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성장 4화
"야! 준비운동은 어디갔어?"
처음보는 바다가 무척 신기한지 카냔은 준비운동을 끝내고
들어가자는 약속도 잊고선 냉큼 점프를 하며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흐냐아아아!!!"
생각보다 찬 파도에 짠맛까지 더해지자
카냔의 생에서 이런 놀라운 경험은 처음이라는 것이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꼬리가 바싹 올라간 모습에
고수리는 뒤에서 손가락으로 카냔을 지목하면서
배꼽이 빠져라 웃기 시작했다.
"수리 너도 웃지만 말고 준비운동은 끝내고 들어가"
재배수는 그런 카냔을 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같이
팔을 잡고 털면서 스트레칭을 하고있었지만 물놀이 복장의
노출이 많은 고수리의 모습에 정신이 온전하지는 않았다.
수영복이 있는 곳도 아니고 단순하게 젖어도 상관없는
예비용 옷에 짧은 바지를 입었지만
강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고수리의 셔츠 사이로 휭~!
들어가면 그만 아름답게 살짝 보여주는 배꼽에 이상하게
이끌리는 재배수였다.
"어이~ 언제까지 준비운동이다냥!"
"야! 치사하게~ 이얏!"
이런 알콩 달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냔은 재배수와 고수리가 서있는 곳까지 강력한 팔을
휘저으면서 물을 튀기자 고수리도 준비운동을 끝내고는
바로 물로 뛰어들어 카냔과 물싸움을 시작하게되었다.
"하아,,, 행복하다."
재배수는 마저 다리를 털면서 운동을 하는 척 하면서
눈으로는 흠뻣 젖어서 옷이 달라붙은 카냔과 고수리를
응시하고가 아니고
그동안 농사일에 여러 가지 다양한 사건으로 마음 고생했던
동료들이 이렇게 생기발랄하게 큰 소리로 웃으면서
장난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앞으로 자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재배수도 슬쩍 물을 뿌리면서
물싸움에 합류했다.
"푸핲! 푸하야아! 2대 1은 너무하다냥! 그만! 그만!
부려냐앙으으으으으으냥!"
재배수는 별다른 생각없이 고수리와 팀을 먹고는
카냔에게 집중포화로 물을 날리기 시작했고 쉴 타이밍도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물을 맞은 카냔은 살려달라고
몇번이나 외쳤지만 소용이 없자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재배수를 노려보더니 물속에서 엄청난 도약으로 점프하여
재배수의 얼굴에 달라붙은 뒤에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카냔! 이번에는 장난이 너무 심했어!"
재배수가 정신이 돌아오자 모래사장에 대자로 뻗어서
하늘을 보며 물을 토하고 있었고 옆에는 카냔이 고수리에게
야단을 맞고 있었다.
"크흡,,, 아직도 머리가 아파 수리가 나를 살려준 거야?"
마저 입속에 들어있던 물을 뿜어내며 재배수는 자신을
살려준 수리를 고맙다는 눈빛으로 응시하였지만
'어라? 물속에 빠져서 정신을 잃었다는 건,,, 인공호흡?!'
갑자기 볼이 빨개진 재배수를 카냔이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속마음을 읽어내었다.
"저기 정신은 드시나요?"
재배수의 옆에서는 빨간색 티셔츠에 노란색으로 십자가가
그려진 것이 안전요원으로 보였다.
"헉! 인어신가요?"
재배수는 무척 실례되는 행동이었지만
안전요원의 하반신이 물고기라는 것을 보며 놀라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고 이런 모습을 본 카냔이 재배수의 머리를
내려치면서 목숨을 살려준 은인에게 무슨 실례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물론 옆에 있던 고수리 또한 머리를 숙이면서 대신 사과를
하고있었다.
"흐헤 죄송해요! 무사햐신 것 같으니 전 그만 돌아갈게여!"
인어는 깜짝 놀라며 그대로 바닷물 속으로 첨벙 첨벙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정말 오빠는 너무 무신경이라니까 인어 족이신데
카냔까지 도와줬어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다리는 없었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게 보였다니까"
고수리는 점심밥을 먹으면서 재배수와 카냔을 구조해주었던
인어 안전요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고
"미안 미안해 다음에라도 그분을 만나면 똑바로 사과할게"
점심으로는 이런 관광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비싸고 맛도 없는 다양한 메뉴 중에서 그나마 잘나간다는
음식을 골라왔지만 다들 한입 먹고는 별다른 맛평가도
하지 않는 것이 역시나 맛있는 것도 그렇다고 깽판을
부리면서 환불해달라는 정도는 아니고 미묘한 맛에
그냥 평가하는 것을 포기한 눈치의 요리였다.
"그래도 다양한 종족들이 모여 있어 인간은 물론
수인과 외팔족 처음 보는 종족들까지
각자 종족끼리의 대립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평화로운 게 좀 이상해"
분명 탑의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있는 이 장소는 무척
평화롭지만 또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분명 얼마 전 까지는 전쟁을 하고 또 지배를 받던 종족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서 같은 바다에 들어가고 같은 음식을
먹고 또 친구처럼 대화를 주고받는다.
심지어는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종족들도
이곳에서는 모두 평화로운 분위기로 전쟁이라는 단어를
마치 잊고 있는 것만 같은 눈치였다.
몇 층을 두고는 피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지만
또 같은 층에서는 놀고 있다니 좀 앞뒤가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
이곳으로 전이되기 전 재배수는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그 땅이 반년 전에는 수많은 폭탄이 떨어진 전쟁터였고
백 년 전에는 식민지를 받았던 장소이다.
불과 100년 사이에 엄청나게 달라져 전쟁과 식민지는
잊고 있는 것이다.
FPS 게임 속 테러리스트를 사살하며 한판 한판을
아쉬워 하고 있지만 실제 테러는 매일 매일 발생하고 있고 해적 또한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다들 별 신경도
쓰지 않는다.
신경을 써봤자 나와는 상관없는데 피곤하...
'그래,,,맞아 맞아 나와는 상관없는데 과연 지구에
남아있는 놈들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신경 쓸까?'
"냥!"
갑자기 물벼락을 맞은 재배수는 코로 들어간 물에
고통스러운지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오빠 그러니까 왜 정신을 팔고 있어 ㅋㅋㅋ"
그만 물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소름 돋는
결론에 도달하자 재배수는 고통 속에 그만 발까지 꼬여
뒤로 넘어가 다시 한번 물에 빠지게 되었다.
"네? 아드님이 연락을 안 받는다고요? 언제부터,,, 어머님
군대갔다온 대학생이 실종은 무슨 아마 술 먹고 정신없어서
그래요 네 네 한 달 뒤에나 연락주세요~"
재배수의 눈에는 경찰이 전화를 받고는 또 지루한 일상의
시작이라도 되었는지 무심하게 실종전화를 끊었다.
'야! 실종이라잖아! 내가 안보여?'
물속에서 고통스럽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지만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품들이 점점 시야를 가리게 되었고
"푸~하!"
"정말! 이분들은 아까 그렇게 위험했으면서 또 장난인가요?"
재배수는 인어 안전요원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는 눈을
뜨게 되었다.
"정말 오빠는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어요?"
"크하하! 이것이 사바나캣의 실력이다냥!"
이상한 상황에 재배수는 크게 당황했지만 그래도 다들
신나게 노는 분위기에 찬물을 부을 수는 없었기에 쓴웃음을
지어보이면서 물놀이를 시작했다.
달라진 것이라면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인어
안전요원과 함께 논다는 것이다.
"카냔 패스! 이쪽으로~"
카냔이 높게 공을 뛰어 올리자 인어는 물속에서 번쩍
튀어 올라 엄청나게 높은 지점에서 스매싱을 했고
재배수는 또 공을 맞고 물을 마시게 되었다.
"야 너는 안전요원이라면서 이렇게 놀아도 되는 거야!"
"허허허 당신들은 지금 해변 블랙리스트라고요!
안전 불감증인 당신들은 제가 없으면 출입금지 뿌뿌우우~!"
인어는 오히려 이것은 노는 것이 아니고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빨리 공을 던지라며 꼬리로 물을 뿌리며 말했다.
재배수는 실컷 농락을 당하고는 지쳐서 쉴 생각으로
물 밖으로 나오자 인어가 다가와 배수를 끌어 당겼다.
"쉬려고요? "나 이제 교대시간인데 잠시만 기다려줘요"
인어는 그렇게 근무 교대를 끝내고는 자신의 고향인
수중도시로 놀러가자며 안내했다.
물속이라 숨을 못 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역시나
관광도시라 그런지 육상동물을 위한 산소공급 시설이
잘되어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수중이라는 것은 차가운 수온에 몸이 수축되었으며
뭔가 붕 뜨는 느낌까지 육상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라면 이질감을 느끼고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편하게 나를 슌이라고 불러줘 나이는,,, 음 육상이랑
해상이랑 기준이 다르니 그냥 친구로 하자~!"
자기소개를 끝낸 인어의 안내로 간 곳은 수중 백화점으로
다양한 옷들이 전시되어 옷 구경에 다들 정신이 없었다.
물론 인어용이랑 수리랑 카냔의 몸에는 맞지 않지만
그래도 옷 구경 그 자체만으로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저 살랑 살랑 거리는 꼬리,,, 한번만 먹게해달라냥!"
카냔은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슌의 꼬리를 보고는 본능을
못이긴 것인지 아니면 장난인지 바로 뛰어 들어가
슌의 꼬리에 달라붙어 깜짝 놀란 슌이 비명을 질렀고
엄청난 진동에 인어를 제외한 다른 종족들은
눈이 빙글 빙글 돌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카냔 너 때문에 직원분에게 엄청 혼났잖아!"
슌의 공격에 크게 당한 카냔은 슌에게 복종의 자세로
배를 보이면서 사과를 하는 것이 역시 힘에 복종하는
수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어의 공격 무섭다냐아 이정도면 세계 정복도 장난이
아니다냥,,,"
카냔의 장난스러운 말로 시작된 인어족의 상황은
그렇게 밝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