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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62)화 (62/593)

“어휴, 천정에서 일하기 정말 힘들군.”

월로전(月老殿) 안, 붉은색 예복을 입은 깡마른 노인이 둥근 의자에 앉아서 동자가 보내온 차를 마시면서 이마에 흐르는 더운 땀을 닦았다.

다름이 아니라, 조금 전에 기어코 요지(瑤池. 서왕모가 살던 곳)에 있는 선자와 홍실로 묶어달라는 신장(神將. 하늘의 장군) 하나를 대충 달래고 보냈다.

이게 마음대로 묶을 수 있는 실인 줄 아는가?

아무리 월하노인이라도 다른 이의 운명을 함부로 바꿀 순 없는 법.

뒤에서 장난칠 방법이 아주 많은 건 사실이다만, 상대가 누군지도 봐야 하지 않겠는가!

월하노인은 그 신장을 속여넘기느라 온 기력을 다 써서 얼굴이 땀범벅이었다.

거절해서 신장을 불쾌하게 만들 순 없고, 그렇다고 신장이 원하는 상대에게 미움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월하노인의 업무는 진정 너무나도 어려웠다.

대부분 인연은 스스로 이루는 것이고, 일부는 하늘이 부여한다.

월하노인에게 일부를 바꿀 권한이 있긴 하다만, 금 가위와 홍실은 하늘의 공덕 보물이라 경솔하게 쓸 수가 없었다!

그저 평범한 인간의 인연일지라도 처리를 잘못하면 힘들게 쌓은 공덕을 잃을 뿐만 아니라 진지하고 매사 의욕이 넘치는 옥황상제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스스로 이루는 혼인의 연이란 무엇이냐고?

후전에 거의 끝이 없는 현묘건곤(玄妙乾坤)이 있는데, 그 속에는 작은 흙 인형이 셀 수 없이 많다. 무릇 천지 생명이란 혼인을 해야 하고, 하늘, 땅, 인간의 혼인은 정해진 운명이 있으며 그들과 상응하는 흙 인형이 이곳에 있다.

혼인은 마음으로 정해지고, 홍실을 기반으로 한다.

흙 인형과 상응하는 생명은 대부분 인간족이고, 성실한 요족과 무족도 일부 있다.

속세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나면 이곳에 있는 흙 인형이 서로 가까워지고, 각자 홍실이 생긴다. 홍실이 서로 얽히면 바로 혼인의 인연이 된다.

시일이 지나 정이 생기는 건, 바로 서로의 홍실이 천천히 흔들리고 얽혀서다.

첫눈에 반하는 건 살짝 스쳤을 때 홍실이 얽힌 탓이다.

간혹 흙 인형이 방향을 잘못 잡아서 홍실이 다른 이의 홍실에 얽히기도 하는데, 그러면 자연히 부부 사이에 개입이 생긴다······.

하늘이 선사한 혼연은 어떤 거냐고?

생명이 태어나면, 이곳에선 이를 느끼고 흙 인형이 생기고, 곧바로 운명의 짝에게 홍실을 휘감는다. 이게 바로 하늘이 선사한 혼인의 인연, 혼연이다.

이 외에 천성이 ‘대범한’ 흙 인형들이 있어서 자신의 홍실을 필사적으로 풀고, 반 토막이 난 실을 끌고 곳곳에 마구 뿌린다.

우연히 똑같은 상황인 흙 인형을 만나 홍실을 걸면 마른 장작이 활활 타는 불길을 만난 양 욕정이 불타오르게 되고, 홍실이 끊어지면 애정이 짧게 머물렀다 사라진다.

조금 전 찾아온 신장이 한 요구는 월하노인에게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냥 신장의 홍실을 그대로 그 선자에게 묶으면 된다. 이렇게 혼인의 연을 이룬다고 한들 일반적으로 어떤 보복을 당하거나 욕을 먹지는 않는다.

하나 월하노인은 요지에 있는 선인의 배경을 고려해야만 했다.

수백 년 전, 왕모가 사람을 보내 그를 꾸짖었던 터라 지금은 요지에 사는 선인에게 이런 규정을 어기는 일을 절대 저지를 수가 없게 되었다······.

월하노인은 원래 천선 수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새로운 천정을 제일 먼저 찾아간 신선으로 토대가 청렴하고 공정하며 일 처리에도 진지하여 만 년 전, 옥황상제가 월하노인의 직무를 하사했다.

직무를 맡은 지 만 년이 되니 그는 이 직책의 수많은 장점을 체험했고, 이로 인해 근면 성실하게 일하며 조금도 나태를 부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점점 더 많은 천정의 신선이 홍실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월하노인이 홍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그마한 인연전(姻緣殿)에는 항상 누군가가 살금살금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간혹 같은 전각의 관리도 있어서 실로 난처했다.

선물을 주며 인연을 얻으려는 이들도 있었는데, 월하노인은 일괄적으로 받지 않았다······. 대체 어떤 선물이 천정의 보직으로 얻는 공덕 장려보다 중하겠는가?

그러나 월하노인이 감히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실로 실력이 너무나도 강하고 배경도 탄탄한 도사들로 그들 앞에서 그는 한낱 작은 신선에 불과했다. 예컨대······.

“사부님!”

전각 밖, 머리를 양 갈래로 따고 경사스러운 분위기로 꾸민 동자 둘이 다급하게 달려와 외쳤다.

“대법사께서 오셨습니다! 곧 전각 앞에 이르실 거예요!”

월하노인은 흠칫 떨더니 벌떡 일어서서 빠른 걸음으로 전각 앞으로 마중 나갔다.

대법사는 엄청난 인물로 인교 교주 태청 성인이 직접 전수한 유일한 제자였다. 도행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은 데다 배후에는 태청 노자가 있었다!

노자는 삼청 어른 중 사형이었으니 대법사는 곤륜산(崑崙山)의 작은 정원에 느직하게 들어가긴 했더라도 천교의 첫 제자이자 옥허궁(玉虛宮)에서 금종을 치는 광성자, 그리고 절교 대제자 다보 도인에게 일제히 사형으로 존중받았다.

진정한 도문의 대사형이었다.

대법사는 명확한 도호가 없는데 이는 큰 인과를 묻히지 말라는 뜻으로 태청 성인이 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청 성인이 주관하는 ‘현도(玄都)’에서 대법사로 불리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도 점점 ‘현도 대법사’라는 명호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때부터 현도라는 두 글자는 인교 첫 제자를 가리키는 말이면서 동시에 ‘지명’의 뜻을 가지기도 했다.

월하노인은 인교의 첫 제자인 그가 태청 성인의 몇몇 기명 제자들과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천정이 막 생겨서 실력이 미약했기에 현도 대법사는 요즘 도솔궁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었다······.

어쨌거나 천정에 온 대라, 금선 중 나쁜 놈들이 난을 일으켰을 때, 성인이 직접 나서긴 그렇고, 현도가 처리해버리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대법사는 월로전 문 앞에 몇 번이나 왔다 갔었고, 처리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월하노인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바쁘게 문을 나선 월하노인은 멀지 않은 곳에 구름을 타고 오는 젊은 도인을 올려다보았다.

검은색 도포를 입고, 얼굴은 청수하거나 기묘하지는 않지만 퍽 순수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기다란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고, 도포는 가볍게 춤을 추었다. 온몸에 패옥 장신구가 하나도 없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옥처럼 순박한 느낌을 주었다. 이는 도행이 극히 높고 깊어야만 있는 가질 수 있는 기질이었다.

현도 대법사는 천지간에 첫 번째 인간족 중 하나로 부모가 없고 여와가 흙으로 빚어 만들었으니 사람을 만들어낸 공덕과 인교의 기운이 있었다.

전각 앞에 이르기도 전에, 대법사는 월하노인에게 공수하고 웃으며 말했다.

“월로, 그간 안녕하였소?”

“안녕하다마다요.”

월하노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사람이 봤더라면 천정의 정신인 그가 곱사등이인 줄 알았으리라.

“안으로 드시지요······. 지난번대로 합니까?”

“월로가 고생이 많구려.”

현도 대법사는 퍽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월로전으로 발을 들인 그는 월하노인을 따라 후전으로 갔다.

후전 정원에 들어가니 앞은 현묘하고 별이 총총한 하늘이었다.

월하노인이 옆에서 분재를 들고 살짝 흔들자, 하늘에서 별빛이 날아와 두 사람 앞에 멈추었다.

이 분재는 사실 후천 공덕 영보(靈寶) 상사수(相思樹)였다.

별빛이 흩어져 다섯 더미의 흙 인형으로 나누어졌다. 저마다 크기가 달랐으며 그 위에는 각각 별빛들이 응결된 자구가 있어서 부문별로 나누었다.

예컨대 가장 왼쪽에 있는 더미에는 크게 세 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바로 ‘도선문’이었다.

그 외 몇 더미에는 ‘소요선종(逍遙仙宗)’, ‘자재문(自在門)’ 등 인교의 몇몇 도승이었다.

현도는 슬쩍 탄식하며 물었다.

“이번 천 년에 몇이나 이뤘소?”

옆에 있던 월하노인이 고개를 드리운 채 답했다.

“당부하신 대로 혼인의 연을 발견하면 빨리 이뤄지게 하여 천 년 동안 선종에서 총 362쌍이 만들어졌습니다.”

현도 대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괜찮구려. 새 인간은 얼마나 태어났는가?”

“그건······ 지부(地府. 저승)에 가서 명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저희는 인연만 관리하고요.”

현도는 자신도 모르게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웃을 때 눈을 가늘게 뜨는 걸 좋아했는데, 웃는 얼굴이 퍽 따스하였다.

“그걸 잊고 있었구먼. 개의치 마시게나. 어휴, 스승님께서 내게 어려운 문제를 주셨지 않나. 인교를 적절하게 흥하게 하되 제자를 받지 말라니······.”

현도는 뒷짐을 진 채 감상에 젖었다가 이내 눈을 돌렸다.

“이 방법밖엔 없었네. 월로, 최근 이룬 인연을 끌고 나올 수 있는가? 얼마나 있는지 보고 싶네.”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월하노인이 들고 있던 분재를 다시 흔들자 수십 개의 흙 인형이 앞으로 날아왔다. 흙 인형 사이의 거리는 저마다 관계가 가까운지 먼지, 혼인의 연을 이룰 가능성이 높고 낮은지에 따라 달랐다.

모든 흙 인형에 한 줄 혹은 두 줄의 홍실이 있었다. 많은 건 서너 가닥도 있었는데, 너무 많아도 안 좋았다.

애정이 깊으면 홍실이 길어졌고, 애정이 짧으면 홍실도 짧았다.

어느새 넷이 함께 붙어 있는 흙 인형에 시선을 빼앗긴 현도 대법사는 앞으로 다가가 도선문이라는 세 글자 아래에 있는 흙 인형 넷을 보았다.

월하노인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세 개의 별이 달을 에워싸는 형국이군요. 복입니다.”

현도 대법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한동안 바짝 주시했다.

“보십시오. 이자의 손목과 발목에 모두 홍실이 있습니다. 갓 실밥이 생겼지만요······.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인교 제자는 일심으로 수도하고 속세의 일을 지나치게 묻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실로 낭비로군.”

현도는 이 흙 인형 주위에 떠 있는 홍실 세 가닥을 보며 웃었다.

“월로, 그자의 홍실을 길게 늘여서 다른 세 가닥과 연결하면 안 되겠소?”

“가능은 합니다. 하나 우리는 돕기만 하지 억지로 바꾸는 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순리에 맡기되 적절하게 힘을 더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럼 그리해보겠습니다.”

월하노인은 상사수를 들고 흙 인형을 가볍게 찔렀다.

같은 시각, 동승신주 도선문 소경봉의 단방.

막 씻고 나와서 새로운 단로로 골머리를 앓던 중인 이장수는 느닷없이 가슴속에서 미성년자 관람 불가의 화면이 떠올랐다.

“엥?”

이장수는 픽 웃고는 화면을 순식간에 쫓아버렸다.

월로전 후전, 상사수가 천천히 찌르자 그 흙 인형은 까닭 없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어라?”

월하노인은 미간을 찡그리고 방향을 바꾸어 상사수 분재를 받쳐 들고 계속 찔렀다.

소경봉 단방, 이장수의 마음속에 또다시 화면들이 떠올랐다. 전생과 현생의 기묘한 혼종이었다.

예를 들면 세일러복을 입은 사숙, 교복을 입은 사매, 그리고······.

음, 내 어찌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유독을 떠올렸지?

“도심이 견고한데, 환상을 깨부술 수 없다니!”

그리고 마음속에 떠오른 화면이 순식간에 꺼졌다.

이장수는 환상을 잊으려는 듯 도리질하며 계속 새 단로의 일을 고민했다.

다시 월로전, 상사수가 기습하자 흙 인형은 왼쪽으로 몸을 살짝 틀었다.

“허! 이런!”

눈을 부릅뜬 월하노인은 상사수를 쥐고 다시 방향을 바꾸어 흙 인형을 찔렀다. 흙 인형은 이번에······ 뒤돌기를 하면서 민첩하게 피해버렸다.

“하하하!”

옆에 있던 현도 대법사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월하노인의 안색은 순식간에 나빠졌다. 대법사 앞에서 망신을 당하다니. 그것도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일로 말이다!

“커져라!”

월하노인이 상사수를 만지자 상사수가 순식간에 불어났고, 나뭇가지와 잎들이 흙 인형에게 맹공을 펼쳤다.

지상에 있는 이장수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

마음속에서 보기 좋은 단로 하나가 떠오르기에 단로를 열었더니 온갖 아리따운 인영들이 날아 나왔다······.

이장수는 그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는 주문을 읊기로 했다.

어처구니가 없군. 전생에 아무것도 못 봤어?

어쩌면, 신선이 된 후 마음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 같군.

순간적인 쾌락이 무슨 소용인가?

최소한 장생부터 하고 이런 일을 떠올리자! 그래야 오래오래 뻔뻔하게 살지!

하나 장생한다고 날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니······ 혼인의 인연처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인과를 불러올 순 없다.

이장수는 낮게 소리쳤다.

“조용!”

월로전의 흙 인형은 순간 일련의 감응을 보였다.

뒤로 물러나······.

피하고······.

몸을 뒤집고······.

좌우로 마구 뛰고······.

브레이크 댄스까지 했다······.

여기저기 뻗은 상사수의 가지들이 아무리 후려쳐도 잎들이 몸에 달라붙지 않았다.

다급해진 월하노인은 이마가 땀으로 흥건해졌고, 화가 난 나머지 기식이 역류할 뻔했다.

옆에서 대법사가 웃으며 말했다.

“내 월로를 도와 조금 힘을 보태겠소.”

대법사의 왼손에 별빛이 떠오르고 손바닥에 음양을 지닌 채, 멀리 있는 흙 인형을 잡았다.

월하노인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안 됩니다’라고 외치려 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대법사는 이미 흙 인형의 왼쪽 팔을 꽉 쥐어버렸다.

그런데······.

콰직!

흙 인형의 왼팔이 끊어졌다.

흙 인형은 왼팔을 잃자마자, 순간 몸을 날렸다가 중심을 잡은 후, '덤벼' 하는 자세를 취하며 도발했다.

온 세상이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대법사······ 어, 억지로 하면 안 됩니다······.”

“크흠. 이 물건은 고칠 수 있는가?”

“되긴 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행히 왼팔에는 원래 홍실이 없었으니 잘 수선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월로가 고생 좀 하게. 일 보시게나. 나는 나중에 다시 와서 노군께서 정제하신 단약을 가져오겠소······. 이 녀석은 잘 지켜보고. 수고하게!”

현도 대법사는 말을 마치고 총망히 뒤돌아 몇 걸음 만에 자취를 감추었고, 월하노인 혼자 엉망이 된 곳에 남겨졌다.

다시, 도선문 단방.

이장수는 인상을 확 구겼다. 마음속은 그야말로 혼잡한 상상이 떼를 지어서 자라나는 수준이라고 할 정도였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고 품 안에 손을 뻗어 ‘지자 육호’ 자루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잡념을 없앨 비장의 패 중 하나를 꺼냈다.

족자 한 장을 천천히 펼치니 안에는 정교한 그림 솜씨로 짙은 화장을 하고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치마를 입은······ 할머니가 있었다······.

이장수는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녀의 젊은 시절 용안을 탐할 뿐만 아니라 늙고 난 후의 잔소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속에 있던 화면들이 하나씩 깨지고 평온해졌다.

“하지만, 수선하는 자가 늙을 리가 있나?”

그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진귀한 <백미노후도(百美老後圖)>를 거두었다.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다.

사내란 자기 자신에게 매몰차야 한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가끔 사매와 사숙을 떠올리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째서 유독이 떠올랐을까?

쩝, 중독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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