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182. 만류귀종과 천변만화.
*만류귀종과 천변만화.*
셔틀은 타-메라 행성의 궤도에 있는 우주선으로 돌아왔다. 행성에서 채취한 시료들을 분석하였다.
이들 자료에 대한 분석은 빠르게 끝났다. 이 시료들의 분석결과를 가지고 탐사대장과 사령관이 참석하는 임시미팅을 했다.
이번 미팅은 탐사대장이 요청을 했다. 그는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타-메라 행성의 생명체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는 정말 놀랍습니다. 이들의 생체구성 성분이 지구의 생명체와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마치 수억 년 전의 지구를 이 행성에 옮겨 놓은 것만 같습니다."
탐사대장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를하였다. 그는 너무 흥분했다. 그의 감정을 가라앉혀줄 필요가 있었다.
탐사대장과는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말을 높여주지만, 회의석상에는 상관으로서 하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탐사대장. 다른 외계 행성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물의 진화에 있어서, 진화의 방향은 서로 비슷한 게 아니었나? 이것은 수렴진화의 결과로 생각이 되는데……. "
수렴진화는 그 기원은 달라도 환경에 적응하여, 비슷한 진화과정을 겪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고래와 물고기였다. 이 둘은 기원은 다르지만 환경에 맞추어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박쥐와 새, 잠자리, 등도 이런 진화의 일종이었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의 조건은정해져 있지. 그래서 우리가 이곳으론 온 것이고……. 그 환경에 맞추어 대부분의 생명체는 비슷한 진화과정을 겪는 게 아닌가?"
AFTER LIFE사의 자료에 의하면, 생명의 진화는 우연히 아닌 필연이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그곳에는 생명체가 번성하게 되어 있었다.
"교육 자료에서 -소립자보다 작은 단위에서의, 우주의 구성하는 원리의 하나이다.- 라는 내용을 본 것 같은데……. 결국 삼라만상이 어떤 변화를 가지던, 그것은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불교의 용어인 만류귀종과 일맥상통했다. 하지만 대체로 이 말은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에서 많이 쓰이기도 했다.
-소립자보다 작은 단위에서의, 우주의 구성하는 원리의 하나이다.-
이것은 AFTER LIFE사의 회장이 남긴 교육자료중의 하나였다. 그 교육 자료에는 개척단의 단장들을 위한 내용들도 있었다. 이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것을 만류귀종(萬流歸宗)으로 해석하면, 이곳의 생명체들의 생체 구성성분이, 지구의 생명체와 일치하는 것도 이해가 가능했다.
세상에 많은 선택의 가능지가 있어도.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
이것에 대해서 탐사대장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이 표현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갈림길이 있습니다. 그것에 따라 생명체가 나타나는 형태가 다를 수가 있습니다."
"......."
"생명체는 그 갈림길에서 어떤 길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각 행성의 생명체의 구성 물질이나 표현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탐사대장의 말은 시작은 하나이지만, 그것이 변화하는 과정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는 개념이었다. 그의 말은 천변만화(千變萬化)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곤충의 날개나 새의 날개는 결국 날기 위해 비슷한 형태를 하지만, 그 구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생물은 DNA를 핵산구조로 가지고 있는데, 일부는 RNA를 핵산구조로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
"이곳의 진화의 과정에서 RNA의 형태가 핵산의 주를 이루었다면, 핵산과 단백질의 구성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이곳의 생명체의 생체를 구성하는 성분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오. DNA방식이 유전정보의 보호에 안정적이기 때문에 고등생물은 DNA 방식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소. RNA 방식은 빠르게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변이를 해야 하는 바이러스 종류에만 한정될 수밖에없다고 생각하오."
개척단 단장의 교육과정에는 많은 지식들이 녹아져 있었다. 개척단 단장은 과학자는 아니지만, 그것들을 이해할 수준은 되었다.
과학자인 탐사대장과 어느 정도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과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군사적인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총사령관과 군사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잇을 정도로 군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았다.
최고 책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지식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지 밑에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적절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지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면, 단순히 아래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지휘관이 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 AFTER LIFE사는, 개척단 단장을 위한 적절한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었다.
그 교육과정 중 뛰어난 수료생이었다.
"단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그 선택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
"마찬가지로그러한 선택지의 차이에 의해, 행성을 점유하는 우점종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TESS-167d은 지구의 4지 동물과는달리, 6지 동물이 행성의 우점종입니다."
"어떤 녀석들을 말하는 것인가?"
"단장님이 사진으로 보신 천사와 같이 생긴 생명체이지요, 그들의 등에 붙은 날개는 인간으로 6개의 다리 중 2개의 다리가 날개로 변한 것입니다. 천사와 같이 생긴 녀석 말고도 다양한 6지 동물들이 관측되었습니다."
그의 말도 맞았다. 인류가 팔과 다리를 가진 존재가 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어류가 육지로 올라오면서 4개의 지느러미가 다리로 변화된 것이었다.
그때 어류의 지느러미 중 6개가 다리로 변화를 하였으면, 지구의 인간은 천사의 모습이나 켄타우루스의 모습일 수도 있었다.
박쥐나 새들은 날기 위해서 4개의 다리 중 두 개의다리를 사용해야 했다. 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인간도 6지 동물이었으면, 달리는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랐을 것이다. 이것은 사족보행 동물에 비해 크게 불리한 점이었다.
인간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손을 위해, 두 다리를 희생해야 했다. 그래서 이족보행으로 4족 보행 동물들보다 달리는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두뇌가 발달하고, 자유로운두 손으로 다양한도구를 만들지 못했으면, 인류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릴라처럼 한 지역에만 머무는 소수의 종족이 될 수도 있었다.
4지 동물은 6지 동물보다 선택의 폭이 좁았다. 지구에 4지 동물과 6지 동물이 공존했다면, 지구는 6지 동물이 세상을 지배했을 것이었다. TESS-167d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것이었다.
탐사대장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어떤 행성은 곤충에서 진화한 생명체가 우점종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파충류나 조류와 같이 다른 종족도 행성의 우점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이 우점종이 된 것은, 그 수많은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인류가 탄생하고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은, 우연의 산물입니다."
탐사대장의 설명은 천변만화(千變萬化)로 말할 수 있었다. 그의 말은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
"라-메라의 생명체들은 지구의 생명체와 그 생김새는 조금 다르지만, 몸을 구성하는 생체 성분은 거의 동일합니다. 여기의 생물들은 별다른 가공 없이, 인간이 섭취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이곳은 굳이 테라포밍이 없이도 인류가 생존이 가능한 곳입니다."
"테라포밍이 없이도 인류가 생존이 가능한 곳이라……."
"거기에다가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발달 수준도 낮습니다. 생명체가 보유한 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체의 면역과 해독기능 정도면,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탐사대장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건지 감이 왔다.
그는 계속 TESS-167c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을 인류의 정착지로 만들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TESS-167d 대신에…….
"그럼 탐사대장의 의견은 이곳을 TESS-167d를 대신하여, 인류의보금자리로 만들자는 의견인가?"
"네. 그렇습니다."
"자네가 얼마 전에 여기에서 태어나는 인류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어 가엽다고 한 것 같은데?"
"그건 그렇지만, 여기도 인류의 보금자리로는 나쁘지 않은 행성입니다."
"하지만, 이 행성에는 지구의 1.5배에 이르는 강한 자외선이 있지 않는가?"
"그건 지하에 거주지를 만들고, 바깥으로 나갈 때에는, 자외선 방호복을 착용하면 됩니다."
탐사대장의 이야기를 듣고, TESS-167d에 아직 미련이 있는 사령관은 반대 의견을 내었다.
"저는 저희의 후세가 지하 동굴 같은데서 살면서, 지상을 방호복을 입은 채 돌아다니는 것에는 반대 입니다."
총사령관은 탐사대장의 의견에 반대를 했다. 개척단의 지휘부의 의견이 갈렸다.
탐사대장은 처음부터 외계 지적 종족을 공격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외계 종족과 공존을 원했다.
행성을 정복하여 그들을 몰아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 TESS-167c를 조사를 해보니, 인간이 살아가기에도 그리 나쁘지 않은 행성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TESS-167d를 공격하지 말고, 인류가 이곳에 장착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탐사대장의 감성적인 성격이 문제가 되었다.
이럴 때에는 최고 책임자인 개척단 단장이 명확한 입장을 알려주어야 했다.
만류귀종과 천변만화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 개척단의 원래 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