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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265)화 (265/593)

“도문 제자 이장수, 하늘에 고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먹구름 아래, 세차게 용솟음치는 영기 속에서 이장수는 기다란 머리카락도, 장포도 휘날리지 않은 채로 커다란 바위 위에 서서 고개를 쳐들고 고공에 떠 있는 먹구름을 올려다보았다.

목청을 높여 외치자 그의 목소리가 다급한 바람 소리와 묵직한 천둥의 울림을 억눌렀다.

백 리 너머에 있는 도문 고수 넷은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가 다들 어째서 이장수가 도겁 전에 입을 열었고, 또 천도에 무엇을 밝히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이장수의 말이 구름 속에서 맴돌 때, 대법사와 운소는 아득하고 불분명한 한 줄기 기운이 구름 속에서 배회하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천도, 어쩌면 도조가 정말로 듣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건······.

대법사가 전음으로 말하지 말라고 일깨우려 했으나 이장수는 이미 읍하고 목청을 높인 후였다.

“제자, 도문에 입문하여 지금까지 수행하며 스승의 은혜를 기리고 성인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어려움을 겪은 끝에 마침내 도경을 얻었습니다! 오늘 그 도를 보이나니 하늘이시여, 부디 저를 시험하소서! 천겁이 내려왔을 때 도가 무너지고 흩어지면 제가 수도에 정통하지 않으면서 급하게 구하려는 탓이니 아무런 원망도 없습니다! 하늘과 땅, 저의 도는 늘 안녕합니다! 천도의 배려에 감사드리며, 장생 선경을 내려주십시오!”

외침이 끝나고 이장수가 허리를 푹 숙였다. 몸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산꼭대기 위에서 약 수십 장 떨어진 곳에 떠올랐다. 그리고 이때, 옆에서 지켜보던 대법사의 표정이 다소······ 복잡해졌다.

대법사는 웃고 싶었으나 한편으로는 이 일이 심히 묘하다고 여겨졌고, 이래저래 생각한 끝에 ‘역시 장수답군’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저 녀석은 늘 내게 놀라움을 안겨주는군.

옆에 있던 운소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조금 우려하고 있었던 그녀도 이때는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경소와 벽소는 벌써 웃음을 터뜨렸다.

“도겁하는 자가 저런 말로 천겁의 위력을 낮출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금선 도인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러나 경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장수의 머리 위에서 천둥이 세차게 밀려왔다!

도겁 중인 이장수는 천둥소리만 들었으나 옆에 있는 성인 제자들은 엄청난 위력이 담긴 소리를 들었다······.

‘좋다!’

벽소는 무의식중에 자그마한 입을 틀어막고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먹혔잖아?!

운소도 벽소를 쳐다보았다.

“말을 삼가라. 천도도 감응을 한다.”

네 사람의 표정이 더욱더 다양해졌다.

도조가 모습을 보이고 엄청난 위력이 고정했다. 도겁 전 높이 외치니 대답까지 얻지 않았는가.

현도 대법사를 남몰래 흘끗하던 운소의 두 눈에 부끄러운 기색이 드러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해신이 교분을 더 쌓길 바라고 현도 대법사가 계략을 세운 것이라고만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해신 도우의 호법신이 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구원하려면 혼자만으로는 정말로 안 될 것만 같았다.

탁—

우르르 콰광!

공중에 번개가 뱀처럼 미친 듯이 춤을 추고 겁운이 세차게 들끓었다가 빠르게 잦아들었다. 만 리 범위에서 끝없는 영기를 쓸어와 엄청난 위력과 결합하여 천겁의 진면모를 보였다!

겁운은 곧바로 삼백 리로 줄어들고 미친 듯이 비대해지더니 이장수의 머리 위에서 끊임없이 회전했다!

선식이 위력에 제압된 터리 이장수는 현재 겁운의 모양만 가까스로 포착할 수 있을 뿐, 겁운이 도대체 어떻게 진화할지는 알 수 없었다.

어두컴컴했던 천지에 돌연 금빛이 생겨났다. 하늘 위 겁운은 ‘옷장’ 모양으로 천천히 선회하면서 위아래의 구름 송이를 금색으로 물들였다. 금빛이 크게 터지면서 주위 만 리 천지를 밝혔다!

금빛이 사그라들고, 겁운은 다시금 줄어들더니 이번에는 운무에 감싸진 만 장 높이의 탑이 되었다!

탑은 33층으로 나뉘었다. 비첨이 높고 뾰족하며 곳곳에 달린 창문이 성스러움을 드러냈다. 들짐승과 흉악한 짐승, 날짐승, 영금 등 천지의 모든 영물은 그 안에서 대응하는 짝을 찾을 수 있었다!

거의 동시에 경소와 천 리 너머에 있는 흑표범이 입을 열었다.

“서열 2위 만령겁이야!”

“아우우!” [표범의 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전설의 금선겁이잖아. 그것도 서열 2위 만령겁!]

흑표범은 속으로 안도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무껍질을 먹지 않아도 되겠군!

만령겁은 예로부터 몇 번 나타난 적이 없을 뿐더러 이겨낸 생명이 있다는 건 더더욱 들어본 적이 없었다!

“꺄울!” [표범의 말: 천벌, 정말로 천벌이군. 이토록 하늘의 시기를 받는 연기사는 상고 이후로 몇 없었다고.]

흑표범은 편안히 엎드린 채 대겁이 흩어지기를 가만히 기다리면서 다음 사냥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다시 이장수의 도겁 장소로 가보자.

운소가 경소를 쳐다보며 물었다.

“천겁에 어찌 순위가 있어?”

“언니는 늘 폐관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요. 천겁의 순위는 말이죠, 우리 절교 선인들이 한가할 때 세웠어요.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추론했고, 천기 속에 각기 다른 천겁의 정보를 탁본해서 도겁해야 하는 절교 문인 제자들에게 참고용으로 주었죠. 어쩔 수 없어요, 우리 교파가 워낙 사람이 많잖아요.”

이번에는 현도 대법사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서열 1위 금선겁은 무엇이냐?”

“성선겁과 금선겁 서열 1위는 자소겁(紫霄劫)이에요.”

벽소가 조곤조곤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겁은 영기 때문에 생겨나서 영기 때문에 당해야 하죠. 만령겁은 천도가 생명에 내리는 최강의 천겁입니다. 당시 추론해낸 천기가 이토록 잘 보여주고 있죠.”

대법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장수도 천선일 때 극한에 도달한 셈이로군.”

“현도 사형도 인간족 출신이잖아요. 사형의 금선겁은 어땠습니까?”

경소의 질문에 운소가 표정을 확 굳히고 꾸짖었다.

“그런 사적인 이야기는 어찌 묻는 것이야!”

경소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입을 삐죽거렸다. 꽤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다.

“사적이랄 것도 없다. 스승님께서 나를 현황탑에 넣고 대도를 전수하셨다. 그동안 나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고 스승님이 전수하신 도를 죄다 깨달았을 땐, 경지가 금선겁 이상이었다. 탑에서 나오고 나서는 천겁을 맞지 않았는데, 아마 현황탑이 대신 맞지 않았을까 한다. 세 사람도 천겁을 겪지 않았겠지?”

“네. 태고 말에 둔갑할 때 이미 장생의 생명이었는걸요.”

벽소가 히히 웃으며 대답하자 현도 대법사도 빙그레 웃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감지한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시작했다.”

삼소도 이장수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중에서 높은 탑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겁이 곧 떨어질 기세였다!

이장수가 고개를 들자 시야에 들어오는 건 안쪽으로 무너져 내리는 소용돌이뿐이었다. 소용돌이 속에는 그를 집어삼키기라도 할 것처럼 뇌반이 끊임없이 번쩍거렸다.

왔군.

이장수는 서서히 위로 백 장을 날아가 영보 철필을 손에 쥐었다. 온몸 위아래에 선력이 세차게 용솟음치고 환영처럼 손을 빠르게 움직여 손목과 가슴 앞에 검은 종이 부적 몇 장을 붙였다.

첫 번째 천겁은 강도가 어떠한지 혼자 힘으로 버텨볼 생각이다. 그래야 어떤 방안을 쓸지 선택하기도 좋으니 말이다.

오십시오!

치이익—

보탑 안 소용돌이 속에서 뇌반 서른여섯 개가 갑자기 홱 꺼졌다. 그러나 번개 기둥이라던가 뇌우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천지 사이에 적막이 흐르고 이장수도 숨을 죽이고 온 정신을 기울였다.

뇌반이 어째서 갑자기 사라진 거지?

하늘 위에서 겁운은 마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한데 모으는 것 같았으나 정작 육안으로 보이지 않고 선식으로도 살펴볼 수가 없었다.

소용돌이 정중앙에 느닷없이 검은색의 얄따란 번개가 나타났다. 엄지 굵기에 불과한 번개는 겹겹의 건곤을 뛰어넘어 천천히 이장수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콰앙!

이장수의 머리 위, 가슴, 아랫배에 삼화가 나타났다. 삼화가 떨리자 몸을 격렬하게 떨고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입을 벌려 피거품을 내뿜고 온몸의 기식도 불안정해졌다!

경상을 입었다!

이건 무슨 천겁일까?

이장수는 당황스러움을 안은 채 최고강도의 도겁 방안을 꺼냈다. 손을 들어 입가의 선혈을 닦아내고 공중에서 가물거리기 시작한 49개의 뇌반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입을 벌려 영단을 삼키고 온 마음으로 느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황량한 산이 보였다. 놀랍게도 산은 절반이 까닭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 천겁은 정말로 만만치 않군!

천천히 숨을 들이켜고 손을 들어 ‘도(道)’라는 글씨를 썼다. 몸 곳곳에서 광채가 가물거리고 부적이 한 장씩 가동되었다.

망정 상인의 천겁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나도 어느 정도 준······ 비······를······ 응?

다시 고개를 숙여 발아래를 쳐다보았다. 언제부터인지 절반이 사라졌었던 황량한 산에 화염 연꽃이 솟구쳐 오르더니 주황색의 불꽃을 끊임없이 튀겨대며 이장수를 향해 감싸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천화(天火)?

두 번째 천겁이 시작된 것인가?!

소용돌이 속에서 처량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49개의 뇌반이 번쩍, 하고는 다시금 사라졌다!

칠흑같이 깜깜한 벼락이 또 한 번 떨어졌다!

이번에는 갓난아기 팔뚝 굵기였다. 아장아장 걸어와 겹겹의 건곤을 꿰뚫고 이장수의 머리를 내리쳤다!

“······.”

일전에 이런 가능성을 고려해두어서 다행이었다.

“시작하십시오!”

낮게 소리치자 이장수의 가슴 앞에 떠오른 ‘도’자가 하늘로 치솟아 뇌겁 아래에서 저지했다.

이장수는 손에 들고 있던 철필을 미친 듯이 움직여가며 연달아 ‘기(起)’ ‘천(天)’ ‘지(地)’ ‘법(法)’ ‘원(源)’ ‘자(自)’ ‘연(然)’ 일곱 자를 썼다!

일곱 글자는 판관필의 붓끝에서 응결되어 공중으로 날아갔고, 아까 쓴 ‘도’와 서로 비추며 여덟 개의 병풍이 되어 시꺼먼 벼락을 가로막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장수의 주위로 선력이 솟구치고, 가슴의 ‘취선부(聚仙符)’가 불꽃을 일으켰으며 발아래에는 선력으로 응결된 꽃잎 12개가 나타났다. 꽃잎은 오므리면서 그의 몸을 겹겹이 감쌌다.

일련의 준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되었다!

위에서 벼락이 내려치자 여덟 개의 글자는 빛을 번쩍하고 극히 짧은 순간만 머물렀다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부서졌다!

아래에선 화염 연꽃이 휘몰아쳐 와서는 불꽃들을 묻히며 이장수의 온몸을 감쌌다.

벼락이 내리칠 때, 이장수가 왼 주먹으로 때리자 주먹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에 새긴 피 문양이 빛을 반짝이면서 벼락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번째 시꺼먼 벼락은 빛을 가물거리더니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왼 주먹은 피범벅이 되었고, 입을 벌려 또 한 번 선혈을 내뿜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식이 떨리는 게 다였다. 미리 준비한 탓에 조금 전에 겪었던 부상이 더 가중되지 않았고 원신도 저절로 안정을 되찾았다.

벼락이 흩어지긴 했으나 주위의 천화는 여전히 이장수의 선력을 연소하고, 공중에서는 청색 검영(劍影)이 연이어 내리쳤다!

이장수는 천화를 대동한 채로 공중에서 몸을 휘청이면서 판관필로 커다랗게 글자를 써 내려갔다!

긴 머리카락이 나부끼니 뜻밖에 화신(火神)이 강림하기라도 한 양 고상한 느낌도 있었다.

두 번째 천겁의 공세는 향이 3분의 1 정도 타는 시간 동안 이어졌다.

망정 상인의 천겁과 대조한다면, 상인의 여섯 번째 천겁의 위력과 맞먹었다.

두 번째 천겁을 막아낸 후, 자신이 생긴 이장수는 세 번째 천겁의 위력에 대해 충분한 추산을 해내고 새로운 비장의 패도 꺼냈다.

천화가 흩어지자 이장수는 입을 벌려 또 단약 한 알을 삼켰다. 오른손에 판관필을 쥐고 왼손에 조각칼을 쥔 그는 천겁의 공백을 틈타 뜬금없게도 백자신농경(百字神農經)을 썼다.

과거에 신농씨는 이삭을 얻어 오곡을 심고 백 가지 풀을 맛보며 의경(醫經. 중국의 의학 경전)을 집필하여 무수한 인간을 구하였다. 바로 인간족 성현이자 삼황(三皇)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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