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지하의 만남 7화
"흠,,, 옷은 생각보다 별로다냐
수리도 색다른 것을 좋아할게 뻔하다냥"
근처의 옷가게에서 여러 옷을 만지작거리던 카냔이
옷 선물은 너무 뻔한 것 같다며 재배수에게 총대를
넘겨주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은 어떨까?"
"이곳에서만 자라는 식물은 버섯이다냐아
버섯은 이곳에도 한가득 들어있다냥"
카냔은 자신의 짐가방을 노려보면서 여왕에게 받은 수많은
종류의 버섯 종자들이 사실상 식물이라며 이것만 가져가도
수리는 다양한 버섯들을 보면서 어떻게 키울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식물 종류는 논외로 각하했다.
그렇게 또 다른 상점을 방문하고 또 마음에 들지 않으며
건너면 상점으로 발을 옮기는 것을 반복하다가 작은 식료품
상점을 발견했다.
"어머 손님이 사용하시는 건가요? 수인은 처음보네요 ㅎㅎ"
상점 주인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상품을 보고 있는
카냔에게 다가와서는 상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손님,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이 트러플 오일은
왕궁으로 들어가는 브랜드의 상품인데 왕궁용보다는
살짝 밑 단계,,,"
"이걸로 달라냥!"
카냔은 직원의 설명도 다 듣기 전에 샘플용으로 살짝
뚜껑을 열어서 향을 맡아보더니 더이상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망설임 없이 돈을 지불했다.
아무리 버섯상품의 고장이라고 해도 트러플 오일은
비싼 편에 속해있었고 심지어 그런 비싼 제품들 중에서도
더 비싼 제품이었다.
"하긴 수리도 요리를 좋아하니 트러플 오일은 풍미가
좋다고는 들었는데 나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재배수는 드디어 고민 에 수리의 선물을 골랐다는 안도의
웃음을 지어보이자
"이걸 먹는다냥? 먹는 건 아까운 행동이다냐,
피부에 바르는 마사지용이다냥"
카냔은 일반적인 오일과는 다르게 자신의 예민한 코로
판별한 결과 이 제품은 먹었을 때의 풍미보다는
피부에 흡수했을 때의 효과가 더 좋다면서 긴 설명을
시작했지만
이상하게 카냔은 꼬리를 세우고는 좌우로 살랑 살랑거리는
것이 고수리가 사용하면 자신도 조금 나눠서 사용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을 대놓고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네 통행증 확인했습니다."
버섯정령의 여왕이 구해준 통행증으로 따로 통관 절차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이 빠르게 0층으로 올라 올 수
가있었다.
"이 넓은 들판~ 품 냄새에 높은 하늘까지!"
다시 돌아온 0층에 재배수는 신이 나서 큰 포복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카냔또한 간만에 보는 나비를 보면서
눈동자가 확대되며 흥분되는 것을 참으며 재배수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래 이 언덕! 이곳을 내려오는 것부터가 모험의
시작이었는데 이젠 도착 지점이 되었구나"
재배수는 자신의 농장 입구로 올라가는 항상 질척거려
미끄러운 경사 길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역시 품질이 좋은 신발은 이럴 때 성능이 발휘된다니까"
재배수는 신이 나서 카냔에게 자랑하려고 했지만 처음 이곳
카냔이 점프를 통해 내려갔던 기억이 번뜩 지나가자
입을 열지 않고 카냔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카냔~ 먼저올라가도 좋아"
재배수는 카냔이 느린 자신을 기다린다고 생각하고는
먼저 올라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카냔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갑자기 질척한 땅에 넙죽 엎드리고는
네발 아니 손과 발로 엉금엉금 질퍽거리는 땅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큭! 질척질척 물이 튄다냐아,,, 아래로 뛰는 건 특기지만,
위로 뛰는 건 어렵다냐아아"
카냔의 약점을 발견한 재배수는 온몸으로 기어오는 카냔을
드디어 복수한다는 심정으로 비웃으며 놀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그러니까 항상 만약을 대비해서 장비를
챙겼어야지 나 봐봐! 여기 신발부터 장갑에 허리벨트까지
뭐해 봐보라니 ㄲ !!!"
계속되는 재배수의 약 올리는 소리에 카냔이 이를 부득부득
갈다가 결국 털과 몸을 세우면서 갸르르릉 시동을
건 다음에 폴짝 뛰어서 재배수를 덮쳤다.
"항복! 항복! 그만 때려, 미안! 미안다고 아얏!"
카냔이 날아들어서 재배수 또한 질퍽거리는 진흙에
깔끔했던 옷이 더러워졌고 카냔의 냥냥 펀치까지 맞으니
정신이 없었다.
재배수가 항복 선언을 수없이 외치고 나서야 기분이
풀렸는지 먼저 농장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리냥! 수리냐아!!! 내가 돌아왔다냥!!!"
"어~이~ 고수리~"
대문을 열자 먼저 반겨주는 것은 수리가 아닌
달팽이들이었다.
잠시 여행을 떠난 기간 동안 얼마나 알을 낳았었는지
3배 정도나 많은 달팽이들이 보였고 재배수의 다리를
타고 올라오며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지만 재배수는
그런 달팽이들을 하나씩 때어놓고는 수리를 찾기 시작했다.
"어라? 수리야~!"
탁! 탁!
재배수는 점점 불안한 마음으로 가슴을 조리면서
집 근처까지 다가오자 이상한 탁탁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귀가 좋은 카냔을 의지하여 소리가 난 방향으로 이동하니
수리가 장작을 패고 있었다.
"흐하아! 카냔! 배수오빠! 너무 보고 싶었어"
도끼를 한쪽으로 내던지고는 그대로 달려와서 양팔로
카냔과 재배수를 끌어안은 고수리의 모습에 재배수는
살짝 눈물을 흘릴 뻔 했지만
"아참 수리야 여기 선물이다냥!"
"오호! 이상한 선물이면 오늘 저녁밥은 없다구~!"
너무나도 평온한 분위기의 카냔과 고수리의 모습을 본
재배수는 송글송글 거의 80%정도 눈물이 떨어질 뻔 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잽싸게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말리고 이야기에 합류했다.
"수리 너는 왜 갑자기 장작은? 너가 사용할 정도는
내가 미리 창고에 넣었는데 부족했어?"
수리의 겉모습은 큰 변화가 없을 정도로 무척 해맑은
표정으로 등 뒤로 수많은 장작들이 쌓여있었고
삼색 정령인 유레이도 그동안 뿌리가 많이 내렸는지
이젠 오두막 근처까지 내려올 정도였다.
"그게 하루 이틀은 조용하게 쉰다는 생각이었는데
집이 너무 허전해서 심심해서 막 스트레스도 풀 겸 얍! 얍!"
고수리는 마치 장작질을 하는 것 마냥 허공으로 몇 번
동작을 취해보이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수리표 녹차는 정말로 일반 녹차와는 다르다고"
조촐한 간식과 차를 가져온 수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
재배수와 카냔이 모험을 떠나서 생각 각종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상하게 생긴 음식인데 맛은 대박이야!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암튼 겉모습은 사바거북의
똥에 달팽이,,,"
신이 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냥! 그때 오빠가 상자를 열어서 확인했다면 그런 일은
안당했다냥!"
"수리야 이게 내 잘못이야?"
"ㅋㅋㅋ 둘이 많이 친해져서 보기 좋은 걸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수리또한 배꼽이 빠져라 몇 번이나
웃었는지 다들 지쳐서 숨이 넘어갈 정도였다.
"앗! 벌써 저녁준비를 해야겠어, 오늘은 카냔이 선물로 준
트러플오일 스테이크는 어때 오빠?"
"냐아~ 냐아~ 수리는 맡는 코가 없구냐아 이 오일은 먹으면
손해다냐 자 따라 들어와라냥!”
카냔이 궁금해 하는 수리를 질질 끌고는 욕실로 들어가자
재배수는 눈치를 채고는 슬쩍 물을 데워줄 장작을 넣고는
침대에 누워서 잠시 피로를 풀고 저녁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히이이잇!!!"
"카냔은 또 무슨 장난을 치는 거야?"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던 재배수는 갑자기 섬뜩한
비명소리에 번뜩 몸을 세웠지만 금방 카냔의 장난이었다는
웃음소리가 들리자 경계를 풀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아,,,모험이라는 단어에 피로도 포함이네"
그렇게 재배수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한숨 돌리려는지
몸에 힘을 빼기 시작했다.
"야 자냐?! 어이~ 어이~"
"아얏! 누구야?"
이제야 깊은 잠에 빠질 뻔 했던 재배수를 깨운 것은
바로 정령인 유레이였다.
유레이는 몇 번이나 자고 있는 재배수에게 큰 소리로
깨우려 했지만 몸이 작아서 목소리도 작았는지 재배수가
깰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재배수의 코를 발로차기 시작했으나 힘이 부족했는지 결국
코털을 잡아당기고 나서야 재배수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난 것이다.
"아무리 안 일어나도 코털은 좀 너무했다. 코피라도
흘렸으면 어쩌려고 ㅠㅠ"
재배수는 아른거리는 코를 손으로 비비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항의했지만
"코피를 흘렸으면 나야 좋지 뭐~"
정령은 그렇게 재배수의 머리 위를 몇 바퀴 정도 빙글 빙글
돌면서 시간을 끌다가 본론으로 들어가 입을 열었다.
"사실 영양분이 부족해서, 부탁 좀 하려고"
"영양분 부족은 왜? 매일 수리가 물도 챙겨주고 가끔은
차에 샌드위치, 주먹밥까지 나는 뭐 달팽이 껍질로 만든
난각비료도 챙겨주는데"
"그건 물론 고맙지만,,,
지금의 내 뿌리는 생각보다 많이 확장했다고 흥 !이것 봐!
아까만 해도 오두막 근처인 장작 근처가 한계였는데
벌써 오두막집까지 내 영역이 되었다고!"
재배수는 갑자기 반찬투정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일반적인 나무도 아니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나무이니 지구의 보통 나무만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뭐야?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줄 테니 편하게 말해줘
너는 수리의 은인이잖아"
재배수는 너무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유레이의 작은 심술이나 욕심이라도 들어줄 생각으로
차분하게 답변을 기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