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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화 〉77. 몬스터 VS 인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다. (77/211)



〈 77화 〉77. 몬스터 VS 인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다.

*몬스터 VS 인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다.*

한동안 먹먹한 마음에 판타지 월드에 접속 하지 않았다. 지은이도 그러한 마음을 아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며칠이 흘러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되어 가고 있을 쯤, 지은이가 보여 줄게 있다고 밖에 나가자고 권하였다.  큰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이러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기운을 내고 밖으로 나갔다.

사후세계는 언제나 봄이지만, 날씨는 매일 달랐다. 오랜만에 낮에 밖에 나온 덕분인지, 오늘은 날씨가 유난히 싱그러운 것 같았다. 새들의 밝고 가벼운 지저귐이, 며칠 동안 집안에 칩거한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귀여운 여자 친구를 두고 괴로워하다니 하고, 후회하는 마음과 동시에 상실감이 갑자기 찾아왔다. 머크와 같이 지낸 시간이 컸다. 사람이 함께 하면 미운 정이든 고은 정이든 정이 든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게임속의 아바타에 불과한 머크가, 마음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슬라임, 에밀리, 그리고 머크. 아바타와 함께하는 시간이 커지면 커질수록, 아바타가 마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 같았다.

머크가 게임 속의 인공지능에 불과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가끔은 가족처럼 느껴졌다. 나는 애완동물은  키울 것 같다.

애써 머크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지은이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녀는 영원히 함께 할, 나의 소울 메이트이다. 그녀가 계속 걱정하게 둘 수는 없었다.

우리는 저택부지가있는 호수 옆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저택부지로 걸어가기로 했다.

호수는 한낮의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나뭇잎을 통과한 햇살은 선명한 초록색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호수 변을 따라 저택부지로 걸어가자, 눈앞에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지은아, 저거 지은이가 만든 거야?"

"네. 오빠가 집에 있는 동안, 틈틈이 만들었어요. 오늘 보여드리려고, 어제 늦게까지 작업했어요. 헤헤."

그녀가 부끄러운  귀엽게 웃는 모습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저택의 디자인은 지나치게 소녀 취향이라서,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뭐 괜찮았다.

사후세계의 집은 언제든지 집 만들기 모드에서 수정이 가능했다. 지금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이후에 천천히 나에게 맞는 형태로 개조하면 되었다. 집 만들기 모드를 다루는 것은 나도 익숙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 배우기 어렵지도 않았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변경하는 데는 추가 금액이 들겠지만,  정도의 돈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것보다 문제는 지은이의기분이 안상 하게, 내 취향에 맞게 건물을 고쳐가는 것이다. 시간은 많았다. 조금씩 지은이의 마음을 맞추어 가면서 설득해 나가면 되었다. 처음의 상대의 마음에  걸치기가 중요했다.

처음에 상대방의 마음에 가볍게 한발을 걸치고, 점점 나의 영역을 넓혀 가면되었다.연애도 그렇고 세일즈도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 아기자기한 궁전 같은 저택이, 영화 아이언 맨의 미래 하우스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지은이가 만든 저택에도 마음에 드는 것이  가지 있었다.

"지은아, 이거 자쿠지 아니야?"

핑크 핑크 한 2인용 자쿠지가 공용욕실에 놓여 있었다.

"........네."

지은이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자신이 2인용 자쿠지 만들고도 상당히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자꾸지가 우리의 공용욕실에 있다는 것은, 지은이가 나와 함께 이것을 사용하겠다는 의미였다.

거품으로 자쿠지를 가득 채우고, 지은이와 같이 목욕을 하는 상상은 나를 즐겁게 하였다.

지은이가 은밀한 부분을 거품으로 가리고, 몸을 비벼오는 즐거운 상상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둘이 붉어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움과 대담함, 서로 다른 두 가지 모습이 섞여있는 그녀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지은이와 나의 개인용 방이 하나씩 있었고, 침대도 하나씩 놓여있었다. 나의 방 침대는 전에 사용하던 킹사이즈 침대와 비슷한 것으로 놓여 있었다.

저번에는 내가 억지로 그것을 설치했지만, 이번에는 지은이가 스스로 설치를 했다. 그것의 의미는 달랐다. 그녀가 마음의 허락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옆방을 봤는데, 그 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방에는 핑크 레이스 휘장이 쳐진, 커다란 공주님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의 크기는 4명이 잠을 자도  만큼 넓었고,  침대에는 하트가 새겨진 베개가 예쁘게 두개 놓여 있었다. 러브호텔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침대가  방에 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 침대를 나와 같이 사용하겠다는 무언의 의사였다.

"이 방은 손님용 방인 모양이지? 여기서 자는 사람은 행복하겠네! 하하."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전혀 지은이의 의도를 모르를 척 너스레를 떨었다. 지은이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지은이도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두 사람의 러브 룸을 둘러 본 후, 실내 구경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저택에 둘러볼 방들은 많았지만, 그 방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밖에는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수영장도 멋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지은이와 함께 물놀이를 하였다. 그녀의 가녀린 몸매도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물놀이를 하다 보니 비치파라솔 아래서, 시원한 모히토를 한잔하고 싶어졌다.

집 만들기 모드로 들어가서, 풀 바를 만들고 비치파라솔과 해변 의자를 설치했다. 그리고 바에 들어가서 모히토  잔을 만들었다. 상큼한 라임향과 민트향이 시원함을 더했다. 비치의자에 누워 모히도를 마시며 지은이에게 물었다.

"지은아. 이 저택으로 언제 이사할거야?"

"오빠가 기운 차리면 옮기려고요."

"그럼 바로 옮기자.  저택을 보니, 없던 기운이 바로 나네. 하하."

이렇게 사후세계에서 첫 장만한 집을 떠나, 새로운집으로 이사를 했다. 저택은 부지가 넓어서 그리 커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저택의 규모는 컸다. 2층집에 방만 해도 수십 개였다.

집 중앙에 있는 공용 홀도 커서 수십 명을 초청하여 파티를  정도로 공간이 충분했다. 이 넓은 집을 관리하기 위하여 고용인도 구했다. 물론 인공지능이었다. 사후 세계인의 경우는 월급이 비쌌다.

사후 세계인을 집사나 메이드로 고용하는 사람은 자기를 과시하기 좋아하는 갑부들뿐이었다.

집사 한명에 메이드 3명, 정원사 한명,  6명을 고용했다. 인공지능이라도 월급은 줘야 했다.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것뿐이지 비용이 안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후세계에 사람들이 많이 오면서 인공지능 주민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더 시간이 흐르면 사후 세계인들의 일자리를 위해서 인공지능 주민들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러면 관리비가 더 많이 나가게  것이었다.

하지만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애프터 라이프 사의 주식도 좀 가지고 있고, 사후 세계에 부동산도 있었다. 저번에  부동산의 가격이 또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에서 번 돈도 많았다.

머크가 생각이 나서 구체적으로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수천만 달러는 넘을 것이다. 잘하면 1억 달러도 넘을지도 몰랐다. 언제 한번 금액을 확인해 보고 안드로이드와 바깥세상에서 살집을 사는데 필요한 돈을 계산해 봐야겠다. 사후세계는 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바깥 세계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집으로 이사를 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지은이로부터 잭이 나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은 그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정은 감정이었고, 일은 일이었다.

지은이와 함께 관리자 계정으로 들어가, 잭을 만나러 갔다. 이제는 판타지 월드의 지형도 익숙해졌고, 몇 번 여기에 오다보니, 여기의 풍경도 익숙해졌다.

잭은 늘 관리자들과 회의하는, 그 테이블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석균씨,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네.  관리자님 덕분에 잘지 내고 있습니다."

서로의 속마음을 감추고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잭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어봤자 좋은 것은 없었다. 그는 판타지월드의 총관리자 였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요새 판타지 월드에 접속을 안 하셔서, 무슨 일이 있나 걱정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그냥 요즘 게임에 너무 빠져 있는 것 같아,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부르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 뭐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이석균씨 덕분에 많은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게  것을 감사드리려고 모셨습니다."

"그 말은 지은이를 통해 전달해도 되었을 건데……. 굳이 부르실 필요까지……."

그렇게 말하자, 사람 좋은 표정을 하는 잭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다시 웃는 표정으로 바뀐 잭이 설명을 시작했다.

"얼마 전 여신님이 새로운 서비스와 관련해서, 관리실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그때 이석균님이 판타지월드를 잘하고 계신지, 물어 보시더군요."

"그래서, 뭐라 말씀하셨습니까?"

"덕분에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씀드렸지요."

"도움이 많이 되셨는가요?"

".......하하하. 엄청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희가 많이 바빴었지요."

"그래서, 안유진 부회장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이석균씨를 새로운 서비스에 한번 참여시켜보는 것은, 어떠시냐고 하시더군요. 하하."

잭의 목소리는 웃고 있지만, 웃음 속에는 분노가 묻어 있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어, 지은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고 귀엽게 한쪽 눈으로 윙크하며 웃고 있었다.

'요, 귀여운 녀석.'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서비스는 어떤 건가요?"

"정식적으로 몬스터 아바타를 유저에게 제공하기 전에, 1000명을 선발하여 먼저 해보게 하는 시범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를 하기 전에 하는 클로즈베타 테스트 겸, 사전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서비스에 투토리얼 때 얻은 특성들도 사용 가능합니까?"

"........네. 가, 가능합니다."

잭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럼 이번도 투토리얼 때처럼 유저를 죽이면, 수입이 생기는 건가요?"

"네. 기본적으로 본 서비스에서는몬스터와 인간들이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상대편 진영의 유저를 죽이면,  유저의 아바타 가격의 절반을 가져가게 됩니다."

"한마디로 PK 서비스이네요."

"PK 서비스와는 조금 개념이 다릅니다. 판타지월드는 처음부터 PK가 가능했습니다. 다만 PK를 하더라도 돈이 주어지지는 않았지요. 이번에도 이것이 적용되는 것은 몬스터와 인간 종족 사이에만 가능합니다. 게임이 보다 다이내믹하게 되는 거지요. 이것은 이번에 하는 클로즈 베타인 시범서비스에도 적용됩니다."

"음……. 흥미진진하겠네요."

"그런데 이것은 이석균씨에게도 적용이 됩니다. 이석균씨도 아바타를 돈 주고 사야합니다. 그리고 죽게 되면  아바타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석균씨의 아바타를 죽인 유저가 그 돈의 절반을 가져가겠지요. 그 부분은 감안 하셔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번 업데이트는 유저들을 서로 싸우게 하여, 아바타의 소모를 늘리는 서비스였다. 결국 이득의 대부분은 운영사가 가져가게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판타지월드 게임에 투자를 할 많은 돈이 있었고, 거기에다가 여신이 허락한 어드밴티지도 있었다. 나는 빠르게 판타지월드에서 세력을 키울 것이다. 그리고 그 세력으로 잭을 더욱 괴롭혀 줄 것이다.

잭은 일이 많아져서 회의를 하느라, 매일 야근을 하게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일으킨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원래잭에게는 감정이 없었지만, 머크 건으로 약간의 감정이 생겼다.

그 정도는 갚아줘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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