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당부하러 간다더니 어찌 엿듣기 좋아하는 사매들을 모두 불러온 거지?
삼선도 상공, 명성이 자자하고 바깥에 악명을 떨치는 절교 세 자매를 보며 현도 대법사는 주저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는 운소만 데리고 가고 싶었다. 경소와 벽소가 짖궂은 성정이라는 걸 그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현도 사형, 동생들도 가서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도 되겠지요?”
운소도 동생들의 간청을 이겨내지 못해서 난감하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현도 사형,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폐를 끼치지 않고 몰래 숨어서 보기만 하겠습니다. 그저 도대체 어떤 제자이기에 현도 사형이 이리 마음을 쓰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옆에서 벽소도 아주 영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눈에 기대감을 잔뜩 담은 채로 말이다.
“좋다.”
현도 대법사는 웃으며 동의했다. 두 사람이 그의 앞에서 사고를 치지는 않겠지.
“그럼 일단 움직이자꾸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
현도 대법사 손바닥에 음양이 돌아가면서 몸 주위로 구름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현도 대법사가 왼손을 등 뒤로 가져가고 오른손으로 이동하자는 손짓을 하고는 앞장서서 구름과 연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대법사의 몸이 자취를 감추었으나 구름과 연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단순한 신통력이 아니라 태극도의 위력을 빌린 것이었다.
경소와 벽소가 앞으로 가려고 하자 운소가 일단 기다리라고 손짓하고, 먼저 구름과 연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상한 점이 아무것도 없이 그저 건곤 통로라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야 동생들을 뒤따르게 했다. 현도 대법사는 픽 웃더니 구름과 연기를 빠르게 거두고 삼선도 위에서 사라졌다.
한편, 이장수가 선택한 도겁지, 그의 본체가 있는 황량한 산의 상공에 구름과 연기가 소리소문없이 나타났고, 그 속에서 네 개의 인영이 날아 나왔다.
네 사람은 도착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모여드는 엄청난 위력을 목격했다!
도겁이 이미 시작된 건가?
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이동해 까닭 없이 천벌을 불러오는 상황을 피했다. 그러나 이어서 또 어떤 현묘한 기운 파동이 아래 황량한 산의 대진으로 향하고 있었다.
네 사람이 누구인가. 한 사람은 현도성의 대법사이자 태청 성인의 유일한 제자인 도문 대사형이었고, 세 사람은 통천 교주 문하에 입문하여 절교 외문 사대 제자가 된 홍황에서 악독하기로 유명한 인물 삼소 낭랑이었다.
이장수가 이곳에 배치한 건 단일 진법이라 금선의 정찰은 막을 수 있을지언정 네 사람의 시선을 막지는 못했다.
대수롭지 않게 살폈다가 대법사는 인상을 썼고, 운소는 의아해했으며 벽소와 경소는 한참 눈만 끔뻑였다. 대진 속 눈에 잘 띄지 않는 바위틈에 이 순간 도겁해야 할 청년 연기사가 금색 보검을 손에 쥐고 자신의 이마를 향해 세게 내리치는 게 아니겠는가!
운소가 말을 툭 내뱉었다.
“참도경을 하는 건가?”
대법사는 반응이 빨랐다. 휙, 하더니 곧장 아래 대진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실수로 이장수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감히 이 순간에 나서지 못하고 다급하게 소리만 질렀다.
“안 돼, 내가 왔다!”
파앗!
이장수는 이미 손에 들고 있는 보검으로 이마를 세게 내리쳤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원한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삽시간에 불꽃이 사방으로 튀기고 금빛이 가물거렸다. 이장수가 응결한 ‘참도경의 검’이 터졌으나 통통한 이마는 무탈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장수의 원만한 기운이 왕 사발 크기의 십이품청련(十二品靑蓮) 세 송이가 되어 몸 주위로 모여들어서 잘게 떨렸다. 깨끗하고, 밝고, 심지어 투명에 가까운 꽃잎에서 약간의 불순물이 털어져 나왔다.
이장수는 기식이 아래로 천천히 떨어졌다. 대략 천 분, 아니, 만 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어서 청련 세 송이가 자취를 감추고 이장수 주위에 있던 기운이 빠르게 걷혔다.
줄곧 침착했던 대법사도 옆에서 보면서 얼이 빠져서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스승님, 제가 조금 전에 무얼 본 겁니까?
청련은 도문의 표식으로 삼화(三花. 세 송이 꽃)가 연꽃 모양을 이룬다는 건 정통 도문 도승을 수행하여 도문 기운의 비호를 받는다는 걸 의미한다. 연꽃잎의 수가 많아질수록 도기가 원만해지고 잠재력이 향상돼서 앞으로 상한선도 높아질 것이다. 연꽃은 투명할수록 도기가 견고하하고 도에 대한 이해도 냉철하다는 걸 설명한다······.
하나 밝다 못해 투명에 가까운 십이품청련 세 송이는······ 너무 하잖아!
현도 대법사는 문득 어째서 스승님이 유난히 이장수를 신경 썼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장수는 영리하고 말을 잘하고 모략에 능통하고 안배를 잘할 뿐만 아니라 자체가 도문 고수 대열에 들 잠재적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짧은 순간, 이장수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대법사는 마음속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서 운소 사매에게 이장수의 잠재력을 알려줘야겠군!
한편 반대쪽에서 이장수도 난감해했다.
대법사가 숨 몇 번 들이켤 만큼만 더 일찍 왔더라면 이 검을 내려치지 않았을 것이다!
9는 단수의 끝이다. 참도경 아홉 번으로 천도를 아홉 번 흔들었다. 열 번째 천겁을 건드린다면 천벌이 떨어질 것이다.
음······ 또 누가 더 있는데?
이장수는 공중에서 내려오는 세 인영을 보면서 이마에 느리게 물음표가 생겨났다. 대진 밖 종이 도인을 통해 선식으로 세 인영을 살펴보았다. 그녀들은 일부러 몸을 감추지 않고 모자이크 기법도 펼치지 않고 아주 시원하게 공중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왔다.
좌측에 있는 선자가 이장수의 눈길을 제일 먼저 끌었다. 늘씬한 몸매에 수수한 긴 치마를 입으니 꽤 제격으로 하얀 피부는 달빛 같았고, 아리따운 얼굴은 사람의 마음을 취하게 했다.
운소가 아닌가?
운소 옆에는 연녹색 비단 치마를 입은 소녀와 담홍색 짧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 있었다. 모두 아리땁고 퍽 사랑스러운 외모였다. 물론 벽소와 경소였다.
그나저나 운소 선자는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가 매번 조금씩 달랐다. 늘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삼소가 어째서 이곳에 나타난 거지?!
“조금 전에 너무 빨리 손을 썼습니다······. 대법사님, 번거롭겠지만 한두 시진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도해서 최대한 빨리 도겁하겠습니다. 그런데, 대법사님······ 저기 위에는 또 무슨 상황인가요?”
“흐음, 그렇게 됐다. 네가 안온하게 도겁해서 금선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내 특별히 운소 사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 것이다. 경소와 벽소는 그냥 구경하러 온 것이고. 운소 사매의 혼원금두가 아주 대단하거든······.”
대법사는 혼원금두의 효과를 간단하게 이장수에게 설명했다.
이장수의 가슴은 온통 감동으로 가득 찼고 감동하다 못해 대법사께 투덜대고 싶어졌다.
이따가 도겁할 때 사용할 비장의 패를 대법사가 본다고 한들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대법사는 내가 붙들어야 할 바짓가랑이가 아닌가.
하나 삼소 선자가 본다면······ 그건 손해를 보지 않고도 큰 손해가 아닐까?
생각을 바꿔서 금선이 되기 전 모든 비장의 패는 이런 고수들 앞에선 사실 장난에 불과할 테니 보여도 상관없을 듯했다.
대법사께서 한낱 제자인 날 위해 이런 지경까지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또 무얼 바라겠는가?
이장수는 대법사께 읍하며 탄식했다.
“제가 무능하여 대법사님이 마음을 쓰셨군요.”
“하하하. 예의 차릴 것 없다.”
현도 대법사는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 웃었다가 삼소 선자가 대진으로 내려오자 이장수에게 소개해주었다.
다행히도 이장수의 본체는 인교 소법사의 이미지를 쓰고 있어서 도선문 제자의 마지막 토대는 들키지 않겠······지?
그러나 이따가 도겁하고 나면 8할, 아니 확실하게 본모습을 삼소 선자 앞에 보일 것이다. 이로 인해 이장수는 조금 불안했다.
앞으로 다가가 제자의 예를 갖추자 운소는 몸을 옆으로 비켜 예를 반만 받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벽소와 경소 또한 이장수가 대사백과 현도 사형이 중시하는 인교 제자라는 걸 알기에 좋은 말로 상대했다. 애당초 노신선 종이 도인으로 처음 삼선도에 갔을 때 대우와는 천양지차였다.
“도우, 조금 전에 도경을 끊어냈는데, 자신의 도에 만족하지 못해서 그런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태청무위도를 수행하고 운 좋게 대법사께 묘법을 전수받아 현재 천선도까지 수행했습니다. 조금 전에는 도기가 아직 불안하여 참도경으로 단단히 다진 겁니다.”
‘시간을 끌기 위한 참도경’이라는 말은 물론 할 수가 없었다.
경소가 옆에서 씩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끊어냈으면 우리는 괜히 온 게 아닙니까? 다음에 도겁하려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장수는 속으로 잠시 주저했다. 금방 다음 벼락이 올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호언장담한다고 삼소 선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속으로 적절한 대답을 고르고 있을 때, 대법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경소 사매, 걱정하지 말아라. 한두 시진 더 기다리면 다시 도겁할 테니 말이야.”
“그래요?”
경소가 아리송해하자 대법사는 웃으며 이장수를 쳐다보았다.
“장수야, 아직 활짝 피지 않은 삼화를 보여주어라.”
“······.”
대법사님, 혹시 조금 전에 제 본명을 부르셨습니까?
삼화라는 건 그저 도기를 보이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구경시켜줄 수 있는 것이랍니까?
꽃, 꽃 구경?
대법사의 말을 듣고서 삼소 낭랑은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운소는 눈에 부드러운 미소까지 담아서 이장수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장수가 그녀에게 어떤 놀라움을 안겨줄까 궁금한 눈치였다.
“어찌 꾸물거리는 것이냐. 떳떳지 못한 일도 아니다.”
“예, 존명.”
이장수는 대답하고 조금 망설이다가 가슴 앞에 십이품청련 한 송이를 응결해냈다.
대법사는 아마 다른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
왠지 모르게 이장수는 자그마한 구덩이에 스스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
잠시 후, 대진 안에서 책상다리로 앉은 이장수는 왼쪽 손바닥으로 옥패를 쥐었다.
도선문 무위경 하권이었다.
<태청도함>이 인교 고급 버전 수도 보전이라면 <무위경>도 중상 수준이었다.
이장수는 이때 조금만 건드려도 다시 천겁을 불러올 수 있었다.
<무위경>의 대부분 내용은 <태청도함>을 포괄하고 있었다. 이장수가 깨달아야 하는 건 <무위경> 자체가 아니라······ <무위경>부터 <태청도함>까지 태청 대도에 드러난 경미한 변화였다. 안에는 성인이 대도를 깨달을 때 미약한 변화가 담겨 있는 터라 돈오를 찾는 최고의 깨달음 포인트였다.
돈오라는 건 흔적을 남기지 않거나 소위 함부로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땀이 아니라 영감이었다.
이장수는 경문을 채 다 읽지 않고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오도경으로 빠져들었다.
가슴속 오기가 구슬로 응결되어 돌아가고 삼화가 진원(眞元)을 풀고 모으려고 하는 게 보였다.
투명하고 더럽혀지지 않은 육체는 금선겁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대진 밖에선 현도 대법사와 삼소 선자는 네모난 나무 탁자와 의자 네 개를 만들어내 구름 위에서 조용히 차를 마셨다. 경소와 벽소는 인교가 쌓아온 것이 두터워 이장수의 도기가 이런 지경으로 견고하다고 쉼 없이 칭찬했다. 그리고 운소와 대법사는 이 순간 살짝 인상을 쓴 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실력과 견식을 논하자면, 대법사와 운소는 벽소와 경소 두 사람보다 훨씬 고차원적이었다.
이 순간, 두 고수는 한 가지 문제점을 깨달았다. 이장수의 도기가 실로 너무나도 안정적이었다!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말이다!
“저 정도 도기라면 어떤 천겁이 불러와 질지 모르겠네요. 예로부터 다소 뛰어난 천지의 준재들은 금선겁 아래 쓰러졌지요.”
운소의 말에 대법사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스승님의 지보를 불러와야 할 위력일 수도 있지.”
“단순히 금선겁이라면, 제 혼원금두로 도움이 될 테니 안심하십시오, 사형.”
현도 대법사는 손가락을 짚어가며 추산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순한 금선겁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옆에서 경소가 조금 고민하다가 물었다.
“현도 사형, 혹 말로만 듣던 입도 전 무극대원만(無極大圓滿)이 아닌가요?”
“아마 그럴 거야.”
대법사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녀석이 수행한 지 몇백 년밖에 되지 않아서 이전에는 간과했었어. 대단해봤자 9도 금선겁을 불러오고 대라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쥐 죽은 듯이 있다가 무극대원만의 도기를 이뤄내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 녀석은 혹 태고 때 어느 고수의 환생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하는군. 이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니 말이야.”
“대능의 환생이라면 대사백께서 용인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농으로 한 말이야.”
운소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대법사가 씩 웃었다. 이번에는 경소가 작게 중얼거렸다.
“무극대원만의 연기사라면 천도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괜찮다. 장수의 운에 맡겨야지.”
패기롭게 말할 수 있는 건 대법사가 전력으로 천겁 아래 막타칠 준비까지 해두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대진 속에서 한 줄기 기운의 파동이 생겨났다. 고집스러운 콩싹에 비를 내린 후의 토양처럼 태청을 벗어난, 이장수만의 대도가 이 순간 대진을 터뜨렸다!
“정말 또 찾아왔네요! 오도가 이렇게 빠르다고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았어요!”
벽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공중에서 별안간 심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고 엄청난 위력이 고공에서 사방팔방으로 미친 듯이 들끓었다!
단순히 위력만으로도 대법사와 운소는 이맛살을 구겼고 주위 수만 리 이내의 생명은 일제히 겁에 질렸다.
이장수는 커다란 바위 위로 뛰어올라 뒷짐을 지고 서서 도겁 전에 준비해둔 감사 멘트를 하려고 할 때, 고공에 돌연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직경이 백 장에 달하는 회색 구름이 느닷없이 나타나 희미한 도사의 얼굴로 응결되어 아래에 있는 이장수를 내려다보았다.
“어째서 도조의 인영이······.”
그러나 이장수는 이 허상과 두 번째 만남이었다.
이장수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마음속에 돌연 깨달음이 생겼다. 누군가가 내게 질문을 하는 듯했으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상대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문제가 무엇인지만 알 뿐.
‘도(渡)?’
이장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도!”
회색 구름이 순식간에 흩어지고 주변 만 리 이내의 세상이 어둡게 변하고 가없이 넓은 영기가 기세가 넘치게 다가왔다.
겁운이 어디에서 솟구치는지 완전히 볼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공 위는 온통 새까만 구름으로 가득 찼고, 직경 구천구백구십 리를 맹렬하게 억눌렀다!
엄청난 위력이 이장수를 고정했다. 마치 도망가기라도 할까 봐 겁나는 것처럼.
이장수는 숨을 깊게 들이켜고 이미 줄줄 외울 지경인 감사 인사를 내뱉었다. 표정, 말투, 억양, 음성까지 섬세하게 고려했다.
······
이와 동시에 천 리 너머에 흑표범 몇 마리가 정글에 엎드려 있었다. 엄청난 위력에 놀랐던 이들은 본능적으로 멀리 도망가려고 했으나 몇백 리 채 달리지도 않았는데 막강한 위력이 억누르는 바람에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흑표범 가족 중에 경지가 제일 높고, 요단(妖丹)으로 응결된 흑표범이 가까스로 버티고 서서 엄청난 위력이 가장 짙은 곳을 내다보았다. 그의 눈이 상당히 복잡했다.
‘또 금선겁인가? 홍황은 금선겁을 이렇게 마음대로 보낼 수 있던가? 조금 전에 하나를 느꼈는데 말이야. 이 위력은 어찌 이리 무시무시할꼬······. 설마 서열 3위인 전설의 금선겁인가?’
음, 나는 대체 어디서 이런 것들을 알아낸 거지······.
정말로 전설의 금선겁이라면 버텨낼 수가 없을 테다. 이미 모습을 바꾼 천벌로 하늘의 시기를 받는 것이니 말이다.
하늘의 시기를 받는다······. 어쩐지 낯익은 말인데, 내 기억과 견식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됐어, 이건 중요하지 않아.
오늘의 대겁을 보내는 생명은 틀림없이 죽고 말 거야. 만약 이겨낸다면, 이 몸이 3년 동안 나무껍질을 먹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