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손을 쓸 때 이장수는 결코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이는 서방교 일행이 수많은 후수와 변명을 준비하고 서해 샘구멍의 일로 위협해서 음으로 양으로 용족이 천정으로 올라가는 일을 포기하게 압박할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여전히 똑같은 문제를 맞닥뜨렸다. 사고의 방향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완전히 입을 열지를 못했다.
연회장은 다시금 침묵에 휩싸였다. 많은 신선이 이제 어떻게 ‘장경 경’을 마주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옥황상제의 위압이 더욱더 짙어지고, 노군은 여전히 말라버린 우물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이장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고, 이내 여섯 도사도 그 꼿꼿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장수의 종이 도인은 금선경 실력인지라 많은 위압을 내뿜을 수는 없지만, 이 순간 높은 산처럼 쉽게 넘을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서방교 여섯 도인은 어떻게 치고 빠져야 하는지 더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이장수의 일격에 맞은 그들은 수중의 패가 모두 허사가 되었다. 그곳에 앉아서 나중에 어떤 계략을 펼칠지 고민하는 것 외에는 선도 연회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이장수가 서 있는 위치가 바로 서방교를 대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그들이 한 번 더 암암리에 서해 용족에게 일을 꾸미라고 종용한다면 튀어나오는 즉시 이장수에게 목이 달아나고 말 것이다.
오늘은 태상노군이 이 자리에 있고, 천정 천제 어전인지라 서방교가 몰래 수작을 부리도록 허락하지 않을 터.
돌연 절망적인 용울음이 멀리서 들려오더니 이어서 벼락이 한차례 터졌다.
신선들과 용족이 소리를 듣고 쳐다보니 아까 그 갈색 창룡이 하늘에 만들어진 운무로 돌진하는 게 보였다. 거의 천정을 관통할 기세였다!
그렇지만 천 장 높이로 날기가 무섭게 용의 몸통보다 더 굵은 벼락 쇠사슬로 인해 쫑쯔(粽子. 중국 단오절에 먹는 음식으로 대나무 잎으로 찹쌀밥을 감싸서 쪄냄)처럼 묶였다.
십여 명의 천장이 크게 외쳤다.
“참수하라!”
번개가 번쩍하고 갈색 창룡은 쇠사슬에 묶인 채로 갈려 버렸다.
이장수는 빠른 걸음으로 옥황상제 보좌 앞으로 걸어가 읍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하, 화근을 처형했습니다!”
“장경, 용족을 한마음으로 모을 수 없는 것인가?”
“소신이 아는 바에 의하면 용족에는 어질고 재능있는 자가 많습니다. 어쩌면 사해가 오래 태평하여 용왕이 위엄을 드러내는 일이 적은 터라 이렇게 좋은 때를 모르고 왕명에 불경하고 하극상을 벌이는 오만하고 무지한 용이 많아진 게 아닌가 합니다! 소신, 수신의 신위를 담보로 사해 용족 전체가 무탈하고 오늘도 진심을 다하여 천정에 귀순하여 폐하를 충성으로 섬기길 원한다는 걸 약속합니다!”
이장수의 말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사해 용왕이 읍하고 목소리를 모았다.
“사해 용족은 진심을 다하여 천정에 귀순합니다!”
그들 뒤에 있던 용족 태자와 공주, 장로, 장군도 목소리를 모아 소리쳤다.
“사해 용족은 진심을 다하여 천정에 귀순합니다!”
“좋다!”
옥황상제는 허허, 하고 웃고는 일어서서 허공에 대고 손짓했다.
“경들은 모두 일어나도록.”
이장수가 옆으로 물러나 서자 옥황상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짐이 칙지를 내리나니 사해 용왕을 사해 해신에 봉하여 사해를 관할하고 천명을 받드는 4등급 신위를 수여한다. 동해 용궁을 사해 용궁의 수반으로 하고 동해 용왕 오광은 3등급 정신 신위를 받들어 사해의 해사(海事)를 총괄한다! 사해 용왕은 용궁 안에서는 계속 용족의 규칙을 따른다.”
옥황상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통명전에서 금빛 한 줄기가 날아왔다.
금빛 속에 감싸진 칙지가 동해 용왕의 앞에 떨어져서는 이내 금색의······ 삼지창이 되었다.
동해 용왕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을 하고 두 손으로 삼지창을 쥐었다. 삼지창에 가물거리는 금빛은 다시 모든 용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죄업을 씻어낸 오을은 공덕을 얻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용족의 경우, 머리 위로 검은 용혼(龍魂)이 쏟아져나왔다. 이 검은 용혼은 다시금 금빛 속에서 사라져 흩어졌다.
죄업이 깨끗이 씻겨졌다!
용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했고, 서해에서 온 십여 마리의 용은 안색이 조금 복잡해졌다.
이제부터 용족은 천정에 귀순했고, 사해 용왕은 사해 해신이 되어 해신 신권 보기를 함께 손에 쥐었다.
그리고 바로 이때, 요지 주위에 구름이 바다를 이루어 넘실대고 금색 구름 송이가 응결되어 빠르게 선도 연회장으로 찾아와 공중에서 금빛 비를 쏟아냈다.
천도 공덕이었다!
이 금빛의 비는 대부분 용에게 떨어지고, 나머지는 천하 수군 소속 천장과 천병에게 떨어졌다.
유독 이장수만 조금의 공덕도 몸에 묻히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여기저기서 주악이 울리고 이장수는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본 옥황상제는 빙그레 웃고는 계속 말을 잇지 않고 이장수의 정신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
동승신주 어느 하천.
하천에서 고개를 내민 이장수는 하늘을 가득 채운 금빛 구름을 보며 입가를 살짝 떨었다.
엄청난 공덕이로군.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불안해진 걸까?
“하늘이시여, 공덕을 내려주시어 감사합니다.”
금빛 구름은 순간 금색 번개로 변하더니 마치 천겁의 벼락 폭포처럼 이장수에게 쏟아졌다!
“······.”
그 엄청난 위용에 이장수는 순간 흠칫했지만, 다행히 이번 번개는 살상력이 없었다.
이장수는 그제야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덕까지도 천벌의 형상이라니!’
마음속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싶었으나 이내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속으로 들어온 번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몸집을 불렸고 세차게 흐르는 공덕의 힘이 그의 몸을 꽉 채워 터뜨릴 것만 같았다.
다만 공덕은 선력이 아닌지라 정말로 터지지는 않고 이장수의 몸 곳곳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이 순간 이장수는 물을 가득 빨아들인 스펀지나 화가 난 복어 같았다.
소유한 공덕이 빠르게 몇 배나 불어나면서 다년간 모아온 향불 공덕은 구석으로 밀려났다.
원신 꼬맹이가 입을 벌려 들이마시자 공덕의 힘이 원신이 되고 원신 밖에 드러난 공덕은 금빛을 번쩍이는 갑옷이 되었다.
대충 계산해보니 공덕 금신을 절반가량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용족상천의 공덕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풍부했다!
이렇게 보니 용족이 천정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존재가 확실하군.
해신교부터 옥황상제와의 만남,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방법을 강구하고 계획을 세워왔다.
산문에서 가슴을 졸이며 수년간 고민했고, 사해 각지를 돌아다니며 종이 인형을 널리 뿌려······ 서방교와 싸우고 피모기를 항복시키고 반군을 정리하고 금선자를 멸했다.
마침내 12년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고 원만한 성공을 이뤘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채 수습하기도 전에 이장수는 헤엄치는 물고기로 변해 수둔술로 자취를 감추었다.
공덕을 다 받았으니 이제 본체는 산문으로 돌아가 숨어야 한다.
절교가 소란을 피우면서 현재 안전계수와 은닉계수가 수직으로 하강했으니 최대한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겠어.
······
천정 요지. 이장수는 공덕을 전부 거두자마자 정신을 되돌렸다.
옥황상제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경 경이 남섬부주 수로를 낱낱이 조사했고, 강, 하천, 호수, 바다를 전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수로는 바다와 서로 통하니 각지를 관리하는 신선을 동해 용왕과 장경 경이 결정하여 분봉하라. 장경은 어디 있느냐?”
이장수가 얼른 앞으로 나와 대답했다.
“예, 폐하.”
“용족의 일에 경이 세운 공로가 크긴 하나 신위를 올려주었는데, 다시 올리기는 타당치 않을 터. 다시 한번 더 공을 세운다면 그때 함께 상을 내리겠노라.”
“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읍하옵니다!”
이장수는 사은을 표한 후 용들과 함께 각자의 좌석으로 돌아갔다.
용족은 대부분 화색이 만면했고 이전에 갖고 있던 우울함과 답답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서해 용궁의 좌석 구역이 가장 조용했지만, 모두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이장수가 자리로 돌아오자 동목공이 술잔을 들고 맞이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조공명도 이장수의 팔을 끌고 전음했다.
“장수 아우, 아우와 안 지 꽤 됐는데 이렇게 우레와 같이 맹렬하고 엄격한 모습은 처음 봤군. 노룡 하나를 정말로 참수해버렸어.”
“상황이 긴박했습니다.”
이장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이내 종이 도인은 돌연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눈을 크게 뜨고 조공명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는 이맛살을 잔뜩 구긴 채 조공명의 팔을 붙들었다.
조공명은 저도 모르게 눈을 끔뻑였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장수는 눈에 불을 번쩍였다.
“형님, 조금 전에 저를 무어라 부르셨습니까?”
조공명은 잠깐 생각해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잘못되었어? 노군이 오셨지 않은가. 아우와 친근한 느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름을 불렀는데······ 실례가 되는 것이었나?”
“아, 아닙니다.”
이장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조용히 물었다.
“다만 장수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2년 전 삼선도에 갔다가 경소와 벽소가 우연히 하는 말을 들었지······.”
조공명은 어떤 상황인지 눈치채고는 똑같이 인상을 쓰고 이장수를 쳐다보았다.
“급소라도 건드린 것인가?”
“아닙니다.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순간 적응도 안 됐고요.”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은 이장수는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외부에서 그 이름으로 활동하지 않은 지 오래됐거든요. 형님, 한데 그 이름을 다른 이에게 알린 적이 있습니까?”
“없다.”
“그럼 되었습니다. 비밀을 지켜주세요. 저는 용족을 두고 서방교와 겨루는 중입니다. 현재 절반 정도 성공했지만, 훗날 또 싸울 일이 있을 겁니다. 이 이름이 노출된다면 서방교가 기회를 노릴 테지요. 저는 경지가 형님보다 못한데 무슨 저주라도 걸린다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조공명은 그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삼선도에 가서 두 동생에게도 절대 타인에게 ‘장수’라는 이름을 언급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공명이라면 이장수는 그나마 신뢰가 갔다. 그렇지만 이 순간 그는 자신의 현재 ‘안보 체계’ 등급을 필시 크게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했다.
소경봉 유랑 계획이 시급해졌고 절대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졌다.
이장수가 주판을 굴리고 있을 때, 옆에서 한 선자가 아뢰었다.
“낭랑, 선도가 익어서 지금 가져오는 중입니다.”
선도 연회가 드디어 정식으로 시작되려고 한다!
······
그 시각, 도선문 소경봉.
호숫가 초가집에 담담한 선광이 가물거리고 한 여인이 침상에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입고 있는 치마가 살짝 휘날리고 사방에서 그녀를 향해 미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경지지?’
오도에서 돌아온 령아는 원신과 육신의 수많은 변화를 자세히 느꼈다.
자기반성, 자아 성찰은 전문 연기사가 폐관 상태에서 벗어난 후 반드시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이었다.
령아의 자아 성찰: 신비로우면서 홀가분한 마음, 산속에 흐르는 시냇물과 같은 선력. 청정무위와 조금 활기를 띤 기운······.
치마를 입은 원신 꼬맹이가 사뭇 진지하게 좌선하고 있다.
선인의 육신 곳곳은 원신과 더없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 자체만으로 ‘순결무구하고 변화무쌍’한 정도에 이르렀다.
천선경!
령아의 심경에 물결이 솟구쳤다. 놀랍게도 천선경에 도달한 것이다!
이건!
딱히 놀랄 일도 아니지. 어쨌든 사형이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 이 또한 사형의 안배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에 이르자 평생 사형에게 안배된 느낌이 들어 조금 원망스러웠다.
진선의 수명은 ‘회(會)’에 불과하나 천선경의 수명은 ‘원(元)’에 이를 수 있다. 홍황에서 원회는 두 가지 개념을 지니고 있다.
천도의 법칙에서 일 원은 12만 9천 6백 년이다.
일 원은 다시 십이 회로 나뉘는데 일 회는 1만 8백 년이다.
이치대로라면 일 원회는 ‘원 X 회’의 길이여야 하나 대다수 상황에서 일 원회라고 하면 모두 ‘원’을 가리킨다.
바꿔 말해 령아가 앞으로 경지를 더 돌파할 방법이 없다고 해도 사형의 곁에서 12만 9천 6백 년을 있을 수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긴 시간이라면, 사형이 나를 성가셔하는 건 아닐까 모르겠어.’
령아가 속으로 중얼거리자 원신 꼬맹이도 걱정스러운 감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