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125 . 토마스를 설득하다.
*토마스를 설득하다.*
토마스라는 어린 농부에게 접촉을 했다. -신의 사도라 되라-라는 것은 유저로서 아바타에게 내린 첫 번째 명령이었다.
머크 때처럼 위엄 있는 목소리로 아바타에게 말을 걸었다. 녀석은 신의 사도가 되는 기쁨에 몸을 떨 것이었다. 머크나 마크 때 모두 그러했다.
"신이라고요? 모험가들에게 접신하는 그런 잡신들을 말하는가요?"
신이라고 밝혔는데 무릎을 꿇거나 엎드리지도 않았다. 서서 똑바로 고개를 쳐들고 까칠하게 말을 하였다. 분명히 신앙심 스킬을 가진 녀석이었는데, 신을믿지 않는 무신론자처럼 행동했다. 뭔가 이 녀석은 잘못되어 있었다.
-어허. 무례한지고! 신을 대하는 태도가 버릇이 없구나.-
-죄송합니다만, 제가 믿는 신은 당신들과 같은 잡신들이 아닙니다.-
-뭐라! 그런 잡신이라니, 이 녀석이 겁을 상실했구나!-
-당신들은 자신을 위해서 우리의 몸을 빌려서 즐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당신들이 잡신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그런 존재들을 신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순간 이 녀석의 대꾸에 할 말을 잃었다. 유저들의 행동은 그가 말하는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에게 신앙심 스킬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에게 신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그래서 그가 믿는 신에 대해서 물었다.
-그럼. 네가 믿는 신은 누구냐? 네 안의 신앙심은 누구를 향한 믿음이냐?-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구해 줄 진정한 신입니다. 그분이 오시면 지금의 혼란을 벗어나,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판타지월드의 정책이 바뀌고 유저들이 바뀌었다. 그에 따라 판타지월드 주민들의 유저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판타지월드의 주민은 단순히 게임속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더 이상 유저들은 신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차지해 마음대로 하는 잡신일 뿐이었다. 대신에 진정한 신이 나타나 혼란에 빠진 자신들의 세상을 구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러한 사상이 판타지월드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것은 판타지월드 인벤에서 얻지 못한 정보였다. 판타지월드 인벤은 유저들의 커뮤니티였다. 판타지월드 주민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곳은 아니었다.
유저들은 아바타들의 이러한 변화를 알지 못하거나 무시했을 것이다. 아바타는 유저들에게는 판타지월드에서 활동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그동안 유저들이 보인 모습들은, 이 녀석이 그런 믿음을 가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믿음이 나의목적에 크게 벗어나는 일도 아니었다. 그를 좋은 말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바로 이세상의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너에게 내려온 신이다.-
-그걸 제가 어떻게 믿습니까?-
역시 반응이 까칠했다. 말 한마디에 그의 생각이 바뀐다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걸 믿겠느냐?-
-그걸 왜 저에게 묻습니까? 신이시면 그 정도는 아셔야 하지 않습니까?-
녀석의 반응이 골 때렸다. 이녀석은 약간 어긋나 있었고, 사이비의 기질도 보였다. ‘이 녀석을 포기하고 다른 아바타를 새로 고를까?‘ 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유저가 자신의 아바타를 포기하고 떠나는 기능도 있었다. 그동안 녀석에게 투자한 시간과 금액이 아까웠지만, 그 돈은 나에게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럼 이 녀석은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농부로서의 삶을 살아 갈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말 잘 듣는 새로운 아바타와 원래 계획한 일을 도모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잘만하면 나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할 수 있었다.
이번에 판타지월드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혼란스러운 지금의 상황을 종료시키기 위해 왔다. 그가 바라는 것과 내가 추구하는 것은 같았다. 다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녀석에게 신뢰를 주어야 했다.
-한마디의 말이나, 하나의 행동으로는, 너를 믿게 하는 것은 힘들 것 같구나. 나와 함께 하여라! 그리고 너의 눈과 귀로 보고 들어라. 그런 연유에 믿음이 생기면, 그때는 나를 따르거라!-
-알겠습니다. 그 말을 한번 믿어 보지요. 다만 그전에 먼저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당신께서 모험을 떠나자하거나, 몬스터를 잡으러 가자고 해도 저는 갈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돌보아야 하는 아픈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습니다. 억지로 끌고 가신다면, 당신을 따르지 않겠습니다.-
역시 골치 아픈 녀석이었다. 순간 이 아바타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다시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이런 녀석일수록 한번 믿으면 진심으로 따를 것이었다.
-알겠다. 우선 너의 문제부터 해결 하자구나. 너의 깁으로 가자구나.-
-죄송합니다.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을 마치고 가겠습니다.-
이 녀석 생각보다 고집이 세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녀석의 몸을 차지하고 바로 집으로 끌고 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런 녀석에게 그러한방식으로 다룬다면 반발심만 생길 것이었다.
토마스는 묵묵히 밭일을 하였다. 일을 마치고는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나는 아직 그에게 신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조금 열 받는 일이었지만, 우선 진정을 하고 이 녀석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갔다.
허름한 농가는 이 토마스의 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토마스가 열심히 손질하고 수선을 했지만 궁벽한 살림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는 자영농이었지만 농사를 해도 많은 소득을 얻을 수는 없었다.
집안에 일하는 사람이 토마스 한명이었다. 여동생이 간간히 도와주지만 그녀는 병든 부모님을 돌보기에 바빴다. 여자의 힘으로 밭일을 돕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토마스가 열심히 일한다고는 하지만 15살의 남자아이가 지을 수 있는 농사의 양은 얼마 안 되었다.
그렇게 얻은 소출도 영주들이 빼앗아 가다시피 하는 세금을 주고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 4인 가족입에 풀칠을 하기에도 부족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열심히 부업을 했다.
여동생은 길쌈을 하고 토마스도 그것을 도왔다. 식물에서 섬유질을 뽑아내는 힘든 일은 토마스가 맡았다.이렇게 일을 해서 병든 부모를 모시고 어떻게든 먹고 살고 있었다. 이러한 성실함과 신에 대한 믿음 때문에 녀석을 선택 한 것이었다.
녀석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달랐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성실함과 선함은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여동생이 반겨주었다. 연한 볏짚 같은 밝은 머리칼에 주근깨가 알알이 박혀 있는, 귀여운 얼굴이었다.
"오빠! 오늘 평상시보다 일찍 돌아왔네?"
지금 해가 지고 있는데, 이게 토마스에게는 일찍 일을 마친 거였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여동생은 이것저것 토마스에게 물어 보았다.
"오늘 밀밭에서 추수를 해야 하지 않아? 아침에 나갈 때는 늦게 온다고 했잖아?"
"음……. 오늘 좀 곤란한일이 생겼어. 그래서 일이 손에 잘 안 잡혔어. 제니 너에게도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아. 아~ 뭐라고 너에게 설명을 해야 할까? 나에게 신이 내렸어."
"아! ........"
제니는 토마스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오빠는 이제 모험을 떠나야하는거야.오빠가 몬스터와 싸우다가 죽으면어떻게……. 아빠랑 엄마와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해. 흑흑……."
세상이 떠나갈 듯 서럽게 울었다. 토마스는 그러한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걱정하지 마! 신이 떠나라고 해도, 너와 부모님을 버리고는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야! 울지 마. 제니야!"
판타지월드 주민들에게 유저들이 어떻게생각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 유저들은 판타지월드 주민의 일상을 파괴하는 존재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잭과 몰지각한 유저들의 책임이 켰다. 하지만 거기에 나도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 그들을 보고 양심이 조금 찔렸다.
토마스가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도 제니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10대 초반의 여자아이가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는 것은 괴로웠다. 잠시 토마스와 몸을 차지하고 제니에게 말을 걸었다.
"제니야! 나는 토마스 몸에 깃든 신이다. 무책임하게 너와 부모님을 버리고 가지는 않을 것이야. 물론 떠나야 하겠지만, 그것은 지금 당장은 아니니 울지 말거라."
"....흑....흑."
"너의 오빠 토마스는, 너와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게 한 다음 떠나 것이야. 그것은 약속하마. 아이야 울지 말거라. 보고 있는 나의 마음도 아프구나."
그 말을 듣고 훌쩍이던 제니의 울음도 조금씩 그치기 시작했다. 눈물로 범벅되어 있는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힘들었다. 우선 제니의 얼굴에서 웃음부터 찾아주어야겠다.
"제니야! 너의 부모님을 보고 싶은데 데려다 줄 수 있어?"
"저의 부모님은 왜 보시려고 하시는지요?"
"내가 그분들을 치료할 수 있는지 보고자 함이다. 안내해 주겠느냐?"
"네. 바로 옆방이에요."
바로 옆방에 두 부모님이 누워있었다. 오랜 병마로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병과 함께 잘 못 먹은 것도 그들의 병세를 악화 시켰을 것이었다. 두 부부는 낡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들은 오랜 병마에 시달렸음에도 겉모습은 말짱했다. 토마스와 제니가 관리를 잘해주는지, 그들로부터 나는 냄새는 심하지 않았고 방은 깨끗하였다. 그녀의 부모님들에게 치료를 시작했다. 이것이 질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건강을 더욱 악화 시키지는 않을 것이었다.
"광역 힐!"
토마스의 손에서 신성한 빛이 나오더니 부모님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광역 힐은 부모님의 질병을 치료하지는 못했지만, 부모님의 건강을 일부 회복시켜 주었다. 아픈 얼굴은 훨씬 편해지고 기운도 많이 회복한 것 같았다.
"광역 힐!, 광역 힐! 광역 힐!"
신성력의 성스러운 광채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같이 있던 제니의 몸도 훨씬 건강해 졌다. 부모의 질병을 치료는 못했지만, 생명력은 가득 채워주었다. 생명력의 그들의 몸에 활기를 돌게 할 것이었다. 이제 먹는 것만잘 먹으며, 지속적으로 힐을 해준다면, 오랜 병마와 싸워서 이겨 낼 것이엇다.
토마스의 부모님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제니의 얼룩진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님!"
이때 다시 토마스와 몸을체인지 했다. 토마스는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였다.그 모습을 보고 제니가 오빠에게 말하였다.
"방금 신님이 부모님을 치료해 주셨어. 오빠 몸에 들어온 신님은, 굉장한 분인 것 같아!"
-토마스야! 너의 부모님을 완전히 치료한 것은 아니지만 한결 많이 좋아 지셨을 것이다. 완치의 방법은 차차 찾아보자구나-
-감사합니다. -
-너를 억지로 나를 따르게 할, 생각은 없다. 만약 네가 여기를 떠나야한다면, 그것은 너의 의지로 떠나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 그래. 천천히 잘 해보자구나.-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기도를 드릴 때 부를 신의 성함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때까지 신의 이름을 물어보는 녀석은 없었다. 머크나 마크도 그냥 신이라고하면 충분했다. 갑자기 이름을 물어보자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렇다고 본명을 알려줄 수 없으니 그냥 얼버무렸다.
"어허. 신의 진명을 함부로 묻다니 무엄한지고. 신의 진정한 이름은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 법. 진정한 신의 사도가 되면, 지고한 신의 본명을 알려 주겠노라."
"네. 그럼 알겠습니다. 이름 없는 신이시여."
요 녀석은 끝까지 나의 신경을 건드렸다.
이렇게 새로운 아바타와 만남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나를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를 따를 것이다. 나는 예전처럼 급하지 않았다.
시간과 돈은 많았다 천천히 몇 세대가 걸리더라도, 나의 뜻을 판타지월드에 펼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