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특별편 수습 사서 한유리
"제임스 씨! 이거 어떻게 해요!"
"나한테 묻지 말라고!"
제임스라 불린 남성과 그 옆에서 달리는 한 소녀. 둘을 쫓는 한 무리의 시체들. 지금 두 사람이 들어와 있는 곳은 「I am Legend」. 멸망해 버린 세계에 홀로 남은 남자의 이야기. 덤으로 흡혈귀들이 나온다. 좀비에 더 가깝지만.
"저기 골목으로!"
제임스가 손가락으로 골목을 가리킨다. 제임스의 앞에서 달리고 있던 소녀는 잽싸게 몸을 날린다. 뒤이어 골목 안으로 들어온 제임스는 황금의 펜을 휘두른다.
휘둘러지는 황금의 펜을 따라 골목의 벽이 생겨난다. 새로이 생겨난 벽 밖에서 뛰어가는 발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흐에에에."
벽 뒤에서 위기를 모면한 소녀가 깊은 한숨을 쉬고 무너져 내린다. 제임스 또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한유리. 괜찮아?"
제임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한유리에게 묻는다. 한유리는 고개를 끄덕여 괜찮다고 알린다.
"이제 어떻게 해요."
"그러게."
한유리는 제임스의 미적지근한 대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어떻게든 되겠지. 여태까지 그랬으니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정식 사서가 됐어요?"
"뭐. 작품 하나만 완성하면 사선데."
제임스의 말에 한유리가 다시 얼굴을 찌푸린다.
"일단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떠올려 봐요."
"그래야지."
정식 사서 한 명과 수습 사서 한 명은 그렇게 고민을 시작한다. 그들의 목표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는 것. 유일하게 남은 인간 네빌을 찾아서 틀어진 이야기를 고치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아직 네빌을 찾지 못했고 흡혈귀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
"일단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자. 그게 맞을 거 같아."
제임스는 펜을 휘두른다. 좁았던 골목이 넓어지고, 각종 가구로 가득히 채워진다. 소파, 침대, 식탁에서 냉장고,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까지. 한유리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다.
"아무리 봐도 적응이 힘들어요."
"너도 금방 하게 될 거야. 지금도 계속 작곡은 하고 있지?"
한유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제임스는 별다른 말 없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튼다. 한유리도 그 옆에 앉아 흘러나오는 모니터를 바라본다.
밤은 점차 깊어지고, 한유리와 제임스는 각자 침대에서 잠이 든다.
날이 밝아 오른다. 두 사람을 쫓던 흡혈귀들의 발소리도 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제임스는 펜을 휘둘러 모든 흔적을 지운다.
"좋아. 그럼 다시 탐색 시작!"
"뭐 특별한 방법 같은 거 없어요?"
한유리의 질문에 제임스는 막아 놓았던 벽을 무너트리며 작게 중얼거린다.
"미안하다. 내가 일상물 만화가라서."
두 사람은 지저분한 골목을 걸으며 주변을 살펴본다. 두 사람 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네빌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람이 살법한 건물을 찾아 계속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