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101.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서쪽에서 불어 오는 바람.*
인간과 몬스터와의 조화로운 공생이, 그린스킨의 마을에서 시작이 되었다. 인간들의 합류는 그린스킨의 마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인간 대장장이들이 자신의 마을에 필요한 물품을, 상단을 통해서 수입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인간들의 주식은 빵이었다.
대장장이들은 힘든 일을 마치고 나면,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어 했다. 그들을 위해 밀과 보리, 호밀 등의 곡물의 수입하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의 식생활은 사냥이나 목축으로 얻은 고기와 양젖, 치즈, 산열매, 산 야채, 그리고 곤충류였다. 숲이 생활의 터전인 이들에게 곡물은 귀한 것이었으며, 인간과 같이 갈아서 빵으로 만들어 먹는 식습관은 없었다.
인간들을 위해 곡물류를 수입하게 되자, 인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그린스킨을 위한 곡물들도 같이 수입하게 되었다. 그린스킨의 마을에도 빵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게 된 것이었다.
수입해 온 보리나 호밀 같은 곡류로 맥주를 만들어 마시게 되었다. 기존에 과실주나 벌꿀주에 불과했던 그린스킨의 문화에 맥주가 추가된 것이었다.
이런 것을 가장 반긴 사람은 오우거 아저씨였는데,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약한 오우거 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빵과 맥주를 마시며 좋아했다. 물론 먹고 난 다음에는 설사를 하곤 했지만 말이다. 너무나 빵과 맥주를 좋아하는 모습에, 아저씨에게 국적을 물어보고 말았다.
"오우거 아저씨! 국적이 어디세요?"
"참 빨리도 물어본다. 우리가 같이 지낸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야 물어보다니. 쩝, 너무하는군. 나는 막스라고 하고 독일 사람이라네."
"어쩐지 맥주를 좋아하신다고 생각했더니, 독일 분이셨네요. 하하. 이제 부터 소시지도 만들어 드려야겠습니다. 하하."
"쩝. 자네는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군. 소시지를 좋아하고, 맥주를 좋아하는 독일 사람은 남부 독일 사람이라네. 나는 북부 독일 사람이고, 사실 소시지보다 샐러드와 스파게티를 더 좋아한다네. 이래서 사람들의 편견은 무섭다니까."
"아까 보니 맥주도 잘 드시던데요?"
"맥주야, 그냥 음료지. 판타지 월드에서 오랜만에 맛보는 맥주라, 한번 기분 내본 것이야. 요새 다이어트 한다고 현실에서는 맥주도 잘 안 마셔."
사람은 이미지하고, 실제 모습은 다른 법이다. 막스가 오우거로 육중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맥주와 소시지를 좋아하는 뚱뚱한 독일 아저씨를 떠올렸다. 그런데 실은 이 오우거 아저씨가 매일 새벽마다 조깅을 하고 있는, 샤프한 외모의 독일인 일수도 있었다.
"다음에는 아저씨를 위한, 대형 스파게티도 만들어 볼게요. 하하."
"괜찮아……. 그냥 다른 녀석들처럼, 기분 내어 본 것뿐이야. 오우거의 몸은 전분을 잘 소화하지 못해 속만 안 좋아."
아저씨의 만류에 따라 스파게티는 만들지는 않았지만, 다른 것은 만들었다. 그것은 소시지였다. 산양과 멧돼지 고기가 있는데, 아직 소시지를 만들지 않고 있었다니, 막스 아저씨를 보고 소시지가 생각이 난 것이다.
맥스 아저씨가 남부 독일인이건, 북구 독일인이건, 독일인의 이미지는 소시지와 맥주였다. 프랑크 소시지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프랑크푸르트의 소시지가 유명해서, 일반명사로 굳어진 것이었다. 소시지는 다양한 잡육들을 이용할 수 있고, 보관기간도 늘어나서 좋은 저장 식품이었다. 프랑크 소시지를 만들면서, 베이컨이나 햄도 같이 만들었다.
인간들이 프라우나 대수림에 들어오면서, 그린스킨들의 식문화도 보다 다양하게 되었다. 다양한 고기로 만들어진 소시지와 햄, 베이컨은 대수림의 바깥으로 수출도 되었다.
대수림의 바깥은 상대적으로 곡물은 풍부하지만, 육류가 부족했고, 대수림 지역은 반대였다. 그린스킨들과 상인 유저가 소유한 대농장 사이의 교역이 증가 하게 되었다.
상인 유저는 이러한 식료품의 거래에 대해서는 폭리를 취하진 않았다. 단가가 그리 비싼 물건이 아니었고, 직물거래와, 철거래로 충분히 폭리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지역 사이에 거래가 늘자, 대수림 아랫마을(상인 유저의 대농장)에도 인구의 유입으로 마을의 규모가 커졌다. 마찬가지로 그린스킨 마을에도 많은 식량의 공급으로 수용할 수 있는 몬스터 숫자가 증가하였다.
이렇게 양쪽의 인구의 증가는 다시 교역량의 증가를 불러 일으켰고, 그에 따라 대수림 아랫마을을 관리하는 상인 유저의 수입도 늘어났다. 상인 유저는 여기에 한발 나아가 그 지역을 지배하는 영주에게 돈을 바치고 그 마을을 소유하게 되었다.
초보 상인에서 시작하여, 대상인이 되고, 이제는 마을도 소유하게 되었다. 작은 지역이지만 영지를 소유한 소영주가 된 것이다. 상인 유저의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
'제임스가 혹시 유태인 출신?'
막스 아저씨처럼 현실에서의 제임스의 출신과 직업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단순히 인터넷으로만 알고 지내는 사이에, 굳이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도 실례였다.
이렇게 양쪽의 거래의 증가는 철 수입량의 증가로도 이루어졌다. 인간 대장장이들의 참여와 철 수입의 증가로, 새로운 갑옷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드디어 갑옷 중의 꽃이라는 풀 플레이트 갑옷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확실히 노하우라는 것은 무서웠다. 인터넷이나 유투브의 자료를 얻어서 고블린 대장장이에게 주었지만 그동안 풀 플레이트 갑옷을 만드는 데는 실패를 했다. 인간 대장장이의 참여로 손쉽게 제조하는 것에 성공을 것이었다.
오우거에게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히면, 살아 움직이는 탱크였다. 다만 덩치가 큰 오우거인 만큼 철이 많이 들어갔다. 특별히 막스 아저씨에게 큰맘을 먹고, 풀 플레이트 갑옷을 만들어주었다.
막스 아저씨에게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히고 할버트를 들게 하니, 마치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 같았다. 막스 아저씨도 대단히 만족했다.
그리고 예니체리 병사의 일부와 홉 고블린 기병에게도 풀 플레이트 갑옷을 공급하기 시작하였다. 아직 풀 플레이트 갑옷의 생산량이 적어서 대부분은 사슬갑옷이나 부분적으로 철판이 사용된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풀 플레이트 갑옷의 보급이 늘어나면 중장보병과 기사단이 만들어질 것이다. 특히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샤벨 타이거를 탄 채 창을 휘두르는 홉 고블린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제국의 정예 기사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이렇게 그린스킨들의 사회가 발전하고, 병사들의 무장이 강화되어갔다. 이 여세를 몰아 아직 복속을 못한 대수림 남부지역에 대한 지배를 강화해갔다. 오크로드의 영역을 차지함으로서 남부의 남, 중, 북부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아직 서부와 동부가 남아 있었다.
그들로서는 그린스킨 세력 확대를 바라보며 두려움을 떨고 있었다. 자신들의 힘으로서는 그린스킨들에 대항할 수도 없었다. 그린스킨은 그들을강제로 복속 시키지는 않았다. 그들에게는 유화 정책을 사용했다.
전쟁이 그린스킨 편에 서서 군대는 보낸다는 조건과 그린스킨의 문화와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자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은 그린스킨 세력의 자신감의 발로였다. 그들은 후한 조건에 그린스킨 세력에 합류를 했다.
동부와 서부의 오크들의 마을에 빠른 발 부족의 오크 사제들이 파견이 되었다. 그리고 고블린 기술자들과 오크 건축가들도 그곳에 파견이 되었다. 그들은 오크마을을 그린스킨의 마을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중심에 신전이 생기고 축사와 공방 등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근에 사는고블린들도 마을로 불러 들였다. 오크들의 마을들은 그린스킨의 마을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해갔다.
힘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것에서 문화와 신앙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주변 지역을 복속해 나갔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보다 안정적으로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남부는 곧 전체가 그린스킨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될 것이었다.
남부의 전 지역을 차지함으로서, 그린스킨은 아크론 숲에서보다 더 넓은 지역을 차지하게 되었다. 고블린에서부터 홉 고블린, 오크, 오우거까지 병사의 숫자나 질에서도 월등히 강해졌다. 이렇게 남부의 지배를 확실히 해나가는 사이에 프라우나 대수림의 서쪽지역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의 오우거의 무리가 나타나 그 지역의 고블린과, 오크들을 통합하고, 서부지역의 패자로 나타난 것이었다.
오우거가 집단으로 행동한다는 것도 이상했고, 오우거가 오크와 고블린을 부린다는 것도 이상했다. 일반적인 오우거의 행동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대수림의 서부지역에도 몬스터 유저가 나타나 그 지역을 통합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런 의심은 그 오우거가 매머드를 길들여 타고 다닌다는 것에서 확실해졌다. 그 오우거 유저가 조련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매머드와 오우거는 천적의 관계였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매머드가 오우거를 태우고 다니지는 않았다. 막스 아저씨가 매머드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것도, 내가 조련 스킬로 매머드를 길들였기 때문이었다.
그 오우거 유저가 나와 마찬가지로 조련 스킬을 (상)을 찍었다는 것이었다. 그 스킬로 다른 오우거와 맘모스, 오크, 고블린들을 길들였다는 말이었다. 같은 몬스터 유저라는 사실이 긴장했다.
유저는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특히 몬스터를 아바타로선택한 유저들 중에는 헤비 유저가 많았다. 그런 유저들의 경우에는 스킬을 진화나 훈련을 통해서 습득할 수도 있지만, 비싼 돈을 주고 직접 구입도 할 수도 있었다.
오우거 유저에 마라처럼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그를 상대하기가 껄끄러웠다. 오크로드나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시범 서비스를 통해 아바타로 몬스터를 선택한 1,000명의 유저들 중에서, 살아남은 강한 플레이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한 것이었다.
대수림 남부의 소식은 그 오우거 유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쪽으로 정탐을 보내 듯, 그쪽도 우리 쪽으로 정탐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몬스터가 아닌 유저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었다.
프라우나 대수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몬스터 유저간의, 대수림을 놓고 싸우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먼저 서쪽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