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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95)화 (95/593)

한 태상장로가 격전에서 뒤로 물러나 전서 옥패를 꺼내 동쪽 일만육천 리 너머에 있는 외무 장로들에게 급히 연락하여 제자들을 속히 숨기라고 말했다.

그게 최선이었다······.

도선문 장로들은 사실 두 가지를 잘못 예견했다.

첫째, 그들은 상대가 이 정도까지 악랄한 수단을 쓸 줄을 몰랐다.

이곳 전투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제자들을 찾아가 말썽을 일으키려고 하다니!

둘째는······.

지맥은 대지 깊숙이 있는데, 적군은 도대체 어떻게 그들이 숨겨둔 지맥 이동진을 발견했을까?

하나 도선문 장로들이 잘못 계산한 이 작은 부분을······.

어느 제자는 전투가 벌어지기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다.

‘모기 도인’이라는 글자가 이장수에게 준 인상이란 너무나도 흉악하고 잔인하여 처음부터 경계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천선경 도사와 붕조가 막 움직였을 때, 이장수는 곧바로 그들의 동향을 포착했다.

마음속으로 ‘귀찮네’라고 말할 뿐,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었다.

사매와 사부님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일찌감치 대응책을 마련해두었기에 천선이 십여 명이 간다고 한들······.

음, 이건 너무 멀리 갔고.

천선 서너 명이 간다고 한들 큰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때가 됐군······. 두 번째 작전을 개시하자!’

이장수는 정신 일부를 령아 곁에 있는 인자 삼호 종이 도인에게 두고 맞서 나가 싸울 일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천자 이호 종이 인형을 땅 아래에 잠복시키고 다른 종이 도인 셋을 다시 파천봉 밖 골짜기에서 나타나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종이 인형 군단을 내보내지 않았다.

종이 도인이 된 세 인영이 공중으로 날기 시작했다!

남자 둘, 여자 하나가 남북 양쪽에서 나타나 스스로 경지를 노출했다. 하나같이 진선경 후반이었다!

이는 이장수가 종이 도인으로 꾸며낼 수 있는 최고 경지였다. 종이 도인 자체는 선력을 지니기만 할 뿐이고, 선력을 저장하는 데는 일정한 상한선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후, 세 인영은 선력을 움직여 크게 목청을 높였다!

일단 북쪽부터 살펴보자.

장검을 등에 멘 청년 도사가 소리쳤다.

“우리는 지나는 길에 요괴 무리가 산을 공격하는 걸 보았소! 어찌나 난폭하던지! 도선문 도우들, 우리가 힘을 보태겠소!”

바른 기운이 넘치고, 패기가 하늘까지 닿을 지경이었다!

이어서 곁에서 옥피리를 쥔 여선도 목청을 높였다.

“천지는 태평하고 환하도다. 요괴를 죽이고 인도를 지키자! 도우들, 부디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우리는 강공을 펼치지 못하니 우선 그대들에게서 요괴를 떼어놓겠소!”

그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도선문 선인들은 곧장 정신을 바로 잡고, 동시에 ‘우연히 길을 지나던’ 낯선 도우들에게 퍽 감격했다.

물론 많은 선인이······.

그들의 등장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여기긴 했지만 말이다.

북쪽에 있는 두 종이 도인에 비해 남쪽에 있는 우악스러운 거한은 훨씬 직설적이었다.

그는 큰 도끼를 어깨에 들쳐메고, 법술 전투지와 십 리 떨어진 곳에서 크게 외쳤다.

“씨X! 요괴 자식들아! 어디 한번 덤벼보시지! 아주 가루로 만들어주마!”

파천봉을 둘러싸고 공격하던 피모기 허수아비들이 즉각 반응을 보였다!

북쪽은 검은 인영 십여 개가 도사들을 죽이려고 달려들자 검을 등에 멘 종이 도인은 하하하 크게 웃었다.

둘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 선력으로 응결한 술법을 써서 그럴싸하게 적을 맞이했다.

남쪽은······ 더 심각했다······.

대요괴 이십여 마리가 뒤돌아 몸집이 큰 사내를 죽이려고 아우성이었다. 심지어 제일 앞에는 천선경이 둘이나 있었다!

거한 종이 도인은 두 다리를 덜덜 떨며 도끼를 들쳐멘 채 뒤돌아 획 날아오르더니 몰래 풍둔술을 펼쳐 소경봉으로 돌진했다.

이장수는 적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한 종이 도인이 ‘욕계’를 펼치도록 했다.

장한은 쉼 없이 욕지거리를 해댔고, 홍황에서 유행하는 욕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마땅찮다’, ‘요괴놈이 못 배워 먹었다’ 이런 건 하급자 수준에 속했다.

이장수는 여러 조미료를 가미해서 자극적인 단어들을 골라 외쳐댔다. 이에 아무리 정신을 지배당하고 있을지언정 요족들의 노기가 하늘을 찔렀다.

예컨대 일부는 홍황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요족은 한번 들으면 폭발할 사건들 말이다······.

“요황(妖皇)은 분명 둘인데, 요후(妖后)는 하나뿐이구나!”

“너희 조상들은 그해 무족에게 발려서 감히 땅에 내려오지도 못해놓고 뻔뻔하게 무족과 천지를 나눠서 다스리겠다고 했다! 안 쪽팔리냐? 안 쪽팔리냐고?!”

휘황찬란한 레이저가 쏘아졌다. 요괴들은 쉴 새 없이 나서서 거한을 찢어발기려고 했다.

거한은 온몸의 선력을 폭발시켜 빠른 속도로 물러났다. 이장수의 풍둔술과 융합한 차력술로 공중에서 좌로 홱 피하고는 계속해서 욕을 줄줄 늘어놓았다.

어느새 종이 도인은 소경봉 상공으로 날아갔고 등 뒤로 마침 한 줄기 빛이 날아왔다.

이장수는 종이 도인의 등에 선력을 잔뜩 배치하여 일부러 휘황찬란한 빛을 내는 구슬에 부딪히도록 조종했다.

거한은 몸을 휘청이며 소경봉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고개를 돌려 날아오는 요괴 무리를 쳐다보았다.

이 순간, 요괴 무리도 일말의 위험을 감지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대요괴들은 눈에 망설임이 깃들었다.

어둠 속에서 이장수는 코웃음을 쳤다.

거한 종이 도인은 그대로 방향을 틀어 소경봉 대진 언저리에 서서 요괴 무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동작을 보인 다음, 경멸을 담아 검지로 갈고리 모양을 자아냈다.

“너무 오래 도망갔었군. 네깟 놈들 수준으로 암만 때려봤자 아프지도 않아! 덤벼라. 일대일로 붙자!”

요족 고수 이십여 명은 잠깐 얼이 빠졌다가 일제히 아래에 있는 거한에게 달려들었다.

어차피 피모기가 영향을 주고 있으니 그들 한 무리와 거한은 일대일로 싸우는 격이었다.

······

[길을 잃었는가?]

소경봉 단방 외곽 미진.

인간의 몸, 요괴의 얼굴을 한 대요괴들이 눈앞에 있는 목패를 노려보았다. 둔한 얼굴에 다소 경련이 일었다.

능지처참해버려야 할 개 같은 인간족 연기사가 그들을 미진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의 인영이 보였으나 지금은 온데간데없었다.

제일 앞에 있는 천선경 요괴는 좁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목패를 내리쳤다.

“꺼져라!”

요괴가 사나운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주변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목패를 부순 요괴는 온몸에 요력이 들끓어 누르스름한 빛이 몸 주위에서 폭발했다.

강풍이 스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미진이 물리적으로 흩어졌다.

주위가 확 밝아지더니 막혔던 선식도 곧바로 곳곳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거의 동시에 대요괴들은 멀리 떨어진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느긋하게 물을 마시는 인간족 거한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욕을 퍼붓느라 목이 마른 모양이었다.

대요괴들은 또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피모기에 통제되고 있던 정신마저도 노기에 깨질 지경이었다!

거한은 반 박자 늦게 꽈르릉, 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부르르 떨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요괴 새끼들! 이 몸을 찾아냈구먼!”

말을 마치고는 커다란 도끼를 들쳐메고 뒤쪽으로 빠르게 도망갔다.

눈에 분노가 인 요족 이십여 명은 법보 신통력을 마구 집어던지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쫓아갔다!

온몸으로 요력을 폭발한 터라 하나같이 살벌했다.

제일 앞에서 돌진하는 건 천선경의 나이 지긋한 요괴 둘이었다!

좌측에 여자 요괴는 몸이 부풀더니 온몸에서 날카로운 녹색 빛이 폭발했고 새하얀 양팔은 초록 날개로 변했다.

그녀는 두 날개를 펼치고 홀로 서 있는 ‘초록색’ 닭의 자태로 이백 근에 달하는 초록색 날개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조금 전 미진에서 빠져나온 요괴는 까만 털이 난 장서(獐鼠. 전설 속 동물로 천하의 각종 약물을 먹어도 죽지 않는다) 머리를 한 채 팔을 휙 훑었다.

그러자 몸 주위로 불어닥친 검은 모래가 새까맣고 예리한 검으로 응결되어 거한의 등으로 날아갔다!

거한은 앞으로 몇 걸음 뛰었다가 별안간 고성과 함께 엎어졌고, 기이하게도 사라져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온 하늘에 가득 찬 초록 날개와 검은 검 그리고 후방에 스친 수십 개의 빛도 동시에 사라져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진법이다!

수풀 곳곳에 파도 같은 물결이 갑자기 나타났다. 대요괴 이십여 마리는 제때 상황 파악을 하고 곧장 하늘로 돌진했다.

하지만 막 지면을 벗어났을 때, 눈앞이 아찔하여 일제히 별이 총총히 박힌 하늘로 돌입했고, 순식간에 하늘과 땅이 빙빙 돌면서 이내 방향을 잃고 위아래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이 미처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사방은 반짝이는 별로 가득 채워졌다!

피모기 허수아비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조금 전에 본 건 분명 평범하고 기초적인 곤진, 미진이었는데 어째서 앞으로 돌진하자마자 천선 요괴들도 꿰뚫어 볼 수 없는 고급 대진이 나타날 수가 있지?

별 볼일도 없는 산봉에 어째서 이렇게 현묘한 대진이 있을 수가 있어?

별 뒤에 한 쌍 한 쌍의 눈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별빛 속에 식인 요괴가 숨어 있거나 살기등등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건장한 전투 주술사 수백 명이 있는 것처럼 스산한 기식이 느껴졌다!

진선경 대요괴 둘은 서로 눈을 멀뚱히 쳐다보았다가 곧장 좌우를 살폈다.

하지만 그들이 두어 걸음 내디뎌 그 자리에서 넉 척 정도 벗어나자, 눈에 띄지 않는 별이 번쩍하면서 느닷없이 두 개의 검광이 목덜미 앞에 나타났다.

곧바로 머리가 날아가고 요괴 피가 여기저기 튀겼다!

이번에는 신뢰(神雷)가 떨어지더니 시신 두 구의 요혼 원신이 눈 깜짝할 사이에 부서졌다!

요괴들의 간담을 더더욱 서늘하게 만들었던 건 반인 요의 모습이 된 시체에 있던 요력이 순식간에 대진에 싹 뽑혀버린 것이었다!

대요괴들은 이 순간 경솔하게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천선경 대요괴 둘이 즉시 나서서 주변에 있는 별이 박힌 하늘을 제멋대로 내리치며 미친 듯이 요력을 휘둘렀다. 하나 그들이 내보이는 공세에도 돌아오는 건 무반응이었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살진 공세를 건드리지는 않겠지만, 그게 안전하다는 걸 뜻하지는 않았다.

별빛에 가려진 틈으로 무색무취의 독 가루가 유유히 퍼져 이곳에 있는 대요괴를 하나하나 찾아갔다.

경지가 조금 낮은 대요괴들은 거의 순식간에 흰자를 번뜩이더니 그대로 졸도해버렸다.

삽시간에 대요괴 무리는 연달아 쓰러졌고, 천선경 요괴 둘도 몇 번 호흡할 만큼만 버틸 뿐, 달갑지 않은 듯이 노호하더니 서서히 고꾸라졌다······.

대진 밖.

이장수가 정신 일부를 맡긴 거한 종이 도인은 커다란 나무의 가장귀에 앉아서 손에 들고 있는 자기 병들을 정리했다.

소경봉 안, 진기 서른여섯 개가 서서히 영력을 거두었다.

<성장천투환림절심(星葬千鬪幻臨絶心)>이라는 살진은 대기 상태가 되었다.

이장수는 독단보다 진기 영력 소모를 훨씬 더 신경 썼다. 어쨌든 오늘 소경봉 살진은 여러 차례 써야 하니 말이다.

대진을 꺼뜨리자 공중에 층층의 물결무늬가 나타났다.

괴상망측한 모습의 요족 시신들이 공중에서 떨어지면서 작은 산을 이루었다.

대다수가 반인반요로 요혼은 이미 두 번째 극독에 부식되었다.

“직접 독을 풀어야 독성을 낭비하지 않지.”

이장수가 중얼거리자 종이 도인의 소매에서 종이 인형 세 개가 튀어나와 차가운 얼굴의 도사로 변했고, 익숙한 발놀림으로 뛰쳐나갔다.

정신을 나누어 동시에 통제하는 종이 도인이 너무나도 많고, 전세가 긴박하며 다음 ‘손님’들이 끌려오는 중이라 후속 처리는 간소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종이 인형들이 부골융신수(腐骨融神水) 세 병을 뿌리고 섭혼주 두 알을 던졌다. 이장수가 삼매진화 두 개를 ‘친히’ 내던지자 방어력 절반이 녹아버린 요족 시신들이 순식간에 진화에 집어삼켜 졌다.

소경봉 환경 보호를 위해 종이 인형 셋은 조심스럽게 삼매진화의 연소 범위를 통제하며 입으로 경문을 읊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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