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화 〉209. 양파 껍질처럼 밝혀지는 비밀들에 대해 듣다.
*양파 껍질처럼 밝혀지는 비밀들에 대해 듣다.*
지은이와 함께 안유진 부회장의 초대를 받았다. 지은이도 그녀를 만나고 싶어 했다. 오랜만에 자매나 부모를 만나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장소는 영국식 정원이 아름다운 저택이었다.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저원에서 티타임을 가지기에 딱 좋아보였다.
은하제국의 황제가 될 사람의 거처로는 검소해 보였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지상에서 보이는 건축물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지하에 어떤 시설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저택의 안으로 들어갔다.
경호원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단단하게 생긴 집사가, 우리를 안유진 부회장의 집무실로 안내를 했다.
저택의 군대군데 경호원으로 불러야 할지, 시종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사실 이들은 보여주기 일 것이다.
저택의 내부에는 AFTER LIFE사 기술이 집약 된 보안장치와 방어무기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었다.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미술품과 조각상이 최첨단 무기일 수도 있었다.
시종들은 말 그대로 시종임 동시에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라는 의미일 것이었다.
사실 이곳에서 암살은 의미가 없었다.죽어도 부활하는 세계에서 암살은 불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런 일을 당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방비를 철저하게 하는 게 나았다.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안에 넓은 창이 있어 햇살이 밝게 들어오고 있었다.
안유진 부회장의 모습은 지구를 떠나기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녀의 안드로이드 몸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그녀를 만난 것은 사후세계 속에서, 가상의 육체로만 만났었다. 이렇게 안드로이드의 모습으로 서로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과는 색다른 느낌이라 신선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의 모습도 약간 달라진 느낌이었다.
수백 년 만에 다시 만나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정장을 입은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옛날에 봤던 그녀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녀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
그녀가 차기 황제였지만, 이럴 때는 자연스럽게 친근함을 보여야, 그녀의 점수를 딸 수 있었다.
"유진아! 정말 오랜만이다. 더 예뻐진 것 같네. 옛날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 서로 바깥세상에서 만난 것이 이번이 처음인가?"
"그래요. 오래간만이네요. 제가 그렇게 달라 보이는가요? 나이 많은 여자에게는, 그냥 듣기 좋은 말은 아닌데요. 석균씨도 더 좋아보이네요."
그녀가 가벼운 말에 가볍게 받았다. 일단은 성공이었다. 그녀는 황제 대 제국의 의원이 아닌 오빠 동생의 관계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석균씨는 눈썰미가 있으시네요. 맞아요. 저 예전과 다른 점도 있어요."
"달라진 점이 아니고, 다른 점?"
"네. 한번 맞추어 보실래요?"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 말고는 잘 모르겠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어?"
"네. 무슨 일이 있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유진이는 이제 더 이상 없습니다."
"내가 아는 유진이가 없다고?
그 말이잠시 이해가 안 되었다. 곧 그녀의 본체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그, 그럼 당신은 누구십니까 ?"
"저는 안유진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알고 있던 안유진은 아닙니다."
그녀는 내가 알고 있던, 그 안유진이 아니었다. 그녀는 바깥세상에 살던 본체였다.
그녀의 입에서 더욱 충격적인 말이 나왔다.
"당신이 알고 있던 그녀는, 이제 저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요. 설마……."
"맞습니다. 가상세계에 있는 저와 정신을 합쳤습니다. 기억 속에는 당신과 함께 한 안유진과, 당신과 함께하지 않은 안유진의 기억이 함께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안유진인 동시에, 당신이 모르는 안유진이기도 하지요."
"어떻게 그런 일이……."
"지구가 AFTER LIFE사에 의해 하나가 되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둘로 지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거요?"
"네. AFTER LIFE의 기술에 대해서는, 당신이 모르는 부분도 상당히 많이 있답니다. 제가 직접 마중 나온 것은 당신을 보기 위해서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조각을 합칠 때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지은양 이리로 오세요."
옆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말똥말똥 하게, 큰 눈을 뜨고 듣고 있던 지은이가, 깜짝 놀라 앞으로 나왔다.
"저, 그럼, 저는 이제 유진이 언니를 이제 뭐라고 부르면 되지요? 유진이 언니라고 해야 해요? 아님 안유진 부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해요?"
"후후. 둘 다 필요 없단다. 너는 더 이상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를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너이고, 너는 나이니까."
그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가 나서서 말을 끊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지은이가 당신이라니! 아무리 지은이가 당신의 아바타였다고 해도, 그렇게 말 할 수는 없소.
"지은이가 저의 아바타라뇨? 석균씨가 착각을 하셨군요. 지은이는 저의 아바타가 아니었어요. 지은이는 저의 또 다른 인격이에요.
"그, 그럴수가……."
AFTER LIFE사에서는 영혼에 관한 실험을 한 가지 더 했어요. -첫 번째 실험은 육체가 달라지면, 정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였죠. 그래서 바깥세상의 안유진과, 가상세계의 안유진으로 두 명의 안유진이 있었습니다."
"......."
"추가로 거기에서 한 가지 더 실험이 들어갔어요. -같은 정신을 가지고 다른 과거의 기억을 가진다면, 그 정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였어요. 그래서 저의 정신을 한 번 더 복제한 후, 그 정신에 다른 기억을 심었어요."
"........"
"그게 지은이에요."
충격적이었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AFTER LIFE사에서는 대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 거요! 이건 좀 심합니다. 자신을 그런 실험 대상으로 삼다니요."
"그럼누구를 이러한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까요. 그렇게 한다면, 그것이 더 윤리적일까요?"
"그,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는 더 하신 분이시죠. 그분이 지금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시다면, 더 놀랄 걸요?"
"회장님에게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모두가 궁금해 하던 것이 그녀의의 입에서 나왔다.
***
"네. 아버지는 더 이상 이 세상분이 아니시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 할 수가……. 설마 그분이 자살을 택하셨습니까?"
"에이. 저의 아버지가 그런 선택을, 하실 분은 아니시죠."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분이 아니라는 말은?"
"말 그대로입니다. 이 세상의 분이 아니시고, 상위 차원으로 올라가셨죠!"
순간 머릿속ㅇ이 복잡해졌다. 잡자기 예전의 인기 있던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상위 차원이라고요! 그럴수가……. 그럼 현실이라고 믿고 있던 이세상이……. 또 다른 가상세계였습니까?"
"그건 아니에요. 이 세상은 우리가 만든 가상세계와는 다른 곳이에요.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곳도 아니에요.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네요. 신이라는 존재가 있고, 이곳은 그가 만든 세계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말하고 보니 가상세계와 큰 차이가 없네요."
"하아…….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네요."
"보다 정확한 것은 아버지가 아시는데, 더 이상 이 세계에 안계시니……. 우리는 이 세계에 대해서 영원히 모를 수도 있겠죠. 여기를 저에게 맡기고 혼자 떠나버렸어요."
"......."
"이 우주의 각 차원을 떠도시겠다고 말만 하셨어요. 지금 우리가 나누는 말을 듣고 계실 수도 있어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가 되셨어요."
충격적인 이야기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어 물어보았다.
"회장님을 만나 뵙게 되면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이제는 영원히 못 물어 보겠네요."
"무슨 일인가요? 아버지께서 웬만한 것은 저에게 맡기고 가셨기 때문에, 대답을 해드릴 수 있어요."
기존에 궁금했던 사항이며, 동시에 잭과 관련 된 안건이기도 했다.
***
"테라 행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탐사대장이 AFTER LIFE사의 정책에 반발하였습니다. 그때 왜 그들에게 우주선을 줘서 떠나게 했는지, 그것이 한참동안 궁금했었습니다."
"아. 그거요. 별거 아니에요. 혹시 바둑알을 골라 보셨는가요?"
"그렇습니다만, 그거랑 이거하고 무슨 관계지요?"
"바둑알이 흰 바둑알과 검은 바둑알이 서로 섞이면, 분리하기가 힘들어지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들이 일단 여기에 와서 섞여있으면, 그들을 분리하기가 어려워요."
"음……."
"영생을 포기하고 떠날 정도의 극렬분자라면, 따로 자기들끼리 모이게 하는 게 편해요. 그들이 한곳에 모이기만 기다리면 되죠. 그들을 충분히 모였을 때, 따로 쓸어 담으면, 분리하여 처리하기 쉽게 되잖아요."
안유진 부회장은 정말 바둑알을 쓸어 담는 것처럼 이일을 쉽게 이야기 했다. 은하 제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기술 수준과 발전 속도가 달랐다. 결국 충분히 익었을 때 괴실을 따내면 되었다.
잭과 제국의 의회에서 제출할 안건이 결정되었다. 그것은 개척에 실패한 항성계에 대한 처리 건이 될 것이었다.
안유진 부회장도 회장처럼 무서운 사람이었다. 이야기가 끝난 그녀는 다시 지은이를 불렀다.
"지은아 더 가까이 오렴."
"잠깐만요. 지은이에게 지금 뭘 하려는 거요!"
"원래 하나였던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일 뿐이에요."
지은이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두려움에 떨었다.
"저는 두려워요. 이거 안하면 안 될까요?"
"지은아. 이것은 두렵지 않단다. 겁먹지말렴. 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다. 다시 하나가 되는 거지. 너의 기억은 그대로 우리 안에서 함께 공유하게 될 거야."
안유진 부회장이 지은이에게 손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