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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262)화 (262/593)

“허튼 생각 마. 그냥 조금 전에 마음이 약해져서 어깨를 빌린 것뿐이라고!”

주구는 이장수의 어깨를 툭툭 털어주었다.

“자, 깨끗하게 닦았다!”

이장수는 무덤덤하게 웃었고, 주구는 켕기는 구석이 있는지 목을 움츠렸다가 자신의 항렬이 더 높다는 걸 떠올리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나도 모르게 기댔잖아?!

환강우 사백을 윤회의 땅으로 보내고 이장수와 주구도 지부에 더 머무르지 않았다. 떠날 때, 이장수는 올 때 준비해온 ‘후한 선물’을 꺼내 우두와 마면에게 선물했다. 예유 영어 백 마리와 살찌워 도살 대기 중이었던 영수 예순여섯 마리였다.

우두마면은 사양하고 받지 않으려고 했으나 이장수가 준 사례는 가슴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파고들어 끊임없이 할퀴고 들쑤셔서······ 진정 군침이 돌았다.

수행자 외에 유명에는 살아있는 생물이 없었고, 두 사람도 바깥을 잘 돌아다니지 않는 터라 따끈따끈한 고기를 먹지 않은 지 실로 오래되었다.

무족도 마침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하고.

무족과 요족이 전쟁을 치렀을 때, 제일 처음에는 요족이 대지를 통치하거나 무족이 하늘을 강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사실······ 먹어 치운 것이라고······. 무족을 적대시하는 많은 대요괴의 전신은 본디 무족에겐 사냥의 대상이었다. 홍황이 너무나도 기묘하여 먹이사슬이 믿을 만하지 않다고 말하는 수밖에.

이장수와 주구를 배웅하고 우두와 마면은 슬금슬금 당직을 서는 위치인 고산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집 지키는 본능을 발휘하여 외부 정찰을 차단하는 결계를 치고 불더미로 큰불을 일으킨 다음 영수가 담긴 공 두 개를 꺼냈다. 그 위에는 ‘평범한 불로 구워서 식용으로 쓰면 육질이 싱싱하고, 껍데기가 살짝 그을릴 정도로 구우면 육질이 최상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영수구를 열자 새끼 돼지 크기의 영수가 땅에 떨어졌다. 밧줄로 사지가 묶여 있었다.

우두마면은 바빠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수를 깨끗하게 손질하고 불 위에 놓고 천천히 구웠다.

“이게 뭐지?

우두는 영수구에서 떨어진 향낭 두 개를 주워서 안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보았다.

‘비법 조미료, 매콤’

‘비법 조미료, 쯔란(孜然. 양꼬치를 찍어먹는 향신료 중 하나)’

“인간족은 이렇게 신경 쓰는 게 많단 말인가? 그냥 익혀서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일단 해보자. 오늘은 우리도 인간이 되어보자고!”

잠시 후, 불더미 옆에 쭈그리고 있던 무족 고수 두 명은 입으로 ‘향긋해’하고 계속 외쳐댔다.

한 시진 후, 두 사람은 마침내 영수를 입에 가져가게 되었다.

우두가 먼저 고기를 손으로 찢어 한 입 맛보더니 눈을 감고 천천히 씹으며 음미했다. 그는 돌연 돌아서서 바닥에 꿇어앉아서는 주먹으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그 바람에 산체에 빛이 가물거리고 겹겹의 금제가 모두 불러와 졌다.

마면은 살짝 미간을 구겼다. 우두의 상태를 보고 약간 의심스러운 듯이 뒷다릿살을 뜯어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보았다. 한순간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머리의 갈기가 곤두서고 커다란 눈에 눈물이 맺혔다.

“우, 너무 맛있잖아! 아, 온몸의 근육이 다 풀어지는 느낌이야. 나 말이야, 순간 아주 부끄러운 생각까지 들었어. 이렇게 맛있는 걸, 우리 부족에게 나눠주고 싶지 않아졌거든.”

“마, 난 원망스러워! 원망스럽다고! 이렇게 오랜 세월 인간족이 먹는 방법에 관심을 두지 않았잖아. 이렇게 긴 시간을 헛되이 놓쳐버렸어!”

마면은 두 손을 벌벌 떨면서 두 번째 앞다릿살을 뜯어서 씹어보고는 또 감탄을 내뱉었다.

“의뭉스러운 인간족은 이런 방식으로 왕년의 대지의 주인을 비웃을 생각인 건가? 아······ 안 돼,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씹으면 안 되겠어. 인간족 천선이 남긴 조미료는 정말이지, 엄청나!”

“응? 천선이라고? 원선 아니었어? 뭐, 나도 자세히 안 보긴 했지만. 마, 네 건 먹을 만해?”

“당연하지. 그자는 경지를 숨겼더군. 아, 지금은 그런 걸 말할 때가 아니야! 우, 그자가 남긴 걸 우리 공평하게 나누자.”

우두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날 이겨보던가. 평소 내가 네 잇속을 얼마나 챙겨주었는지 알지? 이번만큼은 절대 양보 못 해.”

“다 먹고 나면 겨룰까?”

“일단 천천히 먹자. 음, 이 빌어먹을 맛!”

오래지 않아 실처럼 좁은 틈새의 관문 옆 커다란 산은 끊임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제가 빛을 가물거렸고, 두 사람의 살벌한 혈기가 천 리 망령을 질겁하게 했다!

이곳을 지나던 인간족 연기사는 절로 인상을 썼다. 통행료를 지불한 후에도 걱정이 되는 듯 감히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가도 되는 거 맞나?

“자, 걱정 말고 어서 가시오. 대인들께선 그저 몸을 풀고자 하는 것이니 당신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오!”

······

같은 시각 풍도성 동쪽에서 수만 리 떨어진 곳.

‘음메, 히잉’ 탈을 쓴 이들과 작별을 고하고 유명계 가장자리로 날아가는 표주박 위, 이장수는 입가로 담담한 미소를 지은 채 단경을 음미해가면서 읽었다.

주구 사숙의 안전 문제를 신경 써야 했기에 그는 대부분 정신을 이곳에 두고 지키고 있었다. 어쨌거나 사숙은 소중하게 보호해야 하는 여인으로 어떤 사고가 생겨선 안 된다.

“장수야, 이제 돌아갈 것이냐?”

“모처럼 나왔으니 사백이 환생할 집을 살펴보고 돌아가도 늦지 않을 듯합니다.”

“좋다.”

주구는 입을 벌리고 헤 웃으며 신이 나서 대답했다. 그러나 한참 날았을까. 주구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 강우 사저가 환생할 집은 어디에 있느냐?”

“······.”

진정 사숙도 ‘한 번 보고 나면 잊고’ ‘돌아서면 그만인’ 그런 류인 겁니까.

“일단 유명계를 빠져나와서 남섬부주로 가서 찾아봐야죠. 대략적인 위치를 기록해두었으니 잘못 찾을 리는 없을 겁니다.”

“장수 너를 따라 나오니 역시나 걱정할 게 전혀 없고 모두 네게 맡기면 되겠구나!”

주구의 칭찬에 이장수는 말없이 웃으며 계속 단경을 연구했고, 속으로는 준비할 수 있는 도겁 소품이 얼마나 있는지 반복해서 계산했다.

동쪽으로 가다가 유명계를 빠져나와 남주로 이동했다.

주구가 표주박을 이틀 몰고 나니 남섬부주 동부 임해에 있는 커다란 성 부근에 이르렀다.

환강우가 환생한 집은 이 성의 수비 장군이었다.

선식으로 훑으니 성의 번화한 풍경이 도심 가운데를 비추었다.

마음속에 또 깨달음이 솟구쳤다. 어떤 목소리가 이 기회에 인간 세상을 돌아다니고 구경하면서 원만하지 않은 도심을 보완하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때 도겁 확률은 9.7할밖에 되지 않아서 아무리 많은 물건을 준비한다고 해도 이상적인 상태인 9.8할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도심에서 약간 원만하지 않았다.

“사숙, 인간 세상을 좀 돌아다녀 볼까요?”

“좋다.”

주구는 주사여의검을 등에 짊어지고 이장수와 함께 성 외곽에 있는 도화림으로 내려와 각자 기식을 숨기고 성으로 향했다. 이때 주구는 지상을 거닐고 있었는데, 이장수는 그제야 그녀가 신고 있는 것이 편안한 짚신이라는 걸 발견했다.

이장수가 옷차림에 추구하는 바는 그저 평범하고 깔끔한 것이다. 주구는 반대로 이를 전연 신경 쓰지 않았다. 다행히 선인이라면 모두 갖추는 선령한 육신 덕분에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입성하자마자 주구는 신기하다는 듯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고, 평범한 사람들도 신기하다는 듯이 소녀를 살펴보았다.

저렇게 크다니······.

어떻게 생겨 먹은 거야······.

등에 있는 표주박 좀 봐!

수행한 지 천 년이 넘는 동안 주구는 인간 세상에 들어온 횟수가 극히 드물고 줄곧 산에서만 지내왔다. 오늘 속세에 오게 되면서 그녀는 금세 떠들썩한 분위기에 이끌려 이리저리 살펴보고 특이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길가의 거지들 앞에서 걸음을 멈춰서 영단두 두 알을 꺼내려고 했다.

그런데 거지가 욕을 하는 것이 아닌가.

“뭐든 다 내 그릇에 넣지 마시오! 어찌, 독을 타려는 것이지?!”

주구는 혀를 한 번 차고는 시비를 걸지 않고 사뿐사뿐 걸으면서 가장 번화한 곳을 찾았다.

그녀는 울긋불긋한 탈을 사서 쓰고는 슬그머니 이장수의 곁으로 가 ‘왁!’하고 소리를 내며 나타나 놀래키는 장난을 하거나, 달달한 탕후루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작은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옥석으로 두 개를 바꿀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장수는 빙그레 웃으며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눈에도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는데, 흡사 어린 딸을 데리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아버지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거리에서 한참 노느라 적잖은 시선의 관심을 끌고도 주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딘가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를 맡고는 이장수를 끌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주루로 달려갔다. 그러나 금방 흥이 깨져서 돌아왔다.

산에서 기른 영수를 먹는 게 익숙해진 터라 인간 세상의 속된 맛은 실로 맛이 없었다.

그때, 주구도 이장수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눈은 정체돼 있고 동공에 초점이 잡히지 않았으며 기운도 어렴풋이 드러냈다······. 이건 분명 깨달음이 찾아왔다는 징조였다.

주구는 평소 장난치는 걸 좋아하긴 하나 이런 순간에는 상당히 진지했다. 일단 티가 나지 않게 뒤로 한 보 물러나 이장수 뒤에서 검집에 든 단도를 꺼내 손에 들고 선인의 위압을 내뿜어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이장수를 보호했다.

이장수는 마음속이 어떤 기운으로 가득 채워졌다.

‘나의 도는 진정 내가 동경하던 도인가?’

스스로 이렇게 물으면서 성에서 천천히 거닐며 생각하고, 되짚어보고, 듣고, 보고, 회상했다.

“워터우(옥수수 가루 따위의 잡곡 가루를 원뿔 모양으로 빚어서 찐 음식) 한 푼에 4개!”

“떨이 팝니다! 떨이, 야채 떨이 보세요!”

“엄마, 나 구운 호박 먹고 싶어!”

저도 모르는 사이 시장으로 걸어왔다. 이장수는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물결치는 대로 표류하며 자신의 기연을 찾고 있었다. 그는 어떤 연유를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렇게 많은 걸 고려하지 않고 유일한 생각이란 안전을 위해 깨달음이 생기고 방향을 찾으면 눌러야겠다는 것뿐이었다.

주구는 말없이 따라왔다가 금세 소소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눈앞에 있는 사질의 기운을 어쩐지 완전히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주구는 눈을 끔뻑거렸다. 처음으로 이장수의 기운을 느낀 것이나 어렴풋하고 분명하지 않았다. 그녀가 수행하는 도와 같은 뿌리긴 하나 또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한 나무에서 천 개의 꽃이 피나 꽃술은 저마다 다른 법.

그러나 장수의 기운은 그녀가 완전히 꿰뚫어 볼 수가 없었으니 이건 확실히 문제였다!

‘어쩐 일이지? 장수가 망가진 건가?’

주구는 입가를 삐죽였다. 영문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승부욕이 솟구쳤다. 깨닫지 못할수록 마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 또한 깨달아버렸다.

이장수는 걷고 또 걸으며 도심의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대략 짚어내면서 오도에서 벗어났다.

‘나는 속세에서 와서 득도하여 장생을 구하는구나.’

나는 속세 사람이니 마음속 생각을 억지로 누를 필요가 없고, ‘이 일은 수행에 무익하다’라고 느끼며 내 천성을 억압할 필요도 없다.

음······ ‘온’이라는 글자를 그의 성정에 써넣었다. 그것도 비교적 핵심적인 위치에.

사람이 있는 곳이 바로 강호라고 하는 소리를 전생에 자주 들었었다. 그리고 내가 현재 이해하려는 도리는 사실 모든 생명은 ‘인성’을 지니고 있고, 인성이 있는 곳이 바로 속세라는 내용이다.

도는 자아가 아니고 성정은 본모습이다.

마지막 한 줄기 기운을 오늘 보충했다.

이장수는 제 앞에 있는 커다란 문을 본 것처럼 속으로 편안하게 웃었다.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뎌 문을 밀면 새로운 생명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장생은 손만 뻗으면 닿게 되었다.

도겁은 이미 예비 가동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장수는 심경을 수습하고 깨달음 속에서 돌아 나왔다. 산으로 간 후에 도겁 전 마지막 준비에 착수할 준비를 해야겠다.

바로 이때, 뒤에서 한 줄기 기운이 들끓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기운이 사숙 주위를 감싸고 체내 선력이 용솟음쳤다. 커다란 눈에는 약간의 의구심을 띠고 있었다.

사숙도 경지를 돌파하려는 건가?

‘속세 오도’ 대법이 이렇게나 잘 먹힌다고?

이장수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추산했다가 자신이 조금 전 도심을 깨달을 때, 실수로 흘려보낸 기운이 주구 사숙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걸 깨달았다.

주구 사숙은 본디 진선경 정점이라 앞으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천선경에 발을 들일 것이다.

사숙의 돌파는 똑같이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이장수는 선식으로 성 곳곳을 살피며 한 장군부(將軍府)를 고정했다. 그곳에서 아랫배가 살짝 볼록한 채로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정원을 거니는 젊은 부인을 발견했다.

이장수의 소매에서 종이 도인 두 개가 튀어나와 그의 발치에서 땅 아래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이어서 주위에 운무가 한 층 떠올라 깨달음에 빠진 주구를 선력으로 감쌌고, 토둔술을 펼쳐 그녀를 데리고 함께 이곳을 벗어나 근처 동해로 내달렸다.

탁기가 섞여 있는 터라 이곳에서 돌파한다면 사숙의 순결한 선체가 오염되기가 쉽다.

동해에서 작은 섬을 찾아내 진법을 두 겹으로 배치한 다음 사숙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사숙, 이곳에서 폐관하십시오. 저는 옆에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래.”

주구는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대진 안에 앉으니 마음이 이상하리만치 편안해졌다.

이장수는 정신을 둘로 나누어 종이 도인으로 사숙의 호법신을 하면서 본체로는 단방 아래 밀실에서 준비한 ‘도(渡)’자 자루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자루들이 순서대로 손바닥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안에는 준비한 법보, 법기, 단약, 소형 진법 등 도겁 필수품이 모두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주구 사숙이 완전히 돌파하고 나면 대법사를 인간 세상으로 모셔서 내 도겁 호법신을 부탁드릴 수 있을 것이다. 줄곧 인교를 위해 일을 하고 얻어낸 ‘우수 직원 복지’라 망정 상인이 도겁할 때의 호법신 무리보다 훨씬 더 고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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