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92. 인간과의 밀무역을 시도하다.
*인간과의 밀무역을 시도하다.*
고블린 부락들을 정리하고,
프라우나 대수림의 남쪽의 가장자리,
아주 조그마한 영역을 차지하자,
홉 고블린 로드로 진화를 하였다.
생각보다 홉고블린 로드로의 진화의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다. 일정 이상의 영역을 지배하면 되는 것이었다.
홉 고블린 로드, 그 단어의 울림을 곱씹으며, 그 종족에 대한 설명을 읽었다.
종족-홉 고블린 로드
홉 고블린 중 로드의 자질을 입증한 자만이, 홉 고블린 로드가 될 수 있다. 지배영역에 대한 장악력이 강화된다. 로드의 지휘에 영지민들이 잘 따라오게 된다. (영지민이 원하지 않는 명령을 내릴 경우도 카리스마의 저하가 적음.)
홉 고블린의 로드는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그 카리스마로 어려운 고난도 영지민들과 함께 이겨낼 수 있다.
홉 고블린 로드는 족장에 대한 설명에서 일부만 바꾸었을 뿐이었다. 부족에 대한 지배가 영역에 대한 지배로 바뀌었다. 이 설명의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이 말은 단지 자신의 부족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배하는 영역의 다른 부족이나 종족에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처럼 그린스킨 외의 다른 부족과 종족들을 지배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는 설명이었다.
스킬-번식력(상)
통솔(중)
카리스마(상)
독 생성(상)
독 저항(상)
독 주입(상)
재생(중)
용맹(중)
은신(중)
급가속(중)
순간적인 기지(중)
중재
조련술(상)
실 만들기(상)
기마술(하)
정치(하)
이번 진화로 카리스마가 (상)으로 상승하고, 정치라는 스킬이 생겼다.
정치(하)- 영역내의 지배하는 마을이나 도시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시장, 촌장)
명령이 가능한 마을(3) 명령이 전달 가능한 범위(지배영역 내)
정치(중)- 영역내의 지배하는 마을이나 도시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시장, 촌장)
명령이 가능한 마을(5) 명령이 전달 가능한 범위(지배영역 내)
정치(상)- 영역내의 지배하는 마을이나 도시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시장, 촌장)
명령이 가능한 마을(10) 명령이 전달 가능한 범위(지배영역 내)
통솔이라는 스킬도 그렇지만, 뭔가 전략 시뮬레이션에 나올 것 같은 능력이었다.
마법도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이니만큼, 통솔이나 정치 스킬은 마법으로 친다면, 메시지 마법으로 생각하면 적당할 것 같았다.
통솔과 같이 매우 효과적이고 편리한 군주를 위한 스킬 같았다. 일일이 마을이나 도시로 파발마나 전령을 보내지 않고도,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예를 들면, -너 거기 마을, 본성으로 식량 좀 더 보내!-
-이제 전쟁을 할 테니, 군사를 좀 모아!-
-너 거기 마을, 올해부터는 농사보다 상업에 더 신경 써!-
마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각 마을과 도시에 실시간으로 방침이나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나 아쉬운 것은 정보의 전달이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통행이라는 점이었다.
만약 이 스킬이 쌍방향 통신이었으면, 예전에 그린스킨들이 베른 왕국의 마을들을 유린할 때,유저인 영주들이 자신이 지배하는 마을이 침략을 받았다는 것을 바로 알았을 것이다.
유용한 스킬이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는 스킬이었다.
판타지 월드에서는 유저는 일종의 신이었음으로,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 스킬을 가지게 됨으로서, 지배하는 영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라는 스킬도 가지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지 관리 할 수 있었다. 사실 영지 관리라고 해도, 아직 마을이 단 두개라 특별히 명령을 내릴 것은 없었다. 하지만 관리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마을과 도시가 많아지면 통솔처럼 유용한 스킬이 될 것이었다.
지금은 영역을 잘 관리하는 일보다 먼저 시급한 일이 있었다. 그것은 철이었다. 현재 그린스킨의 영역에는 철이 부족했다.
프라우나 대수림이 낮은 언덕과 평지로 이루어진 지역이라, 광산을 개발하는 코볼트라는 종족이 거의 살지 않았다. 약간의 제련기술이 있는 오크나 고블린 등이, 노면 철광산에서 철광석을 캐어내어 약간의 철이 대수림에 공급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프라우나 대수림은 인간이 접근을 꺼리는 몬스터의 구역이라, 인간들을 통하여 철이 공급되는 구조도 아니었다. 일전에 오크의 마을과 고블린 부락을 점령했어도, 거기에서 나오는 철의 양이 얼마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의 오크들은 철로 된 도끼보다 나무로 된 클럽을 더 많이 사용하였다. 방어구도 대부분 나무나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이곳의 오크들은 아크론 숲의 오크들보다 오히려 무장이 빈약했다.
그린스킨 무리가 대수림에 들어오기 전에, 상당량의 철을 가지고 들어왔지만, 늘어난 병사들을 무장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앞으로 지배하는 영역이 더 넓어지고, 지휘하는 군대가 더 늘어날 것이었다. 철의 수요는 더욱 더 많아 질 것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프라우나 대수림의 전체를 장악하고, 그 힘으로 에이렌 제국과 싸워야 했다.
그 때 몽둥이를 들고 가죽갑옷을 입은 채, 제국의 정규군과 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린 스킨의 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철의 공급이 시급한 문제였다.
그래서 철을 공급 받기 위해, 대수림에 들어온 초반부터 조금씩 노력을 하였다. 지금 그린스킨들이 차지하는 영역이 인간의 영역과 접한 대수림의 끝자락이어서, 가끔 약초꾼이나 사냥꾼이 그린스킨의 영역에 나타나곤 했다.
그들을 사로잡은 후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고블린이나 마라가 직접 나서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경계를 하고 제대로 된 대화가 되지 않았다.
"진정하시오. 그대들과 거래를 하고자 하오."
"고, 고블린이 말을 하다니……."
"그것이 중요하오? 당신들에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텐데."
"살, 살려 주시오."
"그대들을 살려 줄 것이오. 죽이려면 이렇게 잡아오지도 않았겠지.다만 그전에 부탁할 것이 있소."
"살려만 준다면, 무엇이든 하겠소."
"철을 구해온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소. 이것은 선금이오."
그들의 손에 귀한 약초나 비싼 모피를 안겨주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렇게 대여섯 번을 했으나, 돌아오는 인간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포기하려고 하는 참에, 한 사람의 약초꾼이 다시 그린스킨의 영역에 철을 가지고 나타났다.
"여기 철을 가지고 왔소. 약초와 모피와 교환을 원하오."
무모한건지 욕심이 많은 건지, 그린스킨과 거래를 원하는 사람이 마침내 나타났다. 그리고 이 사람이 거래를 성공시킨 후에는, 어디에서 들었는지 돌아오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번 시작된 물물교환이 돈벌이가 되자 이들은 약초꾼이나, 사냥꾼 일을 접고 전문적인 보부상이 되어 철을 거래하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작은 거래에서 시작이 되었다.
이들에게 그린스킨 마을에서 생산되는 약초와 모피, 말린 고기, 훈제고기, 모직물, 실크, 산양의 뿔, 치즈 등을 제공하고, 철을 공급받는 물물교환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공급되는 철의 양은 언제나 부족하였고, 가격도 폭리에 가까울 정도로 비쌌다. 하지만 이들 말고는 따로 철을 공급 받을 루트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영역이 더 넓어지고, 커지는 군대에 제대로 철제 장비를 공급할 수가 없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철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규모 루트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그동안 너무 판타지월드에 몰두를 하여, 사고가 판타지월드에 묶인 것이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유저였다. 굳이 판타지월드 내부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유저끼리 정보을 교환하는 판타지월드 인벤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거기에는 유저끼리의 거래도 이루어졌다.
그곳을 통해 적당한 유저를 찾아서 접촉을 시도하면 되었다.
-남부 왕국 지역에서 상인을 플레이하는 유저 분을 찾습니다.-
이렇게 게시글을 올리자, 여러 댓글이 달렸다.
-제가 상인을 플레이하는데, 무슨 일인가요?-
-구체적인 이유를 적어 주세요. 너무 막연하게 적으셨네요.-
바로 여러 댓글이 달렸다. 판타지월드에는 생각보다 상인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게임 플레이로 상인을 하는 것은 돈을 벌기에 좋았다. 판타지월드의 돈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사용하는 돈도…….
물론 순수하게 재미로 상인을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어째든 내가 올린 게시 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반응을 보였다.
-프라우나 대수림 남쪽에서 철을 대량 구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쪽지를 주세요!-
그러자 바로 쪽지가 날아왔다.
-저는 판타지월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상인인데요. 철의 소량 거래도 가능한가요?-
소량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초보상인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초보상인이면 아직 판타지월드의 상황을 잘 모를 거고, 비밀리에 거래를 하기 좋았다. 판타지월드를 좀 한 상인이라면 그린스킨의 존재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린스킨은 유저들에게 나름 악명이 있었다. 베른 왕국과의 전투에서 너무 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였다. 차라리 그 상황을 잘 모르는 초보상인이 나았다. 거래의 규모는 이번 거래를 한 후차차 키워나가면 되었다.
그 유저에게 쪽지를 보냈다.
-제임스님. 채팅창을 활성화 시켜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활성화 시켜주세요. 마라님.-
이렇게 초보상인과의 채팅이 시작되었다.
-제임스님. 혹시 지금시범서비스로 몬스터 플레이가 가능하신 건 아시는가요?-
-네. 그런데요.-
-제가 몬스터로 플레이를 하는 유저입니다.-
-헐, 대박. 진짜 몬스터 플레이 하는 유저세요?-
-네 맞습니다.-
-와. 판타지 월드에서 1,000명밖에 없다는 몬스터 유저를 여기서 만나네요. 하하. 그런데 철은 왜 필요하신 거죠?-
-제가 프라우나 대수림에서 몬스터를 플레이 하는데 몬스터라 철을 구하기가 힘드네요.-
-그런데 몬스터도 철이 필요하나요?-
-그럼요. 몬스터도 무기를 사용하니 철이 필요하죠. 그런데 대수림의 특성상철을 구하기가 힘들어서요-
-그래요? 음……. 그런데 몬스터랑 거래를 해도 되나요?-
- 안 될게 뭐가 있겠어요.유저끼리 돈을 주고 판타지월드의 물품을 거래도 하는데요.-
- 그건 그렇네요. 몬스터랑 거래하는 게 금지 된 것도 아니니. 그래도 몬스터와 거래를 한다니 신기하네요. 그런데 제가 철을 드리면 뭐를 줄 수 있죠?거기에 돈이 될 만한 것이 있어요?-
-많습니다. 철만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저의 마을에서 생산하는 물품들을 드릴게요―
-몬스터 유저가가 마을도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하. 저의 마을에서 생산하는 것을 적어드릴게요. 보시고 평가하세요! 약초, 모피, 말린 고기, 훈제고기, 모직물, 실크, 산양의 뿔, 치즈. 이 정도가 거래 물품이 되겠네요-
-와! 물품이 많네요. 그런데 실크도 생산하세요? 실크는 고가품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실크는 아니고, 거미에서 생산되는 실로 만든 천입니다. 그런데 촉감이 실크와 비슷해서 실크라고 부르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교환하죠? 들고 들어가면 몬스터들이 저와 상단을 죽이는 거 아니에요?-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게 걱정이 되시면, 지정된 장소에 물건만 두고 가면 됩니다. 굳이 서로 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요? 그럼 한번 거래를 해볼까요.-
세부적인 거래 내용은 채팅으로 협의를 했다. 둘 다 만족스러운 거래를 하였다. 제임스도 이번 거래로 상당한 이문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이번 거래로 서로를 신뢰 할 수가 있게 된다면, 거래의 규모도 커질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속적으로 필요한 철을 공급 받을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채팅의 마지막에 한 가지 당부를 했다.
-아시겠지만, 이 거래는 인간과 몬스터와의 거래입니다. 남부왕국들이나 다른 유저가 알면 태클을 걸 수도 있습니다. 게임 설정 상으로는 몬스터와 인간은 적대적인 존재이니까요. 저희와의 거래에 관해서는 비밀유지를 부탁드립니다.-
-네. 당연하죠. 하하.-
이렇게 인간과 그린스킨 사이의 밀무역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