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화 〉203. 이기는 자의 편에 서다.
*이기는 자의 편에 서다.*
테라의 생명체들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공격에 죽었다.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원소들로 분해가 되었다.
이것들은 새로운 생명들을 위한 양분이 되어 땅과 바다에 뿌려졌다.
딱 6개월이 되었을 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자기의 역할을 마치고 사라졌다.
그때 테라의 상공에는 테라포밍을 위한 우주선들이 궤도를 돌고 있었다.
육지와 바다에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하였다. 이제 테라는 지구에서 온 생명체들을 위한 좋은 배양소가 되었다.
테라포밍 우주선들에서 세계수라고 이름 붙인 거대한 구조물들이,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것들은 3개의 대륙과 바다 속에 무사히 안착했다.
세계수라고 부르는 테라포밍 시설은, 지구에 사는 대부분 생명체의 유전정보가 담긴 거대한 생명체였다.
그 안에는 수많은 지구의 생명체들이 배양되고 있었다.
세계수가 지표와 바다 속에 안착하자, 그것의 내부에 배양하고 있던 생명체들을 테라에 쏟아내었다.
그들은 지구상에 모든 생명체는 아니었다. 아직도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의 가짓수는 수없이 많았다. 그들을 굳이 모두 데려올 필요는 없었다.
자그마한 박테리아 같은 작은 생명에서부터 설치류, 고래, 인간까지 다양한 생명체를, 대량으로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모든 생명체들은 아니지만, 생태계의 밸런스 유지에 필요한 대표적이고 필수적인 종들은, 다 포함되어 있었다.
혹시 그들이 채우지 못하는 생태계의 빈자리가 있다면, 새로운 종이 나타나 그 자리를 채울 것이었다.
생물들은 생태계의 빈자리를 남겨두지 않았다. 지구의 대 멸종 시기 이후에는 언제나 종의 대폭발이 일어나 그 빈자리를 채웠다.
각자의 종들은 자신들의 본능과 세계수 안에서 받은 교육에 의해, 자연스럽게 테라의 환경으로 스며들었다.
***
인간들도 세계수에게 일정한 교육을 받았다.
세계수와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에게 철기시대 정도의 기술과 교육수준을 가르쳐 줄 것이었다.
그들에게 석기시대부터 시작하게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현재의 기술수준을 가르쳐 줄 수 없었다. 그것은 AFTER LIFE사의 방침에 어긋났다.
AFTER LIFE사는 새롭게 인류의 식민행성이 되는 세상을, 지구와 다른 형태로 유지할 생각이었다.
회장은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문명을, 이 은하계에 퍼트리고 싶어 했다. 그것은 피라미드와 같이 안정된 계층구조로 이루어진 사회였다.
그것을 위해 각 피라미드의계층마다, 그에 맞는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였다. 지식과 정보의 전달의 차단은, 피라미드 각 계층 사이의 상하이동을 막았다.
알아야 불만도 쌓이고 행동도 할 수 있었다. 알지 못하는 자에게 필요성(needs) 가 생길리가 없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세상은 원래 그렇다고 믿으며…….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완벽하게 끊어버리는 방법이다.
"저는 이 방법에 동의 할 수 없습니다."
탐사 대장이 이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자네는 AFTER LIFE사의 방침을 거부하는 것인가?"
"아닙니다. 도저히 그 방침이 이해가 안 되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럼 자네는, 테라가 지구의 전철을 따르기를 바라는 것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그럼. 왜 반대하는가."
"다만, 이런 방식을 취하면, 피라미드의 최아래 계층에게는, 충분한 지식과 문명의 혜택이 전해지지 않게 됩니다. 그들은 질병과 빈곤에 시달릴 것이고, 위의 계층보다 짧은 수명에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네."
"그것은, 왜 그렇습니까?
"테라의 모든 사람에게, 모든 지식을 베풀어 준다면, 그들은 모두 오랫동안 건강하게 잘 살겠지? 그중의 일부는 영생을 얻을 수도 있겠지."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탐사대장은 이상주의자였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심지어 외계 종족도 함께……. 그의 꿈이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했다.
"그럼. 곧 이 테라는 지구처럼 인간들로 포화상태가 되어 병들어 가게 될 것이네."
이에 대해 탐사대장은 반론을 제기했다.
"다른 행성들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넘치는 인구를, 그곳으로 이주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자네는 테라의 일을 반대하지 않았나?"
"그건……. 인류와 외계 종족의 공존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AFTER LIFE사와 본인은 그런 위험성을 감수할 생각이 없네……."
"........"
"자네의 말대로 지속적인 인류 영역의 확장……. 일시적으로는 그 방법이 가능하겠지. AFTER LIFE사는 인류의 미래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네. 10만년, 아니 100만년, 그 이상도 바라보지."
"우주는 넓습니다. 은하계만 해도 충분히 큽니다."
"자네 말도 맞네. 이 은하계에 이렇게 인류를 이주가능한 행성이 몇 개나 될 거라 생각하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다른 AFTER LIFE사의 우주선들이, 같은 일들을 하고 있을 것이네."
"아주 먼 미래의 다가오지 않은 일입니다. 그것을 위해 현재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물론 은하계가 인류로 가득 차는 일은아주 먼 미래가 되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이 은하도 인류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네. 자네 설마 은하계의 모든 행성에 인류를 가득 채우고, 그 이후에는 은하계 밖의 다른 은하로 진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
"자네가 탐사대장이니 더 잘 알 것이 아닌가.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이 얼마나 먼 거리인지를……. 그것은 지금의 AFTER LIFE사의 기술로도 불가능한 일이야."
은하들 사이의 공간은 은하의 크기보다 훨씬 넓었다. 가까운 안드로메다만 해도 240만 광년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왜소 은하들이 있었다. 그래도 그곳들과 우리 은하와의 거리는 게이트를 연결하여 갈 수 없는 거리였다.
수많은 게이트를 만들어 순차적으로 연결하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만개의 게이트, 10만개의 게이트의 건설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도달한 왜소 은하는 우리은하에 비해서는 너무 작은 규모였다. 물론 거기에서도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어느 정도 건질 수는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 떨어졌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탐사대장도 그러한 부분은 알고 있었다. 그는 이 개척단의 과학자들의 책임자였다.
"이 은하만 해도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수만 개는 될 것입니다. 그 일은 먼 훗날의 일입니다. 그 먼일을 걱정해서, 현재의 인류가 누릴 수 있는 해택을 주지 않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모두에게 문명의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네. 피라미드의 각 계층에 맞게, 그에 맞는 지식들을 전수해 줄 것이네. 다만 그 피라미드의 최상위 계층은 우리가 될 것이네. 인류의 번영을 가져온 선구자로서 말이네."
"......."
"모든 인류에게 영생을 줄 수 없다네. 그것은 결국 모두를 파멸하는 길이 될 것이네."
탐사대장도 내 말의 뜻은 알고 있었다. 이 넓은 우주도 인류가 영생을 누린다면, 넘쳐 터질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계층을 결정하는 것은 누가 하는 것입니까? 누가 그럴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까?"
"내가 회장에게 했던 말을, 자네가 나에게 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군. 누구도 우리에게 그럴 권리를 주지 않았다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임에는 변함이 없네."
"그렇지만…….
테라의 생명체를 죽일 권리를 누가 우리에게 주었는가? 수억 개의 정자 중에서 자네를 태어나게 한 것은 누가 결정했는가?"
"그건 신께서……."
"모든 것의 신의 결정으로 미루는 짓은 집어치우게. 그건 책임의 회피이네."
"......."
"자네가 가장 우수한 정자였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도……. 자연선택설과 운명, 그런 것들은 모두 집어치우게. 그건 단순히 우연 이였을 뿐이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도……."
물론 우연도 계속 반복되면 필연이었다……. 그것에는 알지 못하는 어떤 의도가 개입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은 빼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은, 탐사대장을 설득하는 일에는 사족일 뿐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네. 그들이그 피라미드의 각각의 지위에 오르게 되는 것은, 그 우연이 결정할 것이네. 물론 우리가 일부 개입할 수는 있겠지."
"......."
"그것도 그들의 운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단장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의 생각이 틀렸다고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반대하는가?"
"저도인류의 미래에 기여하겠다는 신념을 위해,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이 우주선에 탑승을 했습니다. 지금 단장님이 하시려는 일은, 저의 신념과는 맞지 않습니다. 저는 테라의 인류 모두에게, 우리의 지식을 전수해야 된다고 믿습니다."
이건 처음부터 논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신념이라고 하지만, 감정의 문제였다. 예상대로 설득은 물 건너갔다. 이제는 정해져 있던 수순을 밟을 때였다.
"내가 자네의 신념까지 바꿀 수는 없네. 하지만, 이곳의 책임자는 나네. 그러니 자네의 신념은 여기서는 펼칠 수가 없네. 그리 알게나."
탐사대장의 반응은 예상과 조금도 빚나가지 않았다.
"그럼 저는 저와 신념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여기를 떠나겠습니다."
"그것은 알아서 하게. 이미 여기에서 자네의 역할은 끝났으니. 다만, 그동안의 정을 생각하여 한 가지 당부의 말을 해두겠네."
"........"
"AFTER LIFE사의 방침을 어긴다는 것은, AFTER LIFE사의 적이 된다는 것을 알아두게."
"각오한 일입니다."
"나는 자네와의 정이 있으니,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테라의 항성계를 벗어나면, AFTER LIFE사는자네들의 적이 될 것이네."
"네알겠습니다. 단장님의 호의에 감사합니다."
"이제 가보게."
"단장님 호의를 보여주시는 김에, 추가로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리겠습니다. 니들 1호를 저희에게 주십시오."
"그건 안 되네. 니들 1호는 나의 권한일 넘어서서는 일이네."
그렇다고 주지 않으면 강제로 탈취를 시도 할 것이었다. 니들 1호에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대신에 건조중인 다른 우주선을 제공하지. 니들 우주선들을 만드는 일에, 한 대 더 추가한다고 별 차이가 없을 것이네."
"감사합니다."
"그것을 주는 김에, 한 가지 더 알려주지. 우리들의 정신에는 숨겨진 코드가 심어져 있네. AFTER LIFE사에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네."
"정신에 부여된 개별 아이디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과 다른 것이네.말 그대로 숨겨진 코드야."
회장은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
"일정기간 안에 지구로 돌아가 숨겨둔 코드의 작동을 비 활성화시키지 않는다면, 그 코드가 작동해 자네의 정신은 파괴될 것이네. 회장의 안전장치이지. 영생을 부여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니까."
그런 안전장치 없이. 인류를 우주로 보낼 사람은 아니었다.
"그 기간이 얼마입니까?"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말게. 아직 수천 년은 문제가 없을 것이야. 항성 간 이주에 나선 개척단 중에는, 그보다 먼 거리에 보내진 경우도 많으니……."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자네가 탈 니들 우주선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인간의 정신을 가상세계로 복제시키는 기술은 없을 것이네. 물론 자네들이 그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는 하지 말게."
그는 자신의 속마음이 들킨 것처럼, 아무 말도 못했다. 자신들도 시간이 충분하다면, AFTER LIFE사의 기술을 따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회장의 성격으로 보아, 그에 대한 안전장치를 해놓았을 거니까. 회장의 경우 가속된 시간 속에서, 수 만년 아니 수 천 만년을 살면서, 이 세상을 연구한 괴물이네."
"저는 무섭지 않습니다."
"나는 회장이 무섭다네. 자네 앞길이 무사하길 빌겠네."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의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충고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막상 그 상황에 닥쳤을 때, 그때서야 후회하는 것이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하라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것을 깨닫는 것은,그 상황이 지나 돌이킬 수 없을 때였다.
"그럼 그렇게 하게나. 자네를 따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 기대는 하지 말게.
그도 나름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확보했을 것이었다. 그러니 이런 자신감을 가진 것이다. 그에게는 나의 충고가 들리지 않았다.
"충고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새로운 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영원한 삶을 포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네."
아직 모든 사람이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탐사대장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사람은 한 번 더 식민 행성 개척 사업에 나서야 할 것이었다. 탐사대장 마저 떠나면 남은 사람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진다.
"저는 저와 함께할 사람을 모으고, 다른 항성계로 떠날 준비를 하겠습니다. 단장님도 바라시는 것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래. 잘 가네."
***
그렇게 탐사단장은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의 신념에 따르는 이들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지구에서의 영생을 포기하고, 그를 따르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테라에 온 50만 명 중에서 1만 명도 안 되는 사람이 그 무리에 참여하였다.
아마 그 중 일부는 여기를 떠나서도 다시 기술을 개발하여, 다시 영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장이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 아니다.
사실 내가 탐사대장에게 한 대화나 호의도 사실은 AFTER LIFE사의 매뉴얼에 나와 있는 것을 이야기 해준 것이다.
내가 무슨 권한으로, 그에게 니들 우주선을 줄 수 있겠는가?
이것도 회장의 큰 계획에 다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그는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
회장이 더욱 무서워졌다.
내가 제대로 된 편을 선택한 것이, 다행이라는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