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지하의 만남 3화 (41/82)



〈 41화 〉지하의 만남 3화

"그래서 수리는 언제부터 알게된거야?"




모래크림을 먹기위해  줄을 기다리는 동안 재배수는
심심하기도하고 그동안 카냔과 대화를 별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슬쩍 공통된 주제인 수리에 대한 것을 물어보았다.

"흣흠! 수리와의 만남은 한편의 드라마같은 운명이었다냐~"




카냔도 자신이 좋아하는 수리와 관련된 대화주제에
무척 흥미로운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슬쩍 고개를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있는 방향으로 올리고는 회상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이곳으로 갑자기 전이되어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수리는 평범한 모험가였다.

오히려 평범 하다기 에는 실력도 많이 떨어지고
신체 능력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마차 생사를 의지할
파티원으로 뽑으라고 하면 절대로 뽑지 않을 정도로
절망적인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리의 아름다운 외견은 그러한 단점을 모두
상쇄시킬 정도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아 온라인상에서
속된 표현으로 여왕벌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생각했다.


막상 그렇게 파티에 합류 한 수리는

"우리 수리는 여기서 오빠들이 싸우는  응원해줘~"


"위험하니까 절대로 내려오지 마"


"네,,,"


파티에서 아무런 역할도 없는 그냥 응원단으로만
활동하였기 때문에 수리는 항상 내심 불만이었다.




이렇게 무시 받으면서 모험가를 할 바에는 장사를 하거나
다른 엔지니어로 전환할까 고민도 했지만 애초에 평범한
대학생이자 알바생인 수리에게 그러한 특성은 없었고
그나마 부여받은 특성이라고는 모방이라는 것이었다.



"히이얍! 흐이얏!"



0층의 필드에는 무서운 몬스터가 없는 달팽이들만
가득했기에 다들 널널한 분위기로 하루의 수확물을
배분하고는 각자 해산하였는데

수리는 그렇게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지겹도록 안전한
지대에서 동료들이 움직이면서 달팽이를 잡는 것을
머릿속으로 되돌려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위험하고 난폭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장면도 아니고 널널하게 여유를 부리다가 달팽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것뿐인 장면이라 회상을 아무리 많이 해도
딱히 모방을 할 만한 부분은 없는 영양가 없는 기억들
뿐이었다.

"방패를 들었을 때는 무릎이,,,"

하지만 고수리는 전투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지겹게
보았던 넓은 시야를 이용하여 방패를 들고 있을 때의
걸음걸이 등에 활 통이 있을 때 달리기를 하면 불편해
보이는 부분 등등 이렇게 세밀하고 사소해 보이는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걸음걸이를 바꿔보든가
무거운 돌멩이를 하나 들고는 점프를 해보거나 또는
기다란 막대기를 등에 넣고는 장검을 착용했을 때의
느낌까지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면서 공부를 끝내었다.



"수리야 오늘도 활기찬 응원 부탁해~"



다시 시작된 달팽이 사냥에서 고수리는 리더에게
이번에는 자신도 직접적으로 사냥에 참여해보고 싶다며
어필했지만


고작 달팽이 사냥으로 허세를 다 부리면서 후방에서
응원을 해달라고 하는 리더의 말에 재배수는 정이 팍
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팽이 무리를 발견한 파티원들은
미리 정했던 대열과 작전대로 달팽이들에게 살금살금
접근했지만

정이 뚝 떨어진 고수리는 이번에는 자신 스스로가 활약을
해보겠다며 전투에 갑자기 난입을 하였다.


"야! 수리야 뭐해!"




몸을 최대한 낮추면서 다가가던 리더는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수리에게 소리쳤지만 이미 수리는 달팽이들에게
접근하여 양손 가득 전리품인 달팽이 껍질과 고기를
들고 있었다.


"얏~호! 생각보다 쉬운걸요?"


수리는 처음으로 사냥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으로
밝은 미소와 함께 동료들에게 전리품을 자랑했지만
리더는 무척 화가 난 표정으로 동료들과 함께 수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단순하게 달팽이를 잡는게 아니라고!
이렇게 쉬운 달팽이를 누가 이렇게 신중하게 접근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어?
이건 앞으로 있을 포악한 사냥감을 잡기위한 연습과정인데
네가 모든 것을 망쳤어!"



리더는 그렇게 평소라면 위험하다며 달팽이들 근처에도
접근하지마라며 안전이 최고를 강조했지만

파티에서 수리를 추방하고는 필드에 수리를 버리고는
그대로 모두 돌아갔다.

온순한 달팽이만 가득한 0층에서 초보자인 수리의 난입으로
부상을 당한 동료들은 없었지만
마을에서는 이상하게 수리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만이 돌기
시작했다.




"어머, 저 사람이 그, 얼굴만 믿고 나댄다는 ㅉㅉㅉ"





악던 여왕벌이라고 살이 붙은 소문들은 수리가 해보지도
않았던 사건들이 연류 되어 완전 범죄자 수준으로
인식이 저하되자 더 이상 광장에서 새로운 파티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수리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도 어느 정도 영향이었지만
단순히 소문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적응력이 빠른 사람들은 벌써 앞으로 이곳에서 얼마나 더
지내야하는지를 계산하고는 보기 좋은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자신과 생사를 같이할 파티원을 희망하게 되면서
성격부분은 물론 개인의 능력까지 꼼꼼하게 비교하고
검증하여 파티를 구성하게된 것이다.


특별한 자신만의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고 평균적으로
보통이라고 칭한 고수리였지만 평균적인 사람들 중에서
이상한 소문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후순위로 계속 밀려나가
도태되는 것이다.




"에휴,,, 오늘도 파티는  구했네, 하루 종일 연습해야겠어.
시간이 있을 때 실력이라도 키워야지 여유 자금이 떨어지면
굶어죽겠어,,,"



계속되는 파티원 모집에 질린 고수리는 혼자서 필드의
안전지대로 이동하였다.



안전지대란 애초에 0층은 사실상 모두 안전지대라고
생각해도 무난하지만 왕정에서 소속된 기사단들이
규칙적으로 순찰을 도는 지역을 안전지대로 칭하고 있었다.

순찰이라도 없는 외곽지역에서는 달팽이가 아닌
인간들끼리의 범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먼저 셔틀 런하고 다리 쪽부터 단련할까?"



고수리는 그렇게 자신만의 루틴을 계획하여 맨몸운동을
시작하였다.



"다 쌓았으니 다시 처음부터~!"



커다란 돌탑을 낑낑거리면서 쌓았던 수리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가자 미련 없이 발로 탑을 밀친 뒤에 다시
좀 떨어진 지점에 새롭게 돌탑을 완성시켰다.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라서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다 유튜브나 영화 속에서
보았던 운동법을 대충 눈으로 스캔한 것을 이제야 직접
몸을 움직이며 자신에게 대입한 것이다.

아마 모방이라는 능력은 수리가 평소에 자잘한 것을 잘
기억하는 성격이라 부여된 것만 같다.



규칙적인 운동생활을 반복하니 당연히 자연스럽게 체력이
붙기 시작하였고 달팽이 사냥도 혼자서 쉽게 충분히
끝낼 정도로 많이 성장하였다.


"그래도 리더에게 이것만큼은 잘 배웠어~"



달팽이를 마치 한번이라도 들키면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전 리더에게 배운
마음가짐을 느린 달팽이에게 초심을 잃지 않고 적용하였다.


"하아,,, 물이라도 가져올 걸 목말라 ㅠㅠ"

그렇게 운동과 사냥을 끝내고 다시 시작의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엄청난 갈증으로 허덕이기 시작했다.

아마 초기 탈진증상일 것이라고 판단한 수리는
빠른 행동력으로 일단 그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흐냐앙?! 일,,,일어났냐아? 미안하다냥 쓰러진 사람인줄
알았다냐"






필드를 지나가던 카냔이 쓰러진 수리를 발견하고는
혹시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걱정되는 마음으로
수리가 정신이 들 동안 그 옆을 지켜준 것이었다.



"고마워요 잠시 어지러웠어요. 이제는 괜찮아요.
그,,, 고양이씨는 이름이 뭔가요?"



수리는 그렇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카냔의 얼굴을 바라보다
귀가 인간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여 놀라며 입을
크게 벌렸다.



"미안하다냥! 수인은 무섭지? 이제 나는 떠날거다냐,,,"




"어디가요! 당신은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밥이라도
먹고 가요."


그렇게 자신의 숙소에 카냔을 초대한 수리는 닭볶음탕을
요리하여 카냔에게 대접해주었다.




"흐냐야야양!!! 엄청나게 맵지만 또 계속해서 먹게 된다냐
매운 걸 안 넣으면 맵고! 매운  계속해서 넣으면
안 맵다냥! 이건 고문이다냐아아아아!!!"




그렇게 허겁지겁 매운 닭볶음탕을 뚝딱 먹은 카냔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수리와 함께 대화를 주고받으며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혼자서 운동을? 인간들도 참 운동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다냐?"


수인들은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태생적으로 체력이
좋은 편이라는 카냔의 말에 수리는 자신의 운동 트레이너가
되어달라며 양손을 잡고는 부탁하기 시작했다.




"닭볶음탕 맛있었지? 나에게 운동을 알려주면 매일
맛있는 밥을 해줄 게 거래야"




"좋다냥!"





맛있는 요리를 먹을 생각에 카냔은 쿨하게 승낙 했고
카냔의 야생운동법으로 수리는 자신이 혼자서 운동을 했을
때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몸의 체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거기에 사바나캣의 민첩한 고유 움직임까지 수리의
모방능력으로 카냔의 발걸음 뛰기 점프 공격모션을
사진이라도 찢는 것 마냥 매일 학습하여 자신의 몸에
익히게 되었다.

그렇게 실력이 좋아진 고수리는 이젠 서로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을 할 정도로 파티 인기 모험가가
되었다.


수리와 카냔은 그렇게 파티를 구성하여 돈을 저금하여
룸메이트로 지낼 정도로 절친이  것이다.

"뭐냥?! 왜 반응이 없다냥!"



"어,,,어 그래 무척 드라마틱한 스토리네 그래도 수리랑
친하게 지내줘서 고마워 어? 우리 차례야"





카냔의 대화를 조용하게 듣고 있던 재배수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지만 그래도 수리와의 첫 친구가 된 과정을
알게 된 것이 더욱 수리와 카냔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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