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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25)화 (25/593)

작은 건물은 십 장 높이로 위아래 두 층으로 되어 있고, 멀리서 보면 커다란 표주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총괄 설계사’ 이장수의 영감의 출처는 바로 주구가 지니고 다니는 법보, 액막이 여의검으로 크든 작든 사람을 태우고 공중을 나는 표주박이었다.

작은 건물은 연못 위에 서 있었고, 건너편 팔십 장 너머에는 우물이 있으며 연못과 우물의 물길이 서로 통하였다.

공중에서 굽어본다면 직경 백 장의 태극도가 수풀에 상감되어 있고, 연못은 음양어(陰陽魚)의 형상이며 건물과 우물은 두 개의 음양안(陰陽眼)이었다.

이는 풍수진(風水陣)으로 사악한 기운을 누르고 쫓아내는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도선문 인교맥에서는 음양 태극도에 관한 주장도 있었으니.

건물 앞에 내려와 고개를 들면 「소경봉 단방」이라고 다섯 글자가 쓰인 목패를 볼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패 아래에 세로 두 줄의 작은 글씨로 「백범전 허가를 받아 지은 단약 정제 건물」이라고 쓰여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인증받은 합법적 건축물이라는 뜻이었다!

정문에서 들어가면 맞은편에 나무로 만든 병풍이 있고, 병풍 뒤에는 육 장 높이의 커다란 단로(丹爐)가 있다.

단로는 차지하는 면적이 상당히 넓은데, 아래는 넓고 위가 좁으며 커다란 자마금 주철로 만들어졌다. 그 위에는 상운과 백 가지 약이 새겨져 있고, 자체적으로 무수한 금제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단로 상단 부분에 대량의 ‘땜질’이 있어 약간 궁상맞아 보였다.

이는 원래 버려진 단로였다. 하나 단로 상단 부분이 터진 게 전부라 이장수는 영어를 받쳐 쌓은 인맥으로 백범전에서 찾아와 반년 동안 끊임없이 손질하여 마침내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단로는 삼 발에 양쪽으로 귀가 있으며 배는 볼록하였다. 사면에 음양어 모양의 ‘창’을 내고 아래의 응화진(凝火陣), 균령진(均靈陣) 등 주요 금제술도 몹시 완벽하였다.

이장수의 손길을 통해 단로는 지금의 위엄과 기능을 갖추게 되었고, 망가지지 않을 때보다 3할 정도 부족했다.

더욱더 대단한 건, 화로를 손에 넣을 때 기본적으로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커다란 자마금은 원래 대부분 영약의 약 기운을 진압할 수 있으니 이 단로는 현재 소경봉에서 가장 값비싼 보물인 셈이었다.

작은 건물 전체는 단로를 둘러싸 지어졌다.

단로 주위에 골자가 몇 줄 있고, 위에 크고 작은 옥병, 표주박, 옥함을 잔뜩 쌓아놓았으며 안에도 단로로 정제한 영단, 묘약이 적잖게 있었다. 모두 흔히 사용하는 종류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곳은 남령아가 아주 단정하게 정리해두었다. 사매는 현재 폐관 수련으로 열심히 수련의 경지를 올리는 중이었다.

주구가 바깥에서 뛰어 들어왔을 때, 연한 남색 장포를 입은 이장수가 단로 옆에 서 있었다. 손바닥에는 십여 개의 금색 단약이 부유하고 있었고, 그는 이제 막 단약을 정제한 기분을 즐기고 있었다.

“장수야, 또 어떠한 단약을 정제해낸 것이냐?”

주구가 호기심을 가득 안고 달려왔다.

“맛보시렵니까? 청심응신단(淸心凝神丹)을 정제하여 약간 맛을 바꾸었습니다. 효과도 괜찮을 겁니다.”

이장수는 물으면서 단약 두 알을 천천히 주구의 앞에 날려 보냈고, 주구는 곧바로 입안에 넣고 아작아작 씹었다. 그러더니 금세 트림하며 입으로 청신한 향기를 토해냈다.

주구는 왼손을 펼쳤다.

“달구나. 몇 알만 더 다오!”

이장수는 백옥 자기 병에 단약을 담은 후, 주구의 손으로 날려 보냈다.

그러나 주구의 작은 손은 여전히 물리지 않았다.

“이번 달 신선취와 가인미는?!”

“걱정 마십시오. 잊지 않았습니다.”

이장수는 설핏 웃으며 착실하게 손바닥 크기의 옥 단지 두 개를 건넸다.

주구는 참지 못하고 열어서 냄새를 맡고는 몹시 흡족해하며 감탄을 내뱉었다.

“좋구나. 단약을 정제하는 능력과 술을 빚는 능력은 완전히 우열을 가릴 수 없어. 오늘은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 요 몇 달 동안 너도 진법을 세우지 않았는데, 계속 여기서 거저 가져가고 거저먹을 순 없지 않겠어?”

이장수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괜찮습니다. 20일 후에 난도가 비교적 높은 선단을 정제할 참이니 그때 도와주십시오.”

주구는 아주 시원하게 가슴을 툭툭 쳤다. 삼베 단삼이 순간 가볍게 흔들렸다.

“좋다! 내게 맡겨! 20일 후라고?”

“예, 20일 후입니다.”

이장수는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정제할 단약은 제게 있어 몹시 중요합니다. 게다가 일단 준비에 착수하면 멈출 수도 없고요. 하여 사숙께서 여유가 없으시면 즉시 알려주십시오. 또한, 사숙께선 이 일을 비밀에 부쳐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단약이기에 이리 비밀스러운 것이야?”

“융선이라 불리오는 독단입니다.”

주구 또한 깜짝 놀랐다.

“융선단말이냐? 그건 진선을 독살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냐? 내 아주 오래전에 주오 사형이 말씀하시는 걸 들은 기억이 있다. 그걸 정제하여 무엇에 쓰려고?”

이장수는 웃으며 말했다.

“독은 사실 약의 성질을 지닌 것이기도 하며 맛이 다양한 채소와도 같습니다. 독단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나 살릴 수도 있지요. 안심하십시오. 저는 원수가 있지 않고, 수도 생활을 열렬히 사랑하여 천리를 위배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융선단을 정제하는 데 성공한다면 일 년 치 가인미를 사례로 드릴 것입니다. 약정한 것 외인 셈이지요.”

“좋다!”

주구는 왼손을 주먹으로 말아 이장수 앞에 내밀자 이장수도 손을 들어 주먹을 쥐고 그녀와 가볍게 부딪혔다. 주구는 순간 싱글벙글해졌다.

“20일 후에 다시 오마.”

“살펴 가십시오.”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중, 주구는 표주박에 앉아 하늘로 솟구쳐 소경봉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막 뒤돌아보자 자신이 날아 나온 숲에 얇은 안개가 일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옅은 안개가 숲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하나 미풍이 한차례 불더니 하얀 안개는 거의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둘레 삼십 리 이내의 밀림은 이전에 비해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하였지만, 주구는 안에 겹겹이 쳐진 대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앞으로 일곱째와 여덟째를 놀리고 싶으면, 이쪽으로 낚으면 되겠구나.”

주구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나 이어서 이장수의 점잖은 얼굴이 떠올랐다.

“그 녀석에게 미리 말은 해두는 게 좋겠지. 아니면 또 한껏 격앙되어 무슨 도리를 논하지 않겠어?”

주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표주박에 앉은 채로 허공을 가로질러 금세 파천봉 뒷산으로 돌아왔다. 겹겹이 쌓인 대진 가운데로 들어오자 몸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곳은 망정 상인의 아홉 제자가 폐관 수행하는 땅으로 산세에 의지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누각 건축물이었다.

‘주’자가 붙은 아홉 선인은 그저 파천봉 맥 중 하나의 ‘지맥’일지라도 수련의 경지가 가장 낮고, 입문한 기간이 가장 짧은 주구가 진선경이었으니 대우란 자연히 제원네 세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 땅은 대단한 집령 대진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잡역 제자가 있어서 각 누각 주변에 문규에서 금지한 방호 대진을 세워 퍽 이상적인 수행 장소였다.

나이가 제일 어린 주구는 사형, 사저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었다. 거처는 주오와 가깝고, 다른 사형, 사저의 거처에 은근히 둘러싸여 가운데에 위치했다.

주구가 폐관에 들어가면 다른 이들은 자연히 이를 지키는 형세를 보였다.

잡역 제자들이 몰래 주시하는 눈빛과 함께 주구는 홀로 누각으로 날아 들어와 발에서 또각또각 소리 나는 신을 차버리고, 맨발로 푸른색 옥으로 꾸며진 침상으로 뛰어올라 방금 가져온 술병을 끌어안고 헤헤헤 웃기 시작했다.

“이번엔 너부터 마실까, 아니면 너부터 마실까? 장수 녀석, 정말 제법이잖아. 이렇게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고 말이야. 삼 년도 다 버텨가는구나. 일전에 묻어두었다던 ‘갠지스강 배갈’도 곧 꺼낼 것이니 그때 시원하게 마셔주마! 쓰읍. 오늘은 일단 가인미를 예뻐해 줄까나.”

“흐음! 흠흠!”

누각 밖, 키가 오 척인 도인이 헛기침을 하자 침상에 엎어져 있던 주구가 손에 들고 있던 술병 두 단지를 단단히 가리고 예리하게 바깥을 응시하였다.

밖에 온 손님이 누군지 확인하고 나서야 슬며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형, 그냥 들어와요. 진 안쳤어요.”

“전에 대사저께 한바탕 혼나지 않았니. 아무리 친해도 서로 존중하고 예를 갖추어야 해.”

주오는 웃으며 말하고는 앞으로 두어 걸음 내디뎠다가 다시 멈추었다.

실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눈앞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술 단지, 단삼, 가슴 가리개······ 주오는 이마를 짚으며 불평을 터뜨렸다.

“주구 너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지 않았느냐. 어찌 아직도 방 정리를 못 하느냐.”

주구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더니 팔을 내저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니 괜찮잖아요.”

그녀는 대충 옥 단지를 수납 법보에 담고 침상 위에서 양반다리를 했다.

주오는 바닥에 잡동사니 더미에서 힘겹게 길을 개척하여 앉은뱅이책상 옆에 앉아 중얼거렸다.

“요새 소경봉에 가는 횟수가 잦더구나. 가서 무엇을 하느냐?”

“놀죠, 뭘 하겠어요.”

주구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셔요?”

“아니다, 아니야.”

주오는 연신 팔을 가로젓더니 이어서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마음속에 사저, 사매들이 당부한 임무가 떠올랐지만 한순간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걸 어찌 말한담?

다짜고짜 ‘사매, 혹 소경봉의 누군가에게 춘심이 인 것이냐?’라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주오는 다시 용기를 냈다.

“흠! 내 기억하기를 네가 갓 입문한 지 몇십 년이 되었을 때, 소경봉의 제원 사제와 퍽 가깝게 지냈다지.”

주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당시 제원 사형이 절 꽤 잘 보살펴줬거든요.”

주오는 또 말하려다가 이내 멈추었다.

“그럼 너······ 혹시······.”

주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형, 왜 그러세요? 오늘따라 우물쭈물하고 말이에요.”

“나, 나는 말이다······ 어휴!”

주오는 발을 한번 굴렀다.

“그럼 빈도가 똑똑히 물어보겠다! 근래 매일 소경봉으로 달려간다지? 벌로 금주령이 내려졌는데도 매일 기운이 넘치고! 하여 사저들은 혹여······ 음, 그러니까 혹여······.”

“혹여 뭐요?”

“너 말이다!”

“제가요?”

주구는 미간을 한껏 구겼다. 두 눈에는 풀리지 않는 의혹이 깃들어있었다.

주오는 목 끝까지 올라온 숨을 질문으로 내뱉었다.

“혹시! 새로운 진전을 이루려 한다거나······.”

주구는 흰자위를 까뒤집었다.

“뭐가 그렇게 쉽게 진전이 생깁니까. 사저들께 염려 말라고 하세요. 난관을 만나면 혼자 경솔하게 나서지 않고 곧바로 묻겠습니다.”

“그럼 됐다, 그럼 됐어. 내 이만 돌아갈 테니 계속 수행하려무나.”

주오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러 일어나 재빨리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물었다.

“참, 일전에 소경봉에서 네가 가져온 거미 두 마리가 죽어버렸는데, 내 보물 단약으로 교환할 수 없느냐고 장수 사질에게 물어볼 수 있겠니?”

“예, 알겠습니다. 다음에 가면 물어보겠습니다.”

주오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쩝. 2년 전에 주구가 삼두 쌍안 거미를 데리고 온 후, 그는 멀리 있는 사물을 볼 수 있는 거미를 얻게 되면서 생활이 훨씬 더 재미있어졌었다.

특히 그 거미줄을 도려가 종종 목욕하는 연못 옆에 치면서부터 말이다······.

주오는 고개를 숙여 빠른 걸음으로 나가더니 바람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다섯째 사형이 오늘따라 어찌 이리 이상하시지? 됐어. 넷째 사저와 다툰 모양이지 뭐.”

주구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누각 외곽에 진법을 가동하고, 침상에 엎어져 옥 단지 두 개를 꺼내 계속해서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

소경봉, 단방.

이장수는 단로 앞에 서서 다음 단약에 필요한 약재를 던져놓고, 뒤돌아 좌측에 놓인 방석으로 걸어갔다.

그는 왼손으로 옥패를 쥐고, 대진 곳곳의 변화를 자세히 느끼며 위험 요소가 없는지 거듭 확인한 후에야 단로 금제를 가동했다. 단로 속에 순식간에 화염이 나타났다.

그 다음 다시 단로 좌측에 놓인 방석에 앉았다. 앉자마자 그의 몸 주위로 푸른 연기가 흐트러지더니 육신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종이 인형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푸른 연기 속 종이 인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장수의 모습으로 변했고, 푸른 연기는 방석 아래 작은 구멍으로 스며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환형술은 제원 도사의 ‘필살기’였기에 대제자인 그도 진작 할 줄 알았다.

심지어, 현재 변환할 수 있는 물건이란 사부님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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