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111.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첫날을 보내고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부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결혼이란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아직 사후 세계인에 대한 결혼에 대한 법적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법은 언제나 현실보다 늦게 반영이 되었다. 법이 제정이 되고 실제로 결혼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신혼집은 LCT의 레지던스의 펜트하우스였다. 남향에 동쪽으로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보이는 뷰였다. 레지던스의 경우, 호텔의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어 괜찮아 보였다. 지은이도 바다와 수영장을 좋아했다.
부부가 된 기념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지은이가 산호초와 니모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신혼 여행지로 호주의 케언즈로 정했다.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환승을 한 후 케언즈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간사이 공항을 출발한지 7시간이 안되어, 오스트레일리아의 케언즈에 도착했다.
케언즈는 자그마한 호주의 도시지만,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라는, 최고의 산호지대가 있는 유명한 관광지였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대보초라고불리며 세상에서 가장 넓은 산호 지대였다. 우주에서도 보이는 규모였다.
요트들이 출발하는 항구에 인접해 있는, 샹그릴라 호텔에 묵었다. 샹그릴라 호텔앞으로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어 지은이와 식사하기도 좋았다.
주먹고기로 유명한 던디즈를 예약하고, 지은이와 같이 식사를 하였다. 케언즈 바다로 지는 석양을 보면서, 호주산 스테이크를 썰었다.
안드로이드의 몸은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미각의 설정에 따라 인간보다 더 민감하게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미각에 대한 설정은 보통으로 했다. 특별한 미식가는 아니었고, 그것으로도 음식은 맛있었다.
최고급 안드로이드는 음식을 소화시킬 수가 있었다. 그것을 원하지 않으면, 입으로 게워 낼 수도 있었다. 앞으로 나오나 뒤로 나오나 별 차이는 없었다. 인간의 몸과 다르게 배설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다이어트와 변비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는 꿈의 신체일 것이었다.
아침과 저녁에는 산책을 하고, 낮에는 바다에 인접한 에스페라다 라군에서 수영을 하고 선탠을 하였다. 에스페라다 라군은 바다와 인접한 공용 수영장이었다. 케언즈의 앞바다는 그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갯벌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케언즈의 바다를 생각하면, 멋진 산호 모래해변을 상상하지만 거기에 그런 곳은 없었다. 케언즈 앞바다는 갯벌지역이었고, 주위에는 맹그로브 숲이 자라고 있었다. 이러한 맹그로브 숲이 물을 깨끗하게 정화를 해서, 케언즈에 거대한 산호초가 아름답게 유지 되는 것이었다.
케언즈의 앞바다는 갯벌에 개흙이 섞인 흙탕물이었다. 수영하기에는 좋은 곳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아쉬워했는지, 해안가 앞에 관광객들과 주민들을 위한 공용 수영장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하얀 백사장은 없지만, 주위에 잔디와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는 시설들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잔디위에는 노출증 환자들처럼 아름다운 남여들이 아슬아슬한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과감한 복장을 하고 선탠을 했다. 정성스럽게 커스터 마이징한 몸은, 조각보다 아름다웠다.
석양이지는 시간까지 선탠과 수영을 하고, 어두워지자 미리 자리를 잡아 놓은 바비큐 시설에서 바비큐를 즐겼다. 바비큐 시설들은 여러 팀이 같이 바비큐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지은이와 바비큐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옆에 다른 팀이 와서 바비큐를 즐겼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금방 친해졌다.
영국인 남녀였는데, 최근에 판타지월드를 시작을 했다고 했다.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준비해온 바비큐를 나누어 먹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시지와 T본 스테이크에 곁들여 와인을 즐겼다. 케인즈의 와인은 사고 맛있었다. 와인이 맥주만큼 저렴했다.
다시 샹그릴라 호텔로 돌아와 두 번째 날의 밤을 보냈다.
일어나자마자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해안가 산책로를 조깅을 했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아침조깅을 하고 있었다. 케언즈 해안가의 산책로는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수 킬로미터에 이어졌다.
조깅을 마치고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에스페라다 라군으로 갔다. 햇살을 반사하는 라군은 다이아몬드보다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떠오르는 일출과 석양을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에스페라다 라군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수영을 하고 심심하면 잔디에 누워 책을 읽었다.
마치 시계를 빠르게 돌려놓은 듯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해질녘에 날아올라, 하늘의 가득 메우는 동굴 박쥐 떼는, 마치 정글에 와 있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밤의 조명에 푸른빛의 펠리칸들은, 밤바다의 풍경을 다채롭게 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길러건즈의 클럽에 가서 춤을 추었다. 그곳에는 젊은 남녀로 가득했다. 늦은 밤에는 요일마다 다양한이벤트를 하였는데 ,오늘은 젤리 레스링이었다.
젤리 레스링은 두 여성이 수영복을 입고, 젤리 속에서 레스팅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의 승리 규정이 특이했다. 상대방의 수영복을 다 벗겨버리면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보통 가슴가리개를 벗기면 승리를 하는데, 과감한 여성들은 아랫도리까지 승부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아래의 수영복까지 벗겨지면 남자들은 당연히 환호를 하였고, 여성들도 의외로 좋아했다. 남녀 관계없이 이 게임을 즐겼다. 우승자에게는 간단한 상품을 주었다. 그 상품은 맥주 무료이용권이나 무료 식사권과 같은 보잘 없는 것이었다. 상금과 관계없이 재미로 참가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한번은 지은이가 젤리 레스링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참가를 허락했다. 그녀는 손쉽게 다른 여성들의 수영복을 다 벗겨버렸다. 많은 남자들이 지은이가 지기를 바랐다. 안드로이드의 몸은 힘이 강하고 빨라서, 뭇 남성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에스페라다 라군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 날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겼다. 털리강 레프팅을 하면서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지은이를 꺼내주기도 하였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를 하늘에서 바라보기도 하였다.
스카이다이빙을 한 후 이곳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폰툰으로 날아갔다. 헬리콥터 밖으로 보이는 대보초는 정말 아름다웠다.
왜 사람들이 그레이트 베리어 리브를 버킷 리스트의 첫 번째로 꼽는지 알 것 같았다.
폰툰에 도착하자 수경과 오리발을 하고, 산호와 물고기를 구경을 했다. 폰툰이라는 것은 산호초를 구경하기 위한 수상정박지였다. 산호초 위에 휴게소를 만든 것과 같았다.
자기가 원하면 폰툰에서 내려가서 산호초와 물고기를 구경하고, 지치면 정박지로 올라와 쉬면서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였다. 우리는 안드로이드 몸이 무리가 갈 정도로 열심히 산호초를 구경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트루컴페니언사에 보내, 점검을 한번 받아야 할 것이다. 스노클링과 다이빙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한번은 체크를 받는 게 좋았다.
지은이는 대보초에서 원하던 니모와 나폴레옹 피쉬를 보았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산호와 물고기는 아름다웠다. 다만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여기 산호초는 잘 보전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양성이 부족했다. 이곳에 서식하는 산호도 물고기의 종류도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했다.
아마 폰툰이라는 한정된 곳에서 산호초를 봐서 그럴 것이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대부분 지역이 자연보호라는 이유로 개방이 되지 않고 있었다.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이 허가된 구역은 드넓은 대보초 중 아주 일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필리핀 모아보알에서의 대규모의 정어리 떼의 군무나보홀의 발리카삭의 바라쿠다 떼만큼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발리카삭의 직벽을 따라 내려가면서 달라지는 산호 숲보다 조금 밋밋했다.
그리고 케언즈의 앞바다는 뻘물에 갯벌바다라 조금 아쉬웠다. 몰디브의 파란바다와 하얀 백사장에 비교가 되었다.
각자의 바다는 각각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끝없이 펼쳐진 산초지대의 장관은, 이 세상에서 최고였다. 돌아 올 때도 헬리콥터를 타고 왔는데, 그런 장관을 볼 수 있어 헬리콥터 투어를 하기를 잘했다. 가격이 비싼 만큼 그 가치를 했다.
신혼여행의 마지막 날은 트롤 낚시를 가기로 했다. 그것은 샹그릴라 호텔 앞에 있는 6미터짜리 청새치의 동상을 본 후 결정을 하였다. 호텔 앞에 세워진 그 동상은 아주 오래전에 케언즈에서 잡힌 초대형 청새치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으로, 실제로 청새치의 크기가 6미터가 넘었다고 한다.
그 앞에는 그 당시의 사진도 있었는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온 괴물 청새치가 이런 놈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했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되기로 했다. 부푼 기대를 가지고 낚시를 하였으나, 결과는 60cm 짜리 트레발리 한마리가 다였다.
선장이 회쳐주는 트레발리를 맛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었다. 길지는 않은 기간이었지만, 지은이와 보낸 알찬 신혼여행이었다. 다시 케언즈공항과 간사이공항을 통해서 해운대로 돌아왔다.
앞으로 케인즈와몰디브와 같은 아름다운 곳에 별장을 사두어야겠다. 그곳에 여벌의 안드로이드를 나두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바로 별장을 이용 할 수 있었다. 사후 세계에서 바깥세계로 나가는 게이트는 세계 어디든지 만들 수가 있었다.
그 게이트가 되어 줄 안드로이드만 있다면……. 최고급형도 주문 제작이 아니면1,000만 달러 정도면 한 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판타지월드로 버는 돈이라면 그 정도는 가능했다.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안드로이드의 몸을 맡기고, 다시 사후세계로 돌아가야 했다. 지은이와 같이 보냈던 뜨거운 밤들과, 케언즈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은 그대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자주 지은이와 바깥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안드로이드의 몸을 얻어 바깥세상에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곳에 가서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었다. 지금의 삶이 살아있는 것과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오히려 기자 생활을 하고 있을 때보다 지금의 삶이 더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때의 삶이 오히려 죽은 삶이었다.
갑자기 지은이를 처음 만났을 때, 영생교에서 해준 말이 떠올랐다.
AFTER LIFE사의 설립자가 한말로,
'가상현실이 현실과 구별이 안 될 정도라면, 그것을 가상현실로 볼 수 있는가?'
그 말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가 지금 살아 있는가? 아님 죽은 것인가?'
그런 고민은 중요하지 않았다. 살아있다고 진정으로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죽은 삶이었다.
판타지월드와 사후 세계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