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138. 전후처리와 신성도시의 확장.
*전후처리와 신성도시의 확장.*
이반 영주가 죽자 성벽 위의 전투는 멈췄다. 이미 전투의 승패는 갈렸고, 더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했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그 병력이 2,000명에 이르렀다. 대부분은 이반 영지의 정규병들과 인근 영주들에게서 지원받은 병력들이었다.
5,000명에 이르던 용병들과 비슷한 숫자의 징집병들은 대부분 성벽 아래에서 죽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이미 모두 도망을 쳤다. 영주가 죽고 병사들이 항복한 상태에서 그들이 더 이상 싸움을 계속 할 이유가 없었다.
신성도시의 군대는 그들을 굳이 사로잡거나 죽이지 않았다. 전후처리로 할 일이 많았고, 그들은 그냥 나두어도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이었다.
용병들은 다른 지역으로 가서 새로운 전쟁에 목숨을 걸거나, 도적이 되어 주변의 마을들을 약탈할 것이었다. 그들을 죽이거나 처분하는 것이 더 나을지는 모르지만, 아직 짓지 않은 죄로 그들을 처벌할 수는 없었다.
용병들과 징집병들이 뒤섞여 있었다. 징집병들은 잘못된 주인을 모시고 전쟁에 참여한 죄는 있지만, 그 죄로 죽음을 내리기는 그랬다.
그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가서 농사를 짓게 될 사람들이었다. 이 전쟁이 끝나면 이반 자작의 영지의 일부가 신성도시에 넘어 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곳의 농부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다. 나중을 생각한다면 살려두는 것이 좋았다. 용병과 징집병을 합하여 1만 명에 가까운 병력이 있었으나, 살아서 돌아간 사람은 3,000명이 안되었다.
공성전은 병력소모가 많았다. 그래서 이반 자작이 그들을 동원했다. 대부분은 화살받이로 사용이 되었고 그렇게 죽었다. 전쟁은 이기면 많은 것을 얻지만, 지면 모든 것을 잃는 도박이었다.
이반 자작은 도박에 져서 모든 것을 잃었고, 죄 없는 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 신성도시도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몰랐다. 반드시 이겨야하고, 최대한 피해를 적게 해야 했다. 그것을 위해 고민을 했다.
사로잡힌 병사들은 임시로 만들어진 감옥에 갇혔다. 이들 2,000명의 병력은 분류가 될 것이었다. 스스로 몸값을 내거나 자신이 봉사하는 영주가 몸값을 대납을 한다면,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하면 노예와 가까운 취급을 받고 노역에 동원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노역을 하다가 여신의 신도가 되어 전향을 한다면, 그들 중 일부를 신성도시의 군대로 받아들일 것이었다. 대신에 가족들을 신성도시로 데려와야 할 것이었다.
이반 자작의 병사는 그나마 나았다. 이반 자작의 영지의 상당 부분은 신성도시의 것이 될 것이고, 그들의 가족도 신성도시의 주민이 될 것이었다.
그들을 중심으로 개종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앞으로 여신의 신도가 되어 신성도시를 위해 싸우게 될 것이다.
*****
전투가 끝난 후 토마스는 성벽에서 내려왔다. 성벽 아래에는 신성도시의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여신의 신도이자, 토마스의 추종자로서 승리에 한호를 했다.
"세인트 토마스 만세!"
"세인트 토마스 만세!"
"세인트 토마스 만세!"
도시의 전체가 토마스를 연호하는 사람으로 흔들렸다. 토마스는 시민들의 환호에 응답하며, 남은 병사들에게 전후처리를 명령을 했다. 그리고 다시 신의 사도로서 신성 도시를 다스리는 일에 매진을 했다.
공성전이 끝나도 병사들이 해야 하는 일들은 끝이 나지 않았다. 몸이 상하지 않는 병사들은 주민들을 이끌고 성벽 아래를 정리해야 했다.
성벽의 아래와 해자 속에는 수많은 시체들과 죽어가는 사람들이 전쟁의 비참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 중에서 살일 수 있는 사람들은 살리고, 도무지 가망이 없는 이들은 목숨을 취했다.
그리고 머리가 부서지거나, 내장이 흘러나오거나, 팔다리가 떨어져나간 시체들을 치웠다. 수많은 시체들을 치우고 전장을 정리해야 하는 일도 큰일이었다.
시체들을 한곳에 모으고 그들이 입고 있는 것을 벗겨내었다. 대부분은 가난한 농부들과 용병들이라 넝마가 된 누더기뿐이었다. 하지만 병사와 기사들 중에는 상당히 가치가 있는 장신구나 무구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수거하였다. 이것들은 나중에 신성도시의 발전의 거름이 될 것이었다. 전란과 혼돈의 시대에는 이런 것들을 수거하여 수리한 후 재판매를 하면 수익이 되었다.
신성도시는 이제 자립 도시였다. 가능하면 더 이상 추가적인 지원 없이 성장하기를 바랐다.
전장의 정리가 끝나자 전쟁에 배한 배상금과 휴전에 관한 협상에 들어갔다. 가능하면 전쟁 없이 이반 자작의 영지를 취하기를 바랐다.
그들을 지켜 줄 많은 병사들이 전투에 죽었다. 더 이상 싸울 여력이 없는 영주의 가족들이었지만, 이들은 최대한 가진 것을 내놓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한 것은 이번 전쟁에 참여한 다른 영주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반 자작의 성까지 쳐들어가서 성을 함락을 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이반 자작의 영지를 신성도시의 영토라고 선언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세력의 개입으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반 자작령의 주변 영주들과 옛 제국의 서부지역을 책임지는 후작의 가문에서 배상금과 휴전 협정에 개입을 하였다. 그들은 죽은 이반 영주의 가족을 대신하여, 배상금과 휴전 협상에 나섰다.
이러한 부당한 개입에 분노를 했지만, 그들을 모두 상대하기에는 신성도시의 힘이 부족했다. 아직 신성도시는 힘을 더 모아야 할 상황이었다.
그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했다. 이들에게는 신성도시는 갑자기 나타난 낮선 세력이었다. 기존의 영주의 가족은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혼인과 인맥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당연히 죽은 영주 가족의 편을 들었다.
이반 영주의 가족을 돕는 것은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추후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신흥세력을 억제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휴전 협상과 배상금에 관해서, 죽은 영주의 가족을 대신해서 전면에 나섰다.
"토마스 경. 이들에게는 토마스 경에게 지급할 배상금이 없소이다. 전임 영주가 가진 재산을 다 털어서, 용병들을 고용하고 군대를 무장 시켰다더군요. 이번에는 토마스 경이 양보를 하면 안 되겠소?"
"이들이 먼저 저희에게 전쟁을 걸었습니다. 신성도시의 지배 권리는, 제가 남부 왕국의 귀족에게 양도받은 적법한 권리였습니다. 저희들도 무도한 전 영주에 의해 피해를 입었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어허……. 젊은 사람이 고집은……."
이렇게 배상금에 대한 협상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못주겠다는 주장과 받아야만 하겠다는 주장이 전령을 통해 한동안 오고 갔다. 배상금에 대한 협상은 결국 약간의 영토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들과 휴전 협정을 맺는 대신에, 신성도시 인근의 다섯 개의 마을을, 전 영주 측으로부터 받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전쟁에 참여한 다른 영주들로부터는, 그들의 기사와 병력을 데려가는 대신에 몸값과 배상금을 받았다.
전쟁의 승리에 비하면 한참 작은 보상이었다. 이번에는 한 걸음 물러섰다. 지금 굳이 주변의 세력과 부딪히는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
그들도 언젠가는 무찔러야 할 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신성도시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들은 신성 도시가 더 성장한 후에 상대하면 되었다.
전쟁 배상금으로 받은 다섯 개의 마을은 신성도시 인근의 중소 마을이었다. 2개의 마을은 500명 정도가 사는 중간 크기의 마을이었다. 나머지 3개 마을은 100~200명 정도의 주민을 가진,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곳이었다.
그래도 그 마을들이 차지한 영역은 상당히 넓었다. 그리고 주변에 경작할 사람이 없어 버려진 농토들이 많았다. 오랜 전란의 영향이었다.
추가로 얻은 다섯 개의 마을과 기존에 소유한 마을들이 차지한 영토를 합치면, 신성도시는 상당히 넓은 영지가 되었다.
새롭게 넓은 경작지를 얻은 것이 컸다. 사람이 없는 것은 유랑민을 추가로 받아들이면 되었다. 그들에게 안전을 보장해주면 그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지을 것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다시 유랑민들이 신성도시로 찾아왔다.
새로 얻은 지역을 개발함으로서 신성도시는, 추가로 필요한 식량을 공급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목화 재배를 통해 면직물의 재료를 공급 받을 수 있었다. 신성 도시의 직물 산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고, 그 원료의 공급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은 일이었다.
대수림과 제임스의 영지와의 교역에 의지하던 상황에서, 식량과 원자재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배후지가 늘어난 것은 나름의 성과였다.
이렇게 신성도시의 영역을 중심으로, 주변을 다섯 개의 마을이 둘러싸는 형태의 하나의 영지가 탄생하게 되었다. 신성도시의 영지가 기존보다 두 배는 더 커졌다. 남작령과 자작령 사이의 규모가 되었다.
토마스는 이 다섯 개의 마을도 교구에 포함시켰다. 그곳에 마을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사제들과 그들이 머물 작은 신전을 건립하였다. 새롭게 편입된 마을들도 여신의 신도로 개종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섯 개의 마을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마을을 건설하였다.
판타지월드에는 유랑민들은 많았다. 그들을 정착시킬 땅도 얻었다. 그들을 개종시키고 버려진 농토를 개간하게 만들 것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질 마을들도 곧 여신의 신도로 가득 차게 될 것이었다.
신성도시는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었다. 전쟁은 수지 맞는 장사였다. 지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