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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410)화 (410/593)

진선 한 무리, 천선 몇 명, 진선 이하 연기사 한 다발과 펼친 격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나는 용을 쓰지 않았는데, 너희는 쓰러졌구나’였다.

금빛 대진을 거둔 이장수는 유금현아, 유금현아의 모친, 새언니, 십여 명의 부인 앞에 서서는 속으로 이어질 절차를 계산했다.

해신, 수신, 인교 소법사, 각양각색의 신분으로 외부에서 얼마나 오래 떠돌았던가!

마침내 본 계정 ‘도선문 소경봉 보통 문인 이장수’로 등장할 기회가 생겼고 홍황 대무대에 정식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위험한 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이장수가 해낸 가장 안전한 대응이었다.

두 부락이 홍림국을 침략한 일이 정말로 누군가가 도선문을 떠보기 위한 음모였다면, 가장 큰 가능성은 이장수의 토대가 밝혀진 것에 가깝고 상대는 이 방법으로 마지막 확인을 할 생각이었을 터.

지금은 위험한 수를 무릅쓰고 ‘천정 수신’을 인교 ‘여섯 선종 배경’에서 빼낼 수 있는지 시도해보는 것밖에는 없다.

성공한다면 좋은 일이다. 계속 산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패한다고 해도 지금 상황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다.

토대가 폭로되면 즉시 도선문에서 천정으로 날아가 숨으면 그만 아닌가.

고로 성공하건 실패하건 딱히 상관은 없다.

물론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면 최대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성인과 너무 가까운 것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니까.

이어질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 지금, 유금현아의 앞에 서 있는 건 조금 전 둔술로 달려온 본체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본체로 둔술을 펼쳐 달려올 때, 도중에 도선문 고수들을 추월하기까지 했다.

본래의 모습으로 출연하는 본체야말로 가장 완벽한 계략이다!

비록 이 일 그 자체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탑 형님 없이 외출하는 건 적응이 안 되는군.

이따가 배후에서 계략을 세운 이가 모습을 드러내거나 적절한 기회를 찾아 수신 종이 도인이 등장하게 하고, 정신을 둘로 나누어 기식, 성격, 기운 등의 방면에서 수신과 도선문 제자 이장수에게 구분을 두면 ‘현장 증명’까지 이뤄낼 수 있다.

물론 굳이 본체와 종이 도인이 대화를 나눌 것까지는 없다.

되레 화사첨족이고 두 계정끼리 각자의 포지션을 유지해야 하는 게 좋다.

수신이 화신으로 돌아다닌다는 건 천정의 소소한 상식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계획에는 시종일관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가장 큰 위험이란, 성안에 있는 적의 실력이 너무나도 약하다는 것이다!

조금 전에 엄청난 양의 부적과 암암리에 배치한 진법만으로 수백 명의 쓸모없는 속세 선사들을 가두었다. 자세히 헤아려 보면 사실 일리가 있다고는 하나 그 장면과 시각 효과란······.

소경봉 이장수가 숨겨진 고수라고 오해하기가 딱 쉬웠다.

이장수가 현재 드러내고 싶은 경지는 실력을 일부 숨긴 평범한 천선이었다. 홍황에서 천선경 연기사는 총알받이 정도라 고수들의 시선을 끌지 않으니 말이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장수는 자신을 선력이 바닥난 허약한 상태로 꾸며냈다.

어떻게 해야 배후에서 계략을 세운 이가 모습을 드러낼까?

이장수는 멀지 않은 곳에 부적으로 쌈 싸진 가면 여인을 쳐다봤다.

조금 전 그는 선력으로 천선 독단을 감싸서 그녀의 상처 부위에 집어넣었다. 그녀의 몸에는 진귀한 ‘1초 컷 부적’을 몇 장 붙여서 그녀를 죽이고 싶으면 언제든지 목숨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은 바로 죽일 순 없다. 이따가 또 쓸모가 있다.

이런 고급 ‘오물’은 어떻게든 ‘도미선종’의 명성에 구린내가 나게 할 수 있지 않은가.

“사형?”

영단 몇 알을 넘긴 유금현아가 옆에 섰다. 안색을 어느새 회복했고 선력도 빠르게 채워졌다.

“이제 어떡하죠?”

“기다리게. 이따가 중상을 입은 모습을 하고 이곳에서 수행하고, 내가 전음하는 대로 따라서 움직이면 돼.”

“네······.”

“걱정 마. 아까 콧물 흘리면서 울던 건 비밀로 해줄 테니까.”

유금현아의 손가락은 엉겁결에 옷자락을 꽉 쥐었다. 얼굴에 홍조가 스치고 이내 고개를 돌렸다.

“고,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그래. 안 그래도 이따가 자네와 의논할 일이 있긴 해.”

이장수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유금현아의 옆얼굴을 저도 모르게 위아래로 훑었다.

쯧쯧. 저 몸매, 곡선, 아리따운 얼굴. 특히 지금 옷에 구멍이 많이 나서 전쟁을 치른 후 남다른 풍채. 그리고 절대 꾸며낼 수 없는 정의감까지!

이장수의 ‘거리낌이 없는’ 눈빛을 느낀 유금현아는 몸을 살짝 떨었다.

“사형, 돌아가면 다시······.”

완벽해!

이장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진짜!

‘슈퍼 천병 계획’을 위한 제1호 시드잖아!

오늘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독에게 이런 잠재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계속 유독의 경지를 키우고 전투력을 강화한 다음 인간적 매력을 높여서 끝내주는 기술을 전수해준다면······.

이게 뭐겠는가?

바로 천정 병사 모집의 최고 홍보 모델이다!

오늘 밤, 뜻밖에도 수확을 거뒀군!

“유금 사매, 일단 가족들부터 달래줘.”

이장수는 옆에서 훌쩍이는 부인들을 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뒷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고개를 드리운 채 대답한 유금현아는 모친의 곁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그리고 새언니의 손목을 쥐었다.

그녀가 무너졌던 건 이장수도 이해할 수 있었다.

홍림국에 손을 댄 것이 천교 도승 도미선종이라는 걸 알게 되고 금선 두 명의 위압을 느낀 후 그녀는 자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

집이 홍림국 왕궁인 그녀가 부모와 가족을 구하기 위해 홍림국 공주라는 신분을 내세웠던 건 사문에 화를 가져다주기 싫어서였다.

제일 처음 이장수가 내민 지원의 손길을 거절했던 건 일단 이장수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였고, 그다음은 이장수의 실력을 확신할 수 없어서였으며 세 번째는 선문의 알력을 유발하여 더 많은 도선문 동문이 다치거나 죽을까 봐 걱정 돼서였다.

사지로 향하면서도 사문을 끌어들이기 싫은 행동은 실로 유독 사매다운 선택이었다.

마지막에 새언니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은 후에는 마음의 제방이 무너졌다.

이장수에게 구원 요청을 한 건 왕조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아직 태어나지 않은 녀석이 너무 안타깝다고 여겨서이리라.

이 또한 천도의 안배인 건가?

천도는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쨌든 천도는 규칙의 집합으로 용봉 대전이 끝난 후 홍황에 나타난 ‘면역 체계’이니 말이다.

천도 속에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모든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도의 정점에 서 있는 사내, 도조였다!

이장수는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무언가를 깨달았다.

“현아야! 내가 구하러 왔도다······. 아니, 벌써 끝난 거야?”

멀리서 커다란 표주박 하나가 날아왔다. 그 위에 타고 있던 주의가 곧장 공중으로 날아왔다. 옆에 선 주구도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이장수가 일전에 손을 써서 성 범위에 눈속임 진법을 배치해두었다.

그녀들이 보는 건 이때 가장자리에서 벌어지는 싸움뿐. 전에 격전을 벌였던 범인들은 이미 이곳에 사방팔방으로 널브러져 있고 몸에는 부적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이 범인 장병들 가운데 부적이 수백 장이 붙은 연기사도 섞여 있었다.

이장수의 부적들은 모두 ‘사후 작업’ 종이 도인이 그린 것이었다.

기초적인 부적이라 간단하고 알기 쉽다. 평소 이장수가 정신을 소모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탓에 재고가 엄청 많았다.

주의는 이장수를 응시했다.

주구는 와아, 하고 감탄하며 표주박을 타고 날아와 소리쳤다.

“장수야, 어찌 여기에 있는 것이냐!”

이장수가 대답하려는 찰나 하늘에서 동시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장수를 비롯한 일행은 감히 농담을 주고받지 못하고 곧바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몇몇 인영이 북쪽, 서북쪽에서 날아왔고 속세 대성 상공에 동시에 멈춰서서는 서로 대치했다.

도선문 장문 계무우, 도선문 금선 장로 왕부귀가 이장수와 유금현아의 바로 위에 서서 문인들을 은근히 보호했다.

그리고 맞은편에 기다란 관을 쓰고 얼굴이 살짝 붉은 도사 하나가 불자를 탁, 털었다.

그리고 북쪽에서 쫓아온 두 인영은 중년 도인과 노년 도사 하나였다.

바로 오는 길에 매복했다가 도선문 선인들을 위협하려고 했던 도미선종 금선 두 명이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기다란 관을 쓴 도사의 뒤로 다가가 읍했다.

“장문님.”

이장수는 주의와 주구에게 전음으로 말했고, 이내 세 사람은 상공을 향해 읍하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장문님을 뵈옵니다!”

기세에서 절대로 약해 보일 순 없다.

계무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수라장인 성안의 광경과 온몸에 상흔을 단 유금현아,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이는 이장수의 얼굴을 보며 대로했다!

“도우 진인, 도미선종은 오늘 너무 과한 것 아니오?!”

“무우 장문, 그게 무슨 말이오?”

도미선종의 장문 도우 진인이 이맛살을 구겼다.

“우리 도미선종은 규칙에 따랐을 뿐이오. 도선문에서 지원해 온 천선과 진선은 다치지도 않았는데, 어찌 과하다고 하는 것이오?”

“콜록, 콜록······ 허! 이곳은 본디 도선문이 비호하고 있는데, 그쪽이 다짜고짜 기습하여 맹공을 펼치지 않았소? 이걸 어찌 규칙에 따랐다고 하는 것이지?”

계무우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

“어찌, 인교 선종이 선인의 수도 적고 산도 적다고 막 건드려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오? 천교 선종은 참으로 세력만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구려!”

도미선종의 장문은 그 말을 듣고 절로 인상을 팍 썼다.

이때, 계무우 옆에 있는 망정 상인 왕부귀는 참지 못하고 전음으로 일깨웠다.

“장문님, 어찌 교파까지 언급합니까. 그럼 일이 너무 커지지 않을까요?”

“걱정 말아라!”

계무우는 의기양양하고 담담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곁눈질로 아래에 있는 이장수를 쳐다보며 전음으로 대답했다.

“이번 판은 안온하게 이길 것이다.”

조금 전 인교 소법사의 전음을 들었으니 말이다.

‘교파를 내세우고 비판하세요.’

계무우, 전투력은 흐음, 보통 금선인데 어찌 이를 알아듣지 못하겠는가?

판을 깔아주었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안전하다!

저쪽의 도미선종 장문은 미간을 구긴 채 한참 생각했다.

“무우 장문, 문인들이 다 모일 때까지 잠깐 기다리는 게 어떻겠소. 옳고 그름은 그때 다시 따집시다.”

“허!”

계무우는 옷자락을 탁 털었다.

“도미선종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오!”

도우 진인의 눈에 분노가 들이찼다.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섰다.

계무우는 망정 상인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 유금현아에게 다정하게 위로를 던졌고, 이장수에게는 가까운 거리에서 전음으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장수는 이어질 대응 책략을 간단하게 장문에게 설명했다.

이제 장문이 핵심 이념을 파악하고 임기응변하면 된다. 장문에게 직접 대사를 정해주면 장문의 실력 발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양쪽이 한참 기다린 끝에 북쪽 하늘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날아왔다.

도선문은 진선경 후기 이하의 선인들을 돌려보내고 봉주와 장로들이 또 달려왔으니 기세등등해졌다. 금선 이하의 실력은 상대에 비해 약하지 않았다!

참고로 숨겨진 실력은 여기에 포함하지 않는다.

도미선종도 급히 인력을 조달했다. 도선문에서 이렇게 많은 고수를 움직이리라곤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특히 최근에 줄곧 폐관 수행하여 금선경을 돌파한 단정봉 장로 만림균이 나타났다.

어르신은 지팡이를 짚고 무표정한 얼굴로 도미선종 선인들을 한 번 훑었다. 9할 이상의 도미 선인들의 도심에 어느 정도 이상 현상을 보였다.

이장수는 습관적으로 공중의 인파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오늘 자신이 안배한 계획을 떠올리며 꿋꿋이 참아냈다.

때론 물러설 곳이 없으면 후퇴를 위해 진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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