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81)화 (81/593)

“캬아— 시원하다!”

술을 ‘꿀떡꿀떡’ 마신 주구가 앉은뱅이책상에 엎어졌다. 얼굴은 발그레하고 텅 빈 술병을 손에 쥔 채 개운하고 흡족한 탄성을 질렀다.

옆에서 령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렸다.

“사숙, 너무 술에 의존하십니다.”

“에헤헤. 기분이 좋아지니 함부로 끊을 수가 없다! 끊으면 기력이 없어져! 령아야, 몇 년 안 본 사이에 더 예뻐졌구나. 자, 어디 한번 보자!”

“사숙, 진법이 망가졌다고요. 이러지 마세요······.”

령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사뿐히 피했고, 살짝 취한 주구도 우악스럽게 굴지 않고 령아의 얼굴을 꼬집고는 다시 엎어졌다.

사숙은 앉아 있는 건 너무 피곤하다며 시종 엎어져 있는 일이 많았다.

“령아야, 네 사형은 파천봉에 무얼 하러 갔니.”

“도장각에 갔으니 금방 돌아올 겁니다.”

“호오, 도장각······.”

령아는 치맛자락을 정돈하여 우아하게 꿇어앉아서는 주구에게 새로운 신선취를 배합해주었다.

사형이 그녀의 초가집에 미약들······ 아니 술 원액을 남기고 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조금 전 그런 상황에 령아는 사숙이 주화입마에 드는 건 아닐까 걱정했을 것이다.

“고맙다, 령아야! 헤헤, 소경봉 사람들은 정말 좋구나. 말도 예쁘게 하고 마실 술도 있고 너어무 마음에 든다.”

주구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수도라는 건 말이다. 모든 이의 도가 다 다른데, 나의 도는 바로 술이다. 이러면 안 되냐?”

령아가 픽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되지요.”

주구는 술병을 들고 안에 남은 술 찌꺼기를 두어 번 입에 털어 넣고는 혀를 날름거렸다.

조금 급하게 마셨는지 졸음이 몰려왔다.

“령아야, 침상 좀 빌리자꾸나. 하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주구는 표주박을 들고 침상에 엎어져서 쿨쿨 잠들어버렸다.

령아는 헛웃음을 치고는 탁자 위 술잔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곳에 앉아서 사숙의 ‘죄악’을 보며 넋을 놓았다······.

그러다 끝내 한숨을 내쉬고는 방석을 들고 초가집 문 앞에 가서 좌선하였다.

초가집 밖 진법이 주구 때문에 망가졌다.

주구 사숙은 술에 취해서 잠들고 나면 신기하게도 항상 몸에 꽉 붙은 옷가지를 마구 벗어 던졌다······.

이곳에서 잘 지키고 있어야 다른 이들이 사숙을 엿보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좌선하여 오도에 들어갔다.

스승의 도를 깨달으며 사형의 일을 떠올렸다.

령아는 곧바로 정신을 놓고 ‘사형은 도대체 어떤 유형의 여자를 좋아할까’라는 인생 대도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나 이번에 령아의 예측이 틀렸다······.

도장각에 간 이장수는 보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난 주구는 령아와 함께 모의 신선 생활부터 인형 옷 입히기, 그리고 진짜 사람 옷 입히기까지 했다.

그리고 끝내 령아의 초가집에 있는 술을 다 마셨고······ 다시 무료해졌다.

보름을 기다렸다. 이장수를 찾아 경지의 진보 상태를 자랑하고, 술을 좀 얻으려고 했던 주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이 자식, 도장각에 가서 뭘 이렇게 오래 있는 거야! 내 도장각에 가봐야겠다!”

“아이참, 사숙······.”

령아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주구는 식식거리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커다란 표주박 주둥이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파천봉으로 질주했다!

그러나 도장외전에 이르러 몇 바퀴를 돌았지만, 이장수를 찾을 수 없었다.

선식을 이리저리 옮겨 수색해보아도 이장수의 기식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갔나?

표주박을 들쳐메고 내전 문 앞에 이른 주구는 슬금슬금 기령 장로 옆으로 다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장로님!”

기령 장로는 굼뜨게 눈을 떴다. 멍한 두 눈은 주구를 보고 퍼뜩 정신을 차렸고 입가에도 약간 미소를 드리웠다······.

“주구야, 또 무엇을 못 찾고 있어? 내 찾아주마.”

“혹 반허경 제자 못 보셨어요? 이장수라고, 소경봉 제자인데 대충······ 키가 이만해요!”

주구는 팔을 들고 까치발을 들어서 이장수의 키를 손으로 그려냈다.

“멀끔하게 생겼는데, 아무 못돼먹어서 좋은 술을 가지고 귀엽고 착한 사숙을 협박하고 이거 하라, 저거 하라고 시키는 그런 놈입니다!”

기령 장로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금세 미소를 지었다.

“내전에 있다.”

주구는 당혹스러웠다.

“어찌 내전에 들여보냈어요?”

“출입령 검을 가져온 듯했어······.”

기령은 중얼거리며 계속 말을 이으려 했으나 옆에 있던 주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내전 대문은 이미 주구에 의해 활짝 열렸다. 그녀는 몸을 틀어 안을 살펴보았으나 이장수의 인영을 찾지 못했다.

“응? 여기에 없나?”

주구는 선식을 퍼뜨려 이곳을 반복적으로 수색하다가 마침내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서 벽에 기대 옥책을 보는 이장수를 ‘발견’했다······.

‘이 자식, 이렇게 깊게 숨어서 혹 춘화라도 보는 건가?’

주구는 곧바로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음속에서 못된 생각이 일었다.

“장로님, 저 들어갈게요.”

“그래, 들어가려무나.”

기령 장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을 흔들고는 눈을 감은 채 계속 좌선하였다. 입가에는 웃음기가 서린 채로 말이다.

주구는 조용히 내전으로 들어가 곳곳의 서가와 잡물대를 빌려 몸을 숨기고 구석에 있는 이장수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내전에 몇몇 인영이 있었는데, 모두 문파 진선으로 전적을 열람하거나 구석에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내전의 규모는 외전에 비해 훨씬 작았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전적은 임의로 한 권 뽑아 베껴 써내도 방진에서 대량의 보재와 영약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였다.

무위경을 비롯해 각 봉의 봉주와 장로들의 개인 소장품 외에도 도선문 고급 술법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예컨대 이장수가 현재 읽고 있는 <천범금록(天凡禁籙)>에는 수많은 고급 연기 금제가 수록돼 있어서 고급 선보를 주조할 수도 있다.

물론, 전제조건이란 기술과 고급 품질의 보재가 있어야 한다.

이 옥책은 그 자체로 법보라 옥 조각 하나하나에서 보광을 자욱하게 산발하여 옥책에 각화한 내용이 세월에 부패하는 걸 방지했다.

서가 뒤에 숨은 주구가 입술을 혀로 훔쳤다. 머릿속에선 사질이 깜짝 놀라 흑흑 흐느끼는 장면까지 떠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발아래 보법을 재촉해 교묘하게 서가를 돌아 팔을 들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낸 채 곧장 기식을 방출하려고 했다!

“아!”

하지만······.

이장수는 어느새 왼손을 들고 손가락을 굽혀서 튕겼고, 이에 하늘색 단약 한 알이 정확하게 주구의 입으로 들어왔다.

“으음?”

이장수 앞에 멈춰선 주구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단약을 씹었다.

와드득 와드득. 몇 번 씹어보니 술맛이 마음속을 휘감고, 달달한 타액이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달고 부드러움이 맴도는 사이 한줄기 영기가 온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취기가 도는 편안한 느낌에 주구가 절로 앓는 소리를 냈고 얼굴에도 약간 홍조가 걸렸다.

“햐아······. 맛있다! 이건 대체 뭐냐?!”

“쉿!”

‘쉿’하고 손짓하며 옥책을 내려놓은 이장수는 오랜만에 보는 사숙을 보며 진정······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흐음. 항렬 차이가 걸리는군.

사숙께선 드디어 폐관을 마치셨구나.

이장수는 웃으며 말했다.

“영주단(靈酒丹)이라고 합니다. 열두 가지 영약을 정화한 술과 함께 정제했으며 효과는 원기 보충이지요. 맛이 실로 괜찮지요?”

주구는 자그마한 손을 내밀고 도적처럼 내전의 다른 구석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이쪽을 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몇 알 더 주거라!”

그녀도 체면을 중시했다.

사질에게 받아먹는 게, 어쨌든 약간 민망하지 않겠는가.

이장수는 자루를 하나 더듬었다.

“여기 60알이 있습니다. 사숙이 폐관을 마치고 나온 축하 선물인 셈이지요.”

“역시, 준비했을 줄 알았다!”

주구는 순간 흡족하게 이장수의 팔을 두드리며 자루를 받아 들고 안에서 법기 자기 병 하나를 꺼냈다.

그녀는 등에 메고 있던 큰 표주박을 옆에 놓고, 이장수와 같은 자세로 몸을 평평한 석벽에 기댄 채 고개를 내밀고 엿보았다······.

“무얼 보고 있었느냐?”

“연기류 금제입니다. 몇 가지 금제가 있어서 진을 정련하는 진기에 쓸 수 있는지 보려고요. 참, 사숙, 소경봉 단방 외부 대진 개량을 맡을 의향이 있으십니까?”

주구는 눈을 끔뻑거렸다.

“단방 진법은 세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백 년도 채 안 됐는데, 어찌 개량한다는 것이냐? 이전처럼 영력을 억누르고 진기를 안전하게 두면 되냐?”

“예.”

“그럼 하겠다!”

주구는 눈알을 도르륵 굴리더니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2년 치 신선량, 가인미, 갠지스강 배갈! 그리고 이 영단 300알!”

이장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콜.”

주구는 순간 사질에게 갈취하는 기분이 들어 멋쩍어졌다.

당장이라도 술을 마시고 싶었던 그녀는 뒷짐을 지고 석벽에 기댄 채 약간 넋을 놓았다······.

이장수는 그녀를 쳐다보고는 계속 고개를 숙여 옥책을 읽어나갔다.

“전 이곳에서 한 달 정도 더 머무를 예정이니 사숙은 수행하시면서 기다리십시오.”

주구는 눈을 끔뻑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이곳에서 기다리마. 한 달······ 그래, 금방 지나가겠지.”

이장수는 문득 주오 사백이 중신주에 가서 삼교 대회 기획 협의에 참석하여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숙이 이제 막 돌파했다면 술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여 자루 하나를 꺼내 주구 앞에 내밀었다.

“선지급입니다. 하나 일단은 가인량밖에 없어요.”

주구는 이마를 긁적였다.

“이거 참 민망하구나. 그럴 생각은 없었다만······.”

“그럼 됐습니다······.”

이장수가 손을 거두려고 하자 주구는 자루를 빼앗아갔다.

“줬으면 그만이지! 다시 가져가는 게 어딨느냐! 흥. 내가 시원하게 받아주마!”

이장수는 빙그레 웃고는 계속해서 금제들을 마음을 새겼다.

주구는 옆에서 하품을 하더니 술법이 기재된 옥패를 찾아 이장수 옆에서 읽으면서 영주단 몇 알을 입에 밀어 넣었다.

“조금만 드세요. 이것도 취합니다.”

“으음······. 하지만 너무 맛있는 걸 어쩌냐!”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장수는 옆에서 들려오는 미약한 코골이를 들었다······.

이장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숙의 성정이란 딱 보이는 외모 그대로의 나이 또래처럼 보였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사실 이장수는 영주단과 비슷한 단약을 다른 종류도 몇 개 만들어두었다. 하나 천천히 꺼내 보일 참이다. 한꺼번에 다 주면 오히려 좋지 않으니 말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해 계속 기억을 강화했다.

나는 반허경 7단의 제자라 도장내전에 자주 들어오는 건 타당하지 않다. 하여 한 번 왔을 때 필요한 것들을 전부 외우는 게 최선이다.

이 순간부터······.

‘나는 감정 없는 복사 법기다.’

······

중신주 동북 지구, 험준한 산들이 모여 있는 곳.

선도 하나가 여러 산 위에 떠 있고, 그곳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누대와 전당이 있다. 흰 구름이 에워싸고, 선악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며 대진이 겹겹이 선도를 휘감고 있다.

이게 대종문의 기개로구나!

이곳은 천교 도승 ‘금궁문(金宮門)’으로 천교 연기사 적정자를 조사로 두고 있다.

적청자는 동천복지인 태화산(太華山) 운소동(雲霄洞)에서 수행하여 금궁문에 와서 두각을 보인 종적이 있었다.

이 선종은 천교에서 토대가 좋고 실력이 강한 선종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었고······.

이번 ‘삼교 발전대회’를 제시한 이들 중 하나였다.

‘삼교 발전대회’는 나날이 심해지는 천교와 절교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뜻을 두고 있었다.

삼청은 본래 하나였다가 반고 대신이 천지를 개벽하여 떨어진 후, 원신이 태청 노자, 옥청 원시, 상청 영보가 되어 삼우(三友)라 불렀다. 이는 도문 ‘일기화삼청(一氣化三淸)’의 고사였다.

삼우는 곤륜산의 작은 정원에서 기거하다가 후에 홍균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홍균이 친히 전수한 세 제자가 되었고, 현문(玄門)을 도문으로 바꾸고 홍균을 도조로 추대했다.

그러나 제자를 거두고 가르치는 이념이 달라 원시 천존과 영보 천존은 서서히 사이가 어긋났다.

후에 원시 천존은 영보 천존이 거둔 대제자 ‘다보’를 꾸짖었고, 화가 난 영보 천존은 남해로 이주해버렸다.

삼청이 성인이 될 때, 원시 천존은 천교를 세워 ‘대도를 천명하고, 중생을 교화한다’를 이념으로 법은 가벼이 전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입문 제자는 덕, 복, 운 세 가지를 겸해야 했다.

영보 천존은 절교를 세우고 통천교주라 불렸으며 ‘중생을 위해 생존의 기회를 절취한다’를 이념으로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가르친다를 주장하며 입문 제자는······ 마음에 들면 그만이었다.

노자는 인교를 세우고 구중천 위에 은거하여 천지 대도를 깨닫고, 마음을 비우고 순리에 따름을 주장했고, 제자를 한 사람만 받았는데 그게 바로 현도 대법사였다.

제자를 거두는 입장 차이로 통천교주가 원시천존에게 ‘삐친 것’이 천교와 절교 사이에 갈등이 생긴 근원이었다.

하지만 삼청의 우정은 깊고 두터웠고, 삼교는 본디 근원이 같았으니 절교와 천교도 근본적으로는 같은 도문이었다······.

따라서 대선종이 나서서 이번 ‘삼교 발전대회’를 계획한 건 삼교가 다시 옛 우정을 회복하자는 의도였다.

이번 대회를 어떻게 개최할지 상의하러 온 천교, 절교 선종들은 모두 홍황의 ‘큰손’들이었다.

그리고 인교 도승은 본디 대여섯뿐인지라 도선문도 머릿수를 채우러 끌려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기획을 시작한 지 이미 1년이 넘었거늘······.

아직도 본론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주오는 나머지 도선문 문내 집사와 함께 장로 두 분 뒤를 따르며 매일 인사하고 예를 갖추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벗을 사귀고 고수의 설교와 설법을 들었다.

이는 ‘대회 기획’ 시작 전의 ‘탁상공론’ 차례로 3년에서 5년 정도 더 이어질 듯하다.

삼교 발전대회를 백 년 전부터 기획을 시작한 건 진정 현명한 처사였다······.

오늘 밤, 주오는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금궁문 남제자들에 의해 거처로 돌아오게 되었다.

비몽사몽간에 주오는 모깃소리를 들은 듯했다······.

‘이곳에 어찌 모기가 있지?’

그는 대충 손으로 툭툭 쳤고, 모깃소리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한편, 도선문이 머무는 방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금오도 연기사들이 머무는 방이 있었다.

한줄기 핏빛이 주오 근처에서 떠나 조용히 누각 외곽 진법을 뚫고 이곳에 가부좌를 틀고 수행하는 나이 지긋한 도사를 찾아냈다······.

금오도의 원택이었다.

위잉—

“음?”

원택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문득 의심이 일어 선식으로 주변을 살피려는데 목덜미가 따끔거렸다.

순간, 원택 도사는 온몸을 살짝 떨더니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마치 그곳에 앉아서 계속 수행하는 듯 보였다······.

핏빛이 조용히 원택 도사의 원신에 침투하여 도사의 정신과 의식을 오염시켰다.

잠시 후, 원택 도사는 가볍게 숨을 토해냈다. 멍한 두 눈에 서서히 생기를 회복하여 나직이 말했다.

“주인님, 염려 마십시오! 소인, 목숨을 걸고 반드시 성사시키겠습니다!”

아주 멀리 떨어진 어느 황폐한 밀림 속.

문정 도인이 커다란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요사스러운 얼굴에 사람을 매혹할 법한 미소가 걸렸다.

천선들을 음해하기가 이토록 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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