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76. 마지막 목숨.
* 마지막 목숨.*
베른 왕국의 수도를 포위한지 한 달이 흘렀다. 베른 왕국의 수도는 점점 폐허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지원군을 기다리며 말라가고 있었다. 예상보다 지원군의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단순히 그린스킨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인근의 영주들과 왕국들이 베른 왕국의 수도로 지원군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했다. 그래서 판타지 월드 인벤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살폈다.
거기에는 알 수 없는 군대에 대한 목격담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 방향은 베른 왕국의 수도였다. 알 수 없는 세력이 베른 왕국의 인근 군대와 함께 그린스킨을 노리는 것이 확실했다.
"미르 유적지 근처에서 남부로 가는 대규모 군대를 보았는데, 그거 베른 왕국으로 가는 것 맞죠?"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거기 말고는 지금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없으니까요?"
"볼그 왕국 부근에서도 대규모 군대가 발견 되었어요. 볼그 왕국도 이번 몬스터 웨이브 퇴치에 참여 할 모양인데요."
"그럼 승리는 확실하겠네요. 저도 이번에는 한번 전투에 참여 해 볼생각입니다. 이런 대규모 전투를 겪을 시회가 흔치는 않으니까요."
"초보자는 비추합니다. 이번 몬스터들은 강합니다. 괜히 비싼 아바타 죽이지 마시고, 나중에 동영상 뜨면 그것 구경하세요."
"대군의 뒤에서 구경만 한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위험하면 도망가면 되죠."
"아이고. 말려도 꼭 죽으러 가는 불나방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구경하러 가세요."
판타지월드 인벤의 게시판은 다가올 전쟁에 대해서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인간들이 제대로 그린스킨을 상대 할 모양이었다. 그러다 한 목격담에 눈길이 갔다. 그것은 미르 유적지 근처에서 대규모의 군대를 보았다는 내용이었다. 거기는 사신거미일 때 지나갔던 곳이었다.
제국에서 남부의 왕국들로 가는 길목이었다. 갑자기 뒷골이 싸늘해졌다. 판타지 월드에 접속하였다.
머크를 통해 대규모로 고블린 정찰대를 풀어, 베른 왕국의 수도로 지원 오는 군대를 조사하게 했다. 많은 고블린 정찰대가 목숨을 잃었지만, 대신에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예상대로 인간들의 군대가 각지에서 집결을 한 후 베른 왕국의 수도로 몰려들고 있었다.
인간들의 군대가 이곳으로 몰려 올 것은 예상을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적들이 이틀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그 숫자는 10만을 넘었다.
왕국내의 다른 영지의 지원군이라고 해봐야, 1~2만 명 정도의 병력을 보낼여력밖에 없었다. 농민병들을 징병해도 그 정도 수준이었다. 그리고 남부 왕국들의 지원군이라도 해도 최대로 잡아야, 5~6만을 넘기기 힘들었다.
판타지월드의 남부의 인구나 생산력으로는 10만의 병사는 말이 안 되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순간적으로 에이렌 제국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었다.
남부의 왕국들은 한때에 에이렌 제국의 영지였다가 독립한 왕국이었다. 제국이 자신들의 병력을 희생해가며 지원군을 보내 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제국이 아니면 이렇게 많은 대군은 설명이 안 되었다. 급하게 군대를 정리하고, 후퇴를 명령하였다. 후퇴를 하는 그린스킨의 군대를, 대규모의 군대가 막아섰다.
그 군대에서는 남부왕국들에서 있을 수 없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것은 판타지 월드 인벤에서 자주보아서 익숙한 깃발이었다. 에이렌 제국의 깃발이었다. 8만의 정예군대가 제국을 깃발을 나부끼며, 그린스킨의 군대를 막아섰다.
'왜 제국의 군대가 여기에?'
아직도 이 사실이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그것은 잭이었다.
잭과 운영진이 무슨 수를 써서, 제국의 군대를 여기로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원래 제국과 남부 왕국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의 영토 문제로 전쟁을 벌이기도 한 사이였다.
그런데 그러한 제국이 베른 왕국을 돕기 위해 이만한 대군을 파견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운영진과 제국, 남부왕국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되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결국 8만의 제국군과, 2만 6천의 그린스킨의 군대가 맞붙었다. 레드코트들의 선전으로, 8만의 대군을 상대로 잘 싸워주고 있었다.
나도 광역 힐과 축복으로 레드코트들을 도왔다. 그리고 그린스킨들에게 위협이 되는 상대의 고위마법사와 고위 성직자를 처리하고 있었다. 예상외로 박빙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을 때, 운명은 그린스킨을 버렸다.
제국군과 싸우고 있는 그린스킨의 뒤쪽에, 5만의 남부왕국들의 지원군이 들이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은 그린스킨의 군대와 제국군이 맞부딪히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부터 제국군으로 그린 스킨의 후퇴를 막고 남부 연합군으로 포위를 할 계획이었던 것이었다.
베른 왕국의 군대와 그 지원군은, 그린스킨들의 후방을 거세게 들이쳤다. 양쪽에서 포위된 그린스킨의 군대 중, 가장 약한 고블린 전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고블린 전사들은 숫자가 많았지만, 전투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포위를 당하고 거세게 공격을 받자, 가정 먼저 무너지기 시작을 했다. 인간의 창칼에 의해 포위망의 외곽에 위치한 고블린 전사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포위망은 점점 축소가 되고 있었다.
나는 머크의 몸을 빌려, 처절하게 날뛰고 있었다. 나의 손에 죽어나간 인간의 병사와 모험가의 숫자는 셀 수도 없었다. 끝임 없이 광역 힐과 축복을 사용하여, 레드코드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면 적들을 유린하였다.
나의 그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고블린 전사들은 계속 죽어 나가면서 포위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자 레트코트와 사제들 말고는, 살아있는 그린스킨들은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드코트들과 벤, 그리고 나만 남아서 싸우고 있었다. 불사의 레드코트도, 결국 적들에게 난도질당하고 목이 잘리자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불사라고 여겨졌던 레드코트도, 다수의 무자비한 폭력에는 버터 낼 수 없었다.
레드코트들도 점점 줄기 시작하고, 주변에는 그린스킨들이 100마리도 안 남았다. 벤은 사제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남아, 아군에 힐을 해주며, 도끼로 적의 목을 베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어느 마법사의 파이어 볼에 맞아 불타죽고 말았다.
병사들의 칼, 기사들의 검, 마법사의 마법이, 살아있는 그린스킨에게 한꺼번에 쏟아 내렸다. 결국 나의 애제자들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결국 주위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머크 혼자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급가속과 순간적인 기지를 사용하여, 기사의 투구의 눈구멍을 찌르고, 마법사의 심장에 창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창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날렸다. 삼국지의 장비나 관우도 이정도로 처절하게 싸우지는 못했을것이었다.
머크가 인간이었다면 전쟁의 신으로 불릴만한 위용이었다. 작은 고블린의몸으로 수많은 병사와 플레이어들에 둘러싸여 전투를계속 이어나갔다.
재생 스킬과 힐은 죽어가는 몸을 몇 번이나 되살렸다. 혼자서 싸운 지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나의 손에 죽어간 적의 숫자를 살리는 것도, 예전에 잊어 버렸다. 머크가 쉽게 죽지 않자 플레이어들은 방법을 달리했다.
"이 녀석은 불사의 괴물이오. 모두 물러나서 동시에 공격합시다."
"그 말이 맞소. 모두 공간을 만드시오."
플레이어들은 머크에게서 떨어져서 일정한 공간을 두었다. 그리고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스킬을 동시에 머크를 향해 사용했다.
"일도양단!"
"십자 베기!"
"횡 베기!"
"칼날의 폭풍!"
"아이스 볼트!"
"아이스 스피어!"
"라이트닝 체인!"
"파이어 볼!"
"파이어 스피어!"
"바람의 칼날!"
"진흙거인의 손!"
기사들의 수많은 스킬과 마법사들의 마법이 나의 몸에 쏟아졌다. 극심한 고통과 함께 순간적으로 시야가 검어지며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캡슐 안이었다.
한동안 아무 생각이 없이 멍하니 누워 있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자 나도 모르게,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머크의 죽음은 사신거미 때보다 더 큰 상실감을 주었다. 머크와 함께한 시간이 긴만큼 더했다.
눈물을 참으려 해도 눈물이 계속 나와,참는 것을 그만두고 펑펑 울었다. 지은이가 캡슐 안으로 들어와 나를 꽉 껴안아 줄 때까지, 그렇게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