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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55)화 (55/593)

“사부님, 어찌 또 멈추십니까?”

남해 하늘, 하얀 구름이 멈추어 서자 도사의 옆에 있던 소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사는 이장수의 두 번째 도겁 장소를 주시하며 저도 모르게 숨을 훅 들이켰다.

“이, 이건 무슨 천겁인가? 위에는 천궁, 중간에는 용과 봉황, 아래는 신마(神魔)인 듯한데. 설마 서열 2위라는 구소신마겁이란 말인가!”

하나 도사는 곧바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남해는 어떻게 된 것이지? 수도 기재들이 함께 도겁하기로 약속이라도 했단 말인가? 어휴, 또 한 명의 젊은이가 천겁 아래에 몸을 묻겠구나. 애석한지고. 함지야, 가자. 봐도 소용이 없다.”

“사부님, 저분은 천겁을 이겨내지 못하는 겁니까?”

“조금 전에 8도 벼락이 내려쳤을 때, 주위에 영기가 도겁 장소로 솟구치는 걸 느꼈더냐?”

소녀는 도리질하였다.

“그렇지? 8도 벼락은 극히 보내기 어려운데 삼십이흉겁이라면 말할 것도 없어. 조금 전에 도겁한 이는 혼비백산했고, 지금 또 다른 하나가 찾아왔구나.”

도사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질이 너무 훌륭해도 하늘의 시샘을 받는다. 홍황의 고수는 실로 너무나도 많아서 천겁으로 누르지 않으면 대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올 거야. 가자. 남의 고행을 보지 말자꾸나.”

도사는 말을 마치고, 흰 구름을 몰아 계속 남쪽으로 향했다. 소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천 리 너머의 해수면을 좀 더 바라보았다.

극도로 큰 겁운이 거의 해수면 위를 내리누르려고 했다.

······

천둥소리가 천 리 밖에 울려 퍼지고, 폭포 같은 번갯불이 하늘을 번쩍 밝혔다.

드넓은 해수면 위에 비바람이 세차게 쏟아지고, 도겁 장소 주위 백 리 이내의 파도는 섬뜩할 정도로 높게 솟았다.

주위 수천 리 이내의 하늘과 땅의 영기가 이장수가 도겁하는 장소를 향해 모여들었고, 겁운으로 만들어진 번개 연못의 천둥 ‘원액’이 한 번, 또 한 번 아래로 기울었다.

아래 작은 섬들은 이미 절반 가까이 허물어졌다. 이장수가 도겁 장소를 선택할 때, 생물이 거의 없는 황량한 섬을 택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바닷속 생물들도 일찌감치 도망갔다.

번개 폭포가 잇따라 떨어졌고, 비바람은 더욱더 심하게 몰아쳤다.

이는 영향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연기사가 신선이 되는 천겁에 지나지 않는데, 뜻밖에 마귀가 벌을 받는 기세가 만들어졌다.

신선이 되는 겁은 수많은 천겁 종류 중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천겁이었다. 어쨌거나 홍황에서 신선이 되는 건 그다지 이목을 끌지 않을 만큼 소소한 일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진정 엄청나다고 할 만한 겁난은 천선의 절정에서 금선을 돌파할 때, 죄업이 너무 크고 공덕이 너무 많아서 하늘이 해당 신선에게 장생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내리는 ‘장생겁’이다.

장생겁은 금선을 죽일 수 있는 천겁으로 겁운의 면적이 대략 천 리를 넘었고, 벼락도 한 가지 유형이 아니었다.

우르릉!

쾅쾅—

한편, 도겁 장소에서 동남쪽으로 일천사백 리 떨어진 곳.

“사부님, 어찌 또 멈추십니까?”

역시나 남쪽으로 향하던 구름 위, 함지라는 소녀가 나직이 물었다.

도사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선식으로 천 리 너머의 해수면을 주시하였다.

금선경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실력인데도 묵직한 겁운에 뒤덮인 땅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곳은, 천겁의 힘이 지나치리만큼 짙었다.

하지만 겁운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진동하는 것을 보면 벼락이 떨어졌는지를 추단할 수 있었다.

“이번 천겁은 약간 이상하군. 지금쯤이면 이미 일곱 번째일 텐데,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니!”

도사는 손가락을 짚어보더니 별안간 돌아서서 아까보다 더 멀어진 도겁 장소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천겁 외에 또 다른 게 있는 것 같은데······.”

소녀 함지가 의아해하였다.

“사부님, 어찌 가서 구경하지 않나요?”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이번 신선겁을 지켜보고 네가 앞으로 천겁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길까 봐 우려되는구나.”

도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일단, 예서 저자가 여덟 번째 벼락을 버텨내는지 보자꾸나. 이치대로라면 버텨내지 못할······.”

쿠르릉!

천지가 또 한 번 뒤흔들리며 여덟 번째 천겁이 떨어졌다. 번개 폭포는 천 리 너머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겁운이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고?

“여덟 번째 벼락을 버텨냈단 말인가? 혹 먼 옛날 대능(大能)의 환생이 아닐까? 쓰읍. 함지야, 가서 보자꾸나!”

도사는 숨을 몇 번이나 들이키더니 제자를 끌고 이장수가 도겁하는 곳으로 날아갔다. 발아래 흰 구름은 쏜살같이 움직였다.

하나 그들이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천 리 너머 은백색과 자주색이 섞인 거대한 뇌구(雷球)가 겁운 속에서 응결되었다!

바닷속에서 번갯불의 신기한 까마귀가 날아올라 흡사 천지 사이에 두 번째 태양이 생긴 것만 같았다!

뇌구가 쾅 내리치고, 천겁의 힘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아래 해수면에 엄청난 물결이 터졌다!

도사는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일천여 리는 그의 경지에서도 짧지 않은 거리였다.

휘익—

해수면 위에서 갑자기 돌풍이 일어났다. 둘레 수천 리에 달하는 땅의 영기가 겁운 장소로 솟구치는 현상이었다.

영기가 어찌나 빠르게 모여드는지, 공중에서 다채로운 빛살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사부님, 바람이 붑니다!”

함지가 잔뜩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겁난을 버텼나 봐요!”

“그렇다! 천겁을 보내고 신선이 된 후 영기를 흡수하는 것이다!”

도사의 표정도 다소 격앙되었다.

“가보자. 필시 어느 큰 인물의 환생인 듯하구나. 저 영기의 양을 보아라. 어쩌면 그자, 아니, 저 선인은 바로 천선이 되어 날아오르려는 것 같구나! 자, 가서 친교라도 맺어보자! 우리 절교 문하에 들일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도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천지 사이에 느닷없이 자주색 벼락이 나타났다. 구중천 위에서 나타난 벼락은 순식간에 겁운을 관통하고 작은 섬 위를 내리쳤다!

도사는 눈을 부릅떴다. 붉은 기가 나는 얼굴은 자색의 신뢰에 비쳐 마른 가지색을 띠었다······.

오늘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실패하리라 예상하면 도겁에 성공하고, 평온하게 겁난을 견뎠다고 말하려는데 느닷없이 신뢰가 떨어졌다······.

통천교주님, 진정 제가 한 말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닙니다!

소녀 함지가 궁금해하였다.

“사부님, 저건 또 뭐예요?”

“천벌, 진정한 천벌이다.”

도사가 무겁게 깔린 음성으로 말했다.

“하늘은 저 선인이 비범한 인물이라 여겨서 천겁과 함께 천벌까지 내리는 것이다. 끝이로구나. 저자는 필시 죽을 것이다. 천벌은 결코 그리······.”

이번에는 도사의 말이 채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필시 죽을 것이다’라는 말이 떨어졌을 때 주위에서 돌풍이 불어오더니 끝없는 영기가 도겁 장소를 향해 다시 모여들었다.

“허어. 이것 참, 이 주둥아리!”

터업!

옆에 있는 소녀의 조그마한 손이 뻗어 나와 사부님의 입을 얼른 틀어막았다.

“사부님, 이제 말씀하지 마시고 어서 보러 가요.”

도사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앞으로 가리키며 구름을 조금 더 급히 몰았다.

그들은 도겁 장소에서 아직 팔백 리 떨어져 있었다. 이때, 도겁 장소에선 영지 모양의 상운이 나타났다.

겁운은 온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으로 변하더니 다시 깔때기 모양으로 빠르게 응결되었고, 깔때기의 제일 끝이 바로 도겁하는 이였다.

흰 구름 속 순도 높은 영기가 아래로 세차게 흘러 어렴풋이 보이는 인영에게 모여들었다.

구중천 위에서 금빛 다발이 내리비쳐 도겁하는 인영을 뒤덮었다.

이 빛기둥 속에 선자들의 허상이 나타나 선악 연주에 맞춰 춤을 추면서 온 하늘에 꽃잎을 흩뿌렸다.

백발의 노인이 선학을 몰고 다가와 아래에 있는 인영에게 연신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것들은 전부 천지의 이상 현상이었다.

이때 천겁의 힘은 몹시 옅어졌다.

도겁 장소까지 육백여 리가 남았을 때, 하늘의 이상 현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나 겁운을 모조리 흡수한 인영은 별안간 뒤를 돌더니 바닷속으로 냉큼 뛰어들었다······.

당황한 도사는 황급히 선력을 써서 멀리 전음으로 소리쳤다.

“도우(道友)! 우리는 금오도 연기사로 도우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자 특별히 온 것이오!”

그러나 바닷물 속에서 선광이 스치더니 그 사람은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사부님, 왜 도망갔을까요?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잖아요.”

함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휴, 우리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찌 알겠느냐?”

도사는 감개에 젖은 표정을 지은 채 손가락을 짚어보기 시작했다. 하나 한참 추산해도 아무것도 얻은 바가 없었다.

“천기를 피하다니! 어느 위대한 인물의 환생이 틀림없다. 아니면 이리 신중할 리가. 나는 추산법에 조예가 있는데도 그 선인을 찾을 수가 없구나. 딱 보아도 먼 옛날에 수행한 적이 있어서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깊이 아는 것이다. 함지야, 그래도 보러 갈 테냐? 이미 멀리 가버렸다.”

“가봐요. 천겁의 위력이 어떤지 보고 싶어요.”

“좋다.”

제자를 어여삐 여기는 얼굴을 한 도사는 소녀와 함께 구름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두 사람의 인영이 도겁 장소 위쪽에 멈춰 섰다. 하나 소녀의 아리따운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역력했다.

아래에 있는 작은 섬은 절반만 남아있었고, 무너져내린 나머지 절반의 바닷물 밑에는 사각형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사부님, 이게 바로 신선이 되는 겁난입니까?”

“염려 말아라.”

도사는 웃으며 대꾸하고는 해수면에 떠 있는 피가 묻은 거적때기를 응시하며 덧붙였다.

“네 천겁은 절대 이리 강하지 않을 거다. 강해봤자 지금의 10분의 1 정도겠지.”

도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거적때기는 순식간에 화광에 휩싸이더니 빠르게 타서 재가 되었다.

“어찌나 급하게 갔는지, 이런 물건을 남겼구나. 대신 잠재한 위험을 없애주면 좋은 연을 맺는 셈이겠지. 가자, 예 있었다간 어느 고수가 구경하러 왔을 때 설명하기 성가셔진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함지는 해수면 아래 시꺼멓고 깊은 구덩이를 쳐다보았다가 사부님에게 이끌려 계속 동남쪽으로 나아갔다.

······

‘남겨둔 피 묻은 옷을 누구한테 들켰는지를 모르겠군.’

이장수는 속으로 가늠해보고는 체내의 선력을 빌려 전력으로 수둔술을 펼쳐 서쪽으로 급히 달아났다.

도겁 장소로 달려온 도사와 소녀를 발견한 그는 그곳에서 부상을 치료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마지막 영기를 흡수하자마자 황급히 도망쳤다.

피 묻은 옷은 속세를 돌아다닐 때, 전사한 병졸에게 벗겨낸 것이었다. 영기로 한동안 담가뒀으니 그의 종적을 뒤쫓는 이를 교란할 수 있으리라.

병졸은 이장수가 친히 암송한 제도 경문을 받았으니 저승에서 상당히 빠르게 환생할 것이다.

“커헉!”

수둔술을 펼친 탓에 물살이 잘게 떨리면서 안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러나 피는 미처 퍼지기도 전에 되돌아온 물살에 다시금 휩쓸려갔다.

이장수는 온몸에서 다채로운 선광을 반짝였다. 그러나 가슴에서 복부까지는 거미줄처럼 갈라진 틈이 있었다.

사실 선체는 나름 볼만 했으나 원영은 심각했다. 중단전(中丹田. 도교에서 삼단전 중 하나로 ‘심장’을 일컬음) 위치에서 생기 없이 널브러져서는 움직이려도 움직이질 못하였다······.

도리는 나도 모두 이해한다만, 어째서······.

9도 천겁에 열 번째가 있을 수 있지?

“커헉! 콜록!”

이장수는 또 참지 못하고 기침을 두어 번 하였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극렬한 통증은 참을 만했으나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는 건 처치 곤란이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성공한 도겁 중에 그처럼 이리 처참한 적이 있었던가?

그는 바닷물 속에 멈춰서서 ‘화’자가 새겨진 옥 조각과, 전에 취한 소소한 ‘물건’들을 점검했다.

눈앞이 약간 핑 돌면서 바닷물 속에서 몸을 휘청였다.

물론 이장수도 마지막 자색 신뢰가 천벌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천기를 기만했었기에 하늘이 내리는 징벌이었다······.

지금 그가 중상을 입은 건 기본적으로 천벌로 인한 것이었다.

하나 이장수는 당시 상당히 빨리 상황 파악을 하고, 하늘이 천벌을 내리려는 순간, 지니고 있던 방어 법보 몇 개를 꺼냈었다.

천겁은 법보로 막을 수 없지만, 천벌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여기에 사용된 법보들은 품질이 우수하진 않았지만, 천벌의 힘을 완충하면서 이장수가 달아날 기회를 주었다······.

자색 신뢰가 떨어진 후에 이장수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하늘에게 인과를 빚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크흡!”

선혈이 역류했다가 이장수의 손에 필사적으로 눌러졌다.

원신과 원영을 심하게 다친 터라 조용히 몸조리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겁 후 영기를 확 들이키면서 돌파한 경지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도겁 때 생긴 무수한 깨달음을 아직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그가 계속 ‘비승’할 거라는 기초에서 최대한 빠르게 받아들여야 했다.

이장수는 선식을 흩뜨려, 망망대해에서 미친 듯이 찾아 헤맨 끝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남쪽 심해로 부리나케 달아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바다 깊은 곳에서 낮은 고함이 들려왔다. 길이가 이십여 장인 괴상한 물고기가 수백 년을 살았던 해역을 떠나 서쪽으로 빠르게 헤엄치고 있었다.

물고기의 등에 우뚝 솟아오른 부분에 선광이 반짝였고, 간혹 백옥 연꽃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나 물고기 안에 들어간 이장수는 일말의 기식도 드러내지 않았다.

중상을 입었을지라도 귀식결을 쓰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물고기도 어쩐지 계속해서 서쪽으로 헤엄치려고 했다. 게다가 해안과 고정적으로 몇백 리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장수는 원래 괴상한 물고기의 몸속에서 부상을 치료하려고 했다. 그러나 며칠만에 부상 정도가 안정되었고 선체와 원영도 저절로 천천히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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