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지하의 만남 1화
큰 사건을 끝으로 다시 평화롭게 조용해진
재배수의 농장에는 반복되는 일상이 돌아왔다.
새벽의 찬 공기를 알람삼아 일어나면 재배수는 달팽이들과
거북이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밥을 챙겨주게 되었고
고수리는 그런 재배수의 부시락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면
아침밥을 준비했다.
수리가 눈을뜨지 않고 그대로 잠을 자고있으면 밥을 주고
돌아온 재배수가 아침밥을 준비했다.
카냔은 아침밥이 다 준비되기 바로 직전까지가
취침시간인지 절대로 움직이지 않고는 그대로 죽은 것 마냥
코를 골면서 자다가 맛있는 요리냄새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합류하였다.
"하하냥~!"
"카냔, 밥먹는 도중에 하품하지마"
아직도 잠에서 다 깨어나지 않았는지 카냔이 늘어져라 크게 하품을 하자 수리가 그런 카냔을 지적했다.
"수리가 해주는 밥도 맛있지만,,, 가끔은 티나 언니가
해줬던 거미요리가 생각난다냥!"
"으이구! 반찬 투정할거면 카냔 너도 늦게 일어나지 말구
같이 요리하는 거나 좀 도와주면서해!"
수리는 그런 카냔의 밥 위에 가시를 발라놓은 생선살을
하나 올려주면서 입을 막았다.
그래도 다들 작별을 했던 제티나의 마사지 손길과 요리가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추억에 잠기고는 조용해졌다.
카냔에게는 수인마을부터 함께 알아왔던 친한 언니 동생
사이로 기억할 것이며 수리 또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서열이 있는 언니 동생이 아닌 정말로 친언니마냥 함께
지냈었고 재배수는 처음으로 1층에 원정을 갔었을 때의
술 배틀까지 각자 시점은 조금씩 차이가 났지만
제티나의 존재는 다들 추억 한편에 확실하게 기억된
상태였다.
"아참! 오빠 그러고 보니 언니가 선물했던 버섯은
어떻게 하려고?"
화분 옆에 방치되어있던 버섯을 발견한 수리가 깜짝
놀라면서 재배수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뭔가 조금씩 불어나는 것 같은데? 사육 하려면
버섯정령에게 허락을 받아야한다고 했지 오빠?"
"헐,,,거의 2배는 커진거 아니야?"
다른 농장 일에 그만 버섯을 존재를 잊고 있었던
버섯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는 눈치였고
옆에서 카냔은 버섯을 사육하는 건 엄청난 중죄라며
지금이라도 빨리 먹어서
증거를 남기지 말아야한다며 한쪽에서 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래, 아직 허락도 받은 건 아니잖아"
"그럼 버섯구이는 카냔에게 맡겨야겠네."
재배수가 버섯을 때어서 카냔에게 건네주자 카냔은 신이 난
표정으로 숨겨왔던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더니
순식간의 버섯이 일정한 두께로 잘라졌다.
"흐흠,,,향은 평범하잖아 카냔 너 이상한 거 넣지는
않았지?"
옆에서 불안했는지 잠시 집안일을 멈추고 다가온 수리는
요리하는 카냔을 바라보며 거들기 시작했다.
"소금만 좀 뿌렸다냥! 흐냐얏! 수리는 건들지 마
내가 요리할거다냐"
그렇게 완성된 카냔표 버섯구이는 정말로 버섯이라는
표현보다는 고급 스테이크 같은 맛이었다.
이상하게 감칠맛이도는 따뜻한 즙으로 혀를 기름칠하고는
한번 씹으면 버섯의 세로로 된 수많은 결들을 따라서
부드럽게 이와 이가 맞닿는 것이 눈을 뜨고 버섯이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믿겨지지 않는 한마디로
엄청 맛있는 버섯이었다.
"나랑 농장은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
선물은 꼭 사오는 거야!"
버섯을 먹은 날 밤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한번만 먹어보고 평생 먹지 못하는 것은 손해라는 모두의
의견을 따라 지하 1층으로 탐험을 떠나는 것이 결정되었다.
버섯정령을 찾아서 사육허가를 받으면 엄청나게 행운인
것이고 판매까지 허락해준다면 거의 로또를 맞은 것 마냥
돈방석은 확정이었다.
하지만 희망사항이 사육허가이며 아마도 허락해주지
않을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지하에 내려가서 버섯이라도
잔뜩 사와 보관하여 두고두고 먹을 계획이었다.
"수리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평소에 식물 키우기랑
요리 모두 좋아하잖아"
재배수는 농장에 남겠다는 수리의 말에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카냔또한 자신이 농장에 남아 관리를 하겠다고 수리에게
탐험을 가라고 말했지만
수리는 그런 카냔이 혼자서 농장을 관리하는 건
솔직히 신용의 문제를 떠나서 힘들 것 이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예전이었다면 길드나 다른 NPC들에게 의뢰를 하여
농장일을 대신 운영해달라고 부탁했겠지만
반란과 전쟁이후 길드는 사실상 사라졌고 남은 NPC 또한
각자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많이 떠난 뒤였다.
NPC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해도 사육이 편한 달팽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무척 까다로운 사바사바 거북이에
연못에 사는 수많은 생물들까지 재배수처럼 브리더
스킬까지는 없더라도 생초보가 전문가 없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었기에 무리였고 그렇게 남겠다고 한
사람이 고수리였다.
"그러지 말고 오빠랑 카냔 조합으로 한번 재미있게 갔다 와
하지만! 그 다음 모험에는 무조건 내가 갈 거야."
수리는 그렇게 재배수와 카냔의 짐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카냔은 그래도 수인족이라 야생성이 있어서 짐이 무척
가볍고 부피도 덜 차지할 정도로 사실상 장기간
여행으로 친다면 빈손에 가까웠다.
"너는 뭔데 짐이 그렇게 없어? 형광달팽이 껍질이라도
좀 들어줘"
0층에서 사용했었던 수많은 동전들이 남아있지만
이것이 사실상 망한 나라의 돈이라 가치가 없을 거라고
판단한 수리는 현물로 가서 환전을 하든지 아니면
물물교환으로 사용할 형광달팽이 껍질을 챙겨주었다.
"얼마나 값이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0층에서 비싼 것을
떠나 애초에 희귀한 재료니 그래도 좀 나가겠지?"
짐을 모두 챙기자
마지막 밤에는 수리와 카냔이 침대에서 편하게 자라며
재배수가 카냔에게 침대를 양보하고는 카냔의 방으로
돌아와 바닥에 이불을 피고는 잠을 잘 준비를 끝내자
"하아,,, 다시 한번 모험이네 이곳에 온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어 하지만 신체는 아직 젊어서 그런가 그대로 같아
하지만 현실의 내 몸은? 그보다 살아있을까?"
재배수는 혼자서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를 끙끙대고
있었지만 옆방인 카냔과 수리가 자고있는 방에서는 벽을
통해
"ㅋㅋㅋㅋ 야 그러지 마아~"
"히냐냐냔냥! 꼬리는 반칙이다핫"
무슨 대화랑 장난을 하는지 웃음소리가 끊기 질 않았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아침밥은 먼저 일어난 수리가 인공
호수에서 잡아온 잉어처럼 생긴 생선으로 만든 찜 요리로
든든하게 밥을 먹고는 작별인사를 하여 문을 열고나왔다.
"카냐아안~~~ 기념품 안 사오면 알지?! 오빠도야!!!"
"알겠다구~ 아직 추우니까 들어가~"
"맛있는 걸로 사올게 수리냐~"
수리의 기념품을 잊지 마라는 말을 몇 번이나 더 듣고
나서야 농장의 정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재배수는 저번에 시작의 마을 탐험을 했을 때
질 좋은 각종 모험가용 장비들을 구했고 지금 신고 있는
신발 또한 거의 상품의 장비였다.
"여기 길이 많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서 내려와"
농장입구의 질척질척하고 미끄러운 경사면 또한
모험가용 신발을 신은 재배수의 앞길을 막을 수가 없었고
먼저 내려온 재배수는 콧대가 높아져서는 카냔에게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며 손가락으로 자신이 밟았던 발자국을
따라서 내려오라며 기세가 든든했다.
"흐힛차~ 이정도면 껌이다냥 미안하다냐~ 위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안 들렸는데 무슨 말이었다냥?"
카냔은 경사면에서 엄청난 도약으로 점프를 하고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공중에서 흐트러짐 없이 2바퀴나
빙글빙글 몸을 회전했고 착지 또한 올림픽이었다면
세계기록 달성이라는 명예를 얻었을 정도로 완벽한
자세였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카냔의 모습을 턱이 빠져라 지켜보았던 재배수는
순간 볼이 빨개지면서 얼버무렸다.
다시 방문한 0층 계단근처에서 드디어 한동안 존재를
잊고 지냈던 다른 사람들과 수인들의 모습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카냔,,,"
소식으로만 들었던 수인의 노예화는 현실이었고 분주하게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는 있었지만
힘들고 더러운 궂은일은 정말로 수인들이 채찍과 험한 욕설
을 들어가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카냔의 표정은 역시나 무척 어두웠다.
어떻게 보면 수인마을의 책임자의 자식이니 처벌을
받아야할 사람은 카냔이었지만 현재 카냔은 행복하게
친한 친구인 수리와 또 맛있는 밥과 살 곳을 지원해준
재배수랑 지내고 있다니 마음이 편치 않은 게 정상이었다.
"자 얼굴이도 가려"
재배수는 그런 카냔의 표정을 읽고는 빠르게
근처 가게에서 어둡고 진한 초록색의 망토를 하나
카냔에게 건네주었다.
"오빠? 풉 하하핫! 너무 신경쓰는 거 아니다냥?
우리 수인들은 야생이라서 싸움도 빈번하고 이런 일도
자주 발생한다냐 같은 수인들끼리는 노예도 거래하는 거라
큰 걱정마라냥 약육강식이다냐~"
카냔은 생각보다 그래도 활기가 넘치는 것이
정말로 약육강식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사용할 말이 아닌
야생에서 살아왔던 수인들의 언어라고 재배수는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빠르게 지하1층으로 내려가 버섯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해야했기에 바로 출입국 관리소에 도착하였다.
방금까지는 그나마 좀 밝은 표정으로
생기가 있었던 카냔이었지만 관리소에 들어오자 일이
꼬이면 같이 온 재배수까지 처벌을 받지않을까 라는
불안한 마음에 조금씩 떨기 시작했다.
"어라? 이 암컷 고양이는 형씨 꺼야?"
재배수가 한쪽에서 미리 구입한 통행증을 건네주자
직원이 불쑥 말을 걸어오자 재배수의 이마에는 작은 땀들이
맺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