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195. 텐이라는 무서운 종족을 발견하다.
*텐이라는 무서운 종족을 발견하다.*
우주정거장에 외계인들을 신문하기 위한 취조실이 만들어졌다. 따로 고문실을 만들지는 않았다. 고문을 하는 취미는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취재하고도 비슷했다. 그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하게 하여, 그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취조와 신문, 취재는 나름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모두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탐사대장은 그 취조의 대상자로 프라 종족을 정했다.
"왜. 최상위 종족인 케타로 안하고, 그들의 하위 종족인 프라로 대상을 정했지?"
"그것은 두 가지 이유입니다."
"두 가지 이유라? 그 이유를 듣고 싶군?"
"하나는 케타의 종족은 교만하고, 자신들을 신의 사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식하며 잘못된 신념으로 가득 찬 존재입니다. 정보를 얻어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나보시면 단장님의 기분만 상하실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하네만……. 그리고 오히려 그런 그들을 심문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은가?"
"아닙니다. 광신도들하고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탐사대장의 말도 맞았다. 광신도들하고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잘못된 믿음과 신념을 가진 자를 설득하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다만, 그들의 믿음과 신념을 바꾸게 한다면, 완전히 반대편에 서게 된다.
힘든 일이지만해 볼만은 했다.
그런데, 캐타들에 대한 탐사대장의 혐오는 생각보다 심했다. 그들을 먼저 심문하면서 기분이 상당히 상한 것 같았다.
내가 테라의 종족을 다 없애 버려야 된다고 말할 때보다도, 더 격한 반응이었다.
그것은 케타들이 인간과 비슷한 엘프와 같은 종족을 잡아먹고, 그 육체를 즐기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케타들은 엘프의 육체를 성적 쾌락의 도구로 삼아 사용을 하고, 죽여서 식탁에도 올렸다.
아마 그와 관련 된 내용을 케타의 입에서 직접 들은 모양이었다,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은 텐의 여왕을 세뇌하는 것과, 프라에게 거짓된 신앙을 심어주는 일입니다. 단장님이 그들을 신문하여도, 큰 정보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음……. 자네의 말을 참고는 하겠네."
탐사대장의 말대로 프라를 먼저 신문을 해보겠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케타도 취조를 실시해볼 생각이었다.
탐사대장의 말과 다르게, 그들이 의외로 유용한 정보를 줄 수도 있었다.
탐사대장도 그런 속마음을 아는지, 다른 종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했다.
"실제적으로 테라의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프라와 텐입니다. 프라의 경우 3종족 사회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으며, 실제 이번 전쟁의 지휘부입니다. 이들이 전투를 기획하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들로부터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탐사대장은 케타와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텐에 대한 언급도 피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행동이나 말에서 느껴졌다.
"프라라……. 그런데 텐에 대한 언급이 없군. 텐들은 어떻지?"
"텐과의 신문은 추천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은 무서운 종족입니다."
"텐이 무서운 종족이라고? 녀석들은 테라의 3종족 중 최하위 계층이지 않은가? 탐사대장이 지나치게 경계를 하는 것 같은데……."
탐사대장은 케타 종족을 언급할 때에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었다.
그런데, 텐 종족을 언급 할 때는, 그 혐오스러움 표정 대신에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케타의 외모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천사의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굉장히 아름답고 고귀한 종족으로 보였다.
반면에 텐의 경우는 갑각류라고 하지만, 단단한 껍질을 가진 곤충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들의 겉모습은 바다 바퀴벌레(심해 등각류)와 같이 생긴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뭔가 이들에 대한 외모의 생김새와 탐사대장의 표정은 맞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탐사대장이 텐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저희의 인공지능이 관찰한 결과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텐은 케타 및 프라 등과 언어로 대화하는 것 이외에, 자기의 종족끼리 별도의 정보교환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별도의 의사전달 수단? 텔레파시와 같은 것인가?"
"텔레파시의 일종과 같은데……. 그것의 원리나 방법은 모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원격 통신과 그 방식이 다릅니다. 일종의 정신적 공명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뭐 , 그렇습니다. 저희가 모르는 미지의 방법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방식으로 통신을 한다.- 그 말인가?"
"그것과도 조금 다릅니다. 일종의 군생체와 같은 형태입니다. 그들은 일정부분 서로의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방법을 저희의 기술로는 파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탐사대장의 텐에 대한 공포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였다.
특히 과학자의 경우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를 만나면 두려움을 품는다.
그것이 외계의 종족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것은 SF 공포 영화에 많이 사용이 된다.
The Thing이라던가 에어리언이라는 영화가 대표작이었다.
"그들은 개별적으로는 오히려 인간들이나 케타, 프라에 비해서 지능이 낮습니다. 하지만 집단으로 모이면, 뛰어난 집단지성을 보이는 종족으로 생각됩니다."
"집단 지성체라……."
집단지성체는, SF 영화에서 인류의 미래모습이나 고등 외계 종족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그런 능력을 텐 종족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적의 우주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적의 우주선에는 컴퓨터로 보이는 기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적의 우주선에 컴퓨터가 없다고……. 그러면, 대체 우주선의 경로와 레일건의 탄도 계산을 그들이 어떻게 했단 말이오."
"그게, 텐의 집단지성으로, 그것을 이루어낸 것 같습니다. 텐 하나하나가 한대의 컴퓨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많은 텐들이 동시에 병렬 컴퓨터처럼, 복잡한 계산을 처리하는 것이지요."
"하! 그런 종족이 있었다니……."
"그러한 지성으로 과거에 우리가 보낸 탐사선을 분석하여, 우주과학에 관련된 기술을 얻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가 이 항성계에 도착한 이후에는 개척단의 우주선과 레일건 기술을 흉내 내어, 자신들의 우주선과 레일건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
"........."
"테라 행성의 기술 개발 속도가 저희의 예상보다도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텐은 그의 말대로 무서운 종족이었다. 그런 종족을 케타가 텐의 여왕을 세뇌하여, 지배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텐이 테라 행성의 지배 종족이 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랬다면, AFTER LIFE사가 항성 간 우주선을 출발시키기 전에, 인류는 테라의 텐들에게 공격을받아 멸망 했을 수도 있었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그랬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것이었다.
케타가 텐을 지배하게 된 것에, 신의 개입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들에게 저희의 정보를, 더 이상 알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는 이번에 테라의 행성으로 추락한 전투기들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파괴되었기를 바랍니다."
텐이라는 종족은 추후에 인류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종족이었다.
"케타의 영웅이라는 자가, 무모한 행동으로 텐의 여왕을 잡아오지 않았다면, 이 행성은 텐 종족의 행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좀 더 어려운 싸움을 했었어야 했을 겁니다."
템의 집단지성의 능력은, AFTER LIFE사의 가상현실 기술과 회장의 능력만큼 위험한 것이었다.
"케타가 테라 행성의 주인인 게, 저희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우리에 대한 정보가 텐에게 노출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텐에 대한 심문은 안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텐의 집단지성의 힘이 대단히 높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우리에게 가상세계라는 치트가 있다면, 적들에게는 텐이라는 집단지성이라는 치트가 있었다.
개척단이 기술적인 우위를 믿고, 테라의 정복에 꾸물거리다가는, 텐이라는 종족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텐이라는 종족이, 무식한 광신도인 케타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케타가 아무리 무식한 머리라고 해도, 텐이라는 위험한 몸뚱이가 있는 이상, 적에게 시간을 더 주어서는 안 된다.
전투기의 일부분이 파편이지만, 테라에 표면에 도달할 수도 있었다.
특히 전투용 안드로이드의 정신과 인공지능 기술이, 적의 손에 넘어가면 큰일이었다.
그것들이 그들에게 분석된다면, 기술뿐만 아니라 우리에 대한 정체도, 그들에게 밝혀질 수도 있었다.
개척단의 컴퓨터 기술과 인공지능, 거기에다가 가상현실 기술이 텐에게 넘어간다면……. 개척단의 전략적 우위가 사라진다.
그들이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어 낼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집단지성으로 레인건의 탄도계산마저 해내는 존재였다.
텐들의 집단지성으로 단번에 우리의 기술수준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테라를 점령하게 되면,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종족이었다.
바퀴벌레와 알집을 태우듯이, 한 마리도 남기지 말고 불태워야 할 적이었다.
"알겠소. 텐에 대한 신문은 보류하지. 차라리 이번에 사로잡은 텐의 포로들마저 소각 처리하세요. 혹시라도 테라 행성의 녀석들과 이들이, 서로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으니……."
우주에는 인간이 모르는 신비로운 현상이 아직도 많았다. 우주의 시공에 대한 비밀은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
시공을 뛰어넘는 연결도 있을 수 있었다.
"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평화주의자이자, 인도주의자인 탐사대장 마저 이일에 대해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인도주의고 평화고 따지기 전에, 자신이 먼저 살아야한다.
"그런데, 탐사대장. 프라 종족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이오?"
"그것은 테라의 신앙 체계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