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화 〉188.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트레이닝을 하다.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트레이닝을 하다.*
한동안 사령관과 가상전투 공간에서 전투 훈련을 했다. 시간을 매우 빠르게 한 공간이었다.
여기서 훈련을 받는 동안 바깥세계의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는다. 여기에서 한 달은 밖에서는 1시간도 되지 않았다.
옛날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이었던 드래곤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과 같은 역할을 했다. 시간을 늘려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미스터 포포는 없었다.
전투기의 조정법은 간단했다. 모든 제어는 인공지능이 제어해주기 때문이었다. 완전한 자율주행차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오래전에 나온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도 운전시 가능하면, 핸들에서 손을 떼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전투기의 탑승자가 하는 일은, 자율 주행하는 자동차의 핸들에 손을 대는 것이었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거나 고장이 났을 때, 수동 운전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전투기의 탑승자가 하는 일은, 적과 아군을 설정하는 정도였다.
피아의 식별도 대부분은 인공지능도 했다. 하지만. 애매하거나 인공지능이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경우 최종결정은 탑승자가 했다.
예를 들면 아군 전투기가 공격을 해왔을 경우였다. 아군 전투기의 오발일 수도 있고, 그 전투기를 적군이 탈취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이 전투기에 대한 대응을 결정하는 것이 탑승자의 몫이었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정의 책임은 전투기 조종사가 지게 된다. 이것이 전투기 탑승자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 외에 다른 훈련 내용은 특별히 관심이 가지 않았다.
대부분이 인공지능이 고장 나거나 파괴되는 비상사태에서, 수동조작을 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전투기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제대로 숙달하기가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이곳이 아무리 정신과 시간의 방이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비상시를 대비한 조작훈련은 필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 전투를 위해서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정말로 전투기의 인공지능이 파괴될 정도로 큰 손상을 입는다면, 어차피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일어나지 않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낭비하긴 싫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전 훈련이었다.
그리고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도 시간은 흘러갔다. 바깥의 시간과 별개로 내부의 시간은 일정하게 흘러갔다.
그 시간에 느끼는 지루함은 1시간짜리가 아니었다. 온전하게 한 달간의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총사령관에게 전투기 운항에 필수적인지식만 가르쳐달라고 주문했다. 사령관은 군인으로서 그런 모습이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상관이었다. 상명하복에 충실한 군인으로서, 전투기 운항에 필수적인 내용만 가르쳐 주었다.
***
전투기의 조정법을 익히고, 전투용 안드로이드 사용법에 대해서 배웠다.
인간형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인지속도에 맞추어, 속도와 힘이 다운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는 그러한 제한이 없었다.
매우 빠르고 힘이 강했다.
그래서 그렇게 빨라진 속도와 힘에 적응해야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적응을 하기 어려워했다.
인간일 때의 습관이 자신의 능력에 제한을 걸었다.
10~100미터의 높이에서 떨어져도 문제없는 몸을 가지고도, 그 높이에서 몸이 굳어 버리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손쉬운 일이었다.
이것은 마치 판타지월드에서 스킬로, 급가속과 용맹, 순간적인 기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생각보다쉽게 적응을 했다. 사령관이 그것을 보고 칭찬을 했다.
"단장님! 놀랐습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에 이렇게 빨리 적응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보통사람은 빨라진 몸과 힘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단장님은 마치 계속 전투용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신 분 같습니다."
"하하. 제가 원래……. 좀 그렇습니다."
그냥 웃으며 얼버무렸다.
사실 전투 경험으로 한다면 이 우주선에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판타지월드에서의 경험이긴 했다. 하지만 판타지월드의 전투도, 자신의 아바타의 목숨이 오가는 살벌한 전장이었다.
"그런데, 전투용 안드로이드라고해서 특별한가? 했더니, 마치 일반 안드로이드에 장갑을 입혀놓은 것 같네요."
"전투용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인간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구조는, 전투용이나 비전투용이나 거의 비슷합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나 일반 안드로이드나, 그 속에 들어가서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이니까요."
전투용 안드로이드는, 탱크나 전투기 같은 전쟁무기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였다.
전투와 관련된 기능을 다소 감소시키더라도, 그 속에 탑승을 하는 인간의 편의성에 맞추어져 있었다.
인간이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진 전투기계였다.
"그래도 일반 안드로이드와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인간적인 특징을 일부 포기한 대신에,훨씬 강한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갑의 경우도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져 있어, 일반 총탄은 다 튕겨냅니다. 철갑탄 정도가 되어야지, 본체에 타격을 줄 수가 있지요."
전투용 안드로이드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과 마찬가지였다. 표면에 금속 질 광채가 반들거리는, 마치 인간을 닮은강철 골렘과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안드로이드의 표면에 금속광채가 나면, 너무 눈에 띄지 않는가요?"
"아! 이건 기본모드라서 그렇습니다. 설정을 주변의 환경과 동화로 설정해놓으면, 자동적으로 주변의 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띄게 됩니다. 우주공간에서는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 암흑모드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은 판타지월드의 은신 스킬과 비슷했다.전투용 안드로이드가, 마치 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만 같았다. 대부분 익숙한 기능이었다.
"그럼 혹시 전투기가 파괴되어, 안드로이드가 우주에 표류하게 되면 어떻게 찾습니까? 감지기로 찾기가 힘들 것 같은데요"
"안드로이드 몸에, 신호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찾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는 우주에게도 활동이 가능한가요?"
"네. 우주에서도 작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져있습니다. 그래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기구와 같은 행성에서 사용하게 설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에서는 전투기 밖으로 나가시는 것을 삼가하시길 바랍니다."
"우주에서 얼마동안 활동을 할 수가 있죠?"
"전투용 안드로이드의 경우 신체에 심각한 손상이 없다면, 동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몸은 참 편리하군요."
"그렇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전투용 안드로이드 안에 들어가 있는 탑승자의 정신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머리를 보호하는데,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하라……. 음……. 뭔가 멋지군요."
"인간의 정신은 가장 장갑이 두터운 부위에, 구체로 단단하게 보호 되고 있습니다. 만약 전투기가 폭발한다고 해도, 그 부분만 손상이 없으면 죽지 않습니다. 다시 회수되어 아무런 문제 없이, 우주선의 가상세계로 연결이 됩니다."
"죽을 가능성은 낮다는 거네요."
"하하. 죽는다는 표현이 애매하긴 하지만……. 정신이 파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저희의 장점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신호기도 정신이 보관되어 있는, 구체안에 있겠네요."
"맞습니다. 그 구체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단거리 내에서는,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가 있습니다."
설명이 끝난 후, 전투용 안드로이드를이용한 전투 훈련에 들어갔다.
***
사령관은 의외로 전투용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전투의 경험이 적은지, 육탄전에서는 나보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
신나게 두드려 패었다. 손에막대를 들고 싸우자, 사령관은 더 심하게 맞아 터졌다.
마라 때 창을 들고 엄청 싸웠었다. 그때의 실력이 아직 남아 있었다.
"큼. 흠. 단장님의 실력이 뛰어나시군요. 이번에는 무기를 들고 싸우시지요."
총사령관은 총기를 꺼내들었다. 총기를 사용한 경험은 사령관이 많았다.
군대에서 몇 번 쏘아본 경험인 다인, 내가 이길 상대가 아니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는 일반 총탄과 철갑탄, 폭발화기를 다루었다. 사령관은 이 모두를 능숙하게 사용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가상 FPS 가상게임을 좀 해보는 건데 그랬다.
사령관은 육탄전에서 무참히 깨어진 보복을 하고, 자신감을 약간 회복한 듯했다.
"사격은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요……. 하하하."
***
전투기의 사용한 전투훈련은 시뮬레이션 룸에서 했다.
이것은 마치 인공지능이 서로 바둑을 두는 것만 같았다. 서로 최적의 공격경로와 방어경로를 수시로 시뮬레이션하며 전투를 하였다.
장군과 멍군이 오고갔다. 마치 서로 짜고 치는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찍는 것 같았다.
전투기에는 우주정거장에 달린 레일건을 소형화 한 것과 같은 코일 건이 달려 있었다.
전투기들은 이 코일 건을 쏘아가며, 서로 공격하고 회피하였다. 그 반응속도가 빨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전투기 조종사는 그냥 인공지능들 서로 싸우는 모습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였다.
이래서는 전투훈련을 하는 의미가 없었다.
"사령관님 전투용 안드로이드의 경우도, 시간을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는가요?"
"저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 기술자를 불러와야,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령관이 기술자를 불러왔다. 기술자가 전투용 안드로이드와 설계도를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순간적으로 3배 정도 빠르게, 시간이 흐르게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내가 전투용 안드로이드를 사용 할 때, 순간적인 기지 스킬을 사용한 느낌을 받은 것은, 이 설정 때문이었다.
주변의 시간이 3배 정도 느리게 흘러가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
사령관은 이러한 경험을 해 본적이 없으니, 이 기능을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듯했다.
그러니 육탄전에서 나에게 쉽게 깨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좀 수정을 할 수가 있을까요?
"전투용 안드로이드의 연산속도의 제한을 풀어주세요. 전투기의 인공지능과 연산속도를 동기화시켜주시면 됩니다."
"단장님.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여쭈어 봐도 괜찮으신지요?"
"전투기의 인공지능의 사고속도와 전투용 안드로이드의 사고의속도가 달라서, 조종사가 전투기를 제대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최선의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만, 긴급한 순간에는 인간의 판단이 더 옳을 수도 있습니다."
"단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렇게 설정을 맞추어 놓으면, 단장님의 정신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정신이 붕괴한다던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본인이 감수하겠습니다. 계속 그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면, 정신에 무리가 가겠지만, 일시적으로 그런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바꾸면, 전투기의 성능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제가 판단할 부분의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개의 두뇌로 움직이는 것보다, 두 개의 두뇌가 더 적합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전투기의 조정에 혼선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정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출격 날짜가 바로 코앞입니다."
기술자는 당황해서 쩔쩔매었다.
"모든 기체에 적용할 시간이 없으면, 우선 내가 조종하는 안드로이드만이라도 수정해 주세요."
나는 판타지 월드에서 아바타와 같이 전투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다.
전투기의 인공지능이 판타지월드의 인공지능과 비슷하다면, 그것과 부딪히지 않고, 조화롭게 기체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투기의 인공지능은 판타지월드의 아바타이고, 나는 유저가 되는 것이다. 필요시에만 직접 개입하면 되었다.
"네. 단장님의 기체만 이라면, 전투기의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의 정신을 동조하게 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령관과 훈련을 마쳤다. 그리고 기술자에게 전투기와 안드로이드의 개조를 지시했다.
이렇게 정신과 시간의 방(가상세계 트레이닝 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