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118. 다시 뉴저지로 가다.
*다시 뉴저지로 가다.*
캡슐을 나와서 지은이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오빠. 오늘 일찍 게임을 마쳤네요. 판타지월드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응.오늘……. 마라가 죽었어."
"네! 어쩌다가요?"
"잭이 준비한 매복에 당했어."
"그런…….오빠 괜찮아요?"
"괜찮아.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어."
"오늘은 오빠가 의외로 담담하네요. 예전에는 한동안 힘들어 했잖아요."
지은이는 에이미 때와 머크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이건 마라가 원하는 죽음이었으니까……. 마라는 홉 고블린 킹에어울리는 죽음을 원했거든,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이루고는 미련이 없었지. 자신의 최후를 멋지게 마무리 하고 싶어 했고, 결국 그것을 실현 시켰어."
"오빠는 그래도 괜찮아요?"
"뭐 나야 괜찮아. 돈도 많이 벌었고……. 그래서 마라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어. 그 녀석도 이제는 전성기를 지나 늙어가는 나이였으니…….과거의 영광을 되씹으면서 추억 속에서 늙어가는 것보다는 낮겠지."
"마라다운 삶이었네요."
"군주로 태어나서, 군주로서 삶을 마쳤지."
"마라가 그렇게 되었으니, 이벤트도 끝이 났네요. 50억불의 상금은 누가 받게 되었나요?"
"이름없는 기사 유저에게 돌아가겠지……. 마라의 마지막 상대로도 나쁘지는 않았어."
"그럼 이제 판타지월드도 조용해지겠네요. "
"그렇지는 않을 거야."
"그건 왜요?"
"그린스킨의 군대와 다른 몬스터군주들은 건재하거든, 한동안 판타지월드의혼란은 계속 될 거야."
"판타지월드의 주민들에게는 힘든 시기가 되겠네요."
"아니 잭이 이번 이벤트가 끝나고, 몬스터 랜드를 오픈하기로 했으니……. 더욱 혼란에 빠져들겠지."
"........"
"평화롭게 플레이하던 판타지월드의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지."
"그럼 암흑의 시대가 오겠네요."
"뭐, 그런 와중에 영웅도 나타나고, 언젠가는 이 혼란도 끝이 나겠지. 지금의 상황은 유저로서는 즐거운 일이나 판타지월드의 주민들에게는 미안한 일이군. 그들도 나름 생명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크게 일을 벌였어.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되돌리기 힘들어졌어."
"저도 판타지월드의 주민들이 가끔씩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렇지. 요번 마라를 플레이하면서 느꼈어. 그들은 단순히 우리의 아바타가 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가진 생명이라고……. "
"......."
"아무리 전쟁이었다고 해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해도……. 그들에게 죄책감이 들어……."
갑자기 지은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빠가 감상적이 되었네요. 그들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신에게 선악은 중요하지 않아요. "
평상시와 다른 분위기의 그녀가 어색했으나, 그건 나를 걱정해서 일 것이다. 애인을 걱정하게 만들면 안 된다. 분위기를 전환하기로했다.
"아! 미안해. 아직 마라의 기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양이야. 오늘 오랜만에 맛있는 것이나 먹으로 갈까?"
"좋아요. 어디로 갈까요?"
"요새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좋은 곳으로 갈까?"
"최근에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이 사후세계에 오픈했어요."
"그 사람 아직 여기에 오기에는 젊지 않아?"
"그 사람 아직 안 죽었어요. 그 사람이 하는 레스토랑 체인이 오픈 한거에요."
"하하. 그렇구나, 사후세계도 인구가 점점 들어나니 이런 일도 생기네. 그러면 그 식당은 제이미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니겠구나."
"그것도 아닌 게……. 제이미 올리버가 캡슐로 접속해서, 음식의 질이나 서비스를 관리한다고 해요. 특별한 손님에게는 직접 주방에서 요리도 한데요. "
"음……. 이제 바깥세상 사람들도 여기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네."
"그래도 아무나 여기에 들어 올수 있는 건 아니에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락 되어 있어요. 요리사나 음악가, 공연가 같은 이들이죠."
"불평등하군."
"그건 사후세계의 사람도 마찬가지잖아요. 누구나 쉽게 바깥에 나갈 수 없어요. 안드로이드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자이어야 하니까요."
"여기도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천국은 아닌 모양이야."
"그렇죠. 여기는 AFTER LIFE사가 만든 가상현실 속 세상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이 말과 함께 지은이의 귀여운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지은이는 갑작스런 키스에 얼굴이 붉어졌다. 우리는 이미 서로의 몸 구석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온갖 부끄러운 행위를 다한 사이임에도, 돌발적인 키스에 부끄러워하는 지은이의 이런 면이 좋았다.
밤에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요부로 변하지만, 낮에는 한없이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이 사람을 더욱 흥분시킨다.
우리는 옷을 차려입고, 차를 몰아 제이미 올리버가 하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여기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타일로 우리의 입맛에 맞았다.
나의 입맛은 고든 렘지 스타일보다 제이미 올리버스타일이 입에 맞는 것 같았다.
레스토랑에는 오랜만에 안젤라도 불렀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지은이의 친구에게도 한턱을 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야기 할 것도 있었다.
"석균씨 불러 주셔서 고마워요. 자기는 언제봐도 멋지다니까. 딱 내취향이야. 지은아. 실증나면 나에게 넘겨줘~"
"안젤라 언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꿈도 꾸지 마세요!"
"아이고~ 남자 없는 사람들은 서러워서 살겠나. 흑. 흑. 흑. 흑"
안젤라의 장난으로 우는 척을 했다. 요새 지은이는 이제 그런 장난에는 안 속는다.
"언니도 남자들은 많잖아요!"
"그들이야. 원나잇 상대일 뿐이지. 석균씨처럼 너만 바라보는 사람은 없어!"
"언니도 잘 찾아보세요. 그럼 있을 거예요."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 왜 멀리서 찾아. 석균씨를 유혹하면되지. 호호."
"언니! 정말!"
"지은아 진정해. 안젤라 성격을 알면서 왜 그래. 그보다 안젤라에게 이야기할 게 있어서 불렀어."
"석균씨도 제가 보고 싶었던 모양이시네요."
"하하. 그것도 있지만, 다른 용건입니다. 안젤라씨 혹시 예전에 말했던 XX신문사 사주를 만났어요?"
"아!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지은이하고 장난치느라 깜박했네요. XX사주를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났어요."
"그래요. 어떻던가요?"
"늙은이가 어찌나 요구가 까다로운지……. 온갖 종류의 행위를 요구해서, 그를 만족시키는데 힘들었어요. 석균씨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갈 뻔 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를 해주었더니, 자기 나라로 오라고 지금 난리에요."
"그럼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 일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한국에서요?"
"최근에 복수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어요."
"안젤라가 XX사주와 그 주변인물을 상대하면서, 저의 일을 좀 도와주었으면 해요. 안젤라씨에게, 따로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음……. 생각해볼게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티가 났다. 아무리 안젤라라도 그런 변태 영감탱이를 상대하긴 싫을 것이다,
"한 달에 50만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네. 할게요. 지은이와 관계도 있고, 당연히 도와 드려야줘. 호호. 그런데 복수의 실마리라는 게 뭔가요?"
안젤라와 지은이에게, 블랙 드래곤과 만난일을 이야기했다.
"게임의 아바타, 아니 인공지능으로 말해야 하나? 어째든 그것이 바깥세상으로 나왔다니.
놀랍네요."
"뭐, 우리도 안드로이드를 이용하여,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그래도 게임속의 아바타가 현실세계로 나온다니……. 마치 SF 소설 같네요."
"하하. 이미 우리가 존재 한다는 게 이미 SF 소설이죠."
"그런데, 그녀를 어떻게 찾으실 거예요."
"판타지월드에 적용된 인공지능은 수준이 높아요. 거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진짜 사람같아요. 바깥세상으로 나온다면 일반인들과 구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
"그러면, 그녀를 찾을 방법이 없지 않아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그 인공지능이 바깥세상으로 나갔다면, 안드로이드를 사용해서 나갔을 거예요. 누군가 바깥세상에 그녀를 도운 협조자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음……. 흥미롭네요. 그래서요?"
"관점을 바꾸어야지요. 그녀를 찾을 것이 아니라, 그 협조자를 찾아야 합니다. 바깥세상에서 판타지월드내의 인공지능이 머물 수 있는, 고급 안드로이드를 살만큼 경제력이 있는 인물이지요."
"아! 그럼 간단하네요. 트루컴페니언사를 찾아가면 되겠네요. 그 정도 수준의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거기뿐이니까요."
"저도 그런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트루컴페니언사에서 고객의 정보를 알려 줄까요?"
"그래도 일단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블랙드래곤이 그녀라고 했었죠. 그녀가 사실 가까운데 있을 수도 있어요. 바로 앞에 앉아있거나. 호호."
그녀의 농담을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단 더글라스 하인스씨에게 부탁해보기로 했다. 이런 부탁은 전화로 하기는 어려웠다. 지은이와 직접 뉴저지로 가서 트루컴페니언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안드로이드 신체가 보관되어 있는 LCT 레지던스의 펜트하우스로 나왔다. 그곳을 출발하여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갔다. 거기에서 다시 뉴저지로 향했다. 이제 뉴욕에도 저택을 한 채 구입해야겠다.
세상의 어디라도 갈수있는 마법의 문을 알아버린 상태에서,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세계 주요도시에 건물을 사고, 그곳에 안드로이드를 배치하는 것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뉴저지에 도착하니 밤이 너무 늦었다. 이 시간에 트루컴페니언의 본사를 방문할 수 없었다. 예전에 지은이와 묵었던, 인 오브 더 도브 로맨틱 럭셔리& 비즈니스 스위트에 다시 묵게 되었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혼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을 보내지는 않았다. 둘이서 그 방의 시설과 거기에 비치된 기구들을 이용하여 지은이와 밤을 하얗게 불태웠다.
생전에 아쉬워했던 일들을,죽은 이후에 이루고 있었다. 이 세상은 요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