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허점을 즉시 찾아낼 수 있다면 5분의 1도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이장수가 슬며시 한숨을 내쉬자 몸속의 선력이 감돌고 기운들이 그의 온몸을 휘감으며 나왔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맑고 깨끗한 기운이었다.
주위의 바닷물이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한 양, 이장수가 입은 장포 소매가 가볍게 나풀거리고 도고로 묶은 긴 머리카락도 휘날렸다.
그는 앞으로 막 걸음을 내디디려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대법사님의 이름을 빌려도 될까요?”
대법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물론이지. 마음대로 쓰려무나.”
이장수는 주먹을 맞잡아 읍하고는 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저쪽의 소형 곤진 ‘건곤가쇄(乾坤枷鎖)’ 셋은 자체 영력이 부족해서 금선에게 금방 타파되었다. 사실 종이 도인이 손상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도 손상하고 싶지 않았다.
신형 종이 도인을 제작하려면······ 나무를 상당히 소모해야 하므로.
그는 살짝 몸을 떨었을 뿐인데, 물살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현도 대법사가 대충 등 뒤를 대고 가리키자 의자 하나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는 장삼 아랫자락을 살짝 들고 의자에 앉았다. 엄연히 공연을 관람하는 자세였다.
천지현황영롱탑은 홍황 현황 모기(母氣. 오행의 상생 관계를 어미와 자식으로 설명할 때 어미격에 해당하는 것을 가리킴)로 응결된 보탑으로 삼청 중 노자가 얻은 것이다.
노자는 성인이 될 때, 성인이 되는 기연이 조금 부족했던 건 하늘이 그에게 인교를 세운 공덕을 너무나도 많이 줬기 때문이었다. 정작 노자는 공덕을 묻히고 싶지 않아서 성인이 되는 공덕 대부분을 이 보탑에 주입해버린 것이다.
이 탑을 머리 위에 세우면 불패의 자리에 서게 된다. ‘천지개벽 3종 세트’인 반고번, 태극도, 동황종과 같은 등급의 지보였다!
천지현황영롱탑의 허상이 몸을 보호하고 있는 터라 현도 대법사는 이장수의 안위가 전혀 걱정되지 않았고, 한순간 부주의로 여러 원회를 기다린······ 사제 꿈나무를 잃을까 봐 염려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장수는 여전히 9할 정도의 경계심을 유지했다.
대법사가 한 말에 ‘선천 영보’ ‘대라금선’ 등 전제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사가 곁에 있다고는 하나 만일 ‘십이품 공덕 금련을 한 번에 삼품이나 흡수해간’ 무시무시한 모기가 난데없이 난을 일으킨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따라서 그는 오을에게 달려들 때 마음속에 여러 가지 전투 계획과 책략을 정해두고 속전속결로 처리하기 위해 힘썼다.
제1단계: 허장성세. 일부러 가짜 진을 배치하고 약한 면모를 보여 적을 현혹한다.
이장수는 정신을 분산하여 종이 도인 넷을 통제하고, 본체는 빠르게 오을의 앞으로 돌진하여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꺾어 할머니 종이 도인에게 붙잡힌 오을을 쳐다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곳곳에 대고 말했다.
“나, 현도 소법사는 폐하의 명을 받들어 태자 전하를 도우러 왔다. 어이, 넌 어느 지역 요괴냐. 속히 잡아들여라!”
혀, 현도······ 소법사?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경하던 대법사는 웃느라 몸을 앞뒤로 크게 들썩이다가 의자째로 넘어질 뻔했다.
한편, 기세등등하게 달려오던 ‘가짜’ 금선경 해족 고수는 순간 멈칫하고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장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해족 고수는 장안법을 꿰뚫고 둔갑술도 꿰뚫어 마지막 남은 중년 사내를 보았다.
바로 이어서 이장수 주위에 기운이 샘솟았다. 경이로운 기식이 바다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천선경?
초기잖아?
적군과 아군의 실력 차이를 감지한 오을이 황급히 말했다.
“도우, 나와 함께 피합시다!”
이장수는 태연하게 미소를 짓고는 젊고 혈기 왕성한 부교주를 무시하고 계속 입을 열어 사방으로 목소리를 전했다.
“사호법신, 속히 퇴각하라.”
할머니를 비롯해 앞에서 소형 진법으로 금선 고수를 저지한 종이 도인 셋은 이 순간 이장수를 향해 읍하면서 ‘존명’하고 대답했다.
종이 도인들은 수둔술을 펼쳐 두 방향으로 빠르게 흩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이때 해족 반군 ‘가짜’ 금선도 상황 파악을 했다. 그는 이장수를 가만히 응시하며 금선의 위압으로 억눌렀다.
이 녀석의 금선 위압은 사실 이장수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장수는 돌발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일단 정해둔 법술 전투 책략을 끝까지 실행할 생각이었다.
기식에 억눌린 그는 살짝 인상을 쓰면서 천선경 초기의 연기사와 똑같은 모습을 꾸며냈다.
이에 오을은 더더욱 그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때 이장수는 금색 부적 두 장을 자신의 팔 양쪽에 붙였다.
선용부(仙涌符): 이 부적을 활성화하면 자신의 선력을 순식간에 폭발시키고 필살기로 응결해내 법술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직 사용한 적 없는 ‘절(絶)’자 종이 도인 몇 개도 손에 쥐었다.
절은 절기(絶技)의 뜻을 담고 있다.
해족 반군 가짜 금선은 비아냥거렸다.
“변변찮은 천선경 주제에. 죽고 싶은 것이냐!”
“하하하! 이 무지한 마물아!”
고개를 쳐들고 크게 웃은 이장수는 오을을 아래로 밀쳐내고 선식 독단 심화소 금제를 조용히 열어 왼손으로 하얀 분말을 흩뿌리며 외쳤다.
“일기! 화삼탁!”
펑, 하는 소리와 이장수의 몸 주위는 온통 하얀 안개로 자욱해졌다.
하얀 안개가 드러나고 살피러 뻗어 들어온 주위 선식들이 곧장 외부로 차단되었다.
뒤이어 하얀 안개 속에서 네 명의 인영이 걸어 나와 나란히 장안법을 펼쳤다. 모두 똑같은 얼굴에 하나같이 천선경 초기 경지였으며 저마다 손에 소형 진반을 들고 있었다!
정원에서 한참 웃던 대법사는 이 순간 눈을 가렸다. 차마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현도 소법사, 일기화삼탁(一氣化三濁)이라······.
인재요, 인교의 동량지재로다!
전지성인 신통력이 이 녀석 손에 몇 가지 수로 펼쳐졌는가!
이 순간 오을의 눈은 충격 그 자체였다.
태청 성인의 일기화삼청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신통력으로 성인이 직접 세 명의 성인으로 화신하여 홍황을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들었다.
‘일기화삼탁’은 설마······ 인교의 비기(祕技)인 건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자연히 이장수의 적수, 해족의 가짜 금선이었다. 가짜 금선은 이장수의 네 인영을 성난 눈으로 쏘아보며 의심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마음이 혈살(血煞)에 지배바고 있는 터라 의구심 때문에 물러서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이장수는 그가 폭발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네 인영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제2단계: 가짜를 진짜로. 기선을 제압하고 판단력을 잃게 만든 다음 적의 허점을 찾는다!
“교활한 술수를 부리는군. 그러나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구나!”
해족 가짜 금선은 어쩐 일인지 마음이 복잡해졌다. 쾌락을 좇을 때처럼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황이 자꾸만 떠올랐다.
요괴는 정신이 여전히 불안했으나 겉으로는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다채로운 색깔의 빛을 내뿜어 더더욱 사나운 면모를 보였다.
다채로운 빛은 피 묻은 화살로 응결되어 바닷물 속에서 ‘비 화살’이 되어 이장수의 네 인영을 향해 날아왔다!
이장수는 씩 웃었다. 가장 좌측에 있던 종이 도인이 손에 들고 있던 진반을 높이 던지자 수십 개의 빛이 날아가 순식간에 방호 진법을 치고 날아오는 화살을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다른 세 인영도 한꺼번에 진반을 던졌다. 진반 세 개는 위, 아래, 가운데로 나누어 진법을 펼쳤다!
소형 진법이긴 하나 영력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순간 폭발할 때 기존 대진은 최소 6할의 위력이 있었다!
첫 번째 곤진 건곤가쇄. 건곤을 고정했다. 전에 이미 가짜 금선을 가둘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두 번째 살진 만검멸혼(萬劍滅魂). 진법 영력을 검 기운으로 바꾸고 거대한 검으로 응결되어 앞으로 휘둘렀다!
세 번째 독진 계수음뢰(癸水陰雷). 가증스러운 얼굴의 가짜 금선 발아래에 검은 물이 나타났다······.
가짜 금선도 이장수의 공세가 이토록 맹렬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주위 건곤이 짧은 순간에 고정되어 한순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겠는가. 또 어째서 몸을 피해야 하지?
하찮은 천선일 뿐이잖아!
해족 가짜 금선은 입으로 구슬 세 개를 토해내고 이를 불어 앞으로 날려보냈다. 몸 주위에 솟구친 혈광이 발아래 검은 물을 가볍게 막아냈다.
구슬은 슉, 하고 날아가 앞에서 날아오는 대검을 그대로 부숴버렸다!
금선경의 위엄에 한순간 견줄 상대가 없었다!
이장수는 여전히 침착했다. 네 인영은 각각 붓을 꺼내 바닷물 속에서 막힘없이 빠르게 돌면서 네 개 방위에 차분하게 섰다. 어딘가 사상(四象) 진법 같았다.
네 인영이 동시에 붓을 들고 바닷물 속에 연이은 기포를 달면서 ‘용’ 네 마리를 그려냈다.
용 네 마리는 순간 살아나서 가짜 금선에게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바로 이어서 붓 네 자루가 경문을 한 구절씩 써 내려갔다. 경문은 바로 각종 무기와 다양한 날짐승으로 응결되었고 이내 사방에서 가짜 금선을 향해 끊임없이 돌진했다.
애석하게도 건곤을 봉쇄하는 소형 대진이 영력을 소진해버렸다. 가짜 금선은 몸을 훌쩍 날려 검은 물을 피하고 부딪혀 그림 용을 망가뜨렸으며 온 하늘의 날짐승은 순식간에 물에 잠겨버렸다······.
지금 이 공세는······ 엥? 너무 이도 저도 아니잖아?
가짜 금선도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다가오는 공세 중 어느 한 방향이 다른 세 방향보다 명백히 강하다는 걸 금세 눈치챘다.
누군가가 쓴 붓은 영보고 나머지 셋이 사용한 건 고급 선보인가?
가짜 금선은 혼란스러워하며 이러한 허점을 잡고도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몇 번을 방어하다가 별안간 공세가 가장 강한 방향으로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장수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스쳤다. 그는 뒤로 반보 정도 물러났다가 이내 소리쳤다.
“네 놈이 진 것 같구나!”
그는 들고 있는 영보 판관필로 환영처럼 빠른 속도로 커다랗게 ‘질(疾)’ 자를 썼다.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리 이장수는 뒤로 피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들어 커다란 글자를 흩어버렸다. 그리고 번쩍하더니 기이하게도 자취를 감추었다가 해족 가짜 금선의 뒤에 다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서로 이 척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등을 마주 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사경성법’ 신통력이었다!
이장수는 확 뒤돌아 온 힘을 다 쏟아 가짜 금선의 등을 때렸고, 이에 가짜 금선은 살짝 휘청거렸다.
거의 동시에 주위에 있는 세 인영이 각자 ‘질’ 자를 썼고, 이 커다란 글자와 나란히 부딪히더니 이내 해족 고수의 곁에 이르렀다!
해족 고수가 이런 장면을 본 적이나 있겠는가?
그러나 바다 전쟁터와 해족 귀부인의 침상을 오래 경험해온 그는 정신이 산란한 상태에도 늦지 않게 상황 파악을 하고 무자비한 선력을 폭발해내 그들을 밀어내려고 했다.
바로 이 순간, 예고도 없이 해족 가짜 금선의 주위에 건곤 봉쇄의 상황이 또다시 나타나 선력을 무참히 절단했다!
주위의 네 인영은 모두 종이 도인이었다!
종이 도인들은 과감하게 앞으로 달려들었다. 한 사람이 해족 가짜 금선을 뿌리쳤고 각자 팔을 벌렸다!
뿌리가 같은 네 개의 선력이 하나의 쇠사슬로 연결됐고 이내 가짜 금선을 순식간에 둘러싸 버렸다.
꼼짝 못 하게 된 가짜 금선은 계략에 걸린 걸 눈치채고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백 장 위에 있는 바닷물 속, 이장수가 가만히 서서 바둑판 크기의 소형 진기를 홱 던졌다.
곤진, 살진, 곤진, 살진, 살진······.
수십 개의 소형 진법이 이장수의 손에서 날아갔다.
효과는 괜찮을지라도 가슴이 쓰라렸다.
온 하늘의 빛이 쉼 없이 가물거리고 건곤 봉쇄는 끊어졌다가 이어지길 반복했다. 아래 가짜 금선은 고개를 쳐들고 쏘아보는 게 전부였다. 경지는 아예 쓸 수조차 없었다.
가짜 금선을 가둔 종이 도인들은 온몸의 선력을 가동하여 입에서 삼매진화를 내뿜었다. 순식간에 진화에 잠긴 가짜 금선은 계속해서 발버둥 치다가 불에 타 인간의 형체를 잃어버렸다······.
위쪽 공세는 끊일 새 없이 이어졌고 아래의 진화는 점점 더 격렬하게 타올랐다.
잠깐만에 가짜 금선은 기식이 사라지고 새까맣게 타버린 나무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를 고정했던 종이 도인 넷도 스스로 방출해낸 진화에 타서 재가 되어버렸다.
종이 도인들의 선력은 한 치도 낭비하지 않고 삼매진화가 되었다.
공중에서 이장수가 소매를 털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떠나려고 할 때였다.
갑작스레 변고가 발생했다!
아래 메마른 나무들이 갑자기 갈라지고 안에서 혈광이 날아 나오더니 피 묻은 비검이 되어 벼락 치는 속도로 이장수의 발밑에 나타나 ‘이장수’를 아래에서 위로 두 동강을 내버렸다!
마른 나무들은 가볍게 떨더니 천천히 일어섰고 기식을 점차 회복했다. 온몸의 끔찍한 상흔은 빠르게 유합되고 가슴에 혈련이 끊임없이 가물거렸다.
“하하, 하하하!”
해족 가짜 금선이 고개를 쳐들고 크게 웃었다. 웃는 얼굴에는 조롱과 안도, 승리자의 흥분이 한껏 서려 있었다.
그러나 그의 웃음소리는 반쯤 뚝 끊겨버렸다.
위쪽 바닷물 속에는 아까 두 동강이 된 몸이 종잇조각으로 변해 선광 사이에서 가볍게 나부끼는 게 아닌가.
푸학······.
외마디 비명과 함께 옥피리가 해족 고수의 뒤를 관통하여 혈련을 가볍게 꿰뚫었다.
옥피리 뒤에 한 인영이 천천히 응결되었다. 소매 안에서 금광이 번적하고, 선용부 두 장이 가동되면서 천선경 후기의 선력이 옥피리를 따라 순식간에 폭발했다!
혈련은 그대로 터졌다.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해족 가짜 금선은 비틀거렸다. 독무가 중상을 입었던 그의 원신을 감싸버린 것이다.
질이 부족하니 양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이장수는 옥피리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영보를 과감히 버리고 선용부가 가동되는 틈에 체내 선력을 삼매진화로 바꾸었다.
화광이 들끓어 가짜 금선의 원신과 육신을 삽시간에 삼켜버렸다.
‘가짜’ 금선도 나름대로 금선경이나 재로 만든 후에는 천선, 진선보다 몇 배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해족 성 각지의 선식들이 이 장면을 포착했다. 아무리 금선경인 해족, 용족 고수일지라도 절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왠지 모르게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화면이 뜬금없이 나타났다.
“하찮은 반역자 주제에 감히 현도 소법사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구나! 내가 이곳에 있는 한 오늘 그 누구도 오을 전하를 건드릴 생각은 말아라.”
이장수는 코웃음을 치고 그럴싸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호법신은 어디에 있는가? 와서 잔혼을 처리하라.”
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물살로 변해 수둔술을 펼쳐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조금 전 종이 도인 넷도 돌아왔다. 이번에 재를 날리는 작업을 천선경 종이 도인이 ‘친히’ 한 것은 금선에 대한 일말의 존중이었다.
할머니가 목탁을, 할아버지가 경탁을, 묘령의 여인이 섭혼 방울을, 영준한 청년이 미소를 띤 채 쇄납 법기를 꺼냈다······.
장송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장수의 본체는 이미 모 대법사가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금선을 죽이기란 실로 어려웠다.
소형 진법의 진기 56개, ‘절’자 종이 도인 4개, ‘신’자 종이 도인 1개, ‘선용부’ 2장, 고급 선보 붓 3개, 그가 일전에 정제한 것 중 품질이 가장 높은 원선 독 12알. 음, 이게 끝이 아닌 듯한데······.
영단급 ‘심화소’ 2알은 정제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또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