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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298)화 (298/593)

토굴 안, 다보 도인은 연등의 말을 듣고 눈을 끔뻑였다가 이내 무음으로 크게 웃으며 이장수의 등을 가볍게 때렸다.

“하하하. 참으로 대단하구나! 자, 이제 무어라 말할 것 같으냐?”

다보 도인에게 등을 맞고 나니 종이 도인의 선력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은데.

“무어라 말씀하실지 추단하기가 어렵습니다만,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정을 내세우거나 위협과 회유를 하겠지요. 큰 확률로 정을 내세울 것 같습니다. 삼교의 관계를 말하고 삼교는 한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할 겁니다.”

이장수의 전음을 듣고 다보 도인은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취했다.

산골 위에서 연등은 곳곳을 눈으로 훑고, 유리 등잔으로 사방을 살폈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조금 오래 쉬었다가 다소 어수선한 산골을 보며 다시금 낚는 말을 꺼냈다.

이번에 입을 열자 연등의 목소리는 천둥이 내려치는 것처럼 묵직하게 울렸다. 소 요괴들을 정신이 아찔해졌고 금선경보다 낮은 이들은 아예 연등이 무어라 말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했다.

이장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연등 도인의 수법은 그가 생각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보 사질, 지난날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해해주길 바라네. 하나 그 보물이 나와 큰 기연이 있어서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천기가 보여주었어. 삼교는 본디 한 몸이고 도문의 기운은 왕성하네. 분에 넘치지만 나는 천교 부교주로 사질과도 교분이 깊은데, 이리 난처하게 할 것까지 있는가?”

토굴 안에서 다보 도인이 고개를 돌려 이장수를 쳐다보았다. 웃어 보였으나 이내 또 궁금증이 일었다.

“장경아, 혹시 마음을 추산하는 신통력이 있느냐? 또 맞혔구나!”

“사실 제겐 조금 익숙할 수작일 뿐입니다.”

“수작?”

“예. 관용적으로 쓰이는 수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교주가 쓸 수 있는 수작도 몇 가지고요. 현재 부교주는 저희가 떠났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희의 종적을 발견했다면,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내도록 압박한 다음에 겁을 주었겠지요.”

이장수는 씩 웃고는 전음으로 한바탕 설명했다.

다보 도인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전에 연등과 마주했던 열몇 차례의 상황을 돌이켜보았다. 절교 대사형은 복스러운 얼굴에 살짝 분노를 띤 채로 전음으로 성을 냈다.

“내가 부교주의 수작에 당했었구나! 어쩐지 매번 은근히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니! 참으로 심사가 깊은 양반이었어! 그 정도로 수작을 부려놓고 뻔뻔하게 나를 사질이라고 부르다니!”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장수도 괜스레 머쓱해졌다.

다보 도인은 곧장 무엇을 떠올린 것인지 헤헤 웃으며 눈웃음을 쳤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너처럼 인품이 훌륭한 후배는······ 대단히 총명해서 연등 도인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 어서 말해보아라. 연등이 무어라 말할까?”

이장수는 빙그레 웃으며 계속 생각에 잠겼다. 수작에 능통한 자는 수작을 푸는 것에도 능한 법. 그는 그저 자신을 연등의 각도에 대입한 것뿐이었다. 현재 쓸 수 있는 몇 가지 수작을 마음속에 나열하고 그 수작을 사용할 가능성을 분석했다.

연등은 또 떠보는 말을 해대자 이장수도 연등이 어떻게 행동할지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수작이라는 것도 다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는 연등이 아니니 계략을 꾸미는 사고방식에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 아닌가.

그러나 다보 도인은 벌써 뒤로 자지러질 듯이 웃어댔다.

“아이고 속 시원해라! 부교주를 마대에 넣고 찜질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원하구나!”

이장수는 그 말에 웃었다가 이내 미간을 찡그리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선배님, 이렇게 숨어있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어쨌거나 선배님의 발우를 알고 있고, 이 보물에도 상당히 관심이 있는 터라 절교의 땅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다보가 옆에서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네가 꾀가 많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서 보내버려라!”

“······.”

나를 무슨 홍황의 지다성(智多星. 제갈량을 능가하는 전략가로 통하는 양산박의 책사 오용의 별명)도 아니고. 삼교의 책사로 여기는 건가? 아무 계책이나 내서 연등을 보내버리라니······.

연등 도인과 붙어본 적이 있는 이장수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심히 잘 알고 있었다.

‘복희의 점괘’ ‘다보와 우연한 만남’ 등의 조건이 맞물린 상황에서 이장수가 먼저 낙보동전을 가져갔으니 현재 연등이 진심으로 찾으려는 건 사실 이장수였다. 이 사실을 다보 도인도 잘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와 이장수가 우요족 산골에서 얻은 것은 ‘위력이 불분명한’ 동전 두 개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의리를 중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연등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다보 도인은 자신의 법보 ‘자금 발우’가 연등에게 까발려진 김에 이장수를 대신해 인과를 감당해냈다.

이로 인해 이장수는 무시하고 가버릴 수가 없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절교에 인과를 빚졌으니 이 일로 절교에게 손해를 입힐 수도 없고, 연등에게 더 큰 원한을 살 수도 있기에 연등 앞에 정체를 드러내기도 싫었다.

가장 좋은 건 절교의 힘을 빌려 연등을 저지해야 한다. 아니면 안전을 위해 도솔궁에 한 번 더 가서 대법사께 낙보동전을 보관해달라고 맡기던가······.

마음속으로 주판을 좀 굴리니 금세 대책이 생겼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부교주가 찾으려는 보물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절교 도장에 갈 생각인지도 확인하고요. 본인이 찾아야 하는 보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면 마음대로 떠들게 두는 겁니다. 선배님, 담대하게도 보잘것없는 수작을 바칩니다.”

이장수의 전음을 듣고 다보는 소매를 탁 털었다.

“헤헤, 어서 말해보아라!”

이장수는 전음으로 어떻게 죽어도 시인하지 않으면서 되레 궁지에 몰아넣을 방법을 말하고, 사실과 증거를 토대로 풀어나갔다.

이러쿵저러쿵, 이렇게 저렇게 합니다.

다보 도인은 듣는 내내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짙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에는 온통 ‘훌륭해’로 가득했다.

또 시간이 흐르고, 이장수는 살짝 안도하면서 정신을 바로잡았다. 다름이 아니라 금선경 소 요괴 셋이 연등 도인의 앞에 날아와 보물 창고를 철저히 점검한 결과를 보고한 것이다.

산골짜기에서 유실된 물건은 하나도 없고, 보물 창고에도 빠진 보물이 없었다. 다만 보물이 놓인 방향이 조금 차이가 있었을 뿐.

연등은 살짝 인상을 쓰고는 코웃음을 쳤다. 기운을 살짝 움직이자 금선경 소 요괴 셋은 선혈을 토해내고 공중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다보······.

연등은 두 눈을 슬며시 가늘게 뜨고 잠깐 생각에 잠긴 빛을 드러냈다.

금세 연등은······ 이장수가 예측한 길을 계속 걸어 나갔다.

“사질이 정 나타나길 원치 않는다면, 다른 절교 성인 제자를 찾아가 오늘의 일을 잘~ 이야기함세!”

연등은 엄포를 놓고는 구름을 몰아 동남쪽으로 질주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다.

토굴 안. 다보 도인은 이장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장수를 끌고 동굴을 파서 벗어난 뒤 연등의 뒤를 암암리에 쫓아갔다.

다보 도인의 굴 파는 신통력을 논하자면 상당히 비범했다. 둔술이 아니고 건곤술도 아닌 ‘굴 파고 뚫기’의 극치를 발휘했다.

토굴은 천지에 존재하지 않으나 천지에 종속되었다. 대법사가 태극도로 오행 밖을 거닐다가 다시 오행 사이로 뛰어드는 것과 똑같이 미묘한 효과를 냈다.

프로 굴 파기 대가가 아닐까.

연등, 다보, 이장수의 금선경 종이 도인이 떠난 후 우요족 산골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집 안. 손바닥 하나가 천천히 뻗어 나와 손가락을 굽혔다가 살짝 튕겨서 남섬부주 속세에 있는 평범한 동전 두 개를 동자의 포대로 던졌다.

이후 손바닥은 화광에 둘러싸여 잿더미로 변해 대지로 녹아들었고 일말의 기식도 남기지 않았다.

······

“어디로 가는 거지?”

우요족 산골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 심해 해저. 굴을 뚫어서 이동하던 다보가 손에 들고 있던 구리거울을 주시하면서 약간 의아해했다.

“방향을 보니 금오도로 가는 듯합니다.”

“그런 모양이군.”

다보는 이맛살을 구겼다.

“금오도에서 오늘 동문들이 연회를 열고 객을 초대하여 정식으로 도려를 맺기로 했지. 음, 나더러 증인을 서달라고 했었는데. 나오는 길에 보물이 세상에 나오는 냄새를 맡고는 잊어버렸지 뭔가.”

“······.”

“좋은 일을 망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선물을 좀 많이 줘야겠어.”

이장수는 감동이 물씬 솟구쳤다.

다름이 아니라 절교 연기사는 도려를 맺을 때 절교 대사형을 초청하여 혼인의 증인을 서달라고 한다니. 선물도 빠지지 않겠지?!

동굴을 지나 해저에서 연등을 바짝 좋아가니 금오도가 멀리서 보였다.

연등은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유리 등잔을 훔치고, 가장 아끼는 술을 빼앗아가기라도 한 양.

금오도에 도착하기 전, 연등은 위압을 거두고 섬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인 문하 제자가 있느냐? 있다면 어서 나오너라!”

금오도에 있던 절교 선인들은 목소리에 놀랐다. 한창 떠들썩했던 대전 내 사람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인영이 날아 나왔고, 그 자리에서 쳐다보는 인영들도 있었다.

“천교의 연등 부교주가 아닌가?”

“어떻게 온 거지? 연등 부교주가 온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초대를 받아야 말이지. 여기 온 것 자체가 어쩐지 이상한데?!”

토굴 안, 이장수는 다보 도인과 눈빛을 교환했다.

“또 네 추산이 맞았구나. 예서 잠깐 기다려라. 내 섬으로 가서 저자를 건드려야겠다!”

“초장에 승리하십시오!”

“와하하하!”

다보 도인은 패기 넘치게 웃어대고는 뒤돌아 마음을 움직였다. 눈앞에 깊은 토굴이 나타났다.

마음대로 동굴을 파고 동굴을 따라 움직인다!

이러한 신통력은 다른 사람이 수행하려고 해도 수행하지 못하는, 순전히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잠깐 사이에 다보는 금오도에서 동남쪽으로 천 리 밖에 이르렀다. 도포를 갈아입고 머리를 가지런하게 정돈하고 불자를 든 다음 신통력을 펼쳐 고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할 참이었다. 바로 이때, 선식이 금오도에 등장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두 기운을 포착했다.

그리고 이장수의 전음이 토굴을 따라 다보의 귓속에 전해졌다.

“잠깐만요! 선배님, 섬 위쪽을 보십시오!”

이장수가 따로 일깨울 필요도 없이 다보 도인은 이미 섬의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금오도에 갑자기 운무가 솟구치고 공중으로 날아간 수백 명의 절교 선인들의 발아래에 순백의 구름 송이가 생겨나 그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했다.

운무가 서서히 흩어지고 한 여인이 대전에서 날아 나왔다. 이에 절교 선인들은 양쪽으로 물러나 끝없이 예를 행했다.

연등은 노티 나는 얼굴에 자비로운 기색을 드러내며 눈을 고정하고 날아온 이를 살폈다가 미간을 한껏 구겼다.

더없이 아름다운 얼굴은 더 설명할 것도 없었고 가녀린 몸매는 절묘함의 극치였다.

굳이 설명해야 한다면, 폭포처럼 흐르는 새까만 머리카락, 탐스러운 귀밑머리, 새하얀 치마와 부드러운 신발까지 그녀를 위해 지었다고 할 정도로 딱 어울렸다. 그야말로 우아함이 몸에 뱄다고 할 수 있었다.

이장수는 절로 중얼거렸다.

“선자가 어찌 여기에?”

다보 도인도 천 리 너머에서 이맛살을 구겼다.

“한참 외출하지 않던 운소와 경소가 어찌 여기에 온 거지?”

다보 도인은 이내 전음으로 물었다.

“장경아, 지금 등장하면 되겠느냐?”

“선배님, 일단 운소 선배님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결정적인 순간에 선배님이 다시 등장한다면 효과는 더욱 좋을 겁니다.”

다보 도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운소의 뒷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가 이내 이장수에게 전음으로 투덜거렸다.

“공명 사제는 어찌 여기에 없는 거지. 운소 사매가 이따가 나무라면 나도 감당할 수가 없단 말이다······.”

이장수는 삼선도에서 울리던 ‘꿇어’의 위력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한참을 빙긋 웃었다.

한편, 절교 선인들의 앞에 도착한 운소 선자는 연등과 사백 장 정도 거리를 두고 사뿐히 읍하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지도 여리지도 않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으며 묘하면서 부드러웠다.

“연등 부교주께선 갑자기 어쩐 일로 찾아오셨는지 모르겠군요.”

“네 대사형이 대단한 일을 했거든!”

“대사형이요?”

운소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다보 사형께선 선배님께 어떤 무례를 범하셨을까요?”

“허! 보물을 찾는 신통력을 믿고 나와 기연이 있는 중보를 빼앗아갔다! 내가 조금만 더 늦게 갔더라면 다보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습니까?”

운소는 연등의 말을 듣고 살짝 인상을 썼다.

다른 절교 8대 제자였다면 워낙 당당하게 말하는 연등을 보고서 진정 다보 대사형이 연등의 기연을 빼앗아가는 바람에 부교주가 노발대발하는 것이라 여겼으리라. 그러나 운소는 잠깐 생각해보더니 담담하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저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인지 모릅니다만 말은 그렇게 하시면 안 되지요. 외람되오나 연등 부교주, 다보 사형이 부교주의 손에서 그 보물을 빼앗아갔습니까?”

연등은 인상을 썼고, 운소는 대놓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가며 추산하기 시작했다.

“내 손을 거치지 않았으나 확실히 나와 인연이 있는 보물이다!”

“그렇다면 부교주는 그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아셨으나 가져가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그래! 그 보물이 진작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으나 세상에 나올 시기가 되지 않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일찍이 어디에 있는지 아셨다면, 어째서 그곳에 가서 기다리지 않으셨습니까? 다보 사형이 가서 가져가길 기다렸다가 인제 와서 죄를 물으시는지요?”

운소는 차분하고 느긋하게 물었고, 연등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연등 부교주, 지금은 태고가 아니라 괜찮은 보물을 보았으면 나와 인연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손을 써서 강탈할 수 있습니다. 인연법으로 논하자면, 그 보물이 이미 다보 사형의 손에 떨어졌으니 그건 사형과 인연이 더욱 깊은 것이지요. 이리 우기시는 겁니까?”

연등은 반격하려고 했으나 토굴에 있던 이장수가 다보 도인에게 전음으로 일렀다.

“선배님, 나서십시오. 운소 선배는 참 대단합니다. 이제 선배님께서 못 박으시면 됩니다!”

“하하하!”

다보 도인은 크게 웃더니 구름 위에서 나타났다가 삽시간에 금오도 상공 운소의 앞으로 내려왔다.

“운소 사매, 고맙네. 내 옆에서 다 들었어. 연등 부교주, 한 가지 더 묻겠소. 대답할 수 있다면 보물에 대해 다시 논합시다!”

연등은 눈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으나 이내 태연하게 물었다.

“무슨 질문인가?”

다보는 헤헤 웃었다.

“연등 부교주가 말한 보물은 어떤 물건입니까?”

“나와 인연이 있는 물건이지!”

“푸흡!”

운소의 뒤에서 코웃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경소가 앞으로 나섰다.

“연등 부교주,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면서 어찌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겁니까? 우연히 지나치다가 다보 사형이 보물을 찾고 있는 걸 보고 욕심이 생긴 거 아닌가요? 어머나. ‘건드리면 쓰러지는’ 오라버니의 묘법은 연등 부교주의 뻔뻔함에 비하면 한참 멀었군요.”

연등 도인의 안색이 순식간에 잿빛이 되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일이 뜻대로 안 된다는 건 깨달았으나 화를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오늘 일은 기억해두겠네. 교주께 아뢰고 다시 찾아와 따지겠어!”

연등 도인은 한 마디를 남기고 구름을 타고 뒤돌아 가버렸다.

연등 도인의 뒷모습을 보며 다보 도인은 활짝 웃었다. 뒷짐을 지고 선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후련해졌다.

연등이 멀어지고, 운무가 금오도를 감싸면서 금오도를 잠깐 차단했다.

“대사형?”

운소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다보는 엉겁결에 부르르 떨었다. 웃는 낯은 점차 쓰게 변했고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운소가 무어라 말하려고 했으나 다보 도인이 아주 날쌔게 소매를 털고 왼손을 움직였다. 토굴 안에 있던 이장수의 눈앞에 빛이 아른거렸다. 건곤이 빙빙 도는 사이 이장수는 다보 도인의 곁에 나타나 그에게 팔을 끌렸다.

“운소 사매, 어서 보게! 내가 이번에는, 헤, 정말로 보물을 주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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