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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331)화 (331/593)

도선문 밖에서 3천 리 떨어진 황량하고 인적이 없는 ‘휴면’ 영맥에 별안간 금빛이 번쩍하면서 두꺼운 암벽을 비추었다. 금빛이 거두어지고 그 속에 숨어있던 인영도 조용히 사라졌다.

지난번 경험으로 이장수는 소경봉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천도가 때리는 공덕을 맞고자 기다리고 있었다.

간혹 한 번쯤은 공허 장문이 감춰줄 수 있었다만, 두 번, 세 번이 넘어간다면······ 문파 선인들도 바보가 아니지 않은가!

음, 최소한 대부분 똑똑한 편이었다. 상상력과 연상 능력이 좀 떨어질 뿐.

그나저나 이번 공덕은 실로 푸짐하군!

지금까지 모은 공덕을 다 세지 않고 단순히 조금 전에 얻은 공덕만으로도 이장수가 예상한 공덕 금신을······ 족히 팔 한쪽은 완성할 수 있으리라!

이 순간 원신은 순수한 공덕의 힘에 빠져서 신나게 왔다 갔다 헤엄쳤다. 옆에 해신 삼지창, 흐음, 해신 신권 보기 또한 공덕의 힘에 감싸져서 더더욱 순수해진 듯했다.

만족, 기쁨, 감동!

12년 동안 ‘고생을 참고 견디며’ 지도를 그린 덕에······ 제대로 벌었구나!

그렇지만 이러한 공덕을 낚을 기회는 아주 미미했다.

우선 남섬부주는 특수한 편이었다.

천지 주역인 인간족인지라 기운의 8, 9할이 남주 속세에 모여 있었다. 수로를 조사하고 천정 관할로 거두어들인 것도 소소하게 천정 신권을 보강했으니 다른 방식으로 천도의 사소한 부분을 채운 셈이었다.

두 가지 사항을 종합해야 이장수가 방금 얻은 것처럼 푸짐한 공덕이 생겨난다.

비슷한 공덕을 다시 얻으려면, 남섬부주의 산악을 샅샅이 조사하면 된다. 다만, 물은 백성을 이롭게 하니 범인들에게 더없이 중요했다.

백성들은 물에 의지해 살아가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산은 조금 부족한 터라 낚을 수 있는 공덕도 적으리라.

그렇지만 모기 다리가 아무리 가늘어도 살은 살이 아니던가. 이장수는 용족의 일이 마무리되면 종이 도인을 보내 천천히 도모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두 번째 큰 공덕이 있다!

이장수는 도선문을 반 바퀴 돌아 어느 하류 속에 잠복한 채 잠자코 기다렸다. 그러면서 선식은 잠시도 쉬지 않고 주위 만 리 이내 각 구역을 살펴보았다.

산문에서 령아는 여전히 ‘다시 잠을 보충’하는 것처럼 입정에 든 상태였다. 령아의 손가에 둔 쪽지를 바꾸어 깨어나면 선도를 먹고 경지를 계속 공고히 다진 후 저녁에 친절한 사문 남매의 교류를 진행하자고 적었다.

본체가 자리를 옮길 때, 종이 도인도 한가하게 쉬지 않았다.

오늘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고자 천정에서 일 처리하는 ‘해신’ 종이 도인 외에 다른 종이 도인의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선도 연회에 대응하는데 전력을 다 쏟자!

······

조금 전 선도 연회장에서는 이장수가 공덕을 내려주심에 감사 인사를 하고 천제 참마검을 반환했다.

능소보전에서 금빛을 번쩍하며 엄청난 공덕이 이장수의 본체로 향할 때, 한 줄기 금빛도 이장수 옆에 있는 용길을 비추어 용길의 몸에 금가루를 뿌려주었다.

옥황상제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여식을 쳐다보자 용길은 즉시 고개를 떨구고 감히 아바마마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번 여정에 용길 전하께서도 힘을 쓰셨습니다. 소신이 수로를 조사할 때 협조한 공이 있고, 참마검을 들고 요괴를 제거한 노고도 있지요. 폐하, 마땅히 상을 내리셔야 하옵니다.”

“하하하!”

옥황상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불안해하는 용길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스레 말했다.

“옷을 갈아입고 네 모친과 함께 앉거라. 오늘 천정에 귀한 손님이 왔으니 실태를 보이지 말고.”

용길은 가녀린 몸을 잘게 떨었다가 고개를 들어 옥황상제를 쳐다보았고, 이내 황급히 다시 고개를 아래로 드리운 채로 대답했다.

“소녀, 명 받들겠습니다.”

이장수는 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12년 전에 그는 한 가지 단서를 발견했다. 옥황상제는 용길을 총애하면서도 외부에 용길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터라 천정에서 천제의 여식을 아는 이는 매우 드물었다. 용길의 마음에서 이 또한 조그마한 응어리가 되었으리라.

이장수는 내친김에 용길을 돕기로 했다. 그에겐 소소한 일이나 옥황상제의 얼굴에 빛이 감돌았고 겸사겸사 봉신 계략에 복선을 깔았으니······ 일석 다조가 아니겠는가.

“해신.”

용길이 조용히 불렀다. 목소리는 약간 벅차올라 있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이장수는 그녀를 쳐다보고 웃으며 공수했고 이내 뒤돌아 앞으로 향했다.

옥황상제는 이장수의 팔을 끌고 연회가 열리는 곳으로 들어가 비어있는 좌석 앞으로 보냈다.

“장경, 고생했으니 어서 앉거라. 오늘 선도 연회는 경의 공을 치하하는 자리로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옥황상제가 보좌로 돌아가고 이장수는 조공명을 향해 읍했다.

“공명 선배님, 저보다 한발 먼저 오셨군요.”

조공명은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는 천정 전체가 서방교와 용족에게 보일 연극을 하는 중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하하하. 해신 아우, 그리 예의 차릴 것 없다. 편히 지내기로 하지 않았는가. 아우는 운소와도 막역한 사이니 말일세?”

이장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도사를 비롯해 그 옆에 앉아있는 나머지 다섯 명의 도사를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절로 이맛살을 구겼다.

“어찌 낯선 얼굴이 있는 것 같은데? 목공 대인, 폐하께서 이번에 어느 고수들을 초청하셨습니까?”

“이번 선도 연회에 폐하께선 용족 영웅호걸과 조공명 선배를 환대하시고자 다른 귀빈은 초청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소?”

이장수는 인상을 쓴 채 여섯 도사를 쳐다보았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그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이 여섯 분은 초대도 받지 않았는데 제 발로 왔단 말이로군요?”

그 말에 한 도사가 코웃음을 치며 냉랭하게 말했다.

“해신, 설마 우리 서방교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오?”

“호오, 서방이라······. 그렇다면 환영하지 않지요.”

여섯 도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대놓고 손절하는 행동이 약간 당황스러웠다.

홍황의 ‘계략’ 관례에 따르면, 일단 웃으면서 서로 환영한 다음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말속에 뼈를 담은 장기를 보인 후 마지막에 경쟁을 벌였다가 도저히 안 되면 손절하지 않던가?

“해신, 그게 무슨 의미요?”

이장수는 허리를 바로 세우고 도사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지난번에 폐하를 따라 서해를 유력하며 서해의 현황을 시찰했다가 서방교에서 키운 날개가 여섯인 매미에게 기습을 당했소. 내 목숨을 빼앗으려 해놓고 뻔뻔하게 천정 연회에 참석하다니. 허허, 천지 간의 좋은 일을 서방교가 다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오?”

낡은 옷을 입은 도사가 또 나섰다. 그는 눈을 살벌하게 뜨고 이장수를 노려보았다.

“도우, 중상모략하지 마시오. 그 매미가 우리 서방교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이요?”

“또 그런 수를 부리는구려! 입만 열면 거짓말인 것도 모자라 체면을 지키고자 음흉한 계략까지 쓰는군! 정말로 가지가지 합니다, 가지가지 해요!”

도사는 곧장 앉은뱅이책상을 넘어와 이장수에게 힐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장수의 뒤에서 조 대인이 담담하게 반보 앞으로 나와 느긋하게 말했다.

“요지 땅은 어쩐지 약간 미끄러운 것 같군.”

여섯 도사는 일제히 눈을 부릅떴다가 이내 얌전히 서서 각자의 기식을 거두었다.

오늘은 말싸움만 하고, 몸을 쓰는 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군.

제일 먼저 나섰던 도사가 말했다.

“날개가 여섯인 매미는 홍몽 흉수인데, 우리 서방교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이오? 홍황에 떠도는 소문으로 그 매미는 건곤 술법에 능하고, 장생하지 않은 자가 그의 살을 먹으면 장생할 수 있다지. 그런 기이한 매미를 우리가 잡았다면 살게 내버려 뒀겠소?”

도사는 말을 마치고는 이장수에게 살짝 조소를 흘렸다.

명백히 조롱이었다.

그가 조금 전에 했던 말은 사실 이장수가 용족에 퍼뜨린 소문이었으니 말이다.

너의 방패를 빌려 너의 창을 막는다.

그런데······ 이장수는 두 눈으로 빛을 발하며 호통쳤다.

“어디 다시 한번 더 말해보겠소?”

“날개가 여섯인 매미는 홍몽 흉수인데, 우리 서방교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이오?”

“차암~ 서방교와 무관하구려!”

이장수는 뒤로 물러나 조공명의 뒤에 숨어서는 크게 외쳤다.

“폐하! 이 여섯 개의 위조품을 체포하라 하명해주십시오!”

보좌 위에서 옥황상제가 그 말을 듣고 이맛살을 한껏 구겼다.

선도 연회장 곳곳에서 천정 무장, 용족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서방교 도사들과 비교적 가까이에 있던 천정 문신들은 걸음아 나 살리라 하고 멀리 뛰어갔다.

동목공은 이를 보고 즉시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죽음을 불사하고 정의롭고 늠름하게 옥황상제와 왕모의 앞을 가로막고 고함쳤다.

“폐하와 낭랑을 호위하라!”

동목공은 천정 제2의 실권 인물로 천정 군대 대원수라는 직능도 겸하고 있었다. 그의 외침에 요지 근처에 있던 수만 명의 천병이 한 몸처럼 움직였고, 백 명의 천장이 벌떼처럼 달려왔다.

조공명은 수염을 들썩였다. 웃음을 참느라 매우 힘든 상태였다.

멀리 도솔궁 후원에 있는 인교의 모 무명 고수는 눈앞의 운경(雲鏡)을 보면서 웃느라 거의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서방교 성인 제자들은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그중 한 사람이 벌컥 성을 냈다.

“해신이 예지롭다고 이름 나서 옥황상제의 신임을 얻었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만, 함부로 생트집을 잡고 중상모략하는 소인배일 줄은 몰랐군!”

옥황상제가 이 순간 입을 열었다.

“장경, 어찌하여 저들이 서방교 성인 제자가 아니라고 단정하느냐?”

이장수는 속으로 은근히 칭찬했다.

나이스 어시스트!

지금 이 부분은 이장수가 상소문에 따로 기록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이장수는 전에 상소문의 형식으로 오늘 선도 연회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소소하게 몇 번 건의했었다. 그와 옥황상제는 서방교에서 도사들이 몇 명 오리라는 건 알았으나 구체적으로 언제 따지고 들 건지는 모르는 터라 대략적인 대응책만 정해두었고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상의하지는 못했었다.

현재 여섯 명의 도사는 이미 이장수의 흐름을 따라가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옥황상제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시스트를 해주고는 상황 밖에 서서 싸움을 말리는 척하면서 편을 들어줄 준비까지 마쳤으니······ 정말로 대단했다.

이장수는 옥황상제에게 먼저 예를 행한 후 입을 열어 설명했다.

“폐하, 지난번 매미가 기습 공격했을 때, 다행히 폐하께서 그 매미를 격퇴하셨지만 소신은 분하고 화도 났습니다. 스스로 무능하고 아무짝에 쓸모도 없다고 여겼고요! 고로 암암리에 계략을 세우고 일단 그 매미를 서해 용궁에서 유인해냈지요!”

여기까지 말하고 이장수는 서해 용왕 뒤에 있는 용들을 보았다.

눈빛이 칼처럼 날카로워서 용들은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다른 삼해 용궁의 용들은 이 순간 상황 파악을 하고는 인상을 쓴 채 서해에서 온 용들을 쳐다보았다. 눈에는 경계심이 어느 정도 깃들어 있었다.

네 용왕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석상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 매미의 건곤 신통력은 일품이라고 할만하니 달아나는 것도 대단했지요. 소신이 전력을 다해 공격하고 그 매미를 미리 배치한 대진으로 유인한 다음 신통력 술법으로 순식간에 살해하도록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매미는 허물을 벗는 신통력이 있었고, 소신의 계략으로는 그저 유충이 되도록 공격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더 공격하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옥황상제가 저도 모르게 묻자 곳곳의 시선도 이장수에게 모여들었다. 이장수는 감개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길게 탄식했다.

“돌연 천지가 온통 놀빛으로 채워지더니 구름 위에 한 인영이 나타났습니다. 온 하늘이 상운이었고, 곳곳이 상서로웠지요. 뜻밖에도 대자대비한 서방교 성인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 매미는 서방교 성인의 금신을 공격하여 서방의 인과가 있다면서 데리고 가서 잘 살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장수는 말투를 바꾸어 여섯 도사를 비난했다.

“그런데 오늘 이 여섯 도사는 매미가 서방교와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이 일을 몰랐다면 분명 가짜입니다! 반대로 이 일을 알았다면, 일부러 성인을 무시한 거고요! 서방교 성인은 자소궁에서 도를 들었고 천지 공덕으로 금신을 응결했습니다. 도조의 기명 제자이긴 하나 우리 도문의 세 성인과 동문인 셈이지요. 폐하, 소신은 인교 출신이라 저들이 성인 제자를 사칭하고 서방 성인의 이름을 더럽히는 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서방 성인의 체면은 성인의 체면이 아닙니까? 무릇 성인 문하라면 지키고 보호해야 마땅합니다!”

“경의 말이 옳다.”

옥황상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인상을 쓰고 의문을 담은 눈길로 여섯 명의 도사를 바라보았다.

그때, ‘푸학’하는 소리와 함께 서방교 도사 하나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선혈을 뿜었다. 나머지 다섯 도사는 얼굴이 물처럼 착 가라앉아서는 이장수를 산 채로 씹어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바로 이때, 무시무시한 위압 네 줄기가 여섯 도사 맞은편의 좌석에서 나타났다!

사해 용왕은 말도 하지 않고, 고개도 들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모습만 보였다. 그렇지만 용왕들의 뒤에 창룡 네 마리의 용머리 허상이 서방교에서 온 여섯 도사를 주시하는 듯했다.

용의 기세가 그 얼마나 난폭한가!

용왕은 조룡의 자손이 아닌가!

현재 용왕이 태도를 보이는 건 지극히 중요했다. 그들은 옆에 숨어서 찍소리를 내지 않고 천정과 서방교가 능력껏 싸우게 두는 것이 용족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 선택이다. 그렇지만 즉각 나서서 서방교에서 온 이들을 위압했다!

이로써 용족의 눈에 이장수라는 해신이 천정에 엄청난 ‘무게’를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해신.”

낡은 옷을 입은 도사가 미소를 쥐어짰다.

“그 일에 대해 2교주께서 우리에겐 말씀하지 않으셨소. 부디······.”

“나는 조금 전에 어느 성인인지 언급하지 않았는데, 도우는 어째서 서방교 2교주 성인이 매미를 데려갔다는 걸 알았지? 설마 천정 옥황상제 폐하 앞에서 또 중상모략을 하려는 것인가?”

서방교 도사들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해 미친 듯이 눈빛만 주고받았다.

그리고 이장수는 일부러 한걸음 뒤로 물러나 말로 압박했다.

“성인 제자도 성인의 체면을 대표하니 감히 사칭할 수 없는 신분이다. 도우들은 자신이 성인 제자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것이오?”

그래서 낡은 옷 6인방의 눈에 두려움이 더욱 깃들었다. 이장수는 이를 보고 웃으며 조 대인에게 전음하고는 또 입을 열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대도 맹세요. 맹세로 자신이 서방교 성인 제자라는 걸 증명하기만 하면 다른 토대도 말할 필요가 없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도솔궁에 가서 성인 제자를 사칭하는 자는 어찌 처벌하는지 여쭐 것이오!”

음메—

이장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옆에서 소 울음이 들려왔다.

멀리 보니 갈색 도포를 입은 도사가 불자를 들고 청우 등에 앉아있었다.

놀빛도, 특별한 광채도 없었으나 두려움을 일게 했다. 그 도사를 조금 더 바라보노라면 내가 마주하는 것은 이 천지고, 천지와 대도가 사유와 정서를 부여받아 소생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도의 경지가 무슨 소용인가? 이 몸은 위엄을 떨칠 필요도 없었다.

끝없이 맑은 기운이 그로 인해 맺어지고 천지 홍몽 후에 그가 태어났다.

가볍게 하는 말이 모두 도리고 눈에 닿는 것은 신선이로구나.

도존은 태상이라 하고, 삼계에서는 노군이라 부른다.

태상노군이 친히 오셨다!

이장수는 쿵쿵 가슴이 뛰었다.

얼른 조금 전에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보았다. 천정 신선들은 놀란 기색을 보였고, 옥황상제와 왕모도 바로 일어서서 나아가 맞이하려고 했다.

노군이 불자를 탁, 털자 청우가 두어 걸음 내디뎠고, 노군의 몸은 어느새 연회장에 이르렀다.

노군은 이장수를 쳐다보고는 왼손을 들었다.

이장수에게 준 반응 시간은 순식간이었지만, 이장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다!

즉각 빠르게 다가가 노군의 팔을 붙잡고 노군을 청우의 등에서 부축했다.

“장경.”

“하명하십시오!”

“청우를 바깥에 묶어둬라. 폐하 앞에서 실례를 보이면 안 된다.”

“예!”

이장수는 대답하고는 청우를 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나는 듯이 빠르게 걸었다.

옥황상제와 왕모가 예를 갖추고는 노군을 자리에 앉혔다. 보좌 옆에 방석을 추가했고, 위치는 옥황상제와 왕모의 보좌에서 살짝 뒤였다.

노군은 별말을 하지 않고 옥황상제에게 읍하고 방석에 가서 바르게 앉았다.

이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서방교 성인 제자들은 감히 고개를 들고 노군을 쳐다보지 못했다.

사해 용왕은 ‘노군’이라고 불렀고, 신선들은 일제히 절을 올렸다.

조공명도 앞으로 나와 예를 갖추고 감히 대사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노군이라고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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