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에 있는 연등을 보자. 그는 미간을 확 구기고 눈빛도 이글거렸다.
짧은 시간 내에 무수한 것을 생각하고 많은 계략을 짠 듯 말이다.
“수신.”
연등은 말에 노기를 담아 수신을 불렀다.
“설마 천교 부교주인 나와 말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혹 천교 교주를 불러오길 바라는 것인가?”
“······.”
세 번째 질문에도 이장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등의 인내심이 아무리 강하대도 이 순간 노기를 드러내야만 했다.
그런데도 이장수는 그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잠이 든 것 마냥.
아니······.
도미선종, 도선문 양쪽 선인의 머리 위에는 물음표로 가득 채워졌다.
천정 수신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걸까?
다만 이상하게도 선인들은 문득 세 번의 질문에도 대답을 얻지 못한 연등이 상당히 난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허궁에서 수행하는 도미자가 이 기회에 나서서 손에 들고 있던 불자를 탁 털고 ‘수신’을 향해 읍했다.
“수신 사형, 연등 선생님께서 여쭙는 말에 어찌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이장수는 눈꺼풀을 천천히 들었다.
마치 꿈을 꾸다 깨어난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고 ‘정신을 차렸다’.
“호오? 연등 부교주, 벌써 오셨는가? 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군요!”
이장수는 웃으며 공수했다.
“결례를 보였구려. 내 탓이외다. 누군가가 내게 읍하면 정신을 차리도록 이 화신에 금제를 배치했었거든. 연등 부교주가 자칭 성인과 같은 항렬이라 평소에 누군가를 만나도 서로 예를 차리지 않는다는 걸 잊고 있었소이다.
하니 이건 확실히 내 잘못이지. 다른 화신이 있는 곳에서 멍청한 노루 한 마리가 눈밭에서 구르는 걸 너무 재밌게 지켜보느라 연등 부교주가 왕림했다는 것에 신경 쓰지 못했소. 참, 아까 무어라 말했소? 다시 한번 말해줄 수 있겠는가?”
밤하늘 아래는 조금 전보다 더 조용해졌다.
이때 도미선종의 선인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그들은 모두 천교 출신이었으니 부교주가 이렇게 조롱당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히 울분이 찼다.
도선문 선인들은 천정 수신이 엄청난 인물이라고 여겼다. 태고 대능인 연등을 아예 안중에 담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설마 이게 바로 인교의 저력인가?
도선문 장문 계무우는 이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그는 수신이 한 말에 담긴 깊은 뜻을 곰곰이 되짚었다.
이런 고수와 대치하는데,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표면적인 뜻만 있을 리가 없다.
‘수신은 빙빙 돌려 연등에게 결례를 보인 것 같으나 실제로는 더욱더 깊은 뜻이 있다. 음. 연등을 멍청한 노루라고 욕하는 걸 수도 있겠군! 그런데 어째서지?’
계무우는 태연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이곳에 있는 다른 연기사와 마찬가지로 온갖 의혹에 휩싸였다.
연등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진정 화가 난 모양이다.
“수신, 어째서 그렇게 자신을 낮추는가? 이곳에서 생떼를 부리고 싶은 것인가! 누군가가 비웃을까 두렵지 않은가?”
“연등 부교주, 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이장수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언제부턴가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서는 개탄했다.
“연등 부교주, 말할 때 단어에 신경 좀 쓰시오! 연등 부교주가 삼교는 한 가족이라는 말을 더없이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소. 아니, 아주 옹호하지. 암. 일촉즉발인 이곳의 형세를 보고 애가 타서 말도 못 할 지경일 것이오.
하나 나는 어쨌든 천정 3급 정신이자 삼계의 수사를 관장하고 있어서 신분을 낮추건 낮추지 않건 상관없소. 연등 부교주는 내가 생떼를 쓰고, 남의 비웃음을 산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삼계 수사가 모두 생떼고 당당한 천정이 남에게 비웃음을 산다는 것이오?
쓰읍. 연등 부교주의 이 말은 천도에 불만이 있고 천정이라는 두 글자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천정을 세운 도조를 비아냥거리는 것인가? 그건 죄악이오. 아주 큰 죄악!”
여기까지 듣고 계무우의 입꼬리가 미친 듯이 떨렸다.
무엇을 ‘교파를 내세운 비판’인가?
이게 바로 그 ‘비판’이라는 것이다!
연등은 ‘생떼를 쓴다’라는 말만 했을 뿐인데, 도조라는 엄청난 존재를 모욕한 꼴이 되어버렸다!
연등은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냈다.
“수신, 억지를 부리는 경지는 나날이 늘어가는군. 난 교주들을 더없이 존경하고, 도조는 가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숭배한다네!”
“정말이오?”
이장수는 빙그레 웃었다.
“어째서 나는 믿지 않지? 도조를 그렇게 숭배한다면서 그해 자소궁에서 강연할 때 연등 부교주는 어찌 세 번 다 참석하지 않은 것이오?
쯧쯧. 부교주의 이 언행 불일치는 부교주가 입으로는 삼교는 한 가족이라 외치면서 속으로는 어떻게 삼교를 갈라놓고 도문을 쇠약하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처럼 들리는군!”
“중상모략하지 마시게! 수신, 계속 천교 부교주인 나를 공격하고 내 명성을 더럽히는 건 대체 무슨 의미요? 의도가 무엇이냔 말이다!”
연등의 눈에 서늘한 빛이 번쩍였다. 아픈 곳이 쿡쿡 찔린 모양이다.
“내가 중상모략했다고 했소?”
내용이 텅 빈 족자가 이장수의 손에 쥐어졌다.
이 족자는 금빛을 반짝이고 그 위로는 천도의 위압을 내뿜었다.
이장수는 족자를 높이 쳐들고 목청을 높였다.
“연등 부교주, 암암리에 도미자에게 지시하여 20여 년 전 홍림국 주위에 배치를 해두었다가 오늘 난을 일으켜 도선문의 생계를 끊으라고 했던 것을 내가 천도에서 천기로 탁본했소! 감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천도 맹세를 하고 각 성인을 증인으로 둔 다음 본인이 천교에 충성하고 절대 삼교에 관한 음해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시게!”
“수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천교 부교주인 내게 일부러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맹세할 수 있소?”
“부교주, 혹 두려운 겁니까?”
“수신이 두렵겠지요.”
“예, 저는 정말로 두렵군요.”
두렵다니······ 인정한 건가?
연등은 미간을 찡그렸다. 말다툼하는 사이 주도권을 취하려던 그는 이장수에게 급제동이 걸려 다시금 몸을 휘청였다.
이장수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지고 얼굴에는 이유 모를 슬픔이 깃들었다. 그는 앞으로 두어 걸음 내디뎌 족자를 손에 쥐고 천천히 펼쳤고 이내 짙은 천도의 힘을 바라보았다.
눈알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내용을 읽어갔다.
그렇지만 첫 마디를 읽고 두 손에서 삼매진화가 솟구치며 족자를 태워버렸다!
“나는 실로 두렵소. 연등 부교주, 성인께서 도를 전했으며 성인의 제자가 삼계에서 힘겹게 경작하여 도문의 불씨를 천지 곳곳에 퍼뜨린 끝에 지금처럼 도문이 크게 흥하게 된 것이오. 연등 부교주는 설령 아니꼽고 온갖 계략이 있으며 갖가지 심사가 있을지언정 천교의 부교주외다. 이 일로 부교주를 건드린다면 천교의 운세에 영향이 미칠 테고 도문의 기운에 영향을 줄 테지요. 어휴······.”
탄식과 슬픈 감정. 백발과 하얀 수염을 지닌 인영은 유감과 비분을 퍼뜨렸다.
이때, 여러 눈빛이 연등을 향했다.
의문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 어떤 이는 분노와 원망도 담겨 있었다.
계무우는 동경 어린 눈길로 수신의 뒷모습을 올려다보았다.
마음속에 물결이 일었다.
이건 어떤 경지인가?
이게 바로 천정 수신인가?
계무우도 조금 전의 교전은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대충 천정 수신이 나설 때 쓰는 몇 가지 단계는 이해하게 되었다.
우선 침묵으로 시작해서 첨예한 대립을 피한다. 그런 다음 주도권을 장악해서 비난하고 연등이 난리 칠 흐름을 완전히 흩뜨린다.
가장 멋졌던 건 ‘터무니없는 날조’였다.
상대방이 족자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불태우고 청탁을 구별할 수 없도록 대야에 더러운 물을 끼얹어버린 것이다.
그럼 연등은 침묵할 뿐, 무엇이 틀렸다고 말할 수가 없게 된다.
이번 대립에서 인교는 승리한 셈이었다.
게다가 천교와 인교 사이에 생겨날 수 있는 갈등을 연등 부교주를 향한 의심으로 전가하는 데 성공했다.
연등은 성인 제자가 아니고 도조의 기명 제자도 아닌 ‘외도(外道)’였다. 계무우는 조금 전 수신이 한 말들에 이런 ‘필살기’가 숨어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죽일 때는 정신적으로 비난하는 게 최고다.
더러워, 정말로 더럽구나!
이어서 수신 대인이 어떤 수를 쓸지 계무우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독특한 콧방귀 소리가 선인들의 귓가에 울렸다. 우레가 터지는 것 같아서 경지가 낮은 선인들은 한참 눈이 어지러웠다.
하늘가에 오색 노을빛이 밝혀졌다.
봉황이 날개를 펼치는 것 같은 빛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까워져서는 늘씬한 인영으로 바뀌었다.
그 인영은 검은색 천으로 지어진 장옷을 입고 머리에는 금색 봉황 관을 쓰고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느릿느릿 다가왔다.
기식이 모호했으며 주위로 다섯 개의 잔잔한 신광을 동반했다.
기다란 목, 준수한 얼굴의 그는 한눈에 암수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몇 걸음 다가온 그는 연등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 순간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연등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두 개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부딪혔다. 그들은 서로의 적의를 읽어냈다.
돌연 천정 수신이 멀리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공선 도우, 괜히 충돌하지 마십시오. 천교 부교주라 교파 내에서 지위가 높습니다.”
“연등?”
공선은 고개를 살짝 들고 가소롭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추어올렸다.
“태고 때 관장(棺匠. 관을 파는 사람). 관을 들고 다니며 공짜로 먹고 마시던 영산의 도사 아닌가?”
“공선 도우.”
연등도 공선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그렇지만 이장수가 처음에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연등은 공선의 현재 실력이 어떠한지는 몰랐다.
연등이 꾹 참아냈던 화가 이 순간 돌파구를 찾았다.
“스스로 인과와 화를 부르지 마시게. 얼마 남지 않은 봉황족 혈통이라는 걸 그려 속히 떠나면 다치게는 하지 않으리다.”
“인과와 화? 나를 다치게 해?”
공선은 기다란 눈을 가늘게 떴다.
“천교 부교주면 진정 도문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냐? 더구나 네 부교주 자리는 뻔뻔하게 성인에게 애걸복걸하여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홍황에서 상고부터 살아온 생명이라면 그 누가 몰라?”
“호오?”
이장수는 불자를 든 채 옆에서 질문을 던졌다.
“정말입니까? 설마요. 연등 부교주가 경지가 얼마나 높고 영보는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을 했겠습니까?”
공선은 어깨를 으쓱했다.
“못 믿겠으면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던가.”
“겁대가리 없는 공작새 주제에! 오늘 네 원대로 해주지!”
연등이 돌연 크게 소리치자 천지에 금빛이 떨리면서 밤하늘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육 장 높이의 앉은 자세를 한 연등의 법신이 공선을 향해 푸른빛을 던졌고, 푸른빛이 긴 자 한 마디를 감쌌다.
긴 자는 순식간에 백 장 길이로 변해서 공선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공선은 차갑게 웃었다.
눈에도 긴장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른손을 높이 들자 주위의 오색신광이 동시에 빛을 내고 그의 앞에서 오색찬란한 거대한 손으로 응결되어 긴 자를 허공에서 거머쥐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색신광이 응결해낸 커다란 손은 연등이 던진 자를 쥐었다.
손바닥에 신광이 아른거리고 선천 오행의 기가 돌아가며 긴 자가 맹렬하게 떨렸다.
연등 도인의 법신은 뒤를 향해 휘청였고, 엄숙했던 얼굴색도 변했다. 건곤척과 연결이 철저히 끊기고 만 것이다!
거대한 손과 긴 자의 허영이 자취를 감추었다.
긴 자는 다시 이 척 길이로 변해 공선에게 쥐어졌고 이내 손가락 끝에서 두 바퀴를 뱅글뱅글 돌았다.
“과연 폐물이구나.”
연등은 화도 나고 놀라기도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진작 물러났을 테지만 이렇게 많은 선인이 보고 있는 앞인데 보물을 버리고 가 버린다면, 앞으로 홍황에서 얼굴을 들고 돌아다닐 수가 없으리라.
거대한 손바닥을 응결하여 공선을 향해 멀리서 내리쳤다.
공선 주위의 오색신광이 무지개로 변해 공선의 몸을 감싸고 그대로 연등 법신을 향해 부딪쳤다.
연등의 어깨에 있는 관등(棺燈)이 크게 번쩍하고 주위 건곤은 늪이 되었다. 공선을 향해 멀리서 손가락을 가리키자 건곤에 잔잔한 물결이 생겼다.
공선은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왼쪽으로 피하면서 왼손을 펼쳤다. 연등을 향하던 오색신광이 스쳤다.
삽시간에 신광이 번쩍하고 금빛이 점점 짙어졌다.
관등은 휘황찬란한 노을빛을 띠며 오색신광을 가까스로 막았다. 그러나 노을빛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와해되었다.
바로 이때, 공중에서 파공음이 터지고 청동의 긴 자가 연등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이 자는 연등의 건곤척과 외형은 비슷하나 위에서 뿜어대는 위력은 연등의 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수신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장수의 마음속에서 탑 형님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저 등을 때리라! 때리라니까!”
건곤척이 발산하는 파흔은 연등이 미처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관등 위를 내리쳤다!
휘황찬란한 빛은 번쩍, 하면서 암담해졌다. 관등의 심지는 미약한 빛만 남고 자체는 건곤척에 맞고 날아가 버렸다!
오색신광이 연등을 휘감자 연등은 곧장 법신을 흩뜨리고 오색신광에서 가까스로 몸을 뺐다. 그리고 조금 전 날아간 관등을 다급하게 쫓아갔다.
바로 이때, 연등은 선력까지 모조리 앗아가 버릴 고함을 들었다.
“둘 다 그만 싸우세요!”
이장수가 옆에서 소리쳤다.
“제 체면 좀 살려 달란 말입니다!”
말하는 사이 그는 오른손에 선천 영보 건곤척을 소환하여 날아가 버린 연등의 관등을 겨냥하고 다시 던졌다!
이장수는 앞으로 던지는 동작만 취했을 뿐인데, 건곤척은 관등 옆에 나타나 연등보다 앞서서 관등을 다시금 날려버렸다!
오색신광이 다시 몰아쳐 오자 연등의 눈에 증오가 역력했다.
머리 위에 유리로 된 보탑이 하나 생겼고, 오색신광에 맞서려고 했으나 오색신광이 몸을 스치자 몸을 휘청였고 호체 신광도 불안하게 가물거렸다.
연등의 경지가 높고 두텁지 않았더라면 지금 오행 착란이 일어나고 경지가 봉해졌을지도 모른다!
유리 보탑은 오색신광의 영향을 받아 선광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건곤척을 소환한 이장수가 옆에서 또 소리쳤다.
“공선 도우, 고정하세요. 제가 연등 부교주를 대신해 사과하겠습니다. 연등 부교주의 보물들을 쓸어가지 마세요. 그러면 연등 부교주는 정말 도우의 신광을 막아내지 못할 겁니다!”
공선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본디 2대1로 싸울 생각이 없었던 그는 자신의 신광으로 보물을 떨어뜨렸다.
가능하긴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수신도 그렇게 말했으니 따라야겠지. 이 순간 유리 보탑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오색신광이 갔다가 돌아오며 보탑을 가볍게 가져왔다.
연등은 몇 번이나 피를 토했다. 보탑은 돌볼 것도 없이, 자신의 관등만을 생각하며 외쳤다.
“둘 다 너무 심한!”
목소리가 확 멈추고 건곤이 별안간 철저히 봉쇄되었다.
촤아악—
물결이 건곤 곳곳을 흔들고 별이 총총히 박힌 하늘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높은 하늘에 24개 거대한 별이 반짝였다. 그 현묘한 기운은 이 순간 호신할 보물이 없는 연등 도인을 하늘에 고정했다!
공중에서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등 부교주, 겁내지 말게! 내 지켜줄 테니 말이야! 다들 나 조공명의 체면을 봐서라도 싸우지 마시오.”
이장수가 건곤척을 갈무리하려는 찰나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조 대인에게 ‘아이고~’하면서 장단을 맞추었다.
“아이고~ 이 보패가 어찌 망가졌지? 말을 듣지를 않네, 어쩌지?”
앞으로 돌진하는 자세를 유지하던 연등 도인의 강파른 얼굴에는 온통 노기였고, 두 눈은 거의 튀어나올 지경이었다.