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6화 〉126. 토마스의 사정. (126/211)



〈 126화 〉126. 토마스의 사정.

*토마스의 사정.*

토마스가 사는 마을은 전형적인 중세의시골 마을이었다. 가구 수가 20호 정도로 인구는 100여명 정도였다. 마을이라기보다는 촌락에 가까운 작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주산업은 밀농사로 그 외에 특별한 특산물은 없었다.

밀 이외의 작물로는보리와 호밀을 심어, 그 보리로 맥주를 빚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양이 많지 않아 대부분 마을에서 소비하였다. 남는 것은 이웃 마을에 팔았지만 수량도 적고 그 맛이 뛰어나지도 않아 특산물이라고 할  까지도 안 되었다.

이렇게 토마스가 사는 마을은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마을이었다.

그나마 이 마을이 가지는  가지 장점으로는, 대수림에서 분리되어 나온 작은 숲이 마을 주위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영주의 사냥터지기가 지키지 않는 마을 공동의 숲이었다. 그곳에서 땔감이나 간단한 사냥, 약초 수집을 할  있었다.

이것은 생각보다 마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보잘 것 없는 마을이지만 덕분에 굶어 죽는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숲이 있어, 영주에게 대부분의 수확을 바치고도 먹고 살 수 있었다.

토마스도 영주에게 바치는 밀농사를 끝내면, 숲에서 나무를 해서 팔거나 약초를 캐어서 팔았다. 그것으로 보리가 무르익는 초여름까지 버틸 수가 있었다. 보리를 수확하면 그것으로 다음 수확기까지 버틸 수가 있었다.

토마스 가족이 주로 먹는 식사는 보리와 숲과 들에서캐어온 산 야채를 섞어서 쑨 보리죽이었다. 토마스 가족이 수확하는 밀은 대부분 영주의 세금으로 바쳐졌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 모두 비슷했다. 마을에서 하얀 빵을 제대로 먹어 볼 수 있는 사람은 촌장과  가족 정도였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불만은 없었다.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보리죽으로 풀칠을 하고, 숲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촌장의 덕분이었다. 촌장이 영주에게 마을에서 수확하는 밀의 대부분을 바치고 받아낸 것이, 숲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였다.

사치스러운 음식인 흰 밀 빵보다는,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산물이 마을 사람들이 먹고 사는 데는 더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마을 근처의 숲에는 오크와 같은 위험한 몬스터는 없었다,

 때 고블린과 같은 소형 몬스터가 살았다고 하지만, 영주가 보낸 병사들에 의해 퇴치가 되었다. 영주는 욕심이 많은 자였지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정도로 무식하지는 않았다. 영지민들이 있어야 돈이 되는 밀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밀은 돈이 되는 작물이었다. 수요도 많았고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이곳의 영주는 그것을 팔아 나름 괜찮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 마을이 프라우나 대수림과 가깝다고 하지만, 그 경계까지는 걸어서 3~4일 정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사이에는 상인 출신 영주의 대농장이 있었다.

그래서 대수림의 몬스터들이 직접 이곳까지 오는 경우는 아직 없었다. 토마스가 사는 마을은 지금과 같은 시대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었다.

마을에는 사냥으로 먹고사는 가구가 2가구가 있었다. 이들은 마을에 가죽과육류를 제공하는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역할을 하였다. 마을 내에 약초꾼이 한집 있어, 마을에 약초나 약을 공급하고 있었다.

토마스가 사는 마을은 이렇게  제국의 서부의 평범한 작은 마을이었다. 아니 평범한 마을처럼 보였다.

*****

내가 토마스를 아바타로 선택한 것은 이 마을의 입지도 영향을 주었다. 이곳은 혼란스러운 판타지월드에서 안전하게 아바타를 육성할 수 있는 인간들의 영역에서 몇 안 되는 장소였다.

마을 근처에 상인 출신 영주가 세운 인구 5,000명 정도 사는 큰 마을이 있었다. 그 영주의 마을이 이틀거리 정도에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그 마을은 대수림과 남부 왕국들, 망해버린 제국의 서부지역을 연결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마을에 대해서는  좋은 소문이 있었다. 그것은 대수림의 몬스터와 교역을 한다는 것 이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곳은 예전에 마라와 거래하던 상인인 제임스의 영지 중 하나였다.

제임스의 영지는 두 군데에 있었다. 하나는 프라우나 대수림의 남부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서부에 있었다.  중 토마스의 마을 근처에 있는 마을이 그중의 서부 영지였다.

현재 제임스의 영지가 판타지월드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었다. 인간과 몬스터 양쪽 모두에게 공격을 받지 않는 지역이었다.

처음부터 시작할 장소를 제임스의 영지나 그 인근 장소로 정하였다. 그 지역에서 괜찮은 아바타를 수색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토마스였다.

*****

"하이파 마을이 프라우나 대수림의 몬스터들과 거래를 한다더군."

"나도 들었어. 몬스터들과 거래하는 녀석들이 인근에 산다니……."

"그들이 몬스터들과 함께 습격하면 큰일인데……."

"촌장님이 그런 일은 없을 거라 하시던데. 촌장님이하시는 말씀이나 맞으시겠지."

"뭐. 문제가 있으면 영주님이 나서겠지. 그분이 욕심은 많아도 우리 마을은 챙기시잖아."

"영주가 챙기긴 뭘 챙겨욕심만 가득하지. 그나마 이렇게 사는 것도 촌장님이 잘해주신 덕분이야. 프라우나 대수림에서 몬스터가 나오면 영주부터 가장 먼저 도망을 칠 걸."

"그래. 욕심 많은 영주는 믿을  못돼."

"하필, 몬스터와 거래하는 마을이 우리 마을 옆에 있을게 뭐람."

"그래도 촌장님이 말씀으로는 그 마을이 있어서. 마을이 더 안전하다 하시던데."

"지미 아저씨. 촌장님의 말씀이 맞아요. 그 마을이 있어서 저희 마을이 더 안전한 거예요. 대수림의 몬스터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해도 되요."

"그걸 토마스가 어떻게 알아?"

"하이파 마을이 여기보다 대수림에 더 가까운데, 이제까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은 적이 없잖아요. 그건 몬스터들과 거래해서 그런 거예요. 덕분에 저희 마을 근처에도 안 오는 거고요.

"........"

"하이파 마을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없어지면 그 마을도 손해예요. 그들이 구입하는 밀과 잡곡을 우리가 수확하잖아요."

"듣고 보니 그러네. 토마스가 요즘 예전보다 똑똑해진 것 같군."

"아저씨들.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마시고, 오늘  좀 도와줘요.이번에 밀이 풍년이라 일손이 부족해요."

"토마스. 밀이 풍년이라도 대부분 영주에게 갈건 데……. 뭐 그리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해."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요. 안 그러면 욕심 많은 영주가 보리나 다른 걸 더 내어 놓으라고 할 건데요."

"끙……. 우리네 팔자가 편할 때가 없네."

"그래도 이런 시기에 먹고 살 수만 있는 것도 어딘데요. 그냥 일이나 해요."

토마스는 마을사람들과 밀의 추수에 열심이었다. 밀의 추수는 중요했다.

토마스는 마을 사람들 누구보다 그 마을에 대해서 잘 알았다. 토마스에게는 그 마을의 정체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이해가 빨랐고, 더 이상 몬스터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

하이파 마을은 판타지월드가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도 번성하고 있었다. 프라우나 대수림의 옆에 있음에도 그린스킨의 공격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린스킨들은 마라가 죽은 후에도 제임스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제임스의 영지는 약탈품과 대수림의 산물들을 팔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고, 그린스킨들은 그러한 거래처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을의 뒷배는 남부 왕국의 귀족이  대상인이었다. 설령 그 마을이 진짜로 몬스터들과 교역을 한다고 해도, 귀족이 직접 관리하는 마을에 대해 함부로  수 없었다.

누군가가 그것을 문제 삼으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제임스의 영지는 주변의 마을과 영지에 질 좋은 상품들을 제공하였다. 대신에 그곳의 밀이나 잡곡들을 좋은 값으로 매입해 주었다. 토마스의 마을에서 영주에게 바친 수확물들도 하이파 마을로 팔려갔다.

그의 영지와의 거래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문제를 제기하면, 인근 마을과 영주들이 크게 들고 일어날 일이었다.

인근의 영주들도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 사실을 묵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임스는 수환이 좋았다. 왕국과 제국의 윗선에 적당한 기름칠을 매번하고 있었다.

토마스의 마을도 그 마을을 통해 농기구와 모직물, 육가공품들을 수입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대가로 밀과 잡곡을 팔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지역 상인들보다 저렴하게 팔고 비싸게 사주었다.

거래가 끊어지면 곤란해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절에 그런 좋은 거래처와 관계가 끊어진다면 괴로운 일이었다.

안 그래도 최근 이곳을 다스리는 영주가 세금을 더 올렸다.  높아진 세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인근에 하이파 마을이 있어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거래선과의 관계는 중요했다. 마을의 모두는 하이파 마을이 몬스터들과 거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입 다물고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린스킨들이 휩쓸고 간 곳은 대수림의 동북부 옛 제국의 남부와 동부, 중부지역이었다. 이곳 서부는 대수림의 몬스터들과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 그린스킨과의 분쟁은 남의 일이었고, 지금은 남의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시절이었다.

이렇게 판타지월드가 혼란에 빠진 시기에도, 이 지역은 과도한 세금을 빼면, 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

토마스가 살고 있는 마을은 판타지월드에서도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그린스킨의 습격을 받지 않아 비교적 피해가 덜했다. 하지만 이곳도 조금씩 판타지월드의 새로운 업데이트의 영향을 받았다. 몬스터랜드가 생기면서 프라우나 대수림 외에도 많은 곳에서 몬스터들이 준동을 했다.

그들을 중심에는 몬스터를 선택한 유저들이 있었다. 그들에 대항하여 인간을 선택한 유저들도 군대를 조직해서 그들과 맞서 싸웠다. 지금은 전란의 시대였다. 이곳의 유저인 영주들도 몬스터 토벌을 이유로 세금과 더불어, 다양한 부역과 병역을 의무를 늘리고 있었다.

그것을 버티지 못한 사람들은 마을을 버리고 도망갔다. 그들은 숲에 숨어서 화전민이 되거나, 아예 도적이 되었다. 판타지월드의 곳곳에 도적들이 날뛰었다. 상태가 비교적 나았던 서부도 치안이 점점 나빠졌다.

토마스가 사는 마을도 점점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영주의 세금은 더욱 더 무거워졌다. 토마스와 마을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입에 풀칠하는 것이 다였다.

토마스는 이러한 마을에서 어려서부터 병든 부모님을 모시고, 힘든 이웃을 도우고 살고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이러한 상황을 불러 온 신이라 불리는 유저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토마스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고, 자신을 대신해 이 세계를 구원할 구원자가 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기에는 구세 종교가 성행했다.

황건적(태평도)의 난이나 홍건적(백련교도)의 난, 태평천국의 난, 동학의 난 등을 일으킨 종교도 이러한 시기에 널리 퍼졌다. 사람들은 힘들 때 구세주를 찾았다.

토마스의 마을에도 그러한 사람이 찾아왔다. 밀  포대를 주고, 떠돌이 이야기꾼이자 사기꾼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마스는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지금의 가짜 신들이 아닌, 진정한 신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한 믿음이 스킬의 형태로 발현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토마스에게 신앙심이라는 스킬이 있는 이유였다. 그런 믿음을 가진 토마스에게 내가 신 내림을 통해 나타난 것이었다.

토마스는 내가 말을 걸자 순간 혼란에 빠졌다. 기존에 들었던 유저라고 불리는 신들에 대한 불신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동시에 자신에게 내려온 신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이 세상을 구원해 줄 신이기를 바랐다.

이러한 두 가지 마음이 서로 병존하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러한 마음이 복잡하게 뒤섞여, 자신도 모르게 신에게 무례하게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신은 자신의 무례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을 치료해주고 자신에게 믿음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자 토마스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토마스의 감정 상태를 알게  후부터는 그에게 조금씩 다가가기로 했다. 우선 토마스의 부모님의 질병을 고치기로 했다. 그를 통해 토마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래야 토마스가 마음 편하게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최근에 아바타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바뀌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