지요. 주요한 결정을 할 때 매번 부족회의를 개최하여 결정하는 것보다,이렇게 둘이 만나서 협의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지요."
"......."
"기존의 부족회의 체재를 저와 족장님의 이인체제로 바꾸는 것입니다. 모든 중요한 일의 결정에는 두 사람의 합의로 결정하는 것으로 하죠. "
"좋은 생각입니다만, 그럴만한 명분이 필요합니다. 장로들이 자신들이 가진 권리를 내어놓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아!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하셨을 때에는, 나름 준비를 하졌겠군요."
"네. 로드라는 직책과 그린 고블린이라는 명칭입니다."
로드라는 직책과 그린 고블린이라는, 명칭이 주는 효과와 명분에 대해서, 족장에게 설명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족회의에 관해서 저도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럼 부족회의에서 뵙겠습니다."
부족회의는 이것들을 처리하기 위해 준비 되었다. 이미 부족회의의 구성원의 대부분은 마크와 머크의 부하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외의 장로들은 소수파였고, 복속을 통해 흡수된 부족의 족장들이었다.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처리 되었으며, 앞으로 중요한 결정은 부족회의가 아닌, 마크와 머크의 두 사람의 협의에 의해 결정될 것이었다. 기존에 독자적인 권력을 가졌던 일부 장로들의 경우 그 권력을 잃어버리고, 그린 고블린의 정치 체계 안에 편입이 되었다.
예를 들면 신라의 육두품과 같이 소부족의 족장의 신분에서, 왕국의 정치체계의 일반관리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치체계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제는 남쪽으로 그린 고블린들의 중심지를 옮기는 작업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마을을 건설하는 작업이었다.
기존에 남부 지역을 관할하던 초록마을을, 남쪽으로 10키로 정도 더 내려간 언덕 주위로 이전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번에는 만 단위이상의 고블린들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성을 쌓을 것이다.
목책보다 높고 강력한, 인간의 역사에서 모트라고 불렸던 흙과 나무로 만들어진 요새를 언덕에 두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언덕위에 고블린을 위한 도시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성을 축조하는 방법은 판타지 월드 인벤에 상세히 나와 있었다. 판타지 월드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성을 쌓아 영주가 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한 자료를 참고하여, 머크를 통해서 고블린들에게 축성술과 관련된 지식을 전달 할 계획이었다.
태초 마을에서 300마리,
시작마을에서 800마리,
언덕마을에서 300마리,
초록마을에서 200마리,
총 1,600마리의 고블린들이, 성과 도시를 건설하는 공사에 동원이 되었다.
그린 고블린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숫자를 제외하고, 모든 고블린을 동원했다. 아직은 거대한 모트와 도시를 짓기에는 부족한 인원이지만, 앞으로 (현실의 시간으로)한 달만 지나면, 이 정도의 인원이 추가로 보충 될 것이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면, 여기에 3~4배의 인원이 추가 될 것이었다. 고블린들은 빠르게 자랐다.
그때쯤이면 모든 공사는 완료되어 있을 것이고, 그 성에는 만 명 이상의 그린 고블린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 성을 기반으로 아크론 산맥 아래의 숲을 정복 할 것이며, 그 다음은 인간의 왕국이었다.
아바타로 고블린을 플레이하는 것은, 슬라임이나 거미에 비해, 그 성과를 얻기 위한 기다림의 기간이 길었다. 하지만 그 결과인 과실은 훨씬 달콤할 것이었다.
이제 몇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그때에는 그린 고블린들이 인간들의 왕국으로 진군해 나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