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두근두근 문예부 (1/73)



〈 1화 〉두근두근 문예부

뚜렷한 쌍꺼풀이 인상적인 큼직한 눈매, 그 안에 밤하늘을 집어넣은 듯 새까만 색의 눈동자가 자리 잡고 있다. 계란형의 작은 얼굴에는 마찬가지로 아담한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게 박혀있고, 짙은 흑색의 세미롱은 마치 파도가 굽이치는 듯 살랑거린다. 적당히 타이트한 교복핏은 가녀린 몸의 곡선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여기까지가 거울 속에 비치고 있는 소녀의 외관. 이렇게 묘사하니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인데.

"음"


딱히 흠 잡을  없는 모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본인인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이 정도 외모면 예쁜 건 아닐지언정 나름 괜찮은 편이 아닐까. 실제로 주위에서 용모에 관한 칭찬도 많이 들었고, 나도 언니와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한 사람이니까. 응, 적어도 평균 이상은  거다.

쩝하고 혀를 다신 후, 이제는 익숙해진 치장을 대강 마치고서 방을 나온다.


"어머, 벌써 나가는 거니? 아침은 안 먹고?"

"원래 안 먹는  아시잖아요."

"그래도 오늘은 입학식인데…"

"괜히 안 먹다 먹으면 탈나요."

주방에서 한창 요리 중인 어머니를 지나쳐, 거실로 향한다. 때마침 켜져 있는 TV 속에서는 시끄러운 목소리로 호들갑 떨며 긴급 속보를 보도하는 아나운서.

슬쩍 귀를 기울이니  살인사건이 일어났나 보다. 네모난 브라운관 위로 '마침내 18번째에 달한 연쇄살인'이라는 문구가 빨간 색으로 대서특필 되어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살인마의 뉴스.

매일 같이 일어나는 일이 살인사건이라지만, 이런 아침부터 듣기엔 역시 거북하기 그지없다. 재빨리 주의를 환기한 후 현관으로 향한다.

"후우…"


내 발에 딱 맞는 갈색 단화를 신고, 문고리를 잡고 당기기 전 심호흡  번. 그렇게 살짝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는다.

정말로 이 날이 오기는하는 걸까? 그렇게 의심하고 또 의심했었다. 하지만 빚이 밀린 사채업자처럼 기어코 찾아온 것이이 날. 모니터 너머로 보던 CG와 똑같은 풍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자고 일어났더니 여성용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되어버린 세상, 그리고 바뀌어버린 나의 몸……태어나서 지금까지 그 사실을 몇 번이고 부정해왔는지. 그때마다 찾아오는 우울감이란 여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떨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전처럼 눈앞의 현실에서 도망치는  따위는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한낱 거짓으로 밖에 안 보이는 이 세계라 하더라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남아 있으니까.

…짐짓 심각한 듯 지껄여 보았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일들에 불과하다. 옛날의 나에게나 통용되던 말들. 그런데도 오늘따라 유독 감성적인 기분이 치고 올라오는 것은,아무래도 날이 날이니 만큼 어쩔  없겠지.

그러니  야릇한 기분을 날려버리기 위해서라도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준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을 만끽하면서 손을 잡아당기자,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빛이 두 눈을 찔러 들어온다.

"다녀오겠습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미풍은 상쾌하고, 흩날리는 벚꽃잎은 봄기운을 가득 품고 있고, 드높은 하늘은 창창하고, 정말로 아름다운 이  이 때.

그 순간은 게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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