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0층 인생 10화
"여기 한쪽에 쌓아둔 줄기랑
마을 도로 쪽을 부탁해도 될까?"
인사를 끝내자 마을 이장님이 나오셔서
오늘의 청소 구역을 지정해주셨다.
"넵 물론이죠~ 금방 깨끗하게 청소해드릴게요"
그렇게 청소구역을 먼저 재배수가 확인을 하고
달팽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우와 이것 봐라~!"
마을 꼬마들이 달팽이들을 잡아들고는 장난감 마냥
가지고 놀고 있었다.
"에잇! 달팽이들이 싫어하잖아"
재배수는 화들짝 놀라서 혹시 달팽이들이 꼬마를
공격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이미 핸들링이
되어있어서 그런지 온순해보였다.
"형은 달팽이들하고 말할 수 있어?"
"그럼 물론이지~ 너무 난폭하게 잡아들지 말고
이렇게 살며시 등껍질을 쓰다듬어 주면 좋아해"
"헤에~ 정말이다."
어린 꼬마소녀가 재배수의 말을 듣고는 파란 껍질을 한
달팽이의 등껍질을 그 작은 손으로 쓰담쓰담 거리자
달팽이도 기분이 좋은지 눈을 슬며시 내리면서
몸통을 소녀의 무릎을 비비면서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자 다들 만족했지?
이제 이 오빠랑 달팽이들은 일해야 하니깐
나머지는 일 끝나고 같이 놀자?
"네에~!"
한순간에 이곳 초록마을의 꼬맹이들과 친해진 재배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오늘일이 힘들어도
전혀 피로감을 못 느낄 것만 같았다.
"자 달팽이들아
우선 여기서 부터 여기까지 줄기들을 먹고 있어
나는 마을 도로를 지나가면서 쓰레기를 줍고 있을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절대로 여기를 넘어 가서
먹으면 안 된다!"
약간 불안했지만 그동안 함께 지낸 달팽이들이기
때문에 재배수는 그녀석들을 믿고는 혼자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주워 담기 시작했다.
"어이 총각 여기 음식물 쓰레기도 있어~"
"넵 알겠습니다."
짬내 나는 음식물 쓰레기통은 무척 더러웠지만
그래도 뭔가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재배수의 입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정말 고마워~"
그렇게 수거한 음식물통과 재배수가 돌아다니면서 주웠던
쓰레기들을 다시 달팽이가 있는 곳으로 가져와서는
"자 다들 조금만 힘내줘~"
하지만 역시 20마리가 한번에 먹기는 너무나도 많은
양인지 처음보다는 확실하게 느려진 속도에 재배수는
오늘은 그만해야겠다고 달팽이들에게
휴식시간을 주고 이장님에게 보고를 하러갔다.
"이장님 오늘 수거한 목록이고요
저 한쪽 구석에 모아놓은 쓰레기는 내일 다시 치울게요"
"어어 그려, 그려 첫날인데 고생 많았지?
이거 내가 직접 농사한 레몬인데 집에 가져가서 해먹어"
"앗!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레몬을 받아온 재배수는 과연 이걸로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 끝에
"그래,,, 이건 즙을 내서 수리가 원정을 끝내고 돌아오면
고기를 구워 줄때 넣어 먹자"
이렇게 첫날의 청소업은 좋게 막이 내렸다.
"자 오늘도 힘내자고!"
두 번째로 초록마을로 내려왔을 때는 저번에 남겨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100마리 달팽이와 함께 찾아왔다.
"오빠! 오늘은 달팽이가 무척 많아"
"우하핳~! 형 나 한마리만 주면 안 될까?"
마을 꼬맹이들이 역시나 가장먼저 반겨주었고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번 청소를 해서 그런지 새롭게 나온 쓰레기의 양은
확실히 줄어들어서 재배수는 달팽이가 처리하는 동안에
밭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배수씨! 빨리 일로 와봐!"
비료를 주는 것을 도와주던 재배수는 갑자기 씩씩 거리는 이장님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마을 공동 화장실로
이미 그곳은 달팽이들이 득실 거렸다.
"아이고~
이거 다 농사에 써야하는데 저놈들의 달팽이들이
다 묵어버렸어!"
100마리의 달팽이들은 기존의 쓰레기들이 부족했는지 그만
먹이를 찾아서 마을 화장실까지 내려와
비료들을 모두 먹어버린 것이다.
아직 화학비료가 유통되기 전인 이곳에서는 사람의 용변은
크나큰 자산으로 다른 마을에서 돈을 주고 팔거나
사기도 할 정도로 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었다.
재배수의 시골에서도 물론 재배수가 학생일 때는
수세식으로 바뀌었지만 아주 아기였을 때는 그 인분을
받아서 밭에 비료로 사용되었다고 들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장님
이 부분은 저의 과실이니 비료를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렇게 재배수는 이곳 마을에서 벌었던 돈보다 더 많은
보상금을 지출하며 힘없이 축 쳐진 어깨를 끌고는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
"달팽아 그렇게 배고팠어?
다음부터는 마음대로 먹지 말고 나를 찾아와줘”
침대에 누워서는 빨강 달팽이 한마리를 높이 들고는
말해주었다.
"그래, 그래 알았어 배고프지"
하지만 뭔가 눈빛이 나는 배고파요~ 라는 느낌이 들자
바로 창고에서 수확했던 당근을 꺼내 농장 마당에
뿌려주었고 이내 우르르 몰려와서는 당근을 먹기 시작했다.
저번에 태어난 작은 녀석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커서
손바닥을 덮을 정도로 자란 상태였다.
산란촉진 기술은 너무 많은 알을 낳아서 그 뒤로는
쓰지 않았지만 자연적으로 알을 낳은 녀석들도
있기 때문에 점점 새끼 달팽이들은 늘어나고 있었다.
자연적으로 낳은 알은 그래도 적은 양이라서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그대로 방치하였다.
"오늘도 정말로 고생 많았어요"
"아닙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 볼게요~"
일을 끝내고 초록 마을을 빠져 나올려는 순간
"거기 잠시만요!
안녕하세요? 저는 태양 마을의 대표로
배수씨를 찾아온 사람입니다.”
"네? 갑자기 무슨 일이죠?"
"저희 마을도 청소를 의뢰하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잠시 시간이 될까요?"
초록 마을에서 시작했던 청소업이 소문이 돌았는지
근처의 다른 마을에서 자신들의 마을도 청소를 부탁한다는
의뢰가 갑자기 밀려들었고
지금은 대부분의 외곽 마을을 담당하고 있었다.
"네 이번 주는 이미 예약이 다 되어있어서 다음 주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배수는 매일 매일 새롭게 청소를 해달라는 사람들 때문에
이제는 부가적으로 해왔던 마을의 날일을 하지 않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수입도 초록 마을만 청소했을 때는 적자로 이러다가
망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금방 빠르게 불어나서는 이젠 돈이 넘쳐나서 창고 하나를
금고로 사용하고 있었고 걱정이라면 이 돈을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똑똑똑
"네 누구세요?
죄송합니다만 이번 주는 이미 예약이 다 찼어요~"
재배수의 농장은 사업이 확장되면서 이미 위치가 노출된
상태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방문하여 재배수에게
청소 관련된 의뢰를 직접 줄을 서면서 할 정도였다.
"왕정 변호사입니다.
재배수씨 잠시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왕정에서 왔다는 소리에 재배수는 화들짝 놀라서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이 있는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혹시나 고수리 때문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서 문을 열어주었다.
"녹차가 참 맛있네요
이렇게 맛있는 건 왕궁에서도 못 먹어봤어요"
"감사합니다. 이곳저곳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하나씩 챙겨주더군요
그래서 무슨 일로 오신거죠?"
어디에서 구한 것인지 검정 슈트를 입은 변호사는
서류를 하나 보여주며 말을 꺼냈다.
"재배수씨의 청소업이 불법 행위라고
고소장이 접수 되었어요"
"네? 그게 무슨,,, 혹시 달팽이를 사용해서 그런가요?"
"달팽이 문제는 딱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재배수씨와 계약하고 있는 마을들을 기존에
담당했던 청소업자분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하고 있다고 불법행위로 고소를 하셨어요"
재배수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그렇게 심각한 내용이 아니라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하,,,여기에도 그런 제도가 있었군요,,,
제가 왕정의 사정을 잘 몰라서 이런 일이 발생했나보네요
지금부터라도 사업자 등록을 하면 될까요?"
"일단 지금까지 버신 돈은 불법행위로 버신 거니
일부 벌금형태로 납부해야 하고요
기존 업자에게 피해보상액도 지불해야 해요
그리고 이제 와서 사업자 등록은 가능하지만
지금 기준 재배수씨의 청소업은 거의 대기업
수준이시잖아요?"
그래서 등록비가 좀 많이 비싸진 상태로 대충 이정도,,,"
그렇게 변호사가 내민 총 청구비용을 보자
재배수는 자신의 금고를 모두 털어도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액수였다.
"헉,,, 이렇게나 많이요?
죄송한데 아무리 돈을 벌었다고 해도 이 정도는
저도 없어요
혹시 돈을 못 내면 다른 처벌을 받게 되나요?"
엄청난 액수에 재배수는 그냥 사업을 포기 하는게
더욱 싸게 먹힌다고 판단하고는
정리할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아휴~ 사장님도 그렇게 어두운 표정 지으시면
저도 곤란하잖아요
다행히 왕정에서는 다른 조건을 걸었어요
시작의 마을도 청소해주시면 등록비를 면제해주겠다는
조건입니다."
시작의 마을 또한 각종 쓰레기 문제로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마을 외곽에서 소각하는 연기 문제는
재배수의 달팽이 청소업으로 많이 해결되었지만
절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시작의 마을에서는
하루에도 엄청난 쓰레기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0층 토벌 성공과 함께 찾아온 소비 폭발시기에
시장에서도 새로운 물건이 날마다 만들어졌으며
이는 순식간에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다.
와인 술이 등장하면서 주점에서도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매일 매일 음식물 쓰레기가 증가하였지만
중심가에서는 왕정의 명령으로 소각이 금지되어
모두 불법적으로 다른 모험가에게 의뢰하여
필드에 내다 버리는 상황이었다.
또한 마을 외곽에서는 인분을 비료로 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도시화된 중심지는 화장실에 넘쳐나는 인분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으니
이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재배수의
달팽이 사업뿐이었다.
불법적으로 계속 외곽에 내다버리던 것이 최근에
발견되었는데 그 규모와 악취가 엄청나서 왕정에서도
더 이상 투기를 막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재배수의 달팽이 청소업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들 또한 많이 있었다.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 소수는 불법으로 투기하는 쪽에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었고 대다수의 반대의견은 처음
원정 때 잠을 자고 있던 여성 모험가를 달팽이가
먹었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마을 안으로 그런 식인괴물이 들어온다는 것은
절대로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점점 날이 갈수록 쓰레기 문제는 왕정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사안 1순위로 결국 대체적인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재배수의 달팽이 청소업을 허락해준 것이다.
"공짜로 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유일한 달팽이 청소업 기술을 가진
사업체가 망하잖아요”
왕정에서는 재배수의 특성을 단순하게 달팽이 청소업
기술로만 한정적으로 단정한 것 같았다.
"왕궁처럼 공무 시설을 보는 곳은 무료로 청소를 해주시고
나머지 민간 쪽과 길드에 관련해서는 돈을 받고 하셔도
무관합니다.
한마디로 청소업 시장을 확장해서 시작의 마을에서도
그 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말입니다."
결국 재배수는 사업을 접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고
또한 왕정에서 이 달팽이 청소법에 대해서
독점 지휘를 허용해준 기회를 놓칠 수는 없기에
고심 끝에 서류에 서명을 했다.
그 뒤로 재배수의 사업은 정말로 미친 듯이 술술 풀리기
시작하였고 중심가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업체와
길드와도 계약을 했고 각종 주거지 또한 당연하게
재배수와 계약을 하여 사실상 모든 분야의 청소업은
재배수가 가져가게 되었다.
기존에 청소업을 했던 NPC는 결국 사업을 접었다고
뒤늦게 소식을 들었다.
기존의 쓰레기만 처리하던 것을 넘어서 재배수의
달팽이 청소법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여
화장실의 인분을 퍼가기만 하던 것을
이제는 완전하게 깨끗하게 청소하였고
목욕탕의 물때와 같은 청소하기 힘든 곳이나 손님이
다 빠져나간 식당에서는 달팽이를 풀어서
테이블에 붙어있는 기름때와 같은 것을 청소했기 때문에
청소의 급이 달랐다.
"하휴,,, 역시 혼자하기는 힘들구만"
사업이 이렇게 확장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재배수 혼자로 매일 매일 힘들어서 사람을 고용할까
고민도 했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고수리에게 정말로
고백을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 물고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돈을 번다는 것 보다는 지금 당장의 일에 열중하여
다른 일은 잊고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쿵! 쿵! 쿵!
"원정대가 돌아왔다!!!"
"모두 마을 출입문으로 나와요~"
청소를 하던 재배수는 갑자기 아무런 소식이 없었던
원정대가 복귀한다는 소리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수많은 인파들이 줄서있는 광장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