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145. 아케인 후작의 때 늦은 후회.
*아케인 후작의 때 늦은 후회. *
아케인 후작가는 에이렌 제국의 서부를 대표하는 가문이다.
제국의 서부는 남부보다 남쪽인, 프라우나 대수림의 서쪽에서부터 제국의 남부와 중부에 걸쳐 있었다.
이 지역은 제국에서 서부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제국의 남서쪽에 위치했다. 제국의 북부와는 인접하지 않아서 북부로 갈려면 남부나 중부를 거쳐서 가야했다.
면적은 제국 북부의 반도 안 되는 지역이지만, 거주하는 인구는 오히려 더 많았다.
예전에 에이렌 제국의 중심은 수도가 있는 중부 지역과 남부지역이었다. 그에 비해 서부는 크기도 작고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래서 이 지역을 대표하는 가문이 후작에 불과했다.
제국의 수도가 무너지고, 남부에서부터 북부까지 큰 피해를 본 상황에서, 서부는 상대적으로 살기가 좋은 곳이었다. 신성도시와의 분쟁 전에는 전성기를 누렸다.
에이렌 제국은 각 지역마다 지배가문이 있었다. 그들은 봉건제인 판타지월드에서 황제를 대신하여 그 지역을 다스렸다. 아케인 후작 가문은 이러한 서부를 지배하는 가문이었다.
아케인 후작가는 제국의 신하이기도 하지만, 서부 지역의 많은 가문들을 신하로 두었다. 그들은 황제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아케인 후작가를 모셨다.
서부에는 아케인 후작가의 직할지와 봉신 가문의 영지가 절반을 차지했다. 나머지 절반의 지역은 황제의 직접 모시는 봉신 가문이거나 다른 가문의 봉신이었다. 어떤 경우에는 한 영지가 두 개의 가문을 모시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었다.
이 중 신성도시가 지배하는 영역은, 황제의 봉신이거나 다른 영주의 봉신이었던 영지였다. 그래서 아케인 후작 가문이 직접적으로 신성도시를 침략할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봉쇄정책을 통해서 신성도시의 성장을 억제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은 역효과를 나타내었다.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한 신성도시가 아닌 아케인 후작과 그를 따르는 가문들이 타격을 보았다.
상인들이 떠나고 영지들의 경제가 마비가 되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그 대열에 이탈한 것은 아케인 가문을 주군으로 모시지 않는 가문들이었다. 그들은 봉쇄를 풀고 신성도시와 교류를 다시 시작했다.
그들이 떨어져 나가자, 아케인 후작의 봉쇄는 점점 기능을 잃어갔고, 그를 따르는 영지들의 경제는 더욱 타격을 입었다. 신성도시를 봉쇄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자신들이 신성도시에 봉쇄를 당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들이 고립이 되자, 더욱 더 경제가 침체되었다. 영지내의 물류가 멈춰버리고, 영지민이 살기가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영주들의 수탈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나마 살기가 좋았던, 서부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기근이 발생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렇게 악화된 환경은 전염병에 취약했다. 아케인 후작의 영지와 그 주변 영지로 전염병이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지만, 이들을 치료해야 할 사제들은 부패하고 탐욕스러웠다.
그들은 돈을 받고,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자만 치료를 해주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전염병의 치료에도 소외 되었다. 기근과 질병이 휘몰아치는 이 지역에 사람들을 홀리는 소문이 돌았다.
신성도시에서는 사제들이 무료로 질병을 치료해준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다가 신성도시에서는 일자리도 주어지고, 배불리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이 퍼져나갔다.
아프고 배고픈 사람들은 하나둘씩 고향을 버리고, 신성도시의 영역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후작이 이러한 상황을 보고 받았을 때에는, 이미 영지들은 황폐해졌다. 이미 많은 영지민이 신성도시의 영역으로 흘러 들어간 상태였다. 영지의 땅은 이동을 못하지만, 사람은 이동할 수 있었다.
그들이 미션(선교사)들을 자신들을 영지로 못 들어오게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그들의 영지민이 신성도시로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넘어가는 자들을 처벌하고, 병사들을 영지의 경계로 보내어 단속을 했다. 하지만 넓은 영지 경계를 병사들로 지킬 수가 없었다.
현실에서도 베를린 장벽을 넘는 동독인들이나, 미국의 국경 장벽을 넘는 멕시코인들을 막지는 못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떠나는 이들을 막을 수 있는 장벽은 없었다.
장벽조차 없는 이곳에서 도망치는 영지민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후작의 도시에 억지로 남게 된 상인들도, 자신들이 살기 위해 다시 밀무역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후작도 밀무역을 막지 못했다. 자신들의 영지의 경제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묵인을 했다.
봉쇄 정책은 후작의 영지와 그를 따르는 영지들의 힘을 떨어뜨리고, 신성도시의 힘을 올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결국 아케인 후작의 봉쇄정책은 폐기 되었다.
대신에 칼집에서 칼날을 베어들었다. 후작은 신성도시에 선전포고를 했다. 전쟁의 명분을 위해 자신의 영지민을 내세웠다.
신성도시에자신의 영지민을 돌려보내도록 최후통첩을 했다.
-아케인 후작령의 영지민을 억지로 구류하고 있는, 신성도시의 무뢰배들은 들어라. 그들은 아케인 후작님의 소유다. 정당한 주인에게 돌려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실력행사로 합법적인 재산을 가지고 오겠다.-
이에 대한 신성도시는 도망쳐온 영지민을 돌려보낼 수 없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들은 그대들의 폭정에 어쩔 수 없이 살기위해 여기로 온 것이다. 그곳으로 그들을 다시 보내는 일은 죽음으로 모는 일이다. 신성도시는 인도적인 목적으로, 그들을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할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전쟁의 명분은 만들어졌다.
후작은 병사를 모아 신성도시를 칠 준비를 하였다. 후작은 정규군 6,000명과 용병 5,000명, 농민병 10,000으로 이루어진 대군을 모았다. 자신과 봉신의 영지의 전력이었다.
신성도시를 빨리 무너트리지 않으면 자신의 영지가 위험했다. 이대로는 신성도시에 잡아먹힐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후작으로서도 이번의 전투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의 군대가 후작의 도시를 떠나서, 신성도시를 향해 진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