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335)화 (335/593)

선식으로 천천히 훑으니 선문 전체의 상황이 마음속에 펼쳐졌다.

심념을 살짝 움직이자 호수 속 영어가 꼬리를 흔들 때 수면에 이는 물결이 마음속에서 물결치는 듯했다.

훤하고 선명하고 부드럽고 개운했으며······ 가벼운 깃털이 천지에 떠 있고 나비가 꽃 사이를 유유히 노니는 듯했다. 육신은 가볍다 못해 주위 영기와 함께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기다란 속눈썹을 파르르 떨고 두 눈을 번갈아 가며 떴다. 별빛 같은 영광이 눈가에 뿌려지고 투명한 안파(眼波)가 아른거렸다.

그녀는 자신이 땅에서 삼 척 떠 있다는 걸 깨닫고 천천히 내려왔다. 부드러운 치맛자락이 내려앉고 까만 머리카락이 풀어 헤쳐지며 살짝 흩날렸다.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으나 또 아무 변화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시선이 엉겁결에 손가락 끝에 닿았다. 선인의 육신은 피부가 옥으로 이루어진 양 뽀얗고 투명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꼬집었는데도 여전히 매끄러웠다.

“와아······.”

령아는 탄성을 지르며 몸 이곳저곳을 쿡쿡 찌르고 꽉 쥐어댔다. 볼도 발그레해졌다.

선식이 이웃 초가집에 있는 사형을 포착하자 한참 기쁨이 몰아쳐 왔다.

사형이 옆에서 지켜준 건가?

오, 아니지. 활동을 멈춘 종이 도인 같군.

“흥.”

령아는 볼을 부풀렸다가 이내 사형은 무언가로 바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아량을 베풀어 용서해주는 수밖에 없겠어.

바로 이때, 책상 위에 놓인 선도 세 개와 침상 옆에 올려진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손 위로 불러오려다가 곧바로 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수상해.’

령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소매에서 종이 인형 하나를 꺼내 던지고는 문 옆으로 물러나 종이 인형이 조심스럽게 쪽지를 열도록 했다.

······

한편, 정신을 둘로 나눠서 동목공과 함께 사해 용왕에게 축하주를 올리던 이장수가 령아의 행동을 묵묵히 주시했다.

겁먹은 것 좀 보소.

그간 고생 많았겠어. 앞으로는 더 엄격하게 대해주마.

어쨌거나 실력이 너무 빠르게 향상되긴 했지만······ 심성까지는 아직 부족하지 않은가.

······

금방 쪽지의 내용을 다 읽은 령아는 절로 복숭아에 눈길을 주었다.

천계 선도? 먹으면 경지가 올라가고 선기가 높아지고 피부를 뽀얗게 만들어주고 영기를 모아준다고?

흥. 안 믿어.

선도로 다가가게 종이 인형을 조종하고는 비수를 던졌다. 비수를 받아든 종이 인형이 선도를 쿡쿡 찔러보려는 찰나 어처구니없다는 이장수의 목소리가 즉시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정말로 시험하는 것이 아니니 일단 그 선도 하나를 먹고 계속 수행해. 세 시진이 지나면 찾아갈 거야. 정식으로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사형?

저, 정식이라니······.

령아는 눈을 끔뻑였다. 볼을 살짝 붉게 물들인 채 맨발을 짚어 탁자 위로 나부껴온 그녀는 선도 하나를 꺼내 한 입 작게 베어 물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무슨 일일까?

서, 설마······.

‘령아야, 이제 너도 성숙한 사매가 되었으니 오늘 밤에 사형과 함께 사문 남매 유형의 도려가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자꾸나.’

이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복숭아를 안고 있던 령아의 얼굴이 시뻘게지고 머리 위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눈에서 복숭아 씨앗이 떼굴떼굴 굴러갔다.

이 광경을 눈으로 훑은 이장수는 절로 웃음을 터뜨렸다.

예상한 대로 증기량이 확실히 많이 늘었군.

······

마음속 화면이 바뀌면서 이장수의 정신은 다시 천정 요지로 돌아왔다.

연회장에서는 가무가 한창이었다.

용족 공주들도 앞으로 나와 춤을 선보이고 천정의 천장과 용족 태자들이 법술 겨루기로 기예를 보이며 평화롭고 상서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방교의 여섯 도사만 가시방석이었다.

눈앞에 선도가 놓여 있는데도 체면을 차리느라 표정을 굳힌 채 손대지 않았다.

이장수는 이런 면을 보고 여섯 도사가 최소한 그들의 부교주보다 귀엽다고 생각했다.

노군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노군이 언제 떠났는지 그 누구도 몰랐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조공명이 이장수에게 일깨워주면서 이장수도 노군의 자리를 보게 되었고 그제야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쥐 죽은 듯 고요한 곳에서 천둥소리를 들려주듯 깜짝 놀랄 만한 일을 하고 사소한 부분에서 진가를 선보이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초연적 존재가 아닐까.

그렇지만 노군은 성인의 화신일 뿐이니 진짜 성인의 신통력은 얼마나 현묘할지 가늠조차 불가능했다.

노군이 떠나기가 무섭게 긴장이 풀어진 조공명은 다시 헐렁해지기 시작했다. 앉아있는 자세도 자유분방해졌다.

“장경, 월로를 찾아가 인사라도 하겠냐? 이따가 인연전을 방문할 때 서먹서먹하면 어쩌냐.”

“좋습니다.”

이장수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조공명과 함께 술잔을 들고 뒤에서 돌아 나와 월하노인이 앉아있는 구석으로 갔다.

월하노인은 얼른 일어섰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이장수가 이른 대로 조공명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조공명은 허허 웃으며 사람 좋아 보이는 투로 말했다.

“월로, 안녕하시오.”

월하노인도 공수로 화답했다.

“도우, 안녕하시오.”

조공명은 술잔을 주고받고는 이장수와 함께 자리로 돌아왔다.

떠나기 전 이장수는 월하노인에게 눈짓을 보내며 전음으로 당부했다.

“연회가 끝나면 조공명 형님과 함께 인연전에 찾아갈 참이오. 부탁할 일이 있거든.”

“무, 무슨 일이오? 선천 생명인지라 나도 함부로 약속할 수가 없소이다. 흙 인형조차도 없다오.”

월하노인이 긴장하자 이장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마세요. 월로가 반드시 알고 있는 문제들이니 말이오.”

이장수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띠자 월하노인은 빠르게 권신 대인의 뜻을 알아차렸다.

이 문제는 설사 내가 모른다고 해도 반드시 알아야만 해!

그리하여 연회 내내 월하노인은 이맛살을 잔뜩 구긴 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고민했다.

절교 외문 대제자와 천정의 보통 권신, 인연전······ 이를 어, 어찌 하나로 묶을 수가 있지?

붉은 예복을 입은 월하노인은 점점 갈등에 빠져들었다.

이번 선도 연회는 용족의 항복을 받아내는 자리였다.

현재 용족은 순조롭게 귀순했다.

사해 용궁에 각종 문제가 있긴 하나 큰 틀은 이미 정해졌으니 천정도 자연히 용족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팔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장사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많은 공덕을 얻은 이상 이장수도 적극적으로 ‘애프터 서비스’를 책임져야 했다.

그리하여 연회장에서 남들이 복숭아를 먹을 때, 이장수는 천을 펼치고 상소문을 쓰기 시작했다.

이 또한 계략이었다.

일전에 옥황상제에게 윤허를 얻은 상황으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를 보여주고자 갑작스레 상소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용족과 서방교에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겸사겸사 사해 용족의 용왕 브라더들에게 앞으로 상소문을 올릴 때 이런 양식으로 쓰라는 표준을 알려주기도 하고 말이다.

‘상소문 제1항.

천정은 실력이 가장 약하고 요마가 제일 많은 북해에 파병을 제안합니다. 북구로주 장기 밖은 천정이 병사 훈련지로 쓸 수도 있습니다.’

북해 용왕은 곧바로 화색이 만면해졌다.

제2항 또한 용족에 이로운 내용이었다.

‘천하 수군을 천하 가장자리에 주둔시켜서 사해 용궁에 수상한 정황이 나타나면 제일 빠른 속도로 용궁에 지원합니다.’

남해, 북해, 동해 세 용왕은 환히 웃었다.

제3항의 내용은.

‘천정은 천정의 규칙으로 용족을 제약하되 용족이 가진 것이 많다는 이유로 천규를 위반하는 것을 묵인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컨대 악한 짓을 하는 용이 있다면 중벌로 일벌백계하고 천정은 참용대(斬龍臺. 용을 참수하는 단)를 세워 위엄과 은혜를 두루 선보여야 합니다.’

이다.

서해 용왕은 바로 울상이 되어 고개를 아래로 드리운 채 한숨을 내쉬었다.

상소문을 쓰고 난 후 이장수는 이를 정리했다. 선도 연회가 끝나고 나면 다시 올리리라.

용족의 일은 이미 주사위가 던져졌다.

이장수는 그제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어쨌거나 앞으로 용족에 관한 일로 혼자서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어졌지 않은가. 옥황상제 폐하가 직접 간섭하면 되니 말이다.

나중에 <용족, 천정에 귀순하다>를 노래로 만들어서 홍황 곳곳에 퍼뜨리면 천정의 발언권과 존재감을 높일 수 있으리라.

종이 도인은 그곳에 앉아 선도 연회가 끝나기를 잠자코 기다렸다.

이따금 천정 신선과 용족 장로가 다가와 술을 올리면 웃으며 응대했고 딱딱하게 굴지 않았다.

령아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정신을 소경봉으로 돌리려는 찰나 오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 무얼 하려는 거지?

눈빛 교환의 신호를 보냈으나 우리의 부교주 오을은 동해 용왕과 대화를 나누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을은 동해 용왕의 곁에서 조용히 의중을 물었고 용왕이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하자 빠른 걸음으로 옥황상제의 보좌 앞으로 걸어와 전군 아랫자락을 들고 한쪽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았다.

“소신, 폐하께 아뢰옵니다!”

즐겁게 가무를 감상하던 옥황상제는 허공에 손짓하며 빙그레 웃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일어나서 말하라.”

“황공하옵니다!”

오을은 일어서서 목소리를 드높였다.

“소신, 천정 수신의 뒤를 따르길 원하니 해신 신권에서 분리해주십시오!”

“허하노라. 목공!”

동목공이 일어서서 허리를 숙였다.

“하명하십시오!”

“오을의 신위를 한 등급 높이고, 구체적인 직권은 장경과 상의해서 정하라.”

“존명!”

오을은 한시름 돌리고 고개를 돌려 이장수를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개를 드리워 읍하고는 뒤돌아 전에 있던 자리로 뛰어갔다.

이장수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교주가 꽤 마음을 썼군.

······

야심한 시각, 단방에서 나온 이장수는 호숫가로 내려와 뒷짐을 지고 조용히 서 있었다.

어쩔 도리가 없다.

령아가 또 ‘목욕 후 사형과 우연히 부딪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으므로.

령아는 초가집 안에서 장수가 다가오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나 자신의 계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빠르게 머리를 빗고 단장한 후 초가집 주위 결계를 걷고 나서야 이장수는 뒤돌아 다가가서는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걸었다.

“사형!”

령아가 밖으로 마중 나와 청아한 목소리로 불렀다.

이장수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호오, 그대는 뉘 집 선자인가요?”

령아는 노란빛의 얇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매끄러운 피부는 보석의 빛으로 인해 더더욱 결이 고와 보였다.

이장수가 던진 농담에 령아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양 볼이 발그레해졌다.

얇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양손을 몸 앞으로 포갠 채 몸을 살짝 틀어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살짝 내리깔고 바라보며 예쁘게 웃었다.

“나쁜 사형. 이제야 제가 눈에 들어오십니까······.”

“온자경.”

“흥. 쓰면 되죠, 뭐!”

초가집 안으로 들어온 이장수는 사형 전용석에 앉아, 령아가 미리 준비해둔 차를 들었다.

“이쪽으로 와서 앉아라. 너와 상의할 두 가지 일이 있다.”

상의한다고?

령아는 눈을 끔뻑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냥 시키면 그만이잖아요.”

“조금 복잡해서 말이야.”

이장수는 생각해보더니 소매에서 옥비녀를 꺼내 령아의 앞에 내밀었다.

“일단 이것부터 챙겨라.”

령아는 바로 눈을 반짝이더니 헤헤, 하고 웃으며 빼앗듯 가져갔다.

“이 옥비녀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니다.”

이장수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요즘 나와 관계가 깊은 편인 여선인이 네게 전해주라더구나.”

콰과광!

령아의 등 뒤로 수십 개의 번개가 나타나고 주위에는 처량한 현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분명 내가 먼저였는데······.

도겁 후 폐관하는 동안 사형에게 관계가 깊은 편인 여선인이 생겼어. 그리고 그녀는 내게 사형 소유권을 선언하는 옥비녀를 선물한 거구나!

어째서!

“절교 삼소 선자를 아느냐?”

“들어봤습니다.”

의기소침해진 령아는 거의 울먹거렸다.

“절교 삼소라면 선천 생명이고 천지 사이에 손에 꼽히는 대능이지요. 사형이 주신 전적에 다 적혀 있잖아요.”

“그래. 네게 옥비녀를 선물한 분이 삼소 중 첫째인 운소 선자다. 절교 외문 대제자시지.”

령아는 당황했다.

당황스러움에 눈에 초점을 잡지 못했고 그다음에는 흠칫 놀랐다.

“사형, 무슨 수작질로 운소 선자를 꼬신 거예요?!”

“온자경 3천 번.”

이장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수작질은 무슨 수작! 설명하자면 꽤 복잡하다. 운소 선자와 나는 처음에 약간 교류가 있었다. 그런데 여러 대능이 끊임없이 옆에서 부추기면서 도려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운소 선자가 내게 호감을 느끼게 했다. 이렇게 부추기는 대능은 인교 현도 대법사, 절교 다보 도인, 절교의 영명하고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은 교주 대인이 계신다.”

령아는 입을 벌렸다가 이내 이마를 부여잡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형, 낮술 하셨······ 아얏!”

그녀는 얻어맞은 이마를 부여잡고 쓰게 웃으며 불평을 쏟아냈다.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찌 믿어요?”

“전에 줬던 그 단약은 어디에 있어?”

령아는 하얀 손을 뒤적이더니 금세 그 단약을 꺼냈다. 그리고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여기요! 그런데 먹었었어요······. 선력에 감싸서긴 했지만······.”

“이 단약의 기운을 자세히 느껴보아라.”

“예.”

령아는 이장수가 말한 대로 조용히 느껴보더니 곧 미간을 찡그렸다.

“너도 이제 천선경이니 이 단약이 남다르다는 걸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건 9전 금단으로 태상노군이 정제하고 현도 대법사가 주셨다.”

령아는 두 눈을 반짝였다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중얼거렸다.

“사형, 이렇게 귀중한 물건은 사형이 금선겁을 보낼 때 쓰시지 않고요.”

“금선겁은 진작에 지났다.”

“······.”

이장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너와 사부님은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너는 심성이 한참 부족하긴 하다만 사부님은······ 흐음! 어쨌거나 사매를 백 살까지 키웠으니 한 번은 이용해야지. 종이 도인의 방법이 있긴 하나 때론 안팎을 두루 돌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하여 네가 나 대신 문파 내부 사무를 처리해주었으면 한다. 오늘 내가 밖에서 하는 일에 관해 말해줄 것이다. 물론 완전히 다 말할 수 없고 네 뜻도 존중할 것이다. 예컨대 네가 감당하기 싫다고 한다면 오늘 밤의 기억을 지우고 내일은 여느 때처럼 너를 대할 것이다.”

“감당할 거예요!”

령아는 황급히 덧붙였다.

“사형, 감당할게요. 저를 어떻게 이용하셔도 상관없어요!”

“······ 일단 여길 보아라.”

이장수는 품에서 족자 하나를 꺼내 펼쳤다. 운소 선자의 초상화로 그 옆에는 자그마한 글씨로 각주가 달려 있었다.

“운소 선자에 대한 기본적인 상황과 그녀의 ‘도려관’이다. 일단 네가 허튼 생각이나 걱정을 하지 않아야 하니 이것부터 이해하려무나. 앞으로 무슨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단단히 기억해야 한다.”

이어서 옥패 한 뭉치를 꺼냈다.

<소경봉 유랑 계획>의 계획이 이 옥패에 기록돼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